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st : 2022 국외 베스트 앨범 10 by Yves

by Yves

다소 늦은 시점에, 지난 2022년의 대중음악을 돌아보는 결산 리스트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팬데믹을 맞이하던 작년, 대형 스타의 신보, 신예들의 약진, 중견 아티스트의 새로운 커리어하이 등 우리의 대중음악은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다채로웠습니다. 그 까마득한 스펙트럼 속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뛰어났던 열 장의 앨범들을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2022년은, 저의 활동이 아주 빈약했던 한 해이기도 합니다. 항상 저희 <온음>을 찾아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2023년 첫 글을 소개합니다. 그에 발맞추어, 필명을 기존의 XENITH에서 Yves로 변경하여 새롭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본고는 필진 Yves 개인의 2022년 결산으로서, 웹진 <온음>의 총결산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본고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모두 2021년 12월 1일과 2022년 11월 31일 사이에 발매되었습니다.

* Honorable Mentions와 EPs는 아티스트명을 기준하여 가나다/알파벳 순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리스트 내의 순위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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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orable Mentions

 

Beyoncé, 『RENAISSANCE』, Columbia, 2022.07

 

Cate Le Bon, 『Pompeii』, Mexican Summer, 2022.02

 

Ibibio Sound Machine, 『Electricity』, Merge, 2022.03

 

Jenny Hval, 『Classic Objects』, 4AD, 2022.03

 

Kendrick Lamar, 『Mr. Morale & The Big Steppers』, Aftermath/Interscope/PGLang/TDE, 2022.05

 

ROSALÍA, 『MOTOMAMI』, Columbia, 2022.03

 

The Weeknd, 『Dawn FM』, XO/Republic,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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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s

 

DJ Premier, 『Hip Hop 50: Vol 1』, Mass Appeal, 2022.07

 

EPROM & G Jones, 『Acid Disk 2』, Illusory, 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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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st

 

 

Daniel Snaith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Daphni의 이름으로 발매된 『Cherry』가 겨냥하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Cherry』가 겨냥하는 것은 그의 개인 콘서트장이나 라디오 방송국도, 당신의 귀에 꽂혀있는 에어팟도, 여느 저녁 고즈넉한 공기의 방 안도 아닌, 주말 야심한 시각 파티가 한창 열리고 있는 클럽이다. Sam Moore 역시 다음과 같은 표제로『Cherry』를 다룬 리뷰를 제출했다. “『Cherry』는 레이브 파티의 팬들이 바라던 것을 준다.” 물론 『Cherry』는 근래 레이브 파티의 젊은 팬들이 소위 “좋아 죽는” 형태의 레이브 트랙들이 모인 앨범은 아니다. Daniel Snaith는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던 바 있다. “저는 실재적인 것들에 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을 떠올리는 건 좋아합니다. 그게 제가 하려는 것이에요… (중략) … 오로지 심미성의 측면에서요.” 이 발언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Cherry』를 통해 Daniel Snaith가 들려주는 건, 하우스와 테크노가 우리에게 줄곧 선사하던, 리듬의 근원적인 즐거움 그 자체다.

『Cherry』의 대다수 트랙은 Daniel Snaith가 소장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에서 탄생했다. 이를 가장 잘 확인시켜주는 것은 다름 아닌 「Arp Blocks」다. 한 코드의 음계를 아르페지에이터가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동안, Daniel Snaith는 ADSR 패러미터를 장난치듯 이리저리 돌려가며 하나의 트랙을 만들었다. 여타 트랙 역시 그 과정이 드러나지 않을 뿐 이런 과정을 거쳤음이 분명해 보인다. 가볍거나 건조한 드럼과 다채로운 신스의 활용 등 「Arrow」와 「Cherry」, 「Cloudy」를 비롯 많은 트랙은 그 자체로 하우스 트랙의 전형이다. 피아노 건반의 터치와 일렁이는 베이스의 조화가 돋보이는 「Amber」도 특기할 법한 트랙이다. 예외가 있다면 「Always There」와 「Falling」 정도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 템포를 높인 「Thiely」 (1978)의 샘플을, 후자의 경우 간단한 이퀄라이저 오토메이션이 덧씌워진 「Falling In Love」 (1983)의 샘플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드럼이 없이도 독자적인 리듬감을 형성하고, 그런 측면에서 여타 트랙이 그렇듯 댄스 플로어를 위한 음악이라는 본질에서 충실하다.

지난 Coachella에서 Harry Styles와 The Weeknd의 공연을 제외하고 가장 뜨거웠던 공연이 Jamie xx와 Flume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전자음악 아티스트의 사명이 그 명운을 다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금의 전자음악 아티스트에게는 각기의 장기를 기예의 수준으로 다룰 것이 요구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탄생한 많은 작품은, Phillip Sherburne의 진단처럼 복잡하거나, 엉클어져 있거나, 굉장히 자극적이다. 다만 『Cherry』는, 다시 한번 그의 진단처럼, 저들 중 어떤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다. 이 역시 『Cherry』만이 받아든 지위는 아니지만, 트랙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부여된 다른 앨범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Cherry』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때때로 단순함이 최고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첫 문단에서, Daniel Snaith가 한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썼다. 포스트 팬데믹을 맞아 각종 베뉴가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저들이 원하는 것은 리듬과 소리, 적당한 분위기와 감각이 아니던가. 저들이 복잡해야만 하는 이유가 전혀 없듯이, 『Cherry』는 정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댄스 플로어를 위한 음악이라는 본질에서 충실하다.

