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PP의 등장은 작년부터 한국 록 씬에서 불거졌던 슈게이즈/드림-팝 붐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 중 하나였다. 막 데뷔한,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인 슈게이즈를 구사하는 3인조 밴드의 트랙이 드라마 OST로도 차용될 정도였으니 그들에 뒤따른 반응 역시 놀라웠다 말할 수 있다. 데뷔작 『TRPP』의 발매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뒤에 그들이 발매한 『Here to Stay』에서 TRPP는 호응을 이끌어냈던 그들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Here to Stay』는 전체적으로 소리의 무게가 더욱 무겁고, 농도도 짙다. 장르의 기본을 따라가면서도 가볍고 들뜨는 향취를 뿜으며 보다 대중적인 캐치함을 추구했던 전작 『TRPP』와는 다른 방법이다. 물론 「Lifetime」, 「명상 (Meditation)」, 「Higher than the sun」과 같이 전작의 색채와 유사한 트랙들도 수록되어있어 전작과의 일방적인 비교의 가능성도 피해간다.
『TRPP』의 성공은 장르의 왕도를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에 입맛에 맞춰 트렌디하게 버무린 TRPP의 감각이 주요했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Here to Stay』는 전작에 비하면 그렇게 널리 들리지는 않은 음반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Here to Stay』가 장르의 왕도를 맹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작년부터의 한국식 슈게이즈/드림-팝 부흥에 전하는 헌사와도 같다. 흔히 우리가 장르의 대표작으로 칭하는 90년대 국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노랫말이 더욱 심오하고 ― 특히나 나는 『Here to Stay』의 노랫말을 보며 그것이 불교적 세계관 및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낱말의 선택에 있어서는 더욱이 그렇다 ― 보컬의 멜로디가 부각되며, 목소리가 더욱 잘 들리게 믹싱된 것이 그렇다. 하지만 축축하게 젖어 축 처진 기악적 연주/노이즈의 질감이, 강조해야 할 때와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완급을 조절하는 멤버들의 감각이, 몽롱하면서도 잠들 수 없는 소리를 구성하는 엔지니어링이 지극히 장르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TRPP는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관철한다.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없다. – coloringCY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