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의 완화를 기점으로 대면 공연과 해외 무대 진출이 재개되고,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활약은 2022년 유독 눈부셨습니다. 새로운 걸그룹이 보여준 행보는 이른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암시하듯 명확한 발자취를 남겼고, 몇 아티스트는 케이팝을 넘어 대중음악, 그리고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보이그룹이 유수의 해외 국가에서 전개한 투어 공연과 차트 성적은 매번 신기록을 세우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다시금 떠오르는 솔로 아티스트의 기세도 맹렬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뛰어난 음악과 활약이 무수히 쏟아졌던 지난 한 해 동안, 특히나 인상적인 트랙과 기억할 만한 활동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본 결산은 지난 한 해간 발매된 케이팝 트랙 중, 개인적인 취향과 견해를 더해, 특히 인상적이고 기억해야 할 작품을 리스트의 형태로 선정했습니다. 케이팝은 그 안에 내재한 여러 요소의 복합적인 고려가 필수적인 만큼, 선정에 있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요소와 함께 작품과 아티스트의 성과, 산업 내에서의 영향력, 시장의 경향성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최근 케이팝 시장에서 음악 및 퍼포먼스 만큼이나 중요하게 떠오른 디자인, 영상 등의 비주얼 요소와 이전에 말한 바 있는 케이팝의 특성-세계관 등 스토리텔링, 음악의 장르 및 구조적 다이나믹-을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작품이나 아티스트의 ‘예외성’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구성된 시장과 기획사의 주도 아래 정교하고 방대하게 짜여진 전략 안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사건과 그로 인한 충격은 어쩌면 케이팝 자체의 매력과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선정 여부와는 별개로, 본 결산은 지난 1년간 발매된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명시합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매번 온음을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또 한 번 이 리스트가 여러분의 2022년을 돌아보는 데에, 나아가 미래에서 2022년을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본 결산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1월 사이에 발매된 음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 본 결산은 온음의 필진 양소하 개인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결산입니다. 본고의 선정에 대해 다른 온음 필진들의 견해가 개입되지 않았음을 알립니다.
- 본 결산은 총 50개의 트랙 선정 후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25개 트랙에 리뷰를 남겼습니다. 리스트의 선정에는 개인적인 취향과 견해가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 리스트에 선정된 작품은 발매일 순으로 소개합니다.
Hornorable Mentions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2022년 현재에 있어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장단은 보다 명확한 구분을 짓고 있다. 특히나, 2020년 경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사건이 불거진 이후로는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팽배했음에도, 그 이후 진행된 여러 방송 및 프로젝트는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강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로서 남기도 했다. 특히 <프로듀스> 시리즈의 후속 시리즈에 가까운 <걸스 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통해 결성된 케플러(Kep1er)는 세간의 우려와는 반대로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룹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전부 지닌 명확한 근거이자, 케이팝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포화 속에서도 돋보이는 매력을 지닌 그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케플러의 데뷔 앨범 『FIRST IMPACT』의 수록곡인 「MVSK」 역시 무척 인상적이지만, 그럼에도 타이틀곡 「WA DA DA」는 2022년 발매된 수많은 케이팝 트랙 중에서도 뚜렷한 매력을 가진 트랙으로 기억될 것이다. 「WA DA DA」는 제목에 걸맞은, 매 박자마다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는 드럼 리듬을 필두로 강렬하게 전개되는, 마치 “와다다” 달려가는 듯한 이미지를 지닌다. 정박마다 떨어지는 킥과 함께 보컬 요소로 강렬한 분위기를 만드는 벌스를 지나, 무거운 사운드로 점철된 프리코러스의 고조 이후 등장하는 “WA DA DA DA”라는 외침까지의 초반부는 강렬하고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후렴에서는 중독성 있는 가창과 함께 매 박자를 내리찍듯 움직이는 댄스 퍼포먼스가 그려지고, 이 또한 곧바로 “Kep 1 going WA DA DA DA”라는 외마디와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마치 ITZY의 초창기 트랙에서 보았던 것처럼, 무겁고 강렬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쾌활한 분위기로 변주하는 방식은 케플러와 「WA DA DA」가 가지는 다양한 매력을 강조한다. 