 

 

Charli XCX의 『Vroom Vroom』 EP(2016)는 환영받지 못했다. SOPHIE를 높게 평가하며 그의 행보를 주목하던 Resident Advisor의 Andrew Ryce마저도 전위적인 일렉트로 팝이라는 옷이 Charli XCX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같은 의견을 완벽히 뒤집는 데에는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Charli』 (2019)를 발매하기까지 Charli XCX 본인도 부단한 노력을 했다―물론 그녀도 그녀지만 그 3년 동안 일어났던 다수의 음악적 사건이 분위기를 바꾸었다. 2010년대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전위적인 전자음악 프로덕션 위에서 노래하고 랩을 하거나, 대놓고 주류 시장을 향한 어필을 드러내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 올랜도 출신의 래퍼 Kilo Kish도 그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2019년 말 발매된 『REDUX』 EP(2019)는 아주 매끈한 일렉트로 팝 EP로, 『Mothe』 EP(2018)보다 더 정갈한, 더 예리한, 그리고 더 감각적인 작업물이었다. 다소 가벼운 접근일지 모르겠으나 『AMERICAN GURL』은 그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고, PC Music 레이블과 하이퍼 팝이라는 단어 아래 이야기되는 앨범들이 아닌, 어쩌면 저들 중 대다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는 일렉트로 팝 앨범이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AMERICAN GURL』은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컨셉트 앨범이지만 그 컨셉트가 감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적다.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NEW TRICKS: ART, AESTHETICS, AND MONEY」는 이미 그 소리 자체만으로도 『AMERICAN GURL』의 최고의 트랙이다. Skrillex와 SOPHIE가 함께 트랙을 만든다면 필히 이런 트랙이 나왔으리라. 묵직한 베이스와 이글대는 베이스,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비트와 Vince Staples의 추임새, Kilo Kish의 랩 싱잉이 한데 어우러지는 광경을 보라. 한편 「NO APOLOGY!」는 어떠한가. 날것의 신스의 층위가 돋보이는 하우스 비트 위로 Kilo Kish는 『AMERICAN GURL』을 통틀어 가장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선보인다. Jean Dawson이 참여한 「CHOICE COWBOY」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AMERICAN GURL」과 「DISTRACTIONS III: SPOLIED ROTTON」과 같은 트랙들은 여전히 Kilo Kish에게 잘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 아주 복잡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맥동이 느껴지는 비트와 두터운 신스가 난잡하게 파티를 벌이는 동안, 아이디어와 예술성, 흥겨움과 중독성이 융화를 이루는 장면, 이것이 『AMERICAN GURL』이다.

