宇多田ヒカル (Utada Hikaru), 『BADモード (BAD Mode)』

by MANIL 10001
   

일본의 국민적인 R&B/팝 뮤지션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그의 센세이셔널한 데뷔로부터 어느덧 20년도 더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는 가창 및 프로듀싱 기량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0대 천재 싱어송라이팅 팝 스타로 활약하던 시기를 지나 ‘인간 활동’ 명목의 긴 휴지기를 가진 뒤 발표한 『Fantôme』(2016), 그리고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신작 『初恋』(2018)는 그의 후기 커리어를 대표할 역작이었다. 이후로도 그는 여러 경로로 완성도 높은 싱글을 속속 발표했고, 특히 영화 《신세기 에반게리온 Da Capo》(2021) 주제가로 낙점된 「One Last Kiss」(2021)는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는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는 동시에 우타다 히카루 자신의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도 충분한 행보였고, 『BADモード』Bad Mode(이하 ‘본작’)는 그러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발표됐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의 외적인 부분은 이전과 비교해 다소 이질적이다. 이를테면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볼 때 앨범 표지에는 늘 그의 초상肖像;portrait이 찍혀있었고, 이는 본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생활감이 묻어나는 단출한 연출과 그의 아들(참고로 본작 크레딧에도 바이올린 세션으로 이름을 올렸다)로 보이는 이가 사진에 함께 비치는 점은 분명히 이전과 다르다. — 팬데믹이라는 배경이 짙게 자리 잡은 Charli XCX, 『how I’m feeling now』(2020)의 콘셉트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 그동안 우타다 히카루 정규 앨범 표지에 이토록 구체적인 배경과 본인 이외의 인물이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다른 점은 그뿐만 아니다. 『ULTRA BLUE』(2006) 이후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셀프 프로듀싱하던 것과 달리, 본작의 편곡 크레딧에는 그의 이름 옆으로 흥미로운 이름들이 함께 적혀있다. 우타다의 지원으로 메이저 데뷔 후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신예 R&B 아티스트 오부쿠로 나리아키小袋成彬, PC Music 레이블 수장이자 버블검 베이스를 유행시킨 주역 중 하나인 A. G. Cook, 일렉트로닉 씬부터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는 Floating Points, 그리고 EDM 씬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친 Skrillex 등에 이르기까지. R&B 및 전자 음악에 기반을 둔 동료 후배 뮤지션을 본작에 이르러서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상당히 신선하고 화려한 프로듀서 진과 함께 본작을 꾸리게 되었다.

사실 이런 변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진 배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팬데믹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그렇고, 또 하나는 작년 여름, 그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자신이 논바이너리임을 밝힌 것이 되겠다 — 참고로 그 발언이 이루어진 라이브는 본작에 수록된 「One Last Kiss」를 테마곡 삼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Da Capo》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와의 대담 직전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결과물의 내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일렉트로닉/댄스 팝 리듬이 돋보인다. 타이틀 트랙 「BADモード」는 따뜻한 스트링과 디스코 비트로 여유롭고 편안한 무드를 연출하고, 이어지는 「君に夢中」 역시 베이스 드럼으로 독특한 그루브를 만든다. 2021년 가장 인상적인 싱글 중 하나였던 「One Last Kiss」는 맑고 섬세한 신스 팝으로 분류할 수 있을 테며, 하우스 넘버 「Find Love」부터 Skrillex 특유의 덥스텝 드랍이 도드라지는 「Face My Fears (Japanese Ver.)」, Floating Points가 참여한 11분짜리 대곡 「Somewhere Near Marseilles — マルセイユの辺り —」까지의 구간은 아예 일렉트로닉 장르에 기반한 프로덕션으로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물론 「PINK BLOOD」부터 「Time」, 「気分じゃないの (Not In The Mood)」, 「誰にも言わない」까지 R&B 그루브를 중시한 구간도 중반에 위치해 그가 기존에 보이던 강점을 뽐내기도 하고, 특히 「誰にも言わない」는 색소폰, 기타 등이 돋보이는 리얼 세션과 타격감 있는 전자 베이스 등을 촘촘히 쌓아 올려 사이키델릭한 네오 소울과 얼터너티브 R&B를 오가는, 본작 최고의 트랙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프로덕션 기조의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이를테면 「BADモード」 중간의 스트링과 신스 등을 배치한 앰비언트 풍 간주는 본작이 추구하고자 하는 질감을 분명히 드러내는 구간이 될 테다. 또 앞서 훌륭한 R&B 넘버로 꼽은 「誰にも言わない」에서 하우스 댄스 비트로 시작하는 「Find Love」로 넘어가는 구간은 분위기를 환기하며 화자의 시선을 함께 돌리는 획기적인 전환이다. 그 끝에 짙은 여운이 맴도는 몽환적인 하우스 트랙  「Somewhere Near Marseilles — マルセイユの辺り —」는 중독성 있는 댄스 팝 넘버를 우타다의 방식으로 우아하게 마감하며 11분동안 처지는 구간 없이 청자를 사로잡는다.

