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굴 자가격리를 버티던 한반도인들에게 오메가사피엔이 가져다준 것은?” 그것은 바로 알싸한 향과 매운맛이 싸고도는 마늘 한 움큼이었다. 앨범 소개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현 COVID-19 대유행 사태를 저격한 본작, 『Garlic』은 그간 Omega Sapien이 「POP THE TAG」, 「Kolo Kolo」와 같은 트랙들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도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수민이 『OO DA DA』나 『XX,』와 같은 앨범들에서 보여줬던 색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바로 Omega Sapien이 속한 크루 Balming Tiger가 표방하는 방향성인 ‘얼터너티브 K-Pop’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Omega Sapien은 HYPEBEAST와의 인터뷰에서 본작을 두고 “얼터너티브 K-Pop은 곧 경계가 없는 음악이에요. 『Garlic』은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운 앨범이고요. 힙합, 테크노, 발라드, 케이팝이 다 섞여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얼터너티브 K-Pop의 끝판왕이 아닐까요.”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면 다만 여기서 ‘얼터너티브 K-Pop’이라는 것이 과연 어떻게 K-Pop의 얼터너티브, 즉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데, 결국 이제 중요한 것은 하나일 것으로, 과연 Omega Sapien의 본작이 얼마나 K-Pop에 대한 대안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것일 것이다.
그 이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나의 생각으로는 K-Pop에 대해 나와 Balming Tiger,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의 다른 이들과의 중심이 되는 관점이 다르다고 여겨진다는 점이다. Balming Tiger, 수민과 같은 ‘얼터너티브 K-Pop’ 혹은 ‘네오 K-Pop’을 표방하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이들은 K-Pop의 소리에 천착한다. 이 때 ‘하이퍼-팝’이라는 스타일이 그 위로 아로새겨지며, 여러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호명된다. 가령 A. G. Cook이 설립한 PC Music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라던지, Charli XCX, SOPHIE, 100 gecs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그렇다. 그들의 음악은 딱 잘라서 단언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특색을 지녔지만, 굳이 그 특징을 줄여서 표현한다면 이름 그대로 ‘과잉된 Pop’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Pop이 전자음악의 세부적 장르들을 받아들이면서 전자음악의 대중화를 진행시켰다면, 내가 보았을 때 ‘하이퍼-팝’의 출현은 Pop의 문법을 전자음악이 ‘산 채로’ 잡아먹으며 다시금 그들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해나가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얼터너티브 K-Pop’ 혹은 ‘네오 K-Pop’을 꿈꾸는 아티스트들은 ‘하이퍼-팝’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그들의 음악을 전개한다. K-Pop이 다양한 전자음악의 장르들에 기대어 성장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Balming Tiger와 다른 아티스트들은 그러한 K-Pop의 소리를 과잉시키며 그들의 음악이 K-Pop의 대안이 되기를, 혹은 새 지평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K-Pop을 볼 때 그 중심을 조금 다른 곳에 두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 산업의 자본을 바탕으로 한 쇼-비즈니스 산업의 중심축으로써, ‘아이돌’이라는 낱말로 대표되는 캐릭터-음악 장르라는 것이다. 이는 그러한 아이돌 문화의 원조가 되는 New Kids on the Block과 같은 보이밴드들이나 일본의 ‘아이도루’와도 현격한 차이가 있는, 그야말로 상업 지향의 극한을 달리고 구매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팬덤과 상생하며 자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장르적 토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K-Pop을 음악이기 이전에 일종의 문화로 파악하며, K-Pop 음악을 접할 때에는 소리를 듣기 이전에 그것의 콘셉트와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성을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편이다. 따라서 나는 ‘얼터너티브 K-Pop’ 혹은 ‘네오 K-Pop’을 주창하는 아티스트들을 볼 때 과연 K-Pop 음악의 소리에만 천착한 그것이 진짜 K-Pop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편인데, 본고에서는 이러한 나의 입장을 제거한 채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관점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할 것이다.
본작이 K-Pop이 되기를 거부하는 지점은 그 노랫말에서부터 피어나는데,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진데다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노랫말은 K-Pop의 ‘K’라는 낱말에서 기대될 수 있을 청자들의 이해를 거부한다. 영어 노랫말들이 정신없이 흘러나와 그에 손 쓸 틈도 없이 떠내려가는 판국에 그나마 「Ah! Ego」나 「Happycore」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국어 라인이 붙잡을 만한 나뭇가지가 된다. 달리 말하면, 본작을 청취함에 있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한국인 청자는 반드시 그 라인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Ah! Ego」와 「Happycore」는 본작의 중심이 된다. 주목하게 되는 노랫말이 있다면 전자의 경우 “너가 나를 싫어해서 너가 진짜 미워”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 “Power, Fame, 이것들은 당신의 행복의 전부가 아닙니다!”일 것이다. 다시 생각해본다면 전자의 경우는 자의식 과잉이고, 후자의 경우는 비장한 체하는 신념의 발산으로서 역시나 자의식 과잉의 징후이다. 실제로 본작 전체가 그렇다. Omega Sapien은 상단에 삽입한 인터뷰에서 본작을 “자전적인 앨범”이라 칭하면서 “난장판”, “카오스”와 같은 낱말들을 그에 덧대었다. 그렇다면 본작은 두 가지 의미에서 과잉되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의식의 과잉일 것이고, 둘째는 소리의 과잉일 것이다. 첫째와 둘째 과잉은 상보적이다. 굳이 노랫말을 일일이 해석하지 않아도 번쩍번쩍 거리는 소리들의 향연은 우리에게 본작이 충분히 넘치는 앨범이라 인식하게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제로 본작의 노랫말 전체가 자의식 과잉으로 둘러싸여있지는 않음에도(「Serenade for Mrs.Jeon」과 같이) 우리는 본작의 과잉을 직시한다.