2016년으로 돌아가서, 당해 초가을 즈음 할리우드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Vince Staples의 두 번째 정규 앨범 『Big Fish Theory』 (2017)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 그 자리에는 정말 많은 재능이 모여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Kilo Kish와 Ray Brady도 있었다. Kilo Kish와 Vince Staples가 그 이전부터 음악적 교감을 주고받아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저 자리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Kilo Kish도 그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그녀는 Vince Staples의 Holden Caulfield스러운 면모까지 닮아버린 것 같다. 이런 면은 정치인의 표리부동함을 언급하는 「ATTENTION POLITICIAN」이나 예술이 갖는 창의성의 침식을 비웃는 「NEW TRICKS: ART, AESTHETICS, AND MONEY」 등 많은 장면에서 드러나는데, 여기까지의 탐구를 토대로 『AMERICAN GURL』을 Kilo Kish의 『Big Fish Theory』라고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물론 『AMERICAN GURL』이 『Big Fish Theory』에 비해 턱없이 적은 반응을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둘이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앨범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이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Weyes Blood로 알려진 Natalie Mering은 분명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독 문명과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절제하는 포스트모던한 면이 있거나 이상주의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언제나 낭만스럽기 그지없는 가사를 쓰며, 또 우리의 시대를 마치 『Pet Sounds』 (1965)가 등장하기 전후의 시점으로 돌려놓는 것 같다. 그러니까, 『Titanic Rising』 (2019)은 정말 뛰어난 앨범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시대에 뒤처진 앨범이었다. 그게 기술적으로 모자라거나 작금의 동향과 반드시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녀가 바로크 팝과 사이키델리아, 체임버 팝의 60년대를 ‘너무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언제나 그래왔다. 그녀의 음악은 늘 뒤처진 동시에 낭만적이었으며, 그녀는 먼 과거의 베니스 비치에서 나아가기보다 그저 더 좋은 멜로디를 쓰고, 과거를 더 실감 나게 재현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우리의 감정을 더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기만을 계산해왔다. 대다수가 그에 처음으로 응답한 앨범이 『Titanic Rising』일 뿐인 것이다―물론 이에는 Sub Pop과의 계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에서도 그녀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똑같이 반복한다. 아닌 게 아니라, 10개의 트랙, 일대일 대응이 가능한 각각의 인트로와 아웃트로, 잔잔한 물결에 휩쓸리고야 마는 우리의 감정 등,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는 놀라우리만치 『Titanic Rising』과 닮아있다. 아티스트의 신보가 전작과 지나치게 닮아있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겠지만, 그 둘이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뛰어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그런 면에서 이 둘이 트릴로지의 일부라는 것도 크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It’s Not Just Me, It’s Everybody」가 올해 최고의 싱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현악기의 중주가 어우러진 「Children Of The Empire」, 또, 아름다운 체임버 팝 트랙 「God Turn Me Into A Flower」와 「Hearts Aglow」를 연달아 듣고 있노라면 Brian Wilson과 Karen Carpenter의 아성을 위협하는 그 고결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뿐인가. 성스러운 「In Holy Flux」, 우리의 지나간 몇 년을 보듬는 「The Worst Is Done」에서의 따스함까지,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에는 고결함과 더불어 찬연한 빛의 조각까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Titanic Rising』에서 Weyes Blood가 인간의 오만에 의해 감춰지고 지위가 격하된, 본디 우리 세상이 나아가던 이상향을 노래했다면,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에서는 그렇게 탈선한 채 나아간 우리네 세상에서의 능동성을 노래한다. 우리네의 능동성은 이미 정보의 범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잠식당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며 우리에게 송가를 건넨다. “자비로움이 외로움을 치유할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는 모두 같은 이유로 피를 흘리는걸.” 이런 가사들이 그저 어수룩한 이상주의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Let It Be」 (1970)를 사랑하는 이유와 상통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Weyes Blood가 쓴 가사는 실현되기 정말 어려운 것이고 또 그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들의 총체다. 우리는 모두 자비로워지고 싶고, 빛나고 싶으며,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 감내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Weyes Blood는, 그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John Lennon의 거룩한 가호 아래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를 듣는 동안, Weyes Blood의 말에는 알 수 없는 신뢰가 생기는 것 같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D’Angelo가 단순히 『Talking Book』 (1972)이 그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Electric Lady 스튜디오를 찾아갔던 것도, Erykah Badu와 J Dilla, The Roots의 ?uestlove, Common 등 90년대 후반과 밀레니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이들의 앨범이 치열하게 만들어지던 것도, 또 그들을 The Soulquarians라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간주했던 것도,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J Dilla는 불멸의 지위를 획득한 채 세상을 떠났고, D’Angelo는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동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The Roots는 Jimmy Fallon Show의 백코트 세션이 되었다. Philadelphia Eagles의 쿼터백이 Donovan McNabb에서 Jalen Hurts로 변하는 동안 The Roots는 사라진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Cheat Codes』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Danger Mouse와 Black Thought의 합작 앨범 『Cheat Codes』는 The Roots의 재림도 아니고, The Soulquarians의 연장선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Cheat Codes』는 훌륭하고, 기대에 부합하는 장면들이 넘실대며, 우리에게 과거의 시간이 남긴 것들이 아주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Cheat Codes』를 열어젖히는 「Sometimes」와 「Cheat Codes」는 정말 밀레니엄의 힙합을 그대로 복각해놓은 모형과 다름없다. 전자는 Kanye West의, 후자는 DJ Premier의 프로덕션을 완전히 빼다 박은 모양새이고 그 뒤를 잇는 「The Darkest Part」 역시 모타운의 품격을 빌려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Cheat Codes』의 주인인 Danger Mouse와 Black Thought부터가 그와 함께해왔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Cheat Codes』는 단순히 과거의 시간에만 기대어 있지 않다. 「Strangers」에는 성조기 앞에 서 있던, 그 시절의 A$AP Rocky가 선보이는 뛰어난 퍼포먼스가 있고 「The Darkest Part」와 「Aquamarine」의 소울풀한 비트는 Danger Mouse가 아니라,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달리는 런던의 유능한 프로듀서 Inflo에 의해 쓰였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전화위복이 된 17년의 간극을 체감한다.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으로 남은 무시무시한 안광과 학구열의 표상이 된 드럼 머신부터, XXL Freshman Class를 겨누는 90‘s 키드와 Griselda 래퍼에 이르는 그 간극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heat Codes』는 2022년에 발매된 『Like Water For Chocolate』 (2000)이고, 『Madvillainy』 (2004)이며, 『Late Registration』 (2005)이다. 단순히 Danger Mouse와 Black Thought, 이 두 동료가 저들과 비슷한 시기부터 『Cheat Codes』에 실릴 트랙들을 만들어왔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의식적인 가사, 과거의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조예, 다양한 악기의 소리와 재능들이 뛰어놀기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는 점 등, 많은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Cheat Codes』가 대세와 아주 맞물리는 앨범이 아닌 것도 맞다. ‘현대적인 세련미’라는 수사도 사실은 크게 와닿지 않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우리와 동시대에 발매되는 앨범이, 과거의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 창조적 여정의 산물들에 젖줄을 기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안식을 느끼곤 한다는 것이다. 『Cheat Codes』도 그렇다. 2022년 최고의 힙합 앨범은 『Melt My Eyez See Your Future』도, 『Mr. Morale & The Big Steppers』도, 『The Forever Story』도 아닌, 바로 이 『Cheat Codes』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볼티모어 출신의 듀오 Beach House는 『Bloom』 (2012)을 통해 현대 드림 팝의 동의어라는 훈장을 하사받았다. 『Bloom』은 그들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대다수의 아티스트는 정규 앨범을 네 장씩이나 발매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동이 난 그들의 재료 창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거나 자본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디스코그래피의 완만한 우하향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Beach House는 달랐다. 이들은 초기의 스타일을 네 번이나 반복하고, 그 네 장의 앨범이 모두 다른 앨범이라 주장하는 데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 끝에 마침내 정점의 지위를 취득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이들은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발매했다. 이들은 『Bloom』에 맞먹는 앨범을 최소 두 장은 더 발매했고, 지난해 겨울 모두를 설레게 한끝에 발매된 『Once Twice Melody』가 그중 하나다―다른 하나는 『7』 (2018). 아무런 리스크 없이 본인들의 장기를 정교하고 격조 있게 재가공하며 재생산하던 이들이 『7』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 『Once Twice Melody』라는 일종의 마법을 부린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에게 주어진 훈장은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Beach House는 언제나 각기의 앨범을 만들던 과정이 늘 새로웠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드림 팝과 슈게이즈의 한계가 자가복제와 기시감에 의해 결정된다는 세간의 관념과는 사뭇 다르다. 그 새로움을 눈치채는 것이 얼마나 감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그 여부와는 별개로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각기 상반된 두 의견 중 하나의 판정승을 선언하는 것으로 귀결되기보다는 그저 들려오는 좋은 선율에 감응하게 되는 것 같다. 『Once Twice Melody』도 그렇다. 당신은 어떠한가. 앨범은 Victoria Legrand가 정말로 알토톤의 Elizabeth Fraser가 된 것이라고 느껴지는 가창의 「Once Twice Melody」로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Hurts To Love」에서는 New Order의 재림을 볼 수 있고, 「Superstar」와 「Finale」와 같은 흥겨운 선율의 이지 리스닝 트랙도 있다. 오랜 기간 동반자가 된 Victoria Legrand와 Alex Scally의 기타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관현악 세션과 라이브 드럼, 댄스 리듬과 앨범을 마무리 짓는 「Modern Love Stories」의 환상적인 기타 리프까지, 『Once Twice Melody』를 가득 메우는 공감각의 만화경이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쓰던 글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원래 꿈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 우리가 매일 꾸는 꿈이 어떻게 세세하게 다른지는 중요하지 않은, 그저 꿈을 꾼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거나, 좋고 나쁜 정도로만 구별되는 그런 것 말이다. 이 84분의 길이를 그대로 소모하는―그러니까 그 시간이 더 짧게는 느껴지지 않는―대작이 우리에게 어떠한 음악적 보상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Once Twice Melody』를 듣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그 속에서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다. “오늘 밤, 빛이 사라질 거야.” 하지만, 정말? 「Superstar」는 역설적으로 『Once Twice Melody』에서 가장 강렬한 빛을 뿜어낸다. 동시에 하나의 확신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모두 Sigmund Freud나 Christopher Nolan이 아니다. 우리가 꿈을 다루는 예술작품을 비롯한 기록물에서 기대하는 것은 부재한 과학적 증거를 향한 탐닉이 아니라, 최소한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초월성의 반영이고 투시다. 그런 면에서 『Once Twice Melody』는 여전히 환상적인 드림 팝 앨범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마치 Beach House가 종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또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간다. 생전 겪어본 적 없는 공상이라도 경험하는 것처럼.

