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케이팝 리포트 – 케이팝을 경유하기

by YANG-S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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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의 빌보드(혹은 오리콘) 차트를 꿈꾸며 출범했던 가온 차트는 그것의 유효성에서도, 상징적인 면에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명칭을 ‘써클 차트’로 변경했고, 재편 이후 국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성과를 합계한 ‘Global K-pop Chart’를 신설, 이를 홈페이지 최상단에 기재하고 있다. 한편 국내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가 개설한 ‘팬덤 데이터 관측기’ 플랫폼 케이팝 레이더(K-Pop Radar)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차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음원 스트리밍이나 음반 판매 등의 테마가 아닌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플랫폼(SNS) 별 구독자/팔로워 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틱톡 내 음원 재생 횟수 등의 집계를 증감순/누적순/최신순 및 유저 성별에 따른 정렬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차트를 선보이고 있다.

대다수 음악 차트가 택한 음원 스트리밍, 음반 판매 등의 지표도 중요하겠으나, 오히려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은 스페이스 오디티가 택한 ‘SNS 구독자’, 혹은 ‘온라인 영상 플랫폼 조회수’에 가까운 것 같다. 하나의 음반이 발매되는 동시에 뮤직비디오와 안무 영상 등 음악과 직결된 영상부터 예능이나 비하인드 비디오 형식의 자체 제작 콘텐츠, 쇼츠 플랫폼에 게재되는 챌린지, 팬덤의 2차 창작 영상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영상)콘텐츠가 생성되는 작금의 케이팝에 단순히 ‘음원 스트리밍 횟수’, ‘음반 판매량’과 같은 지표만을 들이미는 것은 특정 아티스트나 그 활동의 성과를 온전히 해석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현재 많은 기업과 집단이 놓치고 있거나 집계할 수 없는 여러 지표들마저 케이팝에서의 성과를 점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포토카드 거래량, 멤버 생일 카페 개설 횟수 및 방문자 수 등 팬덤을 중심으로 한 지표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으며, 국내외 유튜브 채널에서 노래나 춤이 커버 영상으로 제작된 횟수, 랜덤 플레이 댄스 행사에서 재생되었을 때 노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원수,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 등에서 각종 장르와 방식으로 리믹스 된 횟수와 같은 비교적 팬덤과는 거리가 있는 지표도 그러하다.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들, 가령 유튜브 콘텐츠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봤을 때 언급된 횟수,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재생했을 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원생/학생 수, 해외 클럽 및 페스티벌에서 DJ가 재생했을 때 관객의 데시벨 등이 그 리스트에 작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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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돌아본다면, 케이팝에 대해 생각하거나 얘기할 때, 심지어 누군가가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케이팝을 얘기하는 건 재미가 없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보편적인 방식이나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케이팝을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 특히 그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악곡적 특징이나 차트 성적 등-에 다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년의 케이팝(의 음악) 자체가 재미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2022년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케이팝에서 더욱 재밌게 바라볼 수 있던 건, 뉴진스(NewJeans)의 「Ditto」에서 활용된 볼티모어 클럽(혹은 저지 클럽)이 현재 전 세계 대중음악 씬에서 부상하는 궤도나 NCT DREAM의 「버퍼링 (Glitch Mode)」에서 청각적으로, 혹은 시각적으로 무언가 지직거리는 형상이 중첩되는 것, 혹은 Stray Kids의 2회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달성 같은 뉴스가 아니었다. 이보다 내 구미를 당겼던 것은, 얼마 전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가 콘서트 도중 「OMG」 안무를 따라 추는 영상이거나,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피터 도(Peter Do) 런웨이에서 NCT DREAM의 멤버 제노가 걸어 나오는 순간, 혹은 Stray Kids의 창빈이 이른바 ‘줏대좌’로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과정 등의 사례에 가깝다.

