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1. Outside – The Nathan Adler Diaries: A Hyper-cycle』 

by 김로자
   

※ 50년이 넘는 David Bowie의 방대한 커리어 속, 가장 저평가된 명반 『1. Outside – The Nathan Adler Diaries: A Hyper-cycle』이 올해로 발매 30주년을 맞습니다. 이를 기념하고 돌아보는 리뷰입니다.

   

『Let’s Dance』(1983, EMI) 이후, David Bowie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 걸어온 커리어를 주목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단적으로 말하면, 헤비 리스너가 아닌 이들에게 『Let’s Dance』와 『★』(2016, ISO/Columbia/Sony) 사이 30년에 이르는 시간은 그저 커다란 공백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Bowie의 80년대는 지루했다. 『Tonight』(1984, EMI)과 『Never Let Me Down』(1987, EMI)은 굳이 David Bowie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어서 당대의 모든 뮤지션들이 라디오에 공해처럼 쏟아내던 AOR 풍 트랙들의 모음집이었다. 80년대 서구판 고속도로 테이프 같았던 이 앨범들은, ‘중년의 위기에 빠진 Phil Collins가 도저히 새로운 영감을 떠올려낼 수 없어 이전 히트 트랙들의 코드를 조금씩 변주한 다음에 신보라고 내놓은 듯한’ 결과물들을 담고 있었다. David Bowie 최고의 라이브로 꼽을 만한 85년도의 Live Aid에서도 『Tonight』의 수록곡은 하나도 연주되지 않았다. 『Never Let Me Down』의 발매와 함께 기획된 Glass Spider Tour도, 일종의 극으로 기획함과 동시에 무대장치와 연출에 대한 어마어마한 투자를 시도하며 거대한 스펙터클을 선보이려고 했지만 과하고 유치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David Bowie는 동시대 아방가르드의 현현으로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폈다. 그 사이에는 일종의 과도기가 있었다. 우선, 이전까지 세션들을 기용하며 밴드를 ‘거느리던’ David Bowie가 밴드의 ‘일원’으로 임한 Tin Machine이 있었다. Tin Machine은 비록 한 물 가기는 했으나 Bowie의 커리어 속에서는 가장 직선적이고 직관적이었던 하드 록 사운드를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메시지들과 뒤섞어 선보였다. Bowie에게는 음악 자체의 성취보다도 이전까지 시도해본 적 없었던 협업 방식을 새롭게 경험해봤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뒤이어 발매된 『Black Tie White Noise』(1993, Savage/Arista)는 Bowie의 수십 년 후배들이 새롭게 열어 젖힌 90년대 대중음악시장에 대한 그의 적응기로, 여기에서 Bowie는 새롭게 두드러지기 시작하던 네오 솔 그리고 댄서블한 브릿팝 유행을 연구했다. BBC 드라마 OST로 제작된 『The Buddha of Suburbia』(1993, Arista)에서부터, Bowie는 특유의 실험적 감각을 서서히 회복해 가며, 아방가르드 재즈와 앰비언트 그리고 당대의 레프트-필드 전자음악의 문법들을 자연스레 구사했다.

그리고 1995년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이다. 이 시기 David Bowie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두 가지의 키워드가 있다. 하나는 David Lynch, 다른 하나는 Trent Reznor다. Bowie는 1992년 David Lynch의 드라마 시리즈 『Twin Peaks』(1990-91/2017)의 영화판 프리퀄 『Twin Peaks: Fire Walk with Me』(1992, dir. David Lynch)에 FBI 요원 Phillip Jeffries 역으로 출연했다. Lynch 특유의 무너지는 맥락과 비선형 서사, 파편으로 조각나 흩날리는 장면들과 캐릭터들이 가장 두드러졌던 시기를 꼽으면 세기말을 가리켰던 『Twin Peaks』와 『Lost Highway』(1997, dir. David Lynch) 그리고 이후의 『Inland Empire』(2006, dir. David Lynch)일텐데, David Bowie는 앞의 두 작품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이 시기 Lynch가 반-서사적 경로를 통해 혼재된 이야기들 속 불안을 간직한 극을 연출하는 작법은 『1. Outside (The Nathan Adler Diaries: A Hyper Circle)』로, 특히 앨범 특유의 공시성(synchronicity)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된 듯 하다.

그리고 또다른 키워드 Trent Reznor. Trent Reznor 본인은 음악을 시작하고 Nine Inch Nails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에 David Bowie 그리고 특히 그의 14집 『Scary Monsters (and Super Creeps)』(1980, RCA)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고, 덕분에 Bowie의 눈에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Nine Inch Nails의 음악 속 Bowie의 흔적보다도 짙은 것은, 거꾸로 Bowie의 90년대 중-후반 커리어 속에 두드러지는 Trent Reznor의 영향이다. 