 

거두절미하고, Charlotte Adigéry와 Bolis Pupul의 합작 앨범 『Topical Dancer』는 2022년 최고의 일렉트로 팝 앨범이다. 2021년 선공개된 바 있는 「Blenda」와 지난 1월 공개된 「Ceci n’est pas un cliché」만큼 섹시하고 즐거운 베이스의 연주는 지난 한 해 그 어떤 앨범과 트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은은한 자극이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로 베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맛깔난 베이스와 미니멀한 구조의 유러피안 테크노와 신스 펑크―Funk―는 정말이지 대체 불가능한 흥겨움을 내포한다. 70년대의 일렉트로 팝을 그대로 재현한 「Ich Mwen」이나 「Mantra」 등 그저 듣기에 좋기만 한 트랙들도 곳곳이 있다. 반면 「It Hit Me」는 독특하다. 익스페리멘탈과 포스트 펑크 한 꼬집에 약간은 음산한 기운의 목소리, 후렴구를 휘젓는 인더스트리얼 비트 등 앨범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서스펜션을 담았다. 다소 괄괄하게 표현하자면 『Topical Dancer』의 소리는, Kraftwerk나 Talking Heads, Daft Punk의 그것을 소환해낸 것처럼 들린다. 이들의 음악이 그렇듯 『Topical Dancer』 역시 그럴듯한 역동성이나 그루브를 품은 춤곡의 집합이고, Charlotte Adigéry와 Bolis Pupul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Esperanto」는 『Topical Dancer』가 단순한 춤곡의 집합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번에 보여준다. 「Esperanto」의 이분법적 도식을 다루는 가사는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정확히는 영미 제도권 화자의 의견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 소수자 이슈에 관한 논의의 한계를, 그리고 동시에 논의의 필요성을 도외시하거나 부정하는 이들의 태도를 적확하게 가리킨다―에스페란토라는 언어가 마주하는 문제가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찬찬히 들어보자니 이를 꼭 심각하게만 다루지는 않는 것 같다. 「Blenda」에서도 그렇다. 이들은 자국 벨기에 안에서 이뤄지는 인종차별적 발화를 가사의 주재료로 다루면서도 이를 재치 있게 서술한다. “시리야,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줄래?” 그런가 하면 「It Hit Me」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목격한 미소지니를 비롯, 성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전달하던 위화감을 비로소 체감하던 순간을 다룬다. 무엇이 저 둘의 뇌리에 강하게 꽂혔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들은 그 무언가를 깨닫던 순간을 저 인더스트리얼 비트로 표현한다. 벨기에에 살아가는 이민자로서 이들이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각종 제노포비아를 다룬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분명 탁월하다. 하지만 이들이 앨범을 마무리 짓는 「Haha」와 「Thank You」에서 엿보이듯, 대중문화를 향한 진보적인 언사들마저, 이들은 속된 말로 아니꼽게 바라보는 것 같다.

