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종교적인 의미에서도, 철학적 은유를 담아서도 서술될 수 있는 단어일 것이다. 어떠한 저의로 서술한들 그것들에는 아마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을 것인데, ‘이상향이 구현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 아마 그런 것일 테다. 다만 김사월이 『헤븐』을 통해 제시하는 서술은 결을 달리하는 감이 있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말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변모하기에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상향이 구현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것이 가능할 공간이 있다 한들 가상의 영역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천국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인 듯 보인다.
사실 김사월은 항상 따뜻한 듯 보이면서도 어느 한구석이 반드시 서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해왔다. 그 정도가 본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자신이 「일회용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억과 잠을 「교환」해준다는 대목에서 이유 모를 공감을 우리는 하고 있지는 않은가. 포근하고 달콤한 것들로 꾸며져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노란 불빛을 쫓아가는 「나방」처럼 우리는 파괴적일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테고, 「오늘 밤」에서의 가사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체현되는 것은 예삿일에 가까울 것이다. 「헤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슬플 일도 좋을 일도 없는 곳이 세상이고, 그렇기에 자신마저 굳이 사랑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술회한다. 자신의 이상향이 아무것도 구현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헤븐』은 굉장히 이상한 단어인 것이다. 존재할 리 없지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담긴 그런 것이라는 말이다. 통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을 그녀가 왠지 모르게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다. 「일회용품」의 발랄한 도입부도, 「도망자」의 펑키한 연주도, 「내가 사랑할 그 사람은」에서의 친숙할 코드 진행도, 「헤븐」에서의 아기자기한 퍼커션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문자 그대로 와닿지 않는 감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이질감은 필연적이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헤븐』이란, 당신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XEN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