이것을 많은 경우에 케이팝에 대한 글과 영상이 다루는 핵심 부분과 동일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대다수의 케이팝 리뷰나 칼럼이 다루는 음원/음반 관련 지표나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시장에서의 성과 분석, 음악의 감상을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의 요소로 확장하고, 세계관과 콘텐츠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기획된 의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기존의 방식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에 통용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케이팝의 핵심에 위치한 것으로 여기는 것들, 특히 음악을 중심으로 여러 콘텐츠와 인물, 역사를 탐구하는 것에 다소간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동시에 여기서 벗어난 질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방식으로 케이팝을 바라볼 때, 위에서 언급된 요소는 현재의 케이팝을 어느 정도까지 설명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은 얼마나 존재하는가? 그러니까, 이것-음악을 중심으로 한 지표와 분석-만으로 지난해의 내가 케이팝 내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 우리는 케이팝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그 바깥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즐거움과 재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여기서 잠시, 나는 케이팝의 모호한 역사나 특성을 분석하며 분야 자체를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그 핵심적인 부분과 요소를 세세하게 규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기존의 방식과 분야의 핵심에 매몰되어 그 주변부에 무수히 널려있는 재미를 놓치는 건 한 명의 리스너로서, 혹은 한 명의 케이팝 팬으로서 다소 안타까움을 느낄만한 일이다. 따라서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들은 케이팝을 이야기할 때에 반드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재미가 확실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에 가깝다. 나는 「FEARLESS」와 「ANTIFRAGILE」의 강인함과 미숙함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르세라핌의 정체성보다는 디자인 스튜디오 허스키 폭스(Husky Fox)가 제작한 그들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뉴진스가 작년 한국 대중문화에 선사한 파장보다는 “아 저 뉴진스의 Hype Boy요”와 같은 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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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 내외에서 촉발되는 SM Ent.와 HYBE 간의 이슈를 지켜보는 과정은 개개인의 호오를 떠나서라도 무척 거슬리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지속하는 케이팝 시장의 정상에 위치한 두 기획사 간의 치열한(혹은 처절한) 자리싸움, 그리고 케이팝의 원류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기획사 대표(들)의 추잡한 입장(들)을 보고 듣는 시간은 산책 중 웬만해서는 피해 가고 싶은 SNS 핫플레이스 앞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줄 뿐이다. 한편 지난해 내가 <2022 케이팝 리포트>라는 거창한 제목과 함께 ‘초대형 기획사’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식의 명명으로 소개했던 SM Ent.와 HYBE가 추구하는 기조는 지난해에 이르러 상당수 실현되었는데, 성수동에 건설한 신사옥에 ‘광야(KWANGYA)’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에 이어 GOT the beat의 「Stamp On It」에서 아티스트의 입을 빌려 “결국 legacy의 게임”을 외치는 순간 SM Ent.의 고집스러운 자의식은 폭발하기 시작했고,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던 HYBE의 무서운 확장세는 끝내 작금의 이슈-시장 내 다른 초대형 기획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이슈-를 촉발했다.

설마가 사람 잡던 지난 1년의 경로를 지나, 지겹고 처참한, 때로는 두려움마저 선사하는 작금의 이슈를 중요한 의제로서 이 글에 끌어오고 싶진 않다. 그저 내가 2022년의 SM Ent.와 HYBE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들이 만들어낸 경로 내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기획사의 주요 행보나 활동 반경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가령, 지난해 SM Ent.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여러 콘텐츠 중 가장 흥미로운 인상을 선사한 건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이나 그 성과가 아닌, 기획사의 산하 레이블, 혹은 신설된 유튜브 채널에서 생산되는 콘텐츠였다. 2016년 SM Ent. 산하의 EDM 레이블로 설립된 ScreaM Record는 2020년부터 SM 아티스트의 신규 타이틀곡을 국내외 프로듀서의 리믹스 버전으로 제공하는 ‘iScrea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NCT 127의 「영웅 (英雄; Kick It)」을 시작으로 최근 「질주 (2 Baddies)」에 이르기까지 총 21회 진행된 iScreaM 프로젝트는 수민(SUMIN), 진보, PREP 등 국내외 아티스트부터 Will Not Fear, No Identity, Habstrakt 등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프로듀서, DJ의 손을 거쳐 기존 발매된 케이팝 트랙을 새로운 모습으로 세공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개성을 지닌 프로듀서 고유의 방식으로 재가공된 케이팝 트랙은 그 기반에 걸맞게 기존 케이팝의 무대가 아닌 클럽과 페스티벌에 보다 어울리는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과거 SM STATION 프로젝트를 통해 발매되었던 「두근두근 (Pit-A-Pat) 250 Remix」와 꽤나 유사한 궤적으로 케이팝의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aespa 「Next Level (Habstrakt Remix)」 MV, SM Ent.


