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런던을 기반으로 삼는 밴드 SAULT는 표면적으로 익명을 바탕으로 활동한다―고로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진 사실은 이 밴드가 영국인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 외에 일절 없는 셈이다. 정보가 바다처럼 넓고 깊은 것은 물론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 시대에 표명되는 고의적인 신비주의는 많은 이들에게 유래를 알 수 없는 궁금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밴드의 멤버가 도대체 누구인지, 기존에 발매된 레코드를 통해 흔적을 찾고 최대한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후보로 올리며 설왕설래하는 동안, 『NINE』이 발매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바 있다. 그중에는 본작의 총괄 프로듀서가 Inflo로 명시되어있는 것을 비롯해 밴드의 프론트퍼슨이 사실은 Cleo Sol이었다던가, Michael Kiwanuka나 Little Simz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밴드에 더욱 깊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Little Simz는 본인이 그렇다고 말한다. 혹은, 이 밴드가 SNS의 시대에 어떻게 자신들의 실루엣마저 감출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방법을 수익 분배 방식과 연결지어 설명하기를 시도하는 등,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주던 끈끈한 우정의 근원을 찾으려 많은 이들이 연신 애를 쓰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덧없는 것으로 남는다. Variety의 Jem Aswad는 본작을 다루는 리뷰의 가장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장식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그리고 ‘왜’이다.”
이들의 커리어에서 발생한 가장 큰 호재는 자신들의 활동이 평단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던 것일 테다. SAULT는 2019년부터 본작 이전까지 힙합과 네오 소울, 재즈, 사이키델릭, 펑크―Funk―와 포스트 펑크―Punk―에서의 소리를 한데 모아 근 몇 년간 가장 큰 정치사회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른 흑인 인권 운동을 배경으로 은밀하게 활동하는 동안, 무려 4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그들의 첫 두 장의 정규 앨범 『5』와 『7』 (2019)은 The Guardian에서 다뤄지는 데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나, 『Untitled (Rise)』 (2020)는 기어이 2021년에 진행하는 Mercury Prize의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수상은 Arlo Parks의 『Collapsed in Sunbeams』 (2021). 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George Floyd의 사망 사건으로 인해 공권력의 폭압과 사회 곳곳에 내재해있던 차별 행위들에 대대적인 반기가 일었고,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각 사회 단위를 향해 던져지던 의심과 결부되어 2020년 사회의 가장 큰 의제가 되었다. SAULT의 더블 앨범 『Untitled (Black Is)』 (2020)와 『Untitled (Rise)』는 그것을 바탕으로 평단의 지지를 얻었던 바 있다. 이들이 담은 함의가 어떻든 해석하기에 따라 이는 영미권 평단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여하간에 이 시의성은 그들의 활동에 상당한 설득력을 부여했고, 향후 그들의 활동에 큰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George Floyd 사건 등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사례들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을 사회 문제에 관한 관심도 혹은 도덕성의 기준으로서 간주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실수를 저질렀다―이는 미국의 문화가 대중문화 그 자체라고 과대표 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는 휴머니즘과 공감, 혹은 인본주의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각 국가의 국민에게는 타국의 일보다 자국의 일이 훨씬 시급한 문제일 것이고, 타국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는 자국의 일을 자신들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작이 여전히 정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본작의 메시지를 성급하게 세계를 향한 것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그 범위를 영국으로 잠시나마 좁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Kendrick Lamar가 ‘BET Awards를 시청하는 흑인’이라는 미국 내의 편견을 먼저 꼬집었던 것처럼―「The Blacker The Berry」 (2015)1, slowthai가 아서 왕 전설 속의 보검을 들고 날뛰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이다―「Nothing Great About Britain」 (2019). 나는 SAULT가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사실만큼은 공연히 해두는 이유가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진단한다―물론 사용하는 언어와 그 억양 때문에 이 사실만큼은 숨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고도 예상해볼 수는 있겠다.
이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London Gangs」와 「You From London」이다. 하시엔다에서 흘러나왔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레이브 하우스 특유의 과장된 베이스와 재지한 드럼 비트 위로 이들은 「London Gangs」를 주술적으로 외친다. 갱스터 내지는 길거리의 폭력에 관한 문제가 국적과 세대를 막론하는 사회 문제임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런던 내지는 영국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선을 그어놓는 셈이다. “나는 로스엔젤레스를 몰라. 네가 쇼디치에서는 지하철을 도망치듯이 타야 한다는 걸 모르듯이.”2 3 「You From London」에서는 「Selfish」를 떠오르게 하는 감미로운 비트 위로, 영국을 상징하는 표현들로 가득한 랩을 Little Simz가 읊는 와중에, 캘리포니아 억양을 가진 한 흑인 여성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래서 런던 출신이라고?”4 이들은 디아스포라의 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미국인의 영국인에 관한 선입견을 날 것 그대로 전시하며5 일각의 거짓된 워크니스를 비꼬는 동시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세계의 보편적인 무언가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단숨에 일축한다. 이에 더해 「Trap Life」에서는 이러한 표현도 등장한다. “제발 999에는 전화하지 말아줘.”6 7 공권력의 폭압과 길거리의 삭막함이라는 힙합의 다소 클리셰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런 힙합의 뿌리가 미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그야말로 살갗을 맞대고 있는 영국의 문제와 사람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이들은 본작을 「Haha」로 시작한다. 「Haha」에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풍경을 연상시키는 챈트와 박수 소리로 가득하지만, 중간에 등장하는 질문 앞에서 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래서 사랑은?”8 세상은 꼭 끔찍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으로 가득하지도 않다. 심지어 이 세상에는 자신의 삶에 사랑이라는 개념이 사라져버린 이들도 존재한다. SAULT는 본작을 통해 폭력과 마약, 술에 의해 삶이 망가진 이들을 조명한다. 「Trap Life」에서는 단순히 길거리―혹은 공급주택단지―에서 생활한다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고, 감시의 대상이 되어 사회적인 고립감을 느끼고 있음을 술회한다. 다채로운 퍼커션으로 구성된 드럼 루프는 우리에게 펑크의 풍성한 느낌을 주지만, 마지막 1분의 M.I.A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베이스와 랩-싱잉은 그러한 감상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Mike’s Story」에서의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던 날 밤을 기술하는 Michael Ofo의 진술은 소름이 끼칠 만큼 노골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절대 노골적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Fear」를 통해 가벼운 드럼과 무거운 베이스 위로 사랑을 외치는 이들과 상존하는 공포의 대상을 진술해보려 하지만, 좀처럼 단어가 완성되지 않고 개별의 단어들만이 멀찍하게 떨어져 궤도를 맴돌고만 있는 모습이다. 그저 그들이 주는 공포가 진실임을 반복할 뿐이다.9 공포란 이런 것이다.
