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 팝과 슈게이즈는 다양한 색깔들을 머금고 있다. 침체와 우울의 잿빛을 머금고 있는 슈게이즈, 파스텔의 몽환을 머금고 있는 슈게이즈가 있다. 하지만 특히 일본의 장르음악들, 예컨대 フィッシュマンズ(Fishmans)의 「Baby Blue」(1996, Polydor)나 羊文学(Hitsujibungaku)의 「ロマンス(Romance)」(2019, felicity) 같은 트랙들은,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1999, dir. Takesi Kitano)을 떠오르게 하는 여름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
Piano Shoegazer의 새 싱글 속 트랙 「펭귄」 역시 그렇다. 7월의 녹음, 손 틈 사이로 들어오는 쨍한 햇빛과 매미 소리로 가득한, 습하고 나른한 하루를 상상케 하는 슈게이즈 사운드가 펼쳐진다. 거대한 설원을 연상케 하는 동물 펭귄이 주인공이 된 트랙이라는 점은 역설적 재미를 선사한다. 파란노을의 「아름다운 세상」이나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2021, self-released/POCLANOS) 같은 트랙들을 언뜻 보면 이와 유사한 색채를 지닌 듯 하다. 그러나 파란노을의 트랙들이 노스탤지어적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무른 채 침체하며 하강하고 있다면, Piano Shoegazer의 트랙 속 ‘펭귄’은 개인적 층위에 고립되지 않은 채 연대의 손길을 동사의 실천적 능동성으로 내민다. 가사 속 “우리가 살던 땅을 만날 거야”와 같은,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말하는 지점, 혹은 “너는 내 가족이지/피보다 진한”과 같은 선언적인 지점이 그렇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점이 부여하는 안온함은, 단편선과 선원들의 트랙 「동행」(2014, self-released/Pison Contents)의 그것과 유사한 후반부의 코러스 활용을 통해 따뜻이 공명하며 커져 간다.
「펭귄」의 사운드적 지향 역시 흥미롭다. 우리가 Piano Shoegazer를, 특히 데뷔 앨범 『Sisyphus Happy』(2023, Studio Pangaea/POCLANOS)를 생각할 때 익숙한 것은, Mike Oldfield의 『Tubular Bells』(1973, Virgin)처럼 짙은 잔향을 머금은 리프를 반복하고 변주하며 빚어가는 데자-뷰 적 감각, 혹은 Oneohtrix Point Never처럼 전자음악의 요소들을 활용해 만들어 가는 노이즈 텍스처와 앰비언스다. 하지만 「펭귄」 속 Piano Shoegazer는 『Sisyphus Happy』 속의 자신이나 『Ghostly Love Stories』(2024, Studio Pangaea/POCLANOS)에서 피아노 임프로바이제이션을 통해 달곰씁쓸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던 자신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슈게이즈 기타리스트 박정웅, 다브다의 드러머 이승현과 함께 빚어낸 밴드 사운드와 디스토션을 거친 Piano Shoegazer의 보컬이 전례 없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합주실에 모여 즐겁게 호흡을 나누는 연주자들의 미소를 상상하게 한다.
얼마 전 코스모폴리탄 코리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1인 슈게이즈 프로젝트들을 다루며 ‘창작자들의 홀로 있음’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었다. 하지만 「펭귄」 속에서 Piano Shoegazer는 세션들과 수줍게 합을 맞춰 간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토대가 되어 주고 얽혀 간다. 그 누구도 다른 연주자들을 압도하지 않으며 공동체로서의 밴드를 그려가고, ‘홀로 있음’을 동료적 협업으로 뚫고 나온다. 밀려오는 기타 노이즈 월의 파도 속에서도 다른 세션들은 질식하거나 가려지지 않는다.
「펭귄」 속에서 펼쳐지는 Piano Shoegazer의 여름놀이는 꽤나 매력적이다. 늦여름 이른 오후, 어느 록 페스티벌의 아담한 스테이지에서 「펭귄」의 무대를 보아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비가 막 개어 뜨겁고 꿉꿉해도,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뛰어 놀며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