한편, 작년 2월 소리 소문 없이 개설된 SM Ent.의 유튜브 채널 ‘SMP FLOOR‘는 기존 SM Ent. 및 아티스트 개별 채널에 산재되어 있던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을 종합하여 게시한다는 목적을 지닌 채 출범했다. 그중에서도 이미 케이팝의 대표적인 영상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안무 영상이나, 아티스트의 무대 공연을 넘어 일반인 댄스 커버 영상의 제작 지침서로 활용되는 Camerawork Guide는 채널의 주요한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채널에 공개된 영상 가운데 내 관심을 끌었던 콘텐츠는 기획사의 의뢰를 받아 퍼포먼스를 제작한 수많은 댄서, 안무가들의 안무 시안을 공개한 영상이다. SM Ent.가 한 곡의 퍼포먼스를 위해 다수의 안무가에게 의뢰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던 만큼, SMP FLOOR에는 하나의 트랙을 둘러싼 여러 안무가의 시안을 개별적으로, 혹은 최종 버전에 맞게 편집한 버전으로 게시하고 있다. 가령, 해당 채널에는 aespa의 「Girls」와 관련한 여러 영상이 게재되었는데, 일찍이 팬덤에게 이름을 알린 안무가 이바다를 포함한 총 6팀의 안무 시안을 공개했고, 이후 「Girls」의 실제 안무에 맞게 각 팀의 시안을 편집한 영상을 함께 업로드했다. 케이팝에서 음악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퍼포먼스가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 댄스 커버 콘텐츠로 확장되고,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촉발된 국내 스트릿 댄스 및 댄서에 대한 관심에 발맞춰 개설된 SMP FLOOR는 기존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퍼포먼스 영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많은 댄서와 안무가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aespa ‘Girls’ Choreography Draft (Edited Ver.), SMP 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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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Ent.가 ScreaM Records와 SMP FLOOR로 음악, 퍼포먼스에서 독특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2022년 HYBE는 산하 레이블의 신규 걸그룹을 중심으로 인상적인 행보를 펼쳐냈다. 쏘스뮤직(SOURCE MUSIC)과 ADOR(어도어)에서 런칭한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그룹이 음악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낸 성과 역시 돋보였지만, 그들의 활동에서 보다 눈길을 끈 요소는 그들을 둘러싼 각종 비주얼 요소에서 비롯된다. “I’M FEARLESS”라는 문장의 애너그램으로 만들어진 르세라핌(LE SSERAFIM)은 그룹의 로고에서 해당 콘셉트 라인이 그룹명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큼직한 산세리프 폰트로 작성된 두 문장 사이를 굵은 직선으로 연결한 르세라핌의 로고는 화려한 장치나 설명 없이도 그룹의 강인한 콘셉트-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를 강조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한편 르세라핌이 참여한 연세대학교 축제(아카라카)에서 그들이 착용한 의상에 대한 호평이 곳곳에서 이어지는 순간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재개된 대학 축제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해당 학교의 과잠(과 점퍼)을 입으며 화제가 되었던 여러 사례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르세라핌은 연세대학교의 과잠과 학교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맨투맨 등을 그들의 콘셉트에 맞게 리폼했고, 이러한 모습이 축제에 참여한 학생 및 관객을 포함해 팬덤 내외부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LE SSERAFIM Brand Identity Design, Huskyfox