정리해보자. 대책 없는 흥겨움 속에서 Charlotte Adigéry와 Bolis Pupul이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가 담긴 『Topical Dancer』는 크게 두 가지의 반응을 부를 것이다. 이에 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노래와 함께 춤을 추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크게 난처해하거나, 일단은 춤을 추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거나. 굳이 따지자면 저 둘은 우리가 후자의 태도를 보이기를 종용하는 것 같다. 일단 저들부터가 이미 너무나도 유머러스하거나, 오히려 춤을 추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소리와 리듬을 우리에게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분히 즐기고 나서 『Topical Dancer』를 곱씹어보는 것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정말 『Topical Dancer』의 이야기와 무관할 수 있을까. 「It Hit Me」의 후렴구는 왜 굳이 꺼림칙하고 어지러운 인더스트리얼 비트로 짜였을까. 저들은 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조소를 감추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가사에 그렇게 집중하는 게 저는 참 재미있는데, 그저 춤추고 분위기를 즐기는 걸 볼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Bolis Pupul의 전언에서 다소간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 여기서부터는 당신의 자유다. 그렇게 『Topical Dancer』를 듣는 우리는 모두, 알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도는 댄스 플로어에서 어둠 속의 댄서가 된다.

 

 

국적, 인종, 지향성, 출신지 등, 이와 같은 팻말들은 이제 단순한 수식을 넘어 일종의 속박과도 같은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속박을 떨치려는 이가 그동안 대중음악계에 얼마나 많았던가. 가까운 과거만 둘러보아도 Vampire Weekend, Frank Ocean, FKA twigs, Moses Sumney 등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Sudan Archives의 이름이 추가된다 하더라도 큰 위화감은 없을 듯 보인다. 『Natural Brown Prom Queen』을 통해 Sudan Archives는 몇 가지 속박을 향해 조소를 날린다. “바이올린은 흑인 음악과 어울리지 않아.” “미국의 흑인 싱어송라이터는 우리에게 이런 음악을 들려주어야 해.” 인간군상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 장르의 구분에 관한 보수적인 태도, 수만 가지에 이를 음악적 취향에 대한 편견 등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차단해왔는지 떠올려보라. Sudan Archives가 순전히 미국 국적의 흑인 여성이기에 Pitchfork가 『Natural Brown Prom Queen』을 올해의 두 번째로 가장 뛰어난 앨범으로 올린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Natural Brown Prom Queen』은 장르의 파괴와 대통합의 장으로 이해되는가. 우리의 경험칙은 때때로 요긴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때때로 요긴하지 않거나,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이 그때다.

