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그늘의 「모래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탑을 쌓는 상상 속 풍경이다. 모래탑을 쌓는 이들 중 이것이 무너질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모래탑은 결국 파도에 의해서든, 바람에 의해서든, 혹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라도 어떻게든 무너질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모래탑을 쌓고, 그 모래탑은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수도 없이 많은 것이 그러하듯 이 행위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중그늘이 본 트랙에서 “우리는 모래탑을 쌓을 거야”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 역시나, 특별한 인과관계로서 설명되어야 함은 아니다.
지난해 발매한 『연가』 (2020)로 빛을 보기 시작한 공중그늘의 연주를 두고 굉장히 혁신적인 태도라고 이야기하기는 사실 어렵다. 밴드라는 이름 앞에서 기타와 드럼 스틱을 들고 있는 이들이 신시사이저와 모듈레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연주를 시류와 관계가 아예 없는 무언가라고 서술하기에는 분명히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이들의 연주는 색다르지도 않고,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무언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근사하고 유려하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든 음악이 반드시 독특하고 실험적이며 개성이 차고 넘칠 필요는 없다. 마치 우리의 손으로 쌓는 모래탑이 특별할 게 없듯이 말이다.
공중그늘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목표를 좇아 나아가는 움직임을 모래탑을 쌓는 행위에 비유한다. 우리는 모두 한 번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부여받은 셈이고, 저마다 삶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목표와 꿈을 향해간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한두 번쯤은 비틀거릴 것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마주하며 저마다의 희로애락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하고, 모래탑을 쌓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공중그늘의 「모래탑」은, 그러한 과정을 서술하는 경쾌하고 효과적인 표현이 담긴 트랙인 것이다. – XEN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