케이팝 아티스트가 데뷔에서부터 명확한 색깔을 지니고, 그들을 하나의 매력적인 브랜드로서 세공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자리하는 현재의 시장에서, 르세라핌은 그 숙제를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기 내에 해결한 듯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활동 초기부터 그룹과 기획사를 향해 제기된 문제들을 영민하게 피해 가는 전략이나, 두 차례의 음반 활동을 통해 선보인 음악과 콘텐츠의 매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르세라핌이라는 그룹을 둘러싼 여러 요소를 하나의 명제로 매끄럽게 묶는 과정에 그들의 비주얼 요소가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그들이 이와 같은 훌륭한 미감과 일관된 콘셉트의 비주얼을 지닐 수 있는 데에는 기획사 내부 제작진 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 주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에 따라 비주얼 디렉터나 아트 디렉터로 불리기도 하는, 아티스트와 음반의 전반적인 비주얼 요소를 총괄하는 인물로서 독창적이고 일관된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한 비주얼 요소를 제작하는 그들의 임무는 최근의 케이팝 시장에서 보다 중요한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를 위시한 다수의 관련 직책은 A&R(Artist & Repetoire)이란 명칭만큼 그 업무와 역할이 모호하지만, 이 문단에서는 그 명확한 정의를 다루기보다 르세라핌의 앨범 크레딧에 기재된 명칭을 사용했으며 이후에는 다소 명확한 구분인 ‘비주얼 디렉터’로 이를 지칭함을 밝힌다.

별안간 케이팝 시장에서 비주얼 디렉팅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HYBE와 SM Ent.를 비롯한 큰 규모의 기획사는 자사 내부의 주요 인력을 해당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다. 이들은 때에 따라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 전반의 활동을 담당하기도, 개별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전담하기도 하는데, 케이팝 산업에서 비주얼 디렉터가 갖는 중요성을 알렸다고 평가받는 민희진 대표의 ADOR와 뉴진스의 비주얼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민희진이 SM Ent.에 재직 중이던 2012년, 그가 담당한 f(x)의 『Pink Tape』(와 음반의 아트 필름)를 기점으로 케이팝 시장에서 비주얼 디렉팅은 유례없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비슷한 시기 본격화된 케이팝 시장의 해외 시장(비-아시아권) 진출 과정에서 더욱 큰 비중을 부여받았다. 케이팝이 본격적인 ‘보는 음악’으로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미려한 패션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은 물론, 그래픽, 제품 등의 각종 디자인과 이미지,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미감으로 그룹과 작품의 일관된 색채를 구축하는 여러 비주얼 요소는 산업에서 보다 주요한 입지를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로에서 민희진 대표는 그 특유의 감각적인 분위기와 시장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요소의 도입으로 (비교적 음악과는 거리가 먼 분야의)케이팝 제작자로서는 이례적인 관심을 얻게 되었다. 

지난해 민희진 대표가 총괄 제작한 뉴진스의 데뷔 소식이 전해진 후,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그룹이 보여줄 비주얼 요소를 향한 팬들의 뜨거운 기대는 이어졌다. 그리고, 뉴진스의 데뷔 이후로 8개월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룹을 둘러싼 수많은 비주얼 요소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어 케이팝 팬덤과 대중 전역을 아우르는 막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뉴진스의 여러 비주얼 요소 중, 기존 산업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뮤직비디오-특히 「Hype Boy」 4 버전 뮤직비디오의 충격적인 방식이나, 돌고래 유괴단이 제작한 「Ditto」 뮤직비디오의 화제성-에서 만들어진 파급력은 단연 대단했다. 특히 ADOR가 그룹을 런칭하는 전략으로 보편적인 방식-음악 방송 무대 데뷔,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티저 공개 등-이 아닌 유튜브에 「Attention」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나, 「Ditto」의 뮤직비디오와 연관된 다양한 연계 콘텐츠-Ban Hee Soo 채널에 업로드된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 캐릭터의 캠코더 촬영 영상 등-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민희진 대표와 ADOR가 최근의 시장에서 영상 콘텐츠가 갖는 중요성을 대하는 태도를 일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NewJeans 「Hype Boy」 MV (Intro), HYBE LABELS


