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는 분명 난해한 가사를 쓴다. 다만 김효진의 말대로 그런 난해한 가사들이 선사하는 혼란은 청자들로 하여금 유라에 관한 호기심을 샘솟게 만드는 적격한 이유 중 하나다. 20분 남짓한 길이의 EP 『GAUSSIAN』에서도 이 난해한 가사는 본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특정한 심상을 상징하는 단어를 정하거나 새로이 만들어 나열하고 그로부터 파생된 의미심장한 표현들을 무질서하게 늘어놓는다. 그 심상은 감정적일 수도, 시각적일 수도 있고, 유라의 가사가 흘러나오는 과정은 맥락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가령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한 「미미 (MIMI)」에서 등장하는 가사들은 간혹 의도적으로 뭉개진 탓에 알아듣기 힘들지만 적당한 운율이 형성되어 듣는 재미가 덜해지지 않는다. 「숨을 참는 괴물 (Airplane Mode)」에서의 “오늘 아침의 숫자는 모양이 달다. 빈 접시 위에 가득 쌓아 놓고 돌아가자.”와 같은 가사에는 무언가 함의가 담겨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결을 짚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파란색의 반대인 분홍색을 우울함의 반대 격으로 상정해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는 「분홍 (PINK!)」, 하얀색의 물체나 그와 관련된 것들을 통해 무상함을 표현한 「하양 (RAL 9002)」 등에서의 표현은 상당한 강점이다.
언뜻 보기에 유라의 이와 같은 표현법은 재미없는 보물찾기 같아 보이지만, 유라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대전제를 소개한다. “발음이든 단어든 문장이든, 청자가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씁니다.” 이와 같은 전언은 우리가 가사를 온전히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내가 굳이 이 전언을 인용함은, 유라의 가창과 프로덕션이 꽤 괜찮은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PBR&B, 록 등을 비롯해 팝 어필에 적합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은 프로덕션은 간혹 트랙마다 마디가 끊어져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유라는 매번 자신의 목소리를 이물감 없이 내보이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기에 이른다. 우리가 본작에서 확인한 것은 그녀의 잠재력일 것이고, 우리가 본작을 통해 얻어가는 것은 즐거움과 함께 앞으로의 행보에 관한 기대일 것이다. 이만하면 『GAUSSIAN』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 XEN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