結束バンド (Kessoku Band), 『結束バンド (Kessoku Band)』

by MANIL 10001

만화 원작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외톨이 더 록 (ぼっち・ざ・ろっく, 일명 ‘봇치 더 록’)》(2022)은 예상치 못할 정도로 성황리에 방영을 마쳤다. 지나치게 내향적인 주인공이 밴드를 결성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기 매력 있는 캐릭터와 더불어, 출중하고 실험적인 애니메이션 표현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무엇보다 시모키타자와(下北沢) 라이브하우스와 같이 음악인들이 모이는 지역을 묘사하거나, 원작 만화부터 이어진 각종 J-록 밴드 뮤직에 대한 오마주•패러디•레퍼런스 등은 음악 팬들로부터도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모든 멤버 캐릭터 성(姓)을 유명 얼터너티브 록 밴드 ASIAN KUNG-FU GENERATION 멤버로부터 따온 점 따위도 흥미를 자극한다. 그리고 작중 밴드 “결속 밴드(結束バンド)”가 방영 말미에 발표한 본 셀프 타이틀 앨범 『結束バンド』는 여러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먼저 애니메이션 OST 앨범이자 가상 밴드를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본작의 위치를 가늠해보자.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UTA(Ado)의 앨범 『ウタの歌』(2022)가 본작과 앨범 차트를 엎치락뒤치락 하며 가상 페르소나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함께 발휘하고 있다. 조금 더 직접적인 레퍼런스로는 밴드부(경음악부)의 일상을 그린 애니메이션 《케이온! (けいおん!)》(2009~2010)과 그 극중 밴드 “방과후 티타임(放課後ティータイム)”이 떠오르고, 특히 그들의 더블 디스크 앨범 『放課後ティータイム II』(2010)는 극중 캐릭터 성격이 드러나는 컨셉트가 파워 팝과 같은 장르적 특성을 살린 기깔난 연주와 맞물려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며 꾸준히 회자되곤 하는 팝-록 OST 앨범이다. 그 외에도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2001)을 위해 조직한 Lily Chou-Chou 밴드는 『呼吸』(2001)라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포스트 록 앨범을 발표했다. Gorillaz가 20년 넘게 벌이는 활동 또한 가상 밴드 콘텐츠 전개에 여러모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고, “BanG Dream!” 프로젝트와 같이 가상 캐릭터 콘텐츠와 실제 밴드 라이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짚어볼 만하다.

그러한 전례들 사이에서 결속 밴드가 특별히 지니는 의의가 있다면, 가상 밴드를 위시하면서도 정말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모 록 밴드 작품을 연출해냈다는 것이다. 본작은 일본 인디/얼터너티브 록에 열광하는 저변의 감성을 포착하고 구현하고자 한다. 많은 매체에서 본작을 다루며 J-록 계보에 대한 높은 재현도를 호평 근거로 언급하는데, 이를테면 《Mikiki》에 게재된 s.h.i.의 리뷰는 AKFG를 비롯해 BUMP OF CHICKEN, KANA-BOON, UNISON SQUARE GARDEN, 아카이 코엔(赤い公園), tricot 등이 그리는 00년대 일본 이모 록 계보를 잇는 동시에, ‘기타 히어로’라는 이명으로 활약하는 고토 히토리 캐릭터 설정을 빌려 메탈릭한 리드 기타를 적극 투입하며 본작만의 신선한 구조를 만든다고 서술한다. 즉 본작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부산물이면서도 그것이 재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경향성까지 충실히 담아낸 데 성공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겠다.

제작진부터가 J-록 및 J-Pop 씬을 직접 형성하는 이들이다. 총괄 제작자 오카무라 겐(岡村弦)은 작품 배경이 되는 시모키타자와에 정통한 인물이라 직접 밝히고, 세션 멤버 akkin의 경우는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의 데뷔작 『無罪モラトリアム』(1999)에 참여한 경력으로도 유명하다. 후술할 유명 밴드 뮤지션들이 엔딩 테마곡을 제공했고, 여러 애니송 크레딧으로 익숙한 싱어송라이터 히구치아이(樋口愛)나 ZAQ 등이 제공한 곡들은 캐치한 팝적 면모를 살리면서도 앞선 이들의 악곡들과 조화를 이룬다. 그들의 곡을 모아 이 4 피스 가상 밴드 체제로 편곡한 기타리스트 미츠이 리츠오(三井律郎)는 본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되겠다.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모인 야심찬 기획이다.

