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따금씩 일상을 지내다 보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나는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흥미로운 이슈를 접할 때가 있다. 가령, 누가 음반을 발매했다거나, 어떠한 공연에서 어떤 아티스트의 무대가 훌륭했다는 류의 소식이 그렇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다 보면, 내가 특정 아티스트를 크게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내 예상보다도 그 아티스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아티스트가 어떻게 데뷔했고, 어떤 커리어를 거쳐왔고, 최근에는 어떠한 음악을 만들었으며 그의 스타일은 어떠한지, 인기는 얼마나 대단한지와 같은 사실들은 나도 모르는 새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로서 자리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떠오르는 (그러한)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읊어보자면, 국내에서는 아이유(IU), 악뮤(AKMU), CL 등의 아티스트가 있을 것이고, 해외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그리고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가 흔히 ‘팝 스타’라고 불린다는 점일 테다.
내가 해외 음악보다는 국내 음악을, 팝 음악보다는 장르적 특성이 짙게 드러나는 음악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위에 언급된 아티스트 중 나와 가장 멀어 보이는 아티스트는 해리 스타일스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그는 <엑스 팩터 X Factor>라는 오디션을 통해 데뷔했고, 2010년대를 풍미했던 팝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멤버로 활동했다. 나 역시 해당 시기를 지나 보내며 그들의 여러 히트곡을 따라 불렀지만, 그럼에도 지대한 관심을 바칠 만큼 흥미를 가진 적은 없었다. 이후 해리 스타일스는 자신의 이름과 동명인 『Harry Styles』라는 앨범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덩케르크>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특히 「Sign of the times」와 같은 곡에서 해리 스타일스의 퍼포먼스는 괄목할만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음악적으로 무척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해당 앨범을 몇 차례 돌려 들으면서, 어쩌면 나는 그 즈음부터 해리 스타일스라는 아티스트를 팝 스타로 인지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2년 뒤 발매된 앨범 『Fine Line』은 일전의 내가 가졌던 관심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Cherry」나 「Falling」, 「She」 등 후반부에 위치한 곡들은 직전 앨범의 무드를 이어가면서도 그것의 매력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보다도 흥미로웠던 점은 앨범 초반부에 위치한 곡들, 특히 (전 세계에서 널리 인기를 끌기도 한)「Watermelon Sugar」와 같은 곡이었다. 청량한 사운드의 기타 리프 위로 유영하듯 가창하는 해리 스타일스의 보컬은 단연 인상적인 요소였다. 특히 첫 후렴에 이르러 앞서 존재하던 사운드의 응축을 터뜨리고, 그 폭발을 기틀로서 이른바 팝의 근원적 순간을 주조하는 지점은 그 시기 들었던 어떠한 팝 트랙보다도 정말 ‘팝’스러웠다.
‘팝 음악’이라는 단어를 규정하는 여러 정의가 존재하지만, 사전적 정의나 장르적 정의가 아닌 흔히 인지되는 팝의 의미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악’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지난날의 팝 음악들을 살펴보면, 그것들은 대체로 크게 어떠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은 채로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선호할 만한 음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그리고 우리가 흔히 ‘팝송’이라 부르는 히트곡들과 팝스타로 분류되는 아티스트들을 돌아보면, 그들은 단지 전술한 요소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필두로 스스로의 음악에 매력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음악들은 누구나 쉽게 즐기고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넘어, ‘그 음악’, 혹은 ‘그 아티스트’이기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글의 초반에 언급한 아티스트는 물론,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든 팝 스타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뚜렷한 스타일’을 가졌으면서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발매된 해리 스타일스의 음반 『Harry’s House』와, 그 타이틀곡인 「As It Was」는 비로소 그가 훌륭한 팝 스타임을 완전히 증명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던 레트로함을 기저에 두는 듯하지만, 해리 스타일스의 보컬이, 그러니까 아주 트렌디하고 섬세한 가창이 들어서는 순간 「As It Was」는 단지 유행에 편승하는 음악이 아닌, 해리 스타일스라는 팝스타의 음악으로 순식간에 둔갑한다. 동시에, 빈티지한 드럼 소리의 질감과 몽글몽글한 기타, 키보드의 분위기는 해당 트랙이 가지는 팝 음악으로서의 매력을 증가시킨다. 거기에 더해, 팝 음악의 기조를 따라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의 내부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As It Was」라는 트랙이 가지는 팝 트랙으로서의 근거를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러한 팝 음악으로서의 요소에 더해, 「As It Was」는 이전 해리 스타일스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음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령, 곡의 후렴 부분에서는 이전 「Sign of the times」 등의 초기 음반에서 드러나는 애절한 가창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벌스에서는 이전 「Watermelon Sugar」 등의 트랙에서 두드러진 섬세한 가창이 앞선 것과 대비되며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가사에 있어서도, 「Watermelon Sugar」가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면, 「As It Was」에서의 노랫말은 대체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상실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동시에 해리 스타일스의 개인적인 서사로 치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인상을 남긴다. 이어,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운드들은, 큰 유행을 거두었던 「Watermelon Sugar」에서의 청량하고 명쾌한 사운드와는 달리, 따듯함을 기조로 둔 부드러운 사운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점 역시 변화를 꾀한 부분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부분에 있어 단순히 새로운 스타일로서의 도전이 아니라 일전 해리 스타일스의 커리어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매력 요소들을 결합해 냈다는 점은, 그가 단순히 ‘가수’에 더해 ‘스타’로서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적법한 근거를 만들어낸다.
내가 어떠한 아티스트에 대해 떠올릴 때마다, 특히 그 사람이 내가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지만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러한 아티스트일 때마다 나는 이따금씩 기묘한 감정을 느낀다. 분명 나는 그 아티스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동시에 나는 생각보다 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를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위치시키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현재에 있어 해리 스타일스라는 아티스트는, 분명 세계에서 손꼽히는 팝 스타로 거듭났고, 그러한 사실은 내가 사는 현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엑스 팩터> 오디션을 거쳐 원 디렉션이라는 최고의 보이그룹에서 활약하고, 이후 영화에 모습을 비추거나 자신의 솔로 활동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난 해리 스타일스라는 사람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그에 대해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