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lie, 「EUNOIA」

by MANIL 10001
<트랙 리뷰> Billlie, 「EUNOIA」,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three』, MYSTIC STORY, 2023.03.28 [written by. 만능초보] (Rating: Recommended)

“what a strange world?”에서 “하나가 돼 EUNOIA”로. Billlie는 현재 K-Pop 장르 씬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신예 그룹이다. 그 이유는 윤종신을 필두로 한 기획사•레이블 MYSTIC STORY가 런칭한 첫 K-Pop 그룹이라는 점이자 그 데뷔곡 「RING X RING」(2021)이 화음과 불협화음을 오가는 오싹하고 섬세한 콘텐츠로 스타트 라인을 끊은 충격이 될 수도 있고, 무게감을 덜고 다가선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2022)를 향한 커다란 반응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며, 매번 일정 퀄리티를 보장해온 곡들(과, 이로 구성된 준수한 앨범들), 그 가운데서 아리송한 단서를 던지며 독자적인 픽션을 구축해나가는 양상일 수도 있다. 어떤 경로로 Billlie와 마주치든지 간에, 「EUNOIA」는 그 모든 측면의 매력을 함축해서 전달할 수 있는 뛰어난 곡이 되겠다.

신스 펑크(synth funk) 장르를 기반으로 삼은 본곡은 두터운 네 박자 드럼 머신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댄서블하면서도 자칫 단조로워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본곡에서 이를 해소하는 건 말맛을 극한으로 살려 뛰어난 후킹(hooking) 능력을 발휘하는 작사와 퍼포먼스다. 특히 후렴부 구성은 들으면 들을수록 촘촘한 밀도에 감탄하게 되는데, 우선 “flip-flop” 하고 반복되는 훅(hook)은 그 자체로 중독성을 담보하며 곡 뼈대를 만들고, 이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tiki-taka” “파란 너와 나의 보라” 등의 문장으로 이어나가며 일상어부터 시적인 은유까지 폭넓은 어휘로 세계를 넓히는 동시에 운율이라는 요소로 ‘하나가 되어’ 응집한다. 싱코페이션과 트리플렛 리듬 등을 적절히 섞으며 그루비하게 이끌다가 “하나가 돼 EUNOIA”에서 정박자로 전환하여 해방감을 선사하고 “놀랄 거야 awww 내게 와줄래 oh” 하는 마무리 챈트는 캐치함의 방점을 찍는다. 겹겹이 쌓아 올리는 화음도 감탄스럽다.

절(verse) 구성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1절에서는 “conversation”의 큰따옴표 동작이나 “찾아 yeah”와 같이 독특한 발음으로 곳곳에 캐치한 요소를 흩뿌리고, 2절에서는 랩과 보컬을 교차하며 리듬을 다채롭게 꾸민다. “heartbeat heartbeat” 하는 츠키의 챈트는 1절에서는 후렴 직전에, 2절에서는 랩 마디 직전에 서로 역할을 바꿔 들어서며 그 강력함을 드러내고, 브릿지에서 문수아와 시윤이 주고받는 랩은 타이트한 플로우로 순식간에 이목을 빼앗는다. 하람을 중심으로 위로 찌르는 고음은 이어지는 후렴으로 이어지는 낙차를 더 극적으로 만들고, 핑거 피킹 주법으로 펑키한 바이브가 만개하는 댄스 브레이크도 언급할 만하다. 곡 중 어느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꼽아도 될 만큼 수많은 섹션이 뇌리를 맴돈다. 

Billlie는 그간 굉장히 노골적으로 독자적인 픽션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는 노랫말에 숨겨진 암호를 비롯해 기존 EP를 극화해 재연출한 스페셜 앨범 등의 콘텐츠에까지 이르는데, 비록 제공된 세계의 해상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잃어버린 누군가를 찾아나선 화자들이 이상한 세계에 이끌려 가 결국 진정한 ‘나(혹은 우리)’를 발견하는 일련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해 둔 듯하다. 그렇다면 비로소 세계와 일체를 이루는 본곡은 극의 한 막(act)을 완성하는 중요한 순간이 될 테고, 그 의미에 걸맞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올 상반기에 가장 놀랍게 감상한 악곡 중 하나로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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