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pa, 「Supernova」

by YANG-SOHA
 

성장에는 고통이 수반하지만, 어떤 고난은 그 자체로 성장을 포함한다. aespa는 데뷔 당시 떠오르는 신기술 ‘메타버스’를 활용한 거대 세계관의 주인공이자, 이를 바탕으로 SM 엔터테인먼트 전사를 아우르는 세계관 ‘SMCU (SM Culture Universe)’의 선봉장이 되었다. 「Next Level」의 범대중적 유행과 EP 『Savage』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aespa는 자신이 떠맡은 막중한 책임을 훌륭히 이겨냈고, 그들은 많은 이들이 K-Pop 산업의 새로운 세대로 지목한 집단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곧이어 발매한 『Girls』의 부진과 2023년의 거대한 사건을 마주한 aespa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들은 지난해 벌어진 SM과 HYBE 간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있었고, 유영진 전 이사의 프로듀싱 아래 그의 음악적 스타일을 집약한 작품을 선보인 것, 이수만 전 총괄이 독단적 지시로 콘셉트와 맞지 않는 가사를 삽입하려 한 것 모두 aespa가 오롯이 떠맡은 짐이 되었다. 그 모든 고난 속에서 발매한 「Spicy」는 가상 세계보다 더 크고 중요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이어 「Drama」는 aespa의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엮어가며 스스로 나아갈 미래를 예고했다. 타임라인 속 예기치 못한 균열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aespa는 첫 정규 음반에 앞서 더블 타이틀 트랙 중 하나인 「Supernova」를 제시한다.

 

「Supernova」를 포함해 5월 27일 공개될 정규 『Armageddon』은 이전 aespa의 모습을 왜곡하며 나아간다. 앨범 커버와 콘셉트 이미지 곳곳에 포진한 크롭 서클(미스터리 서클), 그리고 다양한 그래픽 이미지의 음산한 기운은 과거 세계관에서 가상 세계의 악(Black Mamba)을 대적할 때의 두려움이 아닌,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를 표상한다. 다만, 이는 이전처럼 aepsa 자신이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발산하는 공포에 가깝다. 현재까지 공개된 여러 프로모션 이미지와 비디오에서 aespa가 무엇으로도 식별하기 어려운 존재로 등장하는 모습, 또는 음반명 ‘아마겟돈(Armageddon)’이 우리에게 ‘외계에서 지구를 향해 추락•충돌하는 물체’의 이미지로 연상된다는 점은 그들이 제시하는 작품의 방향성 – 우리에게 도달하고 있는 미지의 두려운 존재 – 을 가늠케 한다. 또한, 「Supernova」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이 어딘가 코믹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 예컨대 자동차를 한 손으로 들고 사이드미러를 뽑아 든 채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는 카리나와 해맑은 미소로 상공을 날아다니는 윈터, 스스로 방화한 불길 속에서 셀프 비디오를 찍는 닝닝 등, 결의에 차 가공의 악당을 처리하는 과거의 aespa와는 판이한 능력의 멤버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도 aespa가 제시하는 과거와 현재 간 명확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 또한, 이는 『My World』 프로모션 비디오에서 지구의 이상 현상에 대한 질문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이들의 모습과도 교차한다.

   

다만, 「Supernova」와 『Armageddon』이 aespa의 자아 찾기에 대한 이야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향한 aespa의 탐색은 웹사이트 랜딩 페이지에 기재된 문장 ‘ONLY I CAN DEFINE MYSELF (오직 나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다)’와 LiDAR 센서를 활용해 사람의 형태를 인식하는 프로모션 이미지, 그리고 「Supernova」 M/V의 지젤이 ‘aespa 멤버들의 사진과 AI 이미지를 구별하라’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강조된다 – 여기에 더해,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5월 22일) 공개된 프로모션 비디오의 제목은 “Find The Authentic ‘멤버 이름’ (진짜 ‘~’을 찾아라)”이다. 결국 지금의 aespa가 「Spicy」 이전(또는 SM-HYBE 지분 분쟁 전)의 세계관 및 활동을 완전히 부정하고 그로부터 분절된 서사를 그리겠다고 선언했음을 확신할 수는 없어도, 현재의 그들이 과거 자신의 행적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혼란이 발생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최초의 세계관에서 aespa와 그 멤버들은 아주 진중한 모습으로, 굳은 의지를 다지며 자신과 세계를 해하는 적을 마주했다. 그들은 가상 세계(FLAT)와 광야(KWANGYA), 현실 세계를 넘나들고, 인간-신체로서의 나와 아바타로서의 나,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통의 경계 등 복잡다단한 체계 안에서 영웅적 행보를 이어가야만 했다 – 현실 세계 너머의 현실에서 aespa가 SM과 SMCU의 새로운 기수로, K-Pop 시장의 새로운 초신성으로 자리하며 각고해야 했을 하중은 그들의 음악과 활동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작년 그들을 덮친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진 뒤, aespa는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며 느낀 혼돈을 작품으로 그려내기 시작한다. “변화할 시간이야 넌 /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나를 찾아내”(「Spicy」)라고 말하거나, 자신을 둘러싼 드라마Drama를 온전히 쟁취하고 트라우마Trauma를 깨부수며 “You and I 함께 써 내려가는 Story / 날 가로막았던 No 한계를 뛰어넘어 Everyday”(「Drama」)라고 선언하는aespa의 노랫말은 그들이 겪은 불안의 공포를 무던히 껴안은 채, 그들 스스로 발화하는 텍스트 너머의 결의를 온전히 담아낸 듯 느껴진다.