이렇게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은 결국 비정상적인 굴레에 빠진다. Sade나 Corinne Bailey Rae를 연상시키는 알앤비 트랙 「Bitter Streets」에서 SAULT는 비정한 현실이 결코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너의 완력은, 내 최선의 모습을 앗아갔어. 우리가 어릴 적부터, 너는 내 친구들이 총을 들게 했지.”10 이것은 Kendrick Lamar의 가사가 아니다. 이 가사는 총알도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현악기 중주와 감미로운 목소리로서 구체화가 이루어지는 역설이다. 「Alcohol」은 어떠한가. 나는 「London Gangs」나 「Trap Life」가 이 두 개의 트랙과 같은 앨범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본작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분명 일종의 사케이즘으로 본작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살아온 삶에 관해 진술하고, 자신들이 바라본 것을 기록하며, 그것을 양질의 취향과 프로덕션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 결과물은 대부분 짜릿하거나, 아름답거나, 소름이 끼치는 등 저마다의 표식을 통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9」과 「Light’s in Your Hands」를 통해 본작을 더 높은 어딘가로 보내려고 한다.
이제는 앞서 언급한 ‘해석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없다. 정확하게는, 「9」에서의 단 한 줄의 가사 이후부터가 그렇다. “과격함은 사람들을 겁먹게 할 수 있지. 그리고 나는 사랑으로 만들어졌어.”11 SAULT가 앞서 선보인 과장된 베이스와 노골적인 묘사들은 그저 수단이다. 이들이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가져가는 사회적 움직임이 최소한 아이들, 그러니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 움직임은 온전히 사랑으로 만들어지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장성한 우리의 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빛’으로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그리고 ‘왜’이다. SAULT는 이러한 마무리에 와서까지 대단히 전위적인 소리를 선보이려 하지 않는다. 우리도 여기까지 와서 음악적 완성도가 어떤지, “그래서 프론트퍼슨이 누구인데?” 하며 질문을 던질 적당한 이유가 없다. 마지막 두 트랙, 그러니까 「9」과 「Light’s in Your Hands」는 그저 감미롭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연주 위에서 그들의 말을 전하는, 그 방식에 있어 더없이 훌륭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SAULT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짜릿하고,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느껴지는 본작은 세계 표준시를 기준 2021년 6월 25일 자정에 발매되어 이 세상에 99일 동안―10월 3일 자정까지―존재했었다. 심지어 SAULT는 그 99일이 지나자마자 본작의 발매를 홍보하던 SNS 포스트마저 모조리 삭제하는 등 그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그러니까 내가 본고를 올리는 시점에서는 이미 본작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도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셈이다―일전에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실물 음반을 구매하기를 예약했다면 여전히 감상은 가능하다. 사실 음악 비평의 생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감상할 수도 없는 작품을 다루는 본고를 굳이 남길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본작을 소개하는 이유는 첫 번째, 네오 소울을 기반으로 힙합, 하우스, 펑크 등의 색채를 다시 한번 즐겁게 영합해냈다는 점, 두 번째,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널리 내다보았다는 통찰력, 세 번째, 음악계 내에서의 자신들의 입지와 대중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을 자신들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용했다는 영리함이다. 물론 나조차도 “SAULT는 더 잘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던 Anthony Fantano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의 자리가 좁아져만 가는 이 사회에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본작이 99일의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던 것처럼, 언젠가는 죽는다. 반드시 언젠가는 우리의 자리를 자라나는 아이들이 대신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렇게 사회는 존속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본작이 그저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나는 여기에 한층 더 과장된 표현을 섞어서, 본작을 2021년 현시점에서 올해 발매된 국외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과감하게 꼽으며 본작에 관한 기록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남긴다.
- “Or watch BET cause urban support is important,”
- “We don’t know LA / You ain’t knowin’ Shoreditch overground, ’bout to run away.” – 「You From London」 中
- Little Simz는 1994년생으로, 어릴 적의 쇼디치는 지금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우범 지대로 기억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런던 오버그라운드는 런던의 열차 시스템 중 하나다.
- “Are you from London?” – 「You From London」 中
- “Oh I’ma be real with you, I had no idea. / But you know what, I love Europe. / Oh, pardon me, you have any Grey Poupons? / Wait, y’all got horses and stuff?” – 「You From London」 中
- “Please don’t reach for that nine, nine, nine.” – 「Trap Life」 中”
- 999은 영국과 홍콩의 긴급전화번호이다.
- “How about the love?” – 「Haha」 中
- “Pain is real, the pain is,” – 「Fear」 中
- “Your energy, / Takes away the best of me. / I remember when we were young, / You made friends with a gun.” – 「Bitter Streets」 中
- “The rough can scare people, / and I am made of love.” – 「9」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