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부 (Peek-A-Boo)」

앞서 설명한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이 ‘레드’와 ‘벨벳’ 콘셉트를 융합함에 있어 ‘레드’에 조금 더 치우친, 가령 보다 키치하고 통통 튀는 스타일을 구현했다면, 「피카부 (Peek-A-Boo)」는 더욱 부드럽고 멜로디컬한 ‘벨벳’ 콘셉트 특유의 스타일을 더욱 부각시키며 두 콘셉트의 결합을 이루어냈다. “피카부”라는 단어의 반복을 통해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후렴구, 호러틱한 콘셉트와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보컬의 합성 등에서 ‘레드’ 콘셉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반면, 보다 간결한 사운드와 리듬의 구성, 느린 템포, 섬세한 가창과 멤버 개개인의 음색을 살리는 보컬 활용 등 「피카부」의 주가 되는 요소들은 대부분 ‘벨벳’ 콘셉트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또한 곡의 메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신디사이저는 ‘레드’ 콘셉트 특유의 통통 튀는 스타일로서 구현되는 동시에 ‘벨벳’ 콘셉트의 어두운 느낌을 살려내며 두 콘셉트의 효과적인 결합을 알리는 듯했고, 또한 서정적인 작법의 가사에 키치한 단어들이 포함되는 방식 역시 기존의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가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순간으로서 포착되었다. 그렇게 보다 ‘벨벳’스러운 융합을 이루어 낸 「피카부」는 이전의 시도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두 콘셉트의 색다른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가 융합될 수 있는 또 다른 활로를 개척하는 결과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