그리고, 여러 영상과 더불어 앨범 커버, 로고 등에 등장하는 토끼 일러스트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 음반과 시즌 그리팅, 의류 등 MD 제품을 아우르는 제품 디자인 또한 그룹을 둘러싼 커다란 관심의 주역으로 자리했다. 특히 첫 음반 『New Jeans』 발매 시기 공개된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 요소와 이미지는 음악과 영상에 내포한 Y2K 풍 콘셉트와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그 분위기를 강화했다. 이후 이러한 기조는 CD 플레이어 케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한정판 음반과 대부분의 요소가 종이로 제작된 실물 음반의 독특한 외관, 앨범 내부의 구성 품목-자체 팬덤 커뮤니티 앱 포닝(Phoning)의 사용 매뉴얼 카드, 가사와 함께 안무 설명,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담아낸 LOG BOOK 등-이 제공하는 신선함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데뷔 프로모션의 첫날부터 등장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는 창구이자 독창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그들의 웹사이트를 빼놓을 수는 없는데, 이는 기존 케이팝 시장에서 아티스트의 개별 웹사이트를 제작하지 않고 기획사 전체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아카이빙 및 포트폴리오, 스케줄 공지 등 제한된 방식만으로 활용하던 경우와 달리, 웹(사이트)를 본격적인 프로모션 도구로 활용하는 그들의 영민함을 드러내는 사례로 자리한다.  


이에 더해, 뉴진스의 비주얼 요소는 두 번의 활동 과정에서 그들이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 혹은 기획사 외부 제작자와 협업하는 방식을 통해 그 매력을 강화했다. 가령 『New Jeans』 발매 프로모션으로 진행된 더현대 서울 팝업 스토어와 『OMG』 발매 당시 진행된 국내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NUDAKE)의 콜라보 케이크는 기존 케이팝 프로모션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팬덤과 대중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프레스룸(PRESS ROOM)이 제작한 2023년 시즌 그리팅 MD는 사이트 품절 이후 (KREAM을 비롯한)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가의 3~4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첫 음반의 타이틀 중 하나인 「Cookie」의 활동 의상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를 선택한 것도 인상적인데,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전원이 착용한 의상을 혜인 서(Hyein Seo)와 협업으로 만들었다거나, Æ Synctx(아이 시낵틱스), 유즈(YUSE) 등 도회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국내 브랜드의 제품을 무대 의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그렇다. 이는 앞선 시기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당시 유행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했던 사례와 유사하게,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내 유수의 패션 브랜드와 케이팝이 본격적인 상호작용을 펼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뉴진스뿐만 아니라 최근 두 차례의 활동을 전개한 NCT 127이 「질주 (2 Baddies)」 활동에서 KUSHIKOCH(쿠시코크)의 컬렉션 제품을, 「Ay-Yo」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지용 킴(Jiyong Kim)과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PAF)의  의상을 주요 의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3-1.

뉴진스가 지난해 시장에 남긴 수많은 여파 속에서 그들의 음악이나 비주얼과는 거리가 먼, 혹은 기획사나 아티스트의 의도가 담기지 않은 콘텐츠가 화제가 된 점 역시 흥미롭다. 2022년 국내에서 유행했던 유튜브 콘텐츠 중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는 해외 틱톡 시장의 트렌드를 다소 늦게 한국 시장으로 들여온 사례에 가깝다. 해외(특히 서구권)에서는 이미 여러 TV 프로그램의 포맷으로 사용될 만큼 익숙한, 길거리에서 행인을 붙잡고 급작스레 말을 거는 일련의 콘텐츠들은 현재에 이르러 ‘지금 듣고 있는 노래’와 같이 일상적인 주제부터 ‘역사상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수나 래퍼’를 묻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다소간 낯선 이와의 대화(스몰 토크)가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하는 서구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편,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스몰 토크는 물론 낯선 이와의 갑작스러운 대화를 기피하는 성향을 지닌 한국 사회에서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라는 콘텐츠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언젠가 자신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를 상상하며 스스로의 독특한 취향을 자랑하고 싶은 이들의 개인적 원념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와 같이 허무맹랑한 상상은 무시하더라도, 해당 콘텐츠가 지난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과정에는 단연 뉴진스의 「Hype Boy」가 선사한 영향력이 지대했다.