Swans의 앨범 『Filth』(1983, Neutral)나 독일의 Einstüzende Neubauten이 구사한 호러 영화 풍 노 웨이브 노이즈로부터, Nitzer Ebb을 위시한 EBM 유행을 거쳐 오다, KMFDM과 Ministry 그리고 Nine Inch Nails에 이르러 온전히 정립된 록 음악 속 인더스트리얼 문법은, 90년대에 이르러 Lynch의 작품들과 유사하게 세기말적 신경증을 정동적이고 파괴적인 스펙터클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글리치 장르음악이 시도했던 것처럼 전자음악에서 노이즈를 얻어내는 방식과 록 음악에서 노이즈를 얻어내는 방식이 교차했다. 당대 평단의 수사처럼 Nine Inch Nails의 데뷔 앨범 『Pretty Hate Machine』(1989, TVT)이 ‘과격하게 변주된 Depeche Mode’였다면 두 번째 앨범 『The Downward Spiral』(1994, Nothing/Interscope)은 인더스트리얼 고유의 텍스처와 리듬 그리고 장르적 문법이 좀 더 오롯하고 정식화된 형태로 드러난 작품이었는데, 이는 두 앨범의 뉘앙스 상 차이로도 이어졌다. 전자가 신시사이저 멜로디를 공격적으로 뱉어내는 듯한 인상을 드러냈다면, 후자에 이르러서 연출되는 분위기는 여전히 파괴적인 정동 속에서도 스산하고 섬뜩한 감각과 연결된다. 『The Downward Spiral』 이듬해에 발매된 『1. Outside』는, 많은 이들의 이정표가 된 ‘인더스트리얼 1년 선배’ 앨범과 작법과 연출의 측면에서 많은 것을 공유한다. 『1. Outside』의 발매를 서포트하는 투어 Dissonance가 Bowie와 Nine Inch Nails의 합동 기획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 Outside』는 Brian Eno와의 재회를 통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no와의 협업을 통해 이룩한 소위 ‘베를린 트릴로지’의 위대한 성취 이후, Bowie는 친숙한 프로듀서/세션들이었던 Tony Bisconti나 David Richards 그리고 Nile Rodgers 등과 함께 작업을 계속해갔으나 크레딧에서 Eno의 이름을 찾기는 힘들었다. David Bowie가 Brian Eno 풍의 실험적 전자음악과 멀어졌기 때문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가 당대에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록 앨범이었던 U2의 『The Joshua Tree』(1987, Island)에 참여했고 나중에는 Coldplay의 메인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던 것을 따져보면 다소 이상하기도 했다. 여하튼 그러던 Eno가 David Bowie와 다시 만난 것은 1992년에 있었던 Bowie의 두 번째 결혼식이다. 하객으로 놀러 왔다 옛 동료와 일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 Brian Eno는 Bowie가 작업하고 있던 『Black Tie White Noise』와 『The Buddha of Suburbia』를 미리 들어보고서는 급진적 음악으로의 회귀에 흥미를 느꼈는지 새로운 앨범의 공동 작업을 결정했다.

한편, 영국의 대중음악 매거진 Q는 100호 출간 기념의 일환으로 Bowie에게 열흘짜리 일기를 연재해 줄 것을 청탁한다. 뻔한 일상생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아 재미가 없어질 것을 걱정한 Bowie는, 스스로 출연하며 보고 배우기도 했던 David Lynch의 작품들이 전개하는 비선형 서사와 유사한 픽션을 써 내려갔다. 이는 퇴고를 거친 후, 극적(dramatic) 콘셉트 앨범이 된 신보에 부클릿으로 삽입되며 서사적 배경이 되어 준 단편 소설,『Outside: The Diary of Nathan Adler or the Art-Ritual Murder of Baby Grace Belew』(네이선 아들러의 일기, 혹은 베이비 그레이스 벨류의 예술 살인)가 되었다.

