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의 상세한 분석을 선제적으로 접하지 않더라도 BIBI가 말하는 「나쁜X」(나쁜 ‘년’)는 ‘Bitch’다. “음악에서 ‘bitch(나쁜 년)’는 주로 타자를 향한 말이다.”라고 적는 김효진의 분석이 쓰지 않은 것은 그 낱말을 발화하는 화자의 차이에 뒤따르는 의미의 변화다. 일전에 내가 <온음>에 제출했던 Kendrick Lamar의 「We Cry Together」 리뷰에서 나는 예비적 서술로서 힙합과 여성혐오의 관계에 대해 다뤘고, 거기서 “힙합의 문화적 발화 방식에서 “My Nigga”는 친근함의 표시지만, “You are Bitch”는 중대한 모욕이자 디스가 된다. … 남성 아티스트들이 저지른 힙합의 결함은 보통의 경우 여성 아티스트들에 의해 해결의 시도를 맞이했다. … Nicki Minaj나 Cardi B 등과 같이 배격되어왔던 ‘Bitch’의 속성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용하려 함이 그랬다.”라고 적었다. 영토가 달라지더라도 문법은 변하지 않는다. BIBI가 「나쁜X」에서 스스로를 ‘나쁜 년’으로 칭하는 것 역시 유사한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나쁜 X”라는 라인을 한 글자씩 찍어 누르듯 발음하며 중독적인 캐치함을 확보하는 훅의 방법과 같이 우리는 「나쁜X」에서 모자이크된 ‘년’의 강렬함만큼이나 ‘나쁜’이라는 수식어 역시 주목해야만 한다. BIBI가 자칭하는 ‘년’을 ‘Bitch’로 상정하는 해석을 수용한다면 “나쁜 X” 내지는 “미친 X”는 직역하면 “Bad/Crazy bitch”로 환원될 터인데, Bad나 Crazy와 같은 낱말의 의미가 해석 여하에 따라 이중적이 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발화 당시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낱말의 뜻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BIBI는 분명 긍정적인 뜻을 사용했을 것이다. 죄를 고해성사하는 죄인이 ‘내가 나쁘다. 미쳤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두 낱말의 발화가 발화자 스스로를 향할 때 부정적이 될 리는 없다.
그러나 「나쁜X」는 특수하다. 가령 BIBI는 트랙에서 죄인을 용서해주는 집행자와 같이 행동한다. 다신 붙잡히지 말 것이며, 그 때에는 비로소 ‘나쁜 년’을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이 함께여도 BIBI는 상대를 용서한다. 분명 그 상대는 BIBI에게 “즈려밟은” 것처럼 어떠한 위해를 가했음에도. 이 순간 BIBI의 자칭은 중의적이 된다.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은 마치 경극처럼 트랙 안의 상대를 넘어 청자에게까지 BIBI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혼란하게 한다. 의미의 확정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BIBI는 「나쁜X」를 통해 묻는 것이다. 「나쁜X」의 ‘Bitch’는 진짜로 ‘Bad’한 것인지에 대해. – coloringCY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