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 다카하시 유키히로(高橋幸宏),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조직한 음악 그룹 YELLOW MAGIC ORCHESTRA, 일명 YMO는 곱씹을수록 엄청난 그룹이 아닐 수가 없다. 리더 호소노부터가 이미 YMO를 조직하기 전부터 일본어 록을 정립했다고 평가받는 세기의 밴드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를 비롯한 각종 밴드 멤버로서 활동하는 동시에 솔로로서도 여러 걸출한 작품을 남긴 뮤지션이었다. 다카하시 역시 1970년대 일본 하드 록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Sadistic Mica Band 드러머였으며, 사카모토의 경우는 바로 이 YMO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이미 포크-록, 하드-록 등을 토대로 커리어를 꾸리던 호소노와 다카하시, 클래식 음악을 토양 삼은 사카모토가 결성한 이 밴드가 당시 무척이나 선구•혁신적이던 테크노를 주력 삼아 훗날 Kraftwerk, Giorgio Moroder 등과 더불어 일렉트로닉, 댄스, 심지어는 힙합에 이르는 미래 대중음악 형태의 보급•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사실은 그저 감탄스럽다.
『SOLID STATE SURVIVOR』는 ‘테크노팝’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린 선풍적인 작품으로 기억된다. 다양한 회사의 신디사이저 모델을 이용하고 오토 믹싱을 시도하는 등 컴퓨터 뮤직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내놓은 결과물 중 하나가 되겠다. 전작 『YELLOW MAGIC ORCHESTRA』(1978)과 비교해 영미권 팝 조류에 더 가까워졌고, 특히 뉴웨이브 및 신스팝과 같이 새로이 태동하던 음악 양식에 직접 영향력을 발휘했다. 록적인 감성을 리드미컬하고 멜로디어스하게 꾸리며 청중에게 친숙하게 접근한 동시에, 전자음악이 대중음악의 독자 영역으로 본격 분화되기 시작하는 시기를 대표하며 새로운 시대상을 기대케 할 작품이기도 했다.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 미래에 미친 영향에 따른 시의적 의의, 참여진의 번뜩이는 기량과 실험 정신, 시대를 감안해도 여전히 몸을 들썩이는 캐치한 감각…. 결론부터 말해, 본작은 다양한 방면에서 압도적인 성취를 거둔다.
포 온 더 플로어 비트에 각종 음색의 신디사이저로 팝과 클래식과 민속을 교차해 ‘미래’로 행진하는 멜로디를 겹겹이 주조해낸 「TECHNOPOLIS」, 아기자기한 퍼커션을 스테레오로 여러 겹 쌓고 웅장한 오르간을 중심으로 각종 신디사이저를 교차하며 담대히 질주하는 「RYDEEN」은 본작을 넘어 YMO를 대표하는 명곡이다. 또한 전작부터 이어지는 민속적인 감각은 독특한 코드워크로 오키나와 음악 양태를 재해석했다고 전해지는 「ABSOLUTE EGO DANCE」나, Kraftwerk 음악에 한 스푼 ‘뽕’을 더한 듯한 멜로디의 「INSOMNIA」에서 잘 나타나는데, 이는 그들이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을 역이용해 그들만의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자 한 “Yellow Magic”을 훌륭히 반영한다.
한편 록의 영향을 알 수 있는 근거는 꼭 The Beatles의 곡을 커버한 「DAY TRIPPER」 뿐만이 아니다. 이를테면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무려 Michael Jackson, Eric Clapton, Human League 등이 재해석한 「BEHIND THE MASK」는 댄서블한 록 비트와 비슷한 미디엄 템포와 더불어 직관적인 코드 워크를 공유하고, 신스팝과 보코더 결합 양상이 훗날 Daft Punk가 구사하는 질감과 유사하게 들리는 데서 시공을 넘나드는 흥미를 자극한다. 「SOLID STATE SURVIVOR」는 — 「DAY TRIPPER」와 더불어 — 기타리스트 아유카와 마코토(鮎川誠)가 참여하고, 보컬 퍼포먼스나 노이즈를 끼얹는 형태는 뉴웨이브의 전신인 포스트-펑크의 형식을 빌린다. 이와 같은 부분은 다카하시의 신스 드럼 연주가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느린 템포로 신비로이 신디사이저를 쌓아 올리는 「CASTALIA」에서는 중~후기까지 이어지는 사카모토 류이치 풍의 뉴에이지한 터치가 엿보이는 데서도, 본작은 팀으로서도 세 아티스트의 콜렉티브로서도 매력을 집약해낸다고 볼 수 있다.
올 겨울에서 봄에 걸쳐,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사카모토 류이치가 — 그리고 기타 세션에 참여한 아유카와 마코토가 — 세상을 떠났다. 만년, 그러니까 바로 직전까지도 다카하시는 METAFIVE라는 그룹 멤버로 활동하고, 사카모토는 올 초 앨범 『12』와 솔로 콘서트 등 여러 프로젝트로 인사를 건넸다. 혁신적이고도 신중한 자세로 소리의 본질과 미래를 탐구하며 대중문화의 여러 가능성을 넓히고, 마지막까지 음악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진지하게 임하던 모습에 경의를 표하며, 고인을 기리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