이 픽션과 픽션에 토대를 둔 앨범 모두, 시간과 맥락이 뒤섞인 비선형 서사 속 구축되는 공시성을 연출하는 데 천착한 듯 하다. 소설은 세기말적 디스토피아로 묘사된 1977년과 99년의 온타리오, 뉴 저지, 런던 그리고 옥스포드를 배경으로 한다. 앨범의 가사들 역시 대개는 픽션의 주인공 Nathan Adler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의 일기다. 이 대안 세계 속 1999년은 꽤나 막장인데, 지하 예술가들은 살인과 네크로필리아를 일종의 예술 실천으로 여기고 정부는 이를 ‘예술 범죄’라 명명하며 단속하고 있다. Nathan Adler는 예술 범죄 전문 탐정으로, 시골 미술관에서 마구 절단된 채 발견된 14살짜리 소녀 Baby Grace Blue의 사건을 맡게 됐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를 마구잡이로 비약하는 비선형 서사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는 Adler의 기억, 경험, 사고는 점차 해리되기 시작한다. 감각을 통해 포착하는 진실과 환상의 경계,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차츰 무너져 간다. 이는 섬뜩한 공시성을 연출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앨범과 픽션은 사건의 순서가 장면의 순서로부터 이탈하는 과정 위에 서 있다. 이는 같거나 유사한 사건들이 베일 뒤로 자취를 감추었다 발생한 시간과 수행하는 인물만 바뀐 채 가시적 공간으로 다시 소환되는, 요컨대 사건들이 나선으로 뒤틀려가며 Nathan Adler 그리고 관객 주위를 맴도는 일에 다름 아니다. Adler와 다른 등장인물들의 진술들이 말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가는 가운데, 『1. Outside』는 픽션 안팎의 인물들, 요컨대 픽션 속 캐릭터들과 감상자로서의 당신을 포위하는 스펙터클로 재구축된다.

앨범의 오프닝 트랙 「Leon Takes Us Outside」는, Lynch 영화에 OST로 나올 법한 인스트루멘틀을 통해 이야기의 문을 열어 젖힌다. 깊은 앰비언스의 FX 사운드 위에 촉촉한 리버브를 남기는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흘러 나오고, Bowie는 아무 날짜와 시각들을 지시하고 읽어 내려간다. 「Leon Takes Us Outside」와 「Outside」에서, 인물들을 사건들로 끌어당기는 이는 ‘비주류’(outsider) 예술가로 사건의 용의자가 된 Leon Blank다. 정확히는 사건보다도, ‘비주류’ 혹은 ‘외부’(outside)라는 비선형적 시공간의 총체다.

   
「The Hearts Filthy Lesson」 – official music video
   

「The Hearts Filthy Lesson」은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트랙 중 하나다. 우선, 이는 Bowie가 커리어 내내 선보인 특유의 문법이 인더스트리얼 텍스처를 경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첫 사례다. 한 편으로 이 곡의 기타 리프는, 「Rebel Rebel」(1974, RCA), 「Modern Love」(1983, EMI) 같은, 단순성 속 흡입력 있는 기타 리프의 힘을 갖고 있는 Bowie의 곡들 사이에서도 그 위력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는 Nine Inch Nails의 오마주나 다름 없다. 로-파이 필름 질감의 노랑과 검정 톤을 토대로 특유의 촬영 기법을 선보이고, ‘예술 살인’을 묘사하기 위해 BDSM적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상은 영락 없는 「Closer」(1994, Nothing/Interscope)의 시퀄 같다. Adler가 일종의 착란 징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부터다. Adler는 감각지각으로부터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와 일하는 정보원 Paddy에게 스스로의 표류에 대해 말한다.

   
Nine Inch Nails – 「Closer」 – official music video
   

「The Hearts Filthy Lesson」의 뒤를 따르는 것은,『Low』(1977, RCA)를 연상케 하는 앰비언스의 짙은 그림자 속, 비전형적 스케일의 피아노 임프로바이제이션과 악기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주도하는 아방가르드 재즈 트랙 「A Small Plot of Land」다. 이와 함께, 등장인물들 각자의 진술을 David Lynch 풍 앰비언트 음악 위에 스포큰 워드로 풀어내며 트랙과 트랙 사이를 이어주는 세구에(segue)들은 앨범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앨범은 사운드트랙 풍 앰비언트, 아방가르드 재즈 그리고 인더스트리얼 록과 재즈의 자장 속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맴도는데, 인더스트리얼 메탈에 가까운 과격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등장인물들 중 Ramona A. Stone을 위한 세구에인 「I Am with Name」을 제외하면) 「Hallo Spaceboy」다. 우주를 모티브로 한 David Bowie의 트랙들, 예컨대 「Space Oddity」(1969, Phillips/Mercury/RCA), 「Ashes to Ashes」(1980, RCA) 그리고 「★」(2015, ISO/Columbia/Sony) 등은 그가 만들어 낸 캐릭터 Major Tom의 서사를 따라가지만, 어쨌거나 ‘Nathan Adler의 일기’라는 서사를 따라가는 앨범 속 트랙의 ‘spaceboy’는 Major Tom을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않는다. 트랙이 묘사하는 것은 Paddy가 섹슈얼리티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경험하는 정체성 위기다. 다만,  「Hallo Spaceboy」를 리믹스한 Pet Shop Boys는 이를 Major Tom의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한편으로, 「Hallo Spaceboy」 속 헐떡이는 타악의 밀도 높은 구성은 David Bowie가 다음 앨범에서 드럼 앤 베이스를 시도하게 된 것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을 듯 싶다.