노랫말 또한 흥미로운 구절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앞서 앨범 표지에서 생활감이 묻어난다고 했던 것처럼 타이틀 트랙 「BADモード」의 가사는 러프(rough)한 편이다. 이를테면 “하느님, 이건 아니잖아”1, “hope I don’t fuck it up”처럼 다소 거친 어감이 그렇고, ‘넷플릭스’, ‘우버 이츠’ 그리고 ‘diazepam’ 따위의 고유 명사는 화자의 따분하고 가라앉은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우타다는 본곡에 대해 “여태껏 보여주지 않은 앵글에서 비춘 자신”이라고 직접 코멘트하는데, 이는 본작 전체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화자가 초대하는 사적인 공간은 다소 노골적이고(“Can you satisfy me […] I just want your body” – 「誰にも言わない」), 은밀하며(“남친한테도 가족에게도 말 못할 얘기”2 – 「Time」 / “오늘밤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래”3 – 「誰にも言わない」), 비이성·비윤리적이다(“용서받지 못할 사랑 같은 거야”4 – 「君に夢中」). 집이라는 공간이 대체로 사회적 자아(persona)를 벗고 본연으로 돌아가는 곳임을 기억할 때, 화자가 말하는 공간은 청자—말을 거는 대상—와 함께 그들을 제외한 타자—사회적 규범, 편견—와 분리되거나 거리를 둔 지점이다. 오직 화자와 청자/대상의 관계에 눈높이를 맞추며 비밀을 나누는 모습은 분명 위로의 제스처로 다가온다. 그 위로의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고 — 「Face My Fears」 — 이제 다시금 타자와 마주할 차례다. “나는 런던, 너는 파리 … 마르세유 근처에서 보자.”5(「Somewhere Near Marseilles — マルセイユの辺り —」)

이러한 화자의 사적인 고백은 자연스럽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떠올린다. 우타다의 자택(으로 보이는 곳)을 표지 배경에 담아내고, 이와 더불어 타이틀 트랙 「BADモード」의 배경 또한 마찬가지로 집에서 전개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소재들 가운데서 동시대 청자들이 “STAY HOME”이라는 구호 아래 전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락-다운을 연상하지 않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본작을 반드시 팬데믹 상황과 결부시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본작을 둘러싼 여러 배경과 맥락은 팬데믹과의 연관을 지시하지만, 이를 결정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장면을 찾기는 어렵다. 즉, 작품 독해에 있어서 반드시 팬데믹이라는 레이어를 겹쳐야 할 당위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본작을 둘러싼 “코로나 사태이기에 비로소 탄생한” “코로나 시대의 무드를 담아낸 걸작” 따위의 반응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배경과 내용 사이의 연계가 느슨해지면서 자연스레 응집력 또한 약해진다. 그리고 이 약점은 트랙 배치에서도 비롯되는데, 이를테면 댄스 리듬에 기반한 초반 트랙들은 정박자 위주의 곡과 엇박자 곡이 교차로 배치된 점이 아쉽고, 몽롱한 R&B 분위기가 이어지는 중반 구간 중에 둔탁한 드럼이 들어서는 「気分じゃないの (Not In The Mood)」를 배치하는 것은 앞뒤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데다가 러닝 타임도 늘어지며 앨범에 힘을 빼고 만다. 또한 본작 중 가장 튀는 덥스텝 트랙으로 그 수록 여부에 대해 논쟁마저 이는 「Face My Fears (Japanese Ver.)」의 경우, 부드럽게 매만진 질감과 싱글 자체의 맵시와는 별개로 four-on-the-floor 비트 트랙을 앞뒤로 둔 채 리듬이 다르고 드랍이 강한 곡을 배치해 부자연스럽게 씬 스틸을 해버리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이는 기 발매 싱글이 이미 과반수 이상 수록된 가운데 트랙 간 연계가 엉키면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 물론 팝 앨범에서 통일성이 반드시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발매 전 프로듀서 미야케 아키라三宅彰가 “앨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시대지만, 열심히 앨범으로 만들고 있다”고 코멘트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일정한 공간감을 만드는 질감, 일관된 정서 등은 분명히 본작을 하나로 묶고자 시도하고, 이로 인해 도리어 곳곳에 성긴 이음매가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고 마는 것이다.

다만 구성의 아쉬움을 잠시 뒤로 하면 본작은 분명 대단한 결과물이다. 20여년 전 열도를 뒤흔든 소울풀하고 그루브 넘치는 보컬 퍼포먼스는 여전히 강력한 멜로디와 아련한 노랫말과 함께 우직하게 (보너스 트랙까지 포함해) 약 1시간에 다다르는 긴 시간을 황홀하게 채운다. 이와 더불어 여러 시도를 담아내며 신선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모습에는 경외감이 들 따름이다. 본작은 우타다가 맞이한 또 한 번의 커다란 전환점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의 일관된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티스트 본인의 글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미세스(Mrs.)도 미스(Ms.)도 미스(Miss)도 미스터(Mr.)도 아닌, 미스터리 우타다(Mys. Utada).”

   
 
  1. “神様、こりゃーないぜ”
  2. “カレシにも家族にも言えない いろんなこと”
  3. “今夜のことは誰にも言わない”
  4. “許されぬ恋ってやつ”
  5. “ ぼくはロンドン 君はパリ […] マルセイユの辺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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