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I, 『Lowlife Princess: Noir』, FeelGhoodMusic, 2022.11
   

‘밑바닥 공주: 누아르’, 발매 전부터 신보는 ‘누아르’ 콘셉트의 음반이 될 것이라 공언했던 BIBI의 『Lowlife Princess: Noir』는 마초적 누아르 내지는 갱스터 영화의 구도를 모방한 「나쁜X」의 뮤직비디오를 참조하지 않더라도 썩 누아르적이다. 가령 이성애적인 사랑이 중심이 되면서도 그를 뼈대로만 남긴 채 난삽하게 서사를 흩뿌리는 음반의 구조가 그렇다. 밝게 치장된 소리 위에서도 어딘가 어둡고 서늘한 온도로 일관하는 BIBI의 보컬로서 완성되는 음반의 분위기가 그렇다. 스스로를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그리는 듯 하다가도 이내 완벽하게 악인 내지는 더러운 인간상의 묘사로만 남지 않으며 은연중에 규범적 질문을 우리에게 남기는 이야기가 그렇다. 소리는 역시 음반의 주요한 무기 중 하나이다.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경고하는 BIBI의 노랫말에 더욱 큰 위험성을 부여하는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을 시작으로 때론 장중해졌다가도(「가면무도회」), 이후 「마녀사냥」까지 한층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다채로움을 뽐내는 트랙들의 이어짐 등은 음반이 전하는 이야기의 필수 부품이다. 말의 뉘앙스를 유지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마무리를 위해 「City Love」와 같은 흥겨움도 잊지 않았다.

어쨌든 음반의 그러한 성격들을 통과하며, 내가 앞서 말했던 ‘이성애적인 사랑’이라는 음반의 중심적 이야기는 마치 치정처럼 읽힌다. 딱히 야한 어휘들을 구사하지 않더라도 음반에서의 BIBI는 문란한 인물로 보이고, 「조또」와 같은 트랙에서는 노골적이다. ‘마녀사냥 2022’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와 각종 야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대학 축제에서의 퍼포먼스 및 인터넷 방송에서의 행동 등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 혹은 비난을 늘어놓았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한 피드백들이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BIBI는 의도했든 안했든 그것을 음반의 안에서 이용한다. 과거부터 ‘문란한 여성’이란 전통적 규범에 맞서는 교란자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가부장적 여성관은 그 대표적인 대상이다. 올해 BIBI의 행보와 그에 뒤따른 여러 구설수들은 그녀에 대한 일종의 브랜딩과 같이 되었고, 바로 그 사실이 음반이 담은 이야기와 음악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것은 그를 『Lowlife Princess: Noir』라는 이름으로 BIBI 자신이 ‘밑바닥’이라 칭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 coloringC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