“저…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아 저 뉴진스의 하입 보이요”

( 「Hype Boy」의 후렴 안무를 따라 추며 앞으로 나아간다)

tiktok @seventeen17_official

와 같은 형식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Hype Boy」의 밈이 별안간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며-가령 행인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처럼 콘텐츠를 위한 질문이 아닌, 실제 길을 묻는 등의 일상적인 질문(“홍대 가려면 어떻게 가요?”)과 같은 상황으로 바뀌며-국내에서 주요하게 생산, 유포되었던 것과 달리, 이보다 조금 늦은 시기 발매된 「OMG」의 밈은 오히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주목받은 사례가 되었다.


케이팝이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받는 관심과 뉴진스의 선풍적인 인기를 필두로 수많은 쇼츠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던 「OMG」는 발매 초기 일부 틱톡 유저(특히 서구권의 남성 유저)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는 케이팝 자체에 대한 일부 해외 소비층의 인식-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멸시적 인식-을 반영한 듯했으나, 오히려 누군가는 이를 기회 삼아 「OMG」를 독특한 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가령, 「OMG」가 재생되는 한편 “누가 이런 노래를 듣냐?(Y’all Listen to this?)”라는 자막과 이를 질색하며 부정하는 남성이 나오던 화면은, 별안간 흘러나오는 곡의 후렴과 함께 해당 남성이 그 안무를 따라추는 씬으로 전환된다. 이와 같은 형식의 영상은 본래 틱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진중한 표정을 짓고 걸어가는 장면 위로 “남들이 보는 내 모습”과 “실제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이라는 자막을 띄운 채 그 배경음악으로 케이팝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OST, 혹은 간지러운 멜로디의 베드룸 팝 등을 재생하는 사례가 그렇다. 

@milktpapi

This song has been on repeat for a WEEK 🕺🏻🕺🏻🕺🏻🕺🏻😭 they laced it with something

♬ OMG – NewJeans
tiktok @milktpapi


이러한 영상 형식은 대체로 서구권의 남성 사회를 중심으로 멸시받는 장르의 음악(특히 서브컬처적인 팬덤이나 여성 팬덤이 압도적인 장르 음악)을, ‘알파 메일’에 부합하는 외모의 남성-혹은 이와 관련된 콘텐츠 속 인물-이 듣고 있는 장면의 모순을 그려내는 걸 주요한 목적으로 삼는다(더구나 지난해 무렵,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분한 캐릭터는 그 특유의 냉소적인 모습과 작품 내부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해외 남초 성향 커뮤니티에서 ‘알파 메일’과 유사한 의미의 ‘시그마 베일(Sigma Bale)’로 명명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케이팝이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반복하는 가운데, 「OMG」 밈을 비롯해 서구권의 인셀 커뮤니티를 풍자하거나 이를 다소간 유머러스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케이팝이 사용되는 사례는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와 달리 Stray Kids의 멤버 창빈이 자체 콘텐츠 중 후렴구를 개사해 부른 “우리 엄마 엄마가”와 같은 「OMG」 밈이 화제가 되었던 것도 여러 의미로 인상적이다-이를테면, 창빈이 자신에게 음식 맛을 묻는 멤버에게 “난 네가 줏대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라며 장난스레 건넨 말이 추후 많은 이들에게 그를 ‘줏대좌’로 각인시키는 과정이나, 2022년 그와 같은 기획사-JYP Ent.-에서 데뷔한 NMIXX의 멤버 오해원의 라이브 소통 방송 중 드러난 유머러스한 성격이 대중에게까지 알려지는 과정이 그러하다.