이후 브릿지와 마지막 후렴에서도 두드러지는 케플러의 양면적인-어둡고 강렬한/활기차고 신나는- 이미지는 곡 전반에서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WA DA DA」 고유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전 글에서 언급한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의 강점인,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 역시 확고하게 드러난다. 「WA DA DA」의 양면적 매력을 대표하는 듯한 음색과 가창으로 곡의 분위기를 주조하는 김채현과 서영은의 훌륭한 실력은 물론이며, 이전 <걸스 플래닛> 방영에서부터 주목받았던 히카루 역시 첫 후렴 직후의 랩 파트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특히, 곡이 전개되는 내내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파트의 주인공은 김다연이다. 곡의 시작에서 확실한 포인트를 찍어내는 훌륭한 랩 실력뿐만 아니라, 후렴에서의 “Running vroom vroom vroom Like a supersonic”, “맘이 쿵쿵쿵 뛰어 미친 듯이” 등 킬링 파트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모습은 그 어떤 멤버의 활약보다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댄스 퍼포먼스에 있어서도 훌륭한 역량을 선보이는 김다연을 비롯해 다인원 그룹의 강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케플러의 퍼포먼스 역시 「WA DA DA」를 통해 돋보이는 케플러의 매력 요소 중 하나로 자리한다. 이렇듯 다양한 매력 요소로 점철된 케플러의 「WA DA DA」는 여전히 여러 방송사와 기획사들의 왜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증명하는 예시이자 단일 작품과 퍼포먼스만으로도 훌륭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과격함을 미덕으로 삼는 최근 케이팝 보이그룹 스타일의 경향 속에서, OnlyOneOf(온리원오브)가 제시하는 도회적인 감각은 다른 아티스트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발매된 수많은 케이팝 트랙 중에서도, OnlyOneOf의 「skinz」는 독보적으로 여길 수 있을 만큼 공격성을 띠는 과격함을 아주 미려하고 자극적으로 세공한 사운드로 만들어낸다. 덜컹거리듯 나아가는 신디사이저와 예측할 수 없는 리듬 위로 미끄러지는 멤버들의 가창은 때로는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때로는 날카로운 고음과 저음역의 랩을 교차하며 곡 전반의 거친 질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동시에 후렴에서는 전형적인 빌드업-드롭의 폭발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침잠하는 소리들의 교차 진행 속에서 매끄러운 전개를 사용하고, 불규칙한 파트 구성을 기반으로 매번 예상할 수 없는 지점으로 청자를 끌어들인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함을 하나의 주요한 요소로 활용하는 「skinz」는 곡의 구성이나 소리의 질감의 독특함뿐만 아니라, 그것을 쌓거나 풀어내는 배치와 구조의 독창성으로 케이팝의 과격함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단지 작품이나 그룹의 콘셉트만으로 표방하는 강렬함이 아닌 하나의 곡 안에서 이루어지는 청각적 경험으로서 자신의 거센 모습을 드러내는 OnlyOneOf의 「skinz」는 2022년 등장한 케이팝의 과격함 중에서도 드문 정도의 독창성을 그려내는 트랙이다.

혹자는 「두근두근 (DKDK)」의 서정적인 분위기나 「LOVE BOMB」, 「FUN!」에서의 쾌활한 프로미스나인(fromis_9)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전의 모습을 선호하는 이들 역시 현재의 프로미스나인이 선사하는 상쾌하고 산뜻한 음악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2020년 발매된 「Feel Good (SECRET CODE)」부터 자리 잡은 프로미스나인의 새로운 스타일은 이후 「WE GO」와 「Talk & Talk」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고한 색채를 구축했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세련된 사운드와 멤버들의 강점을 살리는 보컬 등의 구성은 그들이 활동을 전개해 나가며 그 가치를 명확히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DM」에 이르러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 프로미스나인의 매력은 케이팝 팬덤을 넘어 대중 전반의 호평과 반응을 얻었고, 이는 그룹의 활동에 확실한 방점을 찍어냈다.
기분 좋은 노랫말과 함께 전개되는 베이스, 신디사이저 등의 사운드는 모두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어 등장하는, 질긴 그루브를 만드는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기타, 산뜻한 분위기를 이끄는 신디사이저, 곡 전반의 경쾌함을 담당하는 드럼 리듬은 트랙 내부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트랙의 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멤버들의 가창은 단연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요소다. 랩 파트를 제외한 대신 고른 실력을 가진 멤버 전체의 가창을 적극 활용한 「DM」은 트랙이 전개되는 내내 멤버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파트를 효과적으로 구성한다. 특히, 프리코러스를 맡은 이새롬과 장규리의 탄탄하고 매끄러운 보컬에 이어, 후렴에 이르러 메인 보컬 박지원과 송하영의 시원한 가창으로 곡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환기하는 방식은 이전 프로미스나인의 음악과 사뭇 다른 이미지를 형성해낸다. 이전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음악적 색채에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 세련된 사운드 활용 등이 더해진 「DM」은 프로미스나인이 현재의 케이팝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그리고 독창적으로 지니는 매력을 한 층 두텁게 만들어내는 트랙이다.