말이 나온 김에 「Ah! Ego」와 「Happycore」로부터 출발하자면, 본작의 소리들을 파헤친다고 했을 때 역시나 위의 두 트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h! Ego」의 경우 Omega Sapien 본인이 “「Ah! Ego」는 앨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노래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통통 튀는 비트와 함께 나름 정상적인 랩을 (심지어 한국어를 섞어가며) 이어간다. 이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말로 무난한 트랙이겠지만, 어림도 없다, 바로 “아이고!”(Ah Ego!). 그 뒤로 한껏 번쩍이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면서 문제의 그 노랫말(“너가 나를 싫어해서 너가 진짜 미워”)이 등장하며, 트랙은 우리의 예측 가능성을 저만치 벗어난다. 두 번째 Verse는 다시금 영어 랩이 점철되며, 첫 Verse에서만큼의 정형성을 잃어버린 채 보다 길게 이어진다.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다시 훅에서 강렬한 전환이 등장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대중적인 것은 마땅히 듣기에 편해야만 하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나는 Omega Sapien의 의견에 유쾌한 반대표를 던진다.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아주 살 떨리고, 그래서 재미있는 트랙이다.
「Happycore」는 Omega Sapien 역시 본작의 중심이라 칭한 바 있다. 전광재의 터치가 담긴 해피-하드코어 장르의 본 트랙은 다른 그 어느 트랙보다도 에너지가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고 할 수 있다. 한껏 왜곡된 보컬 샘플이 들어서고 난 뒤 둔탁한 신시사이저가 점차 다가오고, 이내 잘게 쪼개지는 비트와 함께 소리 지르는 듯 강렬한 Omega Sapien의 랩이 닥쳐온다. “Happiness has been my energy, 나는 너의 사랑의 빠떼리”를 외치며 자신의 행복에 대해 말하고, “Power, Fame, 이것들은 당신의 행복의 전부가 아닙니다!”라고 외치며 그러한 자신의 행복을 모두에게 설파하는 Omega Sapien의 모습은 뒤이어 이어지는 빠른 Verse의 내용으로 인해 정당성을 얻으며, 그렇기에 본 트랙의 무드가 마냥 ‘해피’하지는 않음에도(물론 해피-하드코어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본 트랙은 매우 ‘해피’한 트랙으로 남게 되었다. 해피-하드코어의 장르적 특색은 살리면서도 ‘행복’을 주제로 이중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본작 전체의 흐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신없는 구성을 가졌다. Omega Sapien이 본작의 중심이라 칭할 만큼의 훌륭한 트랙이다.
본작의 첫 트랙 「i p t i m e」은 UK 베이스를 바닥에 깔고 어지러운 신시사이저를 흩뿌리며 마치 PC Music스러운 색채를 가져온다. 뒤이어 이어질 본작의 전개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적실한 예고편일 것이다. 전술한 「Ah! Ego」와 「Happycore」를 포함하여 「WWE」의 본작의 무드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랩과 소리들의 향연, 그 직후 “내 생각에는 우린 씨발 서로를 보듬는 사이, 우린 사랑에 미쳤어”1(맥락상 “우린 떡치고 껴안고 있어”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읊조리는 노랫말과 함께 한껏 아련한 무드를 담은 「Fireworks」, 그러한 아련한 무드를 이어받는 듯하다가 이내 아멘-브레이크와 함께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도 끝내 그 아련함을 끝까지 이어가는 마지막 트랙 「Serenade for Mrs.Jeon」까지. 본작의 구성은 이리저리 난장판이지만, 본작의 처음부터 끝을 찬찬히 살펴보면 본작의 트랙들이 끝내는 어떠한 흐름을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단의 인터뷰에서 “가사 한 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Verse 하나가 나오고 그 Verse가 모여서 곡이 완성되는 것처럼 앨범도 여러 곡이 유기적으로 묶여 있는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어요.”라고 Omega Sapien이 말했던 것처럼 본작의 과잉은 처음의 발산을 시작으로 「Happycore」에서 정점을 찍고, 점차 사그라지는 형식을 취한다. 이것은 본작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어지럽고 지저분한 소리들이 난장판을 벌이지만, 그 중심에는 Omega Sapien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본작을 결국엔 ‘랩 앨범’이자 ‘힙합 앨범’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Omega Sapien 본인도 그를 부정하지 않으며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그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Omega Sapien 자신이 이전까지의 본인의 행보와 다른 앨범을 만들고 구상하며, 이수호, 수민, NET GALA, 전광재 등과 같이 (그의 시각에서)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그러한 난장판을 벌이면서도 스스로 발 딛고 있는 지평이 어디인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일 테다. 다양한 소리, 다양한 터치들 사이에서도 그는 자신을 지켰고, 그것이 본작이 온전히 독창적이거나 독자적인 영역에 있다거나 하기에는 애매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작을 그의 말마따나 ― 카고 신타로가 그린 본작의 앨범 커버와 같이 그의 속에 그가 너무나 많은 ― 그 자신의 자전적 앨범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난장과 혼란 속에서도 굳건한 그의 자아이다. 바로 이 점이 본작에서 드러난 그의 의식의 과잉을 최종적으로 수식하며, 그렇기에 과잉된 앨범으로서의 본작이 오히려 넘침이 없이 더욱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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