Youtube ‘Stray Kids’ 채널


3-2.

현재 틱톡을 비롯해 여러 쇼츠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케이팝 관련 콘텐츠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케이팝의 퍼포먼스를 따라 하는 커버 영상, 혹은 비슷한 맥락을 가지면서도 커버와는 달리 명확한 목적-홍보성 성격-을 지닌 채 제작되는 챌린지 영상이다. 특히 2020년 발매된 지코(ZICO)의 「아무노래」를 그 시초로 보는 케이팝 시장의 챌린지 영상이 지난해 들어 꽤나 상이한 방향성을 띠는 상황을 주목할 만하다. 「아무노래」 챌린지가 새로운 플랫폼과 방식을 기반으로 팬덤과 대중에게 신선함을 제공하고, 나아가 해당 프로모션이 시장 내외에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행사했다는 명제 아래, 이후의 케이팝 시장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신곡을 발매한 모든 아티스트가 서로의 안무 챌린지를 품앗이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케이팝 챌린지가 본래의 목적-여러 유명인의 참여로 챌린지와 노래를 홍보한 뒤, 따라 하기 쉬운 안무의 챌린지를 일반인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에서 다소간 벗어나, 웬만한 실력으로는 따라 할 수도 없을 수준의 케이팝 퍼포먼스를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강박적으로 촬영하는 듯한 경향이 만들어져 많은 이들이 우려를 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최근의 챌린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특성 중 하나는, 해당 아티스트가 가진 춤 실력과는 별개로 다른 아티스트의 챌린지에 참여(해야)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해당 안무를 오랜 시간, 정확한 동작으로 익힌 원곡자에 비해 그 능숙함이나 완성도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는 풍경이 연출된다는 점에 있다. 이는 이미 팬덤을 넘어 시장 전반에서 인정받은 각 그룹의 메인 댄서, 혹은 특출난 춤 실력으로 알려진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예외적이지 않다. 이제 막 발매된 다른 아티스트의 신곡 안무를, 짧은 시간 내에 개별적으로 연습한 뒤 챌린지를 촬영해야 하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대부분의 시청자가 원곡자의 옆이나 뒤에서 그 춤을 미숙하게 따라 하는 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빈번하게 포착되곤 하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정확히는 2021년 하반기에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작년의 <스트릿 맨 파이터>에 이르기까지, 방송 안팎에서 댄서들이 창작한 스트릿 댄스 안무나 기존 강렬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몇몇 아티스트의 춤을 적극적으로 따라 하는, 되려 챌린지보다는 댄스 커버의 정의에 가까운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스우파> 흥행의 기폭제가 된 「Hey Mama」나 최근 <스맨파>의 「새삥」의 퍼포먼스를, 혹은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 등 강렬한 안무를 각자의 개성으로 커버하는 아티스트들의 챌린지 영상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뛰어난 춤실력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었던 NCT의 지성,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연준, IVE의 가을 등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챌린지에 대한 인식, 곧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통해 챌린지를 대중의 영역까지 퍼뜨려 홍보 효과를 강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난이도의 춤을 더욱 강렬하게 선보여 아티스트 개개인의 역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Youtube ‘Stone Music Ent.’ 채널