「ASAP」과 「색안경 (STEREOTYPE)」 활동을 통해 2021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STAYC(스테이씨)는 신생 기획사-High Up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내보인 그룹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멤버들의 훌륭한 실력과 매력적인 작품을 두루 갖춘 활동으로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다. 2022년 발매된 「RUN2U」 또한 스테이씨의 기존 매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들이 선보일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트랙이다. 데뷔 타이틀 「SO BAD」가 떠오르는 신디사이저의 활용과 멤버들의 매력적인 가창은 지난 2년간의 활동을 통해 성장한 그룹 전반의 성장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게 한다. 가령, 도입을 장식하는 재이의 독특한 저음역대 음색은 물론, 수민의 밝고 깔끔한 보컬은 매번 그렇듯 곡의 매끄러운 전개를 담당한다. 이어, 프리코러스에 등장하는 아이사와 세은의 파트 역시 유려한 음색으로 그려지며, 메인보컬 시은과 윤이 담당한 후렴 파트는 두 멤버의 서로 다른 개성이 드러나는 가창으로 구성되어 STAYC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 네 번의 활동을 통해 그룹이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면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STAYC의 매력은 케이팝 팬덤에 더해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과거 「O.O」를 리뷰하며 언급했던 NMIXX(엔믹스)의 특이성은,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쉬이 볼 수 없던 공격성과 괴상할 정도로 과격한 다이나믹에 기반했다. 과거의 원더걸스와 missA부터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트와이스, ITZY에 이르기까지 JYP 엔터의 걸그룹이 지닌 일련의 부드럽고 매끈한 스타일은 기획사 자체의 지향점처럼 여겨졌다는 점에서, NMIXX가 그룹의 데뷔에서부터 선보인 거칠고 변화무쌍한 음악은 유별난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믹스팝(MIXX POP)’이란 자체적인 장르 규명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 「O.O」에 내재하는, 성기게 연결되면서도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변주를 통해 그 명명의 근거를 일부 제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독창적인 음악은 NMIXX가 「O.O」 활동과 그 후 「DICE」 활동으로 선보인 강렬한 퍼포먼스, 그리고 멤버들의 빼어난 가창 역량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았고, 2022년 펼쳐진 걸그룹 전성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그들을 그 폭풍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물론 「O.O」가 지닌 독창성과 「DICE」의 매력적인 변주, 「COOL (Your Rainbow)」에서의 매혹적인 가창이 구축한 강점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첫 음반 『AD MARE』에 수록된 「占 (TANK)」(이하 「TANK」)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어내는 트랙임이 분명하다. 규진의 거친 눈빛과 함께 드러나는 “시작합니다 처음엔 따끔할 겁니다”라는 문장이 과장된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듯, 「TANK」는 곡이 전개되는 3분 가량의 시간을 전부 과격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로 채운다. 이러한 경향은 노랫말이나 멤버들의 가창법 및 음색을 넘어, 곡을 구성하는 여러 소리들의 질감과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로도 이어진다. 특히 훅에서 “Freaky Fresh Fresh I’m so”를 무신경하게, 그러나 강력한 어조로 반복하는 규진이나, 브릿지에서 매혹적인 목소리를 뽐내는 릴리, 프리코러스에서 강렬하고 통쾌한 가창을 선보이는 해원, 지우, 설윤 등 멤버들의 고른 보컬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TANK」는 단연 NMIXX가 선보인 수많은 트랙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폭발적이다.
이러한 멤버들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뒤질 수 없다는 듯, Dem Jointz를 비롯한 프로듀서진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비트의 완성도도 인상적이다. 인스트루멘탈만 들어도 그 자극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조지환의 말처럼, 「TANK」를 구성하는 모든 소리와 그 배치는 아주 과격하면서도 조화롭다. 후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잘게 잘린 채 무감각하게 울려 퍼지는 샘플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는 물론, 거친 어택과 질감으로 옥타브를 넘나들며 귓가를 울리는 베이스가 훅에 들어서며 삽시에 뭉툭한 형상으로 변모하는 등의 순간에 「TANK」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리는 청자를 향해 거센 자극을 주입한다. 물론 이런 자극을 인식할 틈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고막을 부술 듯 강타하는 리듬과 드럼 필인, 초반부 등장하는 거친 디스토션이 걸린 신디사이저 등의 소리는 트랙이 선사하는 충격의 압력을 높이며 잠시간 청자를 그로기 상태에 빠뜨린다. 이처럼 NMIXX가 첫 등장부터 선사한 강렬함은 그 어떤 전례보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현 시장에 만연한 과격함의 미덕 속에서, 누구도 예상 못 한 JYP의 NMIXX가 그것의 극치를 선보였단 사실은 지난해의 케이팝을 기억하는 데에 반드시 주요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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