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에게 저녁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니, 질문을 바꿔보도록 하자. 당신이 하루 동안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무엇이 당신을 맞이하는가. 공허함? 피로함? 어쩌면 둘 다 답이 될 수도 있겠고, 다른 무언가가 답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결은 비슷할 터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계를 마주하고는 한다. 그것은 감정적 소모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체력적 한계, 혹은 자신의 역량을 비관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바쁜 하루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누군가의 감미로운 찬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선우정아의 『Serenade』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녀는 「도망가자」에서 우리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자처하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Serenade」를 통해 막연한 만큼 조심스럽게 행운을 빌어주기도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향해 대신 욕을 해주기도 하는 것은 덤이다. “Be Yourself”라는 그녀의 외침을 담은 우화들은 본작이 진행되며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모순으로 향하기도 한다. 책임을 짊어진 이들을 바라보는 「수퍼히어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자화상을 담아내는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나 「My Birthday Song」 같은 트랙이 그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후반부가 그래서 조금은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사랑을 논하는 「Fall Fall Fall」부터, 굴곡진 삶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생애」를 지나, 자기애를 과시하는 「CLASSIC」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가 간과해왔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렇다.
주마간산이라고 했던가. 사실 본작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은 우리가 아무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바쁘게 살아간다고 해도 쉬이 무시되어서 안 되는 요소들이지만, 사회의 구조는 이러한 것들을 ‘순진한’ 혹은 ‘세상 물정 모르는’이라는 수사를 붙여가며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왔다.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능할 때 순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 해도, 고된 일과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만큼은 그런 탈을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선우정아는, 우리에게 그래도 좋을 것이라며 본작을 통해 노래한다. – XEN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