서사의 해리가 조현 가까운 곳에 다다르며 산란하는 인상으로 폭발하는 『1. Outside』의 절정은, 사건의 진상 속에 숨어 있는 the Artist/Minotaur의 이야기 「I’m Deranged」다. 마구잡이로 종횡무진하는 인더스트리얼 트랙은 이후 Trent Reznor가 『Lost Highway』의 사운드트랙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메인 테마로 활용되는데, 암흑 속 명멸하는 전조등에 의지해 고속도로의 황색 차선을 넘나들며 위태로이 질주하는 운전자의 시점 속 흘러나오는 「I’m Deranged」는 David Lynch가 연출한 최고의 미장센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의 트랙 각각은 모두 다른 화자들의 진술로서 설정되어 있다. 개중 몇몇, 가령 「I Have Not Been to Oxford Town」, 「We Prick You」, 「Thru’ These Architects Eyes」 같은 트랙들은, 픽션의 서사를 이어 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청취 경험으로서 생각해보면 지루하고 쓸데 없는 앨범 필러(album filler)들이다. 인상을 하나도 남기지 못하는 리프들과 반복되는 모티브들 속 진술을 트랙 안에 모두 담아내고자 쓸데 없이 길어진 듯한 분량은 이 트랙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앨범의 ‘선 굵은’ 트랙들에 비해 다소 늘어지는 호흡, 옅은 장르적 인상 그리고 AOR 풍 작곡법을 되풀이하는 진부함은 앨범을 듣는 도중 이 트랙들을 건너뛰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Outside』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한 일이다.

한편 “앨범의 트랙 각각은 모두 다른 화자들의 진술로서 설정되어 있다”라는 전제는 Bowie와 Eno의 작업 방식을 통해 성립될 수 있었다. 둘은 베를린 시절 활용했던 ‘우회 전략’을 더욱 발전시켰는데, Eno가 개발했던 우회 전략의 원형은 뮤지션들이 겪을 만한 문제들의 해결책들을 적어 놓은 카드를 섞어 둔 뒤, 스튜디오에서 난관에 부딪히면 카드를 뽑아 그것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보는 방법론이었다. 그런데 『1. Outside』의 세션에서는 카드를 활용하는 방법론이 마치 TRPG에서 캐릭터 설정을 만들고 롤플레잉을 듯한 ‘수행성’의 도구로까지 발전한다. 각각의 카드에는 세션들이 연기할 가공의 캐릭터 설정들이 들어있다. 예컨대 “당신은 특정한 주법을 선호하는 아무개 나라 출신 아무개 장르 밴드의 멤버입니다. 이에 맞게,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연주해 보세요.” 같은 것이다. 이는 세션들을 습관과 관성 그리고 연주의 전형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션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며, 세션들이 세션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캐릭터들로서 작업에 임하도록, 레코딩 작업이 일종의 연기가 되도록 하는 방식은, 앨범의 성격을 음악 작품이 아닌 극에 가깝게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앨범은 비록 완전히 형해화된 서사를 따라 흘러가지만, 컨셉트 앨범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일관된 분위기와 앰비언트 감각을 유지한다. David Bowie는 원래도 영미 대중음악사에서 컨셉트의 구축에 제일 능한 인물이었지만, 『1. Outside』는 그의 이전 작품들처럼 페르소나를 직접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만보객(flaneur)적 시선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포착하고, 던지고, 제공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Bowie의 다른 컨셉트들과도 구별된다. 또한 여러 컨셉트 앨범 명반들이 있고, 개중에는 ‘록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젖힌 작품들도 있지만, 일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비선형 서사를 토대로 컨셉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를 이 정도로 훌륭하게 구현한 작품은 없다.

실험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들이 마주한 90년대의 커다란 물결은 메인스트림에도 그 위력을 행사했다. 사람들은 Björk의 전위적인 일렉트로팝, 여러 IDM과 인더스트리얼 뮤지션들, 그리고 영국에서부터 들이닥친 트립 합의 바람을 기억한다. 『1. Outside』를, 그것들 한가운데에 위치한 위대한 성취라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90년대의 David Bowie가 인더스트리얼-아방가르드 거장으로 기억되지 않는 것은 범죄다.

   
「A Small Plot of Land」 – official audio
   
「Hallo Spaceboy」 – official audio
   
「The Motel」 – official audio
   
「I’m Deranged」 – official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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