근사한 인트로 「Home Maker」는 『Natural Brown Prom Queen』의 색채를 아주 적절히 요약한다. 디스코 리듬, 적절한 서스펜션, 관악기와 건반 샘플, 후렴구를 치고 들어오는 바이올린의 연주와 후반부를 장식하는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리듬 등, 소울풀할 뿐 아니라 때때로 트랙은 격정적이거나 음산해지며 극적인 전개를 꾀한다. 그러니까 이미 「Home Maker」에서부터 Sudan Archives는 그녀의 브리콜라주를 대번에 보여주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갖춰진 트랙을 만드는 데에만 그녀는 집중한다. 「NBPQ (Topless)」는 「Home Maker」보다 더 노골적으로 복잡하지만 동시에 대책 없는 흥겨움이 숨어 있고, 그런가 하면 사이키델릭 소울 트랙 「ChevyS10」에서는 2019년의 Solange를 완벽하게 모사하며 우리가 자그맣게나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Tarisai Ngangura의 다소 과장된 서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iara」나 「Freakalizer」와 같은 트랙은 그럴싸한 관능미가 동반된 훌륭한 팝 트랙이고, Sudan Archives는 그렇게 하나의 우아한 건축물을 만든다. 오래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메흐메트 2세가 아야 소피아를 보고 남겼다 전해지는 말이 떠오른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Natural Brown Prom Queen』은 장르의 파괴와 대통합의 장으로 이해되는가.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의 Sudan Archives가 신시내티의 Brittney Parks였던 시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어릴 적의 그녀는 아이리시 포크와 블루그래스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향한 호기심을 키웠고, 그렇게 성장했다. 하지만 누가 저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졌는가. 누가 저 길이 흑인이 걸어서는 안 될 길이라고 윽박질렀는가. 이 질문에 아주 자유로운 이는 드물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까 사실, 『Natural Brown Prom Queen』을 만들던 Sudan Archives에게는 파괴되거나, 융화를 이룰 장르가 이미 없던 셈이다. 물론 이것은 그녀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다못해 다른 누군가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다고 해도 그에 대해 크게 반박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Sudan Archives가 내놓은 근사한 결과물이다. 그녀의 고향 오하이오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희화화되는 밈이 유행하는 이 시점에, 그녀를 만들고, 망가뜨리고, 또 다시 만들었던 고향을 가리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다시는 내 불행을 신시내티 때문이라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창과 방패 대신 바이올린과 활을 든 아테나 여신―『Athena』 (2019)―을 자처하던 Sudan Archives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2022년 초입, Black Country, New Road의 두 번째 앨범 『Ants From Up There』에 대한 기대를 드높였던 건 역시나 『For The First Time』 (2021)에 대한 극찬에 가까운 평가였다. “현대 기타 음악의 중요한 금자탑,” “Radiohead가 그랬듯 록 밴드의 외연을 넓히는,” “백만의 추종자를 안겨줄 독창성.” 이를 바탕으로 영국 대중음악계가 기대를 보내는 모습을 볼 때 11년 전의 James Blake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공교롭게도 『James Blake』 (2011) 역시 당해 2월 4일 발매되었고, 연말 결산에서 외면받은 면도 유사하다. 당시 그들이 전자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드높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처럼, 11년 뒤의 그들은 반강제적으로 가사상태가 된 록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한번 드높이기에 아주 적절한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Black Country, New Road의 일곱 고전주의자는 그 적임자였다. 그런데 앨범이 발매되기 닷새 전, 밴드의 프론트퍼슨 Isaac Wood가 개인적인 사유로 밴드에서 탈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작 남은 멤버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행동했지만, 그 소식을 접한 사람 중에는 탄식을 뱉지 않은 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Ants From Up There』는 예정대로 발매되었다.

「Athens, France」 (2019)로 처음 Black Country, New Road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많은 이들이 Slint와의 비교를 시도했던 것처럼, 처음으로 「Chaos Space Marine」이 등장했을 때 Arcade Fire를 떠올렸던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Black Country, New Road는 이미 앨범이 발매되기 반년 전 앨범 전체를 실연한 바 있다. 단순히 밴드의 몇 멤버들이 연주하는 악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확실히 Isaac Wood의 호소력은 Win Butler의 그것과 닮았고 Lewis Evans와 Georgia Ellery의 턴제 게임, 일렁이는 베이스와 주술적인 피아노의 연주로 쌓아 올린 서스펜스를 일순에 해소하는 방식은 꼭 『Funeral』 (2004)의 트랙을 닮았다. 또 「Bread Song」은 독특하다. Isaac Wood의 목소리와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의 연주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저마다의 박자로 옮기다가도, 트랙 중반부에서 Charlie Wayne의 드럼이 그 뒤를 따라가자 이들이 모두 하나의 박자와 배열을 이룬다. “네가 이야기하기 전까지, 나는 빵가루가 떨어지는 줄도 몰랐는데.” Isaac Wood의 목소리와 가사는 한결같이 외로움과 상실의 감정을 담고 있지만, Black Country, New Road라는 밴드가 그 부재를 따스하게 채워주는 것 같다.

“난 내 몸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이와 같은 가사에서 암시되듯, 남은 멤버들은 Isaac Woods의 이탈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해온 듯하다. 『Ants From Up There』가 현재로서는 Isaac Wood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이탈은 밴드에게 치명적인 손실일 것이고 남은 멤버들이 이 부재를 어떻게 메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Lewis Evans의 삼촌을 기리는 헌정곡 「Mark’s Theme」으로부터 시작되는 앨범의 후반부는 이들이 충분히 근사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신뢰를 안겨준다. 물론 이런 작곡에도 Isaac Wood의 감각이 녹아있기 마련일 테지만, 고요한 체임버 팝, 주술적이고 철저히 정돈된 연주, 고즈넉함 혹은 무료함 그 사이에서 난잡한 파동을 일으키는 미드웨스트 이모의 보컬과 드럼을 듣고 있노라니 이들의 운명이 나쁜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어쨌든, 우리에게는 『Ants From Up There』가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저 하늘을 날아가는 한 대의 여객기에 Isaac Wood는 탑승해있지 않지만, Black Country, New Road는 저마다의 부푼 꿈을 안고 저 높은 곳 어딘가를 날아가고 있다. 친구 Isaac Wood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껏 안은 채로.