그러나 요즈음 케이팝 챌린지 중에는 이와는 다소 대비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가까운 예로 지난 2월 발매된 세븐틴-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챌린지는 통상적인 의미의 챌린지에 부합하는 단순한 안무에 그룹(멤버)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혹은 유머러스한 상황 연출-이 더해져 많은 관심을 모았고, 트와이스(TWICE) 나연의 솔로 데뷔곡 「POP!」은 양손을 서로 다른 타이밍에 쥐거나 펴는 복잡한 동작이 일으키는 혼란이 화제가 되며 많은 이들의 챌린지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IVE의 데뷔곡 「ELEVEN」은 본래 기획사 측면에서 계획한 후렴구 안무가 아닌, 뮤직비디오와 음악 방송에서 화제가 된 초반부의 손가락 춤 파트가 틱톡의 자체 ‘영상 줌’ 기능과 어우러지며 화제를 모았고, 추후 공식 계정에서 기존의 (후렴 안무)챌린지가 아닌 유저들이 기획한 초반 파트를 챌린지로 활용하는 이색적인 순간을 자아냈다. 나아가, 별안간 케이팝 아티스트가 아닌 (춤과는 거리가 먼)인물이 공식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본래의 안무나 챌린지 동작을 단순화해 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사례도 자주 포착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러한 방식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아티스트 의전 경호팀이나 매니저 등의 반경으로 확장되기도 했으며, STAYC는 멤버 시은의 아버지-물론 그가 전설적인 댄스가수 박남정이긴 하지만-가 멤버들과 함께 챌린지에 참여하는 진풍경을 선보이기도 했다.

tiktok @ive.official


4.

지금까지 언급한 케이팝의 주변부가 대체로 그들의 다양한 콘텐츠-음악, 영상, 비주얼 등-에서 비롯되었다면, 마지막으로 살펴볼 만한 부분은 케이팝이라는 명칭 자체의 주변부에 있다. 대대로 이어지는 논쟁거리이기도 한 케이팝의 영역에 관련하여,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XG는 ‘한국인이 없는 케이팝 그룹’, 혹은 ‘한국어가 없는 케이팝 음악’에서 더 나아가, ‘해외 기획사에서 제작된, 전원 외국 국적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외국어로 가창하는 음악’으로서의 케이팝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는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이와 유사한 논쟁에 거론되는 대부분의 그룹이 한국의 케이팝 기획사에서 제작된 것에 반해-SM Ent.의 WayV와 JYP Ent.의 NiZiU 등, 일본의 레이블을 모처로 삼는 XG의 상황은 이러한 논란에 불씨를 지피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과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가 게임과 연동된 콘텐츠로서 걸그룹 K/DA를 런칭했을 때의 상황과 유사한 논의를 불러오기도 했다. 물론, K/DA의 주요 목적이 ‘가상 K-Pop 걸그룹’으로서 게임(및 관련 행사)에 사용되는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며, 해당 활동에 케이팝 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미연과 소연이 참여하는 등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앞서 말한 ‘기획사의 국적’ 측면에서의 논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일부 공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XG 「MASCARA」. XG


00.

2022년의 케이팝이 만들어낸 국내외 시장에서의 성과와 그 파급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케이팝 자체의 음악적 특성을 비롯해 산업 내부에 요구되는 요소들의 비중이 다각화되는 가운데, 여전히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들은 보편적으로 케이팝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글에서 소개한 디자인, 사진, 패션 등의 비주얼 요소나 쇼츠 밈, 챌린지 같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 혹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합의되지 않은 케이팝 자체의 정의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케이팝의 주변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무한한 재미와 열렬한 논의 주제는 그 중심부 만큼이나 뜨겁고 치열하다. 다소간 모두를 지치게 하는 문제적인 이슈와 쉽게 체감되지 않는 수치적 지표에만 지극히 몰두하기보다도, 그 주변부에서 우리의 관심과 구미를 당기는 색다른 재미를 포착하는 것 또한 케이팝을 온전히, 그리고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샛길이 될 것이다.

2 comments

BCD 2023년 7월 22일 - 4:50 오전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작년 글이지만 정주행하듯 읽고 있네요..

*내용 중 밈 관련) 스트레이키즈 ‘창빈’ 부분을 모두 방찬으로 쓰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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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SOHA 2023년 7월 25일 - 10:18 오후

안녕하세요, 양소하입니다. 먼저 온음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해주신 오류에 대해 확인 후 수정했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검토와 게시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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