오프닝 「青春コンプレックス」부터 기대는 충족된다. 리듬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데, 특히 리드 기타가 1절에서 반복적인 멜로디를 연주한다면, 2절에서는 이미 달궈진 열기를 바탕으로 거친 즉흥 연주를 선보인다. 또 흥미로운 건 극중곡 라인업이다. 「ギターと孤独と蒼い惑星」는 파워풀한 연주로 절박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あのバンド」는 하드 록스러운 연주에 리드미컬한 보컬이 비장한 팝 록으로 중화작용을 한다. 학교 축제 에피소드에서 사용된 「忘れてやらない」와 「星座になれたら」은 각각 업 템포 얼터너티브 록 및 펑키(funky)한 리프의 쟁글 팝을 이용해 흥분과 감격의 상반된 정서로 축제 분위기에 걸맞는 앤썸을 연주하고, 특히 「星座になれたら」는 악기 조화가 잘 드러날 뿐더러 극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곡으로써 본작 중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라이브 애니메이션은 일본 ‘아니메’ 특유의 작화와 로토스코프 기법, 3D 기술 등이 사용된 발군의 영상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엔딩 테마로는 총 네 곡이 쓰였다. 실제 J-록 씬의 중심 인물들이 곡을 제공하고, 이에 한해 밴드 다른 멤버들도 각 곡에 보컬을 담당했는데, KANA-BOON의 타니구치 마구로(谷口鮪)가 제공한 「Distortion!」과 the peggies의 키타자와 유호(北澤ゆうほ)가 제공한 「なにが悪い」는 비교적 비장한 본작에서 밝은 느낌의 곡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맡고, tricot의 나카지마 잇큐(中嶋イッキュウ)가 제공한 「カラカラ」는 하드코어한 도입과 비정형적인 박자로 본작 중 가장 돋보이는 기예를 자랑한다. 본작 클로징 넘버이자 마지막화 특별 엔딩으로 쓰인 AKFG 커버곡 「転がる岩、君に朝が降る」는 보편적인 열등감을 감싸 안는 가사를 주인공이 서툴지만 힘차게 부르는 연출로 감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 외 오리지널 곡 중에서는 전형적이고 탄탄한 이모 록 문법으로 거리 정경을 묘사하는 「ひとりぼっち東京」, 슈게이즈 질감의 감상적인 다운 템포 넘버 「フラッシュバッカー」 등이 인상적이다. 14곡 중 11곡 보컬을 준수하게 담당하며 팝다운 감각을 부여한 키타 이쿠요(喜多郁代) 역 성우 하세가와 이쿠미(長谷川育美)의 공로도 잊어선 안 되겠다.

물론 강점만 있지는 않다. 우선 트랙리스트 배치가 어느 정도 궁리가 되어있는 편임에도 전반적으로 강한 연주가 이어지고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곡이 적잖이 있어 피로감을 유발하기 쉽다. 앞서 「Distortion!」과 「なにが悪い」는 그러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각각 느슨한 라이밍과 중간중간 어설프게 처리된 리듬이 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열등감과 아웃사이더라는 모호한 테마 외에 컨셉트나 방향성이 확실한 편도 아니기에 긴 볼륨이 그리 설득력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한 점을 들어 나는 현지 평단이 종종 동원하는 ‘명반’이란 단어를 쉽게 쓰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본작이 지닌 수많은 강점을 뒤엎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테다. 또한 대중음악의 멀티미디어적 특성을 고려할 때, 모(母) 프로젝트인 《봇치 더 록》 애니메이션이 거둔 성취는 본작에 담긴 음악과도 멋지게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가치를 더욱 빛내리라 생각된다. 본작을 통해 록에 울고 웃던 과거를 떠올리거나, 진심 어린 음악 혼이 다시금/새로이 불타오른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결속 밴드의 실재 여부는 아무렴 상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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