 

 

인디펜던트의 총아 Big Thief가 2년 남짓의 여행을 마친 끝에 러닝타임이 장장 80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돌아왔다. “나누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나눌 것이 정말 많아요.” 「The Only Place」의 가사는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를 만드는 과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해 요약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는 일전에 Adrianne Lenker가 찾아갔던 메사추세츠의 한 오두막을 포함해 뉴욕 북부, 토팡가 캐니언, 로키 산맥, 그리고 애리조나의 투손 등 참으로 미국적인 테마가 깃든 곳들을 거쳤다. 그러니까 Lana Del Rey가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 (2021)을 통해 제시했던 로드맵을 Big Thief는 거의 그대로 따라간 셈이다. Adrianne Lenker와 Big Thief는 단 한 장의 앨범을 통해 그간의 경험과 감정을 최대한 많이, 우리에게 투명하게 전시한다. 홍키통크를 위한 음악,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연주와 블루그래스, 간결한 인디 포크와 인디 팝, 애틋한 사랑과 심오한 장난, 여행과 숙고의 과정 등 저들은 확실히 나눌 것이 참 많은 듯 보인다.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은 “죽음,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난 문처럼,”이라는 가사로 시작해 “죽을 때까지, 영원히 살고 싶어요,”라는 가사로 끝난다. 이들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좀처럼 답을 찾기 어려운 심오한 질문이 된다. 하지만 “당신은 영원히 살 건가요? 절대 죽지 않고?”라는 또 하나의 심오한 질문을 뒤따르는 트랙들을 보자니 Adrianne Lenker가 꼭 심각하고 진지한 것만 같지는 않다. 「Time Escaping」 속의 다채로운 퍼커션과 Adrianne Lenker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싱코페이션, 블루그래스 트랙 「Spud Infinity」 속 그녀의 동생 Noah의 죠하프와 Mat Davidson의 바이올린 연주가 만드는 조화를 들어보라. 이들은 앨범 내에서 가장 장난스러우면서도 재기발랄한 지점이다. 그런가 하면 환각적이지만 동시에 고즈넉한 인디 포크 트랙 「Little Things」나 「Simulation Swarm」과 같은 트랙도 있다.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에서의 대가 없는 사랑은 종종 자연의 작은 생명이나 우리의 보잘것없는 일상에 비유되곤 한다. 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곁에 잔잔하게 내려앉아 기분 좋은 습윤함을 안길 뿐이다.

확실히 Adrianne Lenker는 어떤 경지에 올라섰다. 섣부른 짐작이지만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는 『Person Pitch』 (2007)와 『Fleet Foxes』 (2008)가 당도한 그 위치에 거의 근접한 것처럼 느껴진다.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는 저들이 그랬듯 사이키델리아, 그리고 인디 포크와 관련된 가능한 많은 전경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고즈넉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동시에, 저들보다 배로 긴 러닝타임 동안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높은 품질의 앨범이다. 물론 앨범에 담긴 수많은 이스터에그와 상념과 소리는 우리의 주변을 정처 없이 떠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에, Adrianne Lenker의 주문을 꼭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모든 것이 흩뿌려지고, 잿구름만 커질 때, 유일하게 중요한 곳은 바로 당신의 옆이에요.”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라는 타이틀만큼이나 거대한 이 앨범은, Big Thief가 떠난 창조적 여정의 모든 아기자기한 순간들을 담아낸, 티끌로 만든 태산이다. Adrianne Lenker가 동명의 트랙에서 노래하듯,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는 약간의 마법과도 같다.

 

Album Of The Year! 기타 음악이 예상치 못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기타 음악’이라는 이름이 적힌 가짜 부고장이 세상에 흩뿌려진 지도 꽤 시간이 흐른 듯하지만, 모두가 그 부고장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왜 가짜 부고장이냐고? 당신은 최소한 월드컵 주기마다 갱신되어야 하는 부고장을 본 적이 있는가? The New York Times가 그래왔고 Rolling Stone이 그래왔듯, 부고장을 무차별적으로 찍어내던 이들마저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무슨 수로 믿겠는가. 기타 음악은 Billboard 차트와 앨범 판매량에 목을 매지 않게 되었을 뿐 인디 록, 인디 팝, 네오 사이키델리아, 리바이벌 등 다양한 양태로 줄곧 우리와 함께 해왔다. 하다못해 스트리밍 플랫폼과 SNS 음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든 『Oracular Spectacular』 (2007)나 『xx』 (2009)를 들으면서도 『Murmur』 (1983)와 『Hatful Of Hollow』 (1984)를 들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타 음악의 생사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일은 말 그대로 별 재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첫 문장을 조금 고쳐보자. 기타 음악은 여전히 우리의 곁에서 은은한 향취를 내뿜고 있다고.

지금의 우리에게는 토론토의 인디 팝 밴드 Alvvays의 『Blue Rev』가 있다. 트위 팝, 쟁글 팝, 인디 팝, 그리고 슈게이즈와 노이즈 팝 등 이를 무어라 부르든 간에 『Blue Rev』는 대부분 요건을 그럴싸하게 충족하는 근사한 결과물인 것처럼 보인다. 「Archie, Marry Me」 (2014)의 상징적인 입지 위로 쌓아 올렸던 그들의 위상과는 별개로 Alvvays는 『Blue Rev』에서 더욱 진일보한 작편곡을 선보인다. 「Easy On Your Own?」은 비교적 「Archie, Marry Me」와 닮은 트랙이지만 그 이외의 다른 어떠한 트랙도 그 그늘 아래 있다고 여겨지는 트랙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훌륭한 인트로 「Pharmacist」에는 그전까지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활기와 정력이 넘실대고, 앨범을 여는 데에도 그보다 더 나을 수 없는 도입부가 있으며, Alvvays는 아예 작정하고 『Loveless』 (1991)의 Kevin Shields로 분해 맥이 빠진 보컬과 휘몰아치는 불협화음의 슈게이즈 연주, 반 박자 빠른 템포의 완급조절로 우리를 사정없이 채찍질한다. 앨범 내에서 가장 펑크―Punk―스러운 트랙 「Pomeranian Spinster」, 브릿팝과 파워팝의 전경을 고스란히 담은 「Belinda Says」, The Smiths가 발표했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After The Earthquake」와 「Pressed」, 하다못해 신시사이저가 중심이 되는 거의 유일한 트랙 「Very Online Guy」 등을 보라. 목소리와 악기가 벌이는 막상막하의 전투, 강력히 왜곡된 소리, 빠른 템포로 달려나가는 앨범의 진행 등 확실히 기타 음악은 아직 우리에게 어떤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력이 남은 듯하다.

이들은 『Blue Rev』가 거의 다 만들어졌을 때 즈음 글로벌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불상사로 인해 불가피한 공백기의 연장을 맞이해야 했다. “우리가 아직 이를 맞이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그 시기 동안 이들은 하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당시 The War On Drugs의 『I Don’t Live Here Anymore』 (2021)와 Big Thief의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2022)를 제작하던 Shawn Everett을 총괄 프로듀서로 합류시키자는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Alvvays에게 Shawn Everett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녹음을 진행하기를 주문했다―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연달아 연주하는 것. 그렇게 나온 두 테이크를 겹치거나, 그중에서 좋은 부분을 선별하거나, 필요한 소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Blue Rev』의 트랙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방식이 가장 두드러지는 트랙은 「Very Online Guy」다. Molly Rankin의 목소리와 이리저리 겹쳐지며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시사이저와 트랙의 시퀀스는 앨범 내에서도 가장 유별난 지점 중 하나다. 이렇게 만들어진 『Blue Rev』가 꼭 에너제틱하거나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소리의 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Very Online Guy」 뒤로 「Velveteen」과 「Tile By Tile」이 나란히 배치되어있다는 점은 그런 면에서 정말 마음에 든다. “쟁글” 그 자체인 목소리를 지닌 Molly Rankin이 스윙 발라드를 부르거나, 우리에게 바이브 퍼스트 뮤직 시대에 어울렸을 법한 고즈넉한 인디 팝을 들려줄 때, 우리는 언젠가부터의 기타 음악이 팝 음악의 오랜 비전과 꼭 다른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된다.

『Blue Rev』에 적힌 Molly Rankin의 가사가, Jeremy D. Larson의 표현대로 기존의 ‘Teenage-kicks’ 앨범과 트랙에 적힌 가사와 다른 점은, 놀라우리만치 사춘기의 유치함이 덜하다는 점이다. 청소년기의 감정과 일화를 노래하는 많은 가사는 저들이 얼마나 기성세대의 권위적 성격에 짜증이 나 있는지, 또 저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삐딱해졌는지,’ 혹은 저들의 감정이 얼마나 특출하게 특별한 것인지를 다룬다. 이에 대한 공감과 냉소는 천태만상이지만 저들이 그것을 호소하기 시작할 때 유치해지는 것은 피차일반이지 않은가. Molly Rankin에게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정신적인 파산은 그 위험성을 감수할 만한 나름의 미덕을 갖춘 일이고, 옛 연인을 직접 마주치는 일보다 약국에서 만난 그녀의 여동생으로부터 그가 새 연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이다. “넌 내 생각을 한 적이 없을 거야.”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상상이라거나 누구에게나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주 일어날 리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가사도 매한가지다. 만일 당신이 “단색의 보도를 그저 걸어 다니던” 기억이 있거나, 인터넷 세상에만 살아가는 이와의 “소위 ‘키보드 배틀’에 실소를 터뜨리는 중”이거나, 혹은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그저 그런 20대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는 이라면, 『Blue Rev』는 생각보다 조금은 더 특별한 가사가 담긴 앨범으로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종종, 세상이 어떤 이유에서든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있다고 느낀다. 혹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어렸거나 젊었던 시절의 우리가 더 열정적이었고 뜨거웠으며, 생기가 넘쳤거나 사무치는 감정에 솔직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Blue Rev』는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레브는 현재 Alvvays의 본거지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류―酒類―상품 중 하나고, Molly Rankin에게 이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았을 일탈의 표상이다. 저 시절의 표상을 십수 년이 지나고서도 그때와 똑같은 특별함으로 간직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 특별함을 보내주어야 한다. 그것이 당신에게 어떠한 변화를 불러왔든, 우리는 그것 위로 나이를 먹어가고, 많은 경험을 쌓으며, 그 시기의 윤슬은 무뎌지거나 흐릿해지고, 또 이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처럼 당연한 진리다. 그 생명력을 다했다는 기타 음악이 담긴 『Blue Rev』를 통해 Alvvays는 그들의 쿨함이 저 때 꿈꾸던 쿨함과는 다르고, 달라도 되거나, 그리고 끝내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시인한다. Tom Verlaine과 Belinda Carlisle은 여전히 어떤 표식으로 기능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작금에 와서 되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그들을 통해 특정한 안식을 느끼곤 한다. 현재의 대중음악을 듣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즐거움만큼이나 어떤 안식이 아니었을까. 그 어떤 인디 록, 인디 팝 앨범보다 저들의 익살맞은 태도가 담긴 이 앨범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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