그리고 Black Mamba를 물리치기 위한 여정이 아닌, 자아를 찾아 나선 모험을 그리는 작금의 aespa는 「Supernova」에 이르러 자신이 마주한 혼돈을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후렴에서 “원초 그걸 찾아”라는 문장을 던질 때, aespa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해 자신의 근원으로 향한다. 이는 곧 내면에서 마주한 또 다른 나(“날 닮은 너 누구야” – 어쩌면 멤버들의 아바타로서 이전 세계관 속 æ-멤버)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초신성의 폭발로 형성된 별의 잔해로 구성된 나(의 세계) 자체(“Bring the light of a dying star / 불러낸 내 우주를 봐 봐”)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두 차례에 나눠 발화한 “사건은 다가와 / 거세게 커져가 / 질문은 계속돼 / 우린 어디서 왔나”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지목하는 바는, 그들의 자아 찾기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되었음을 고발한다. 작금의 aespa가 던지고 있는 자아에 대한 물음은, 그들이 활동 내외부 모두에서 마주해야 했던 고난과 혼란에서 촉발했다. 두 거대 기획사의 분쟁, 오랜 시간 기획사의 레거시를 만든 인물의 부정, 그리고 그 끝에 맞이한 새로운 현실에서 aespa는 지난 날을 후회하거나 누군가를 지목해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Supernova」는 거대한 별이 죽음에 이르러 폭발하는 현상인 ‘초신성’처럼 격렬하게 나아간다. 정박마다 떨어지는 무거운 킥 드럼과 과격하게 운동하는 글라이드 베이스의 토대 위로 멤버들의 가창은 빠르게 전진한다. 그루브에 맞춰 나아가던 저역대 보컬은 “Drop”이란 외마디 후 높은 음역과 빠른 리듬으로 전회하고, 후렴에서는 강렬한 리드와 패드 신디사이저를 쌓아가며 그 공간감을 확장한다. 그리고 두 번째 프리코러스 무렵 등장하는 리드 신디사이저가 빠르게 아르페지오 되며 그 공간은 초신성이 위치한 우주로 확장하고, 역설적으로 빠르게 점멸하는 신디사이저가 그려낸 우주적 공허 속에서 aespa의 존재감은 더욱 강조된다. aespa는 그 우주에서 스스로 초신성을 자처하며 자신의 죽음-폭발을 새로운 탄생의 방향으로 인도했고, 만약 그들의 폭발로 인해 재구성된 또 다른 자아가 있다면 그것 역시 aespa가 될 것이다. 

그렇게 불명확한 상대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작금의 aespa는, 다급히 새로운 적대자를 물색하거나 심연 깊은 곳으로 숨어들지 않으며, 곧장 ‘나’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 때로 최선의 공격은 방어인 셈이고,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나를 아는 것이기에. ‘또 다른 나’를 찾고 인식하는 시기(「Spicy」)를 지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그 이야기를 재점유하는 과정(「Drama」)을 거쳐, 「Supernova」의 aespa는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우주적 공간감을 만들어낸 각종 신디사이저의 배합과 그 토대를 다져낸 베이스, 드럼을 모두 걷어내고, 보다 간결하게 울려 퍼지는 리듬 위에서 그들이 두 번이나 강조해 “우린 어디서 왔나”를 외치는 모습은 보다 거칠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한편 그들의 원초적 토지를 뒤흔든 이들을 향해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격성을 표상한다.

 

이와 같은 물음은 일련의 과정을 지나 보낸 aesp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Pop은 그 시작부터 명확한 뿌리를 규정하지 못한 채 등장했고, 이는 곧 산업과 시장, 그 내외부의 제작자와 수행자, 소비자에 이르러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더구나 팬데믹 완화 이후 글로벌 규모의 성장이 안정화되고 NewJeans의 등장과 함께 시장 전반에서 시각 요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그리고 단일 기획사를 넘어 시장 전체를 덮친 고난을 마주한 작금의 K-Pop에는 수많은 의문과 물음이 난무한다. K-Pop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기획사의 기획력과 이를 수행할 자본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아티스트와 작품 활동의 성취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이돌’이란 어휘에 내포된 K-Pop 아티스트의 주체성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댄스 퍼포먼스와 비주얼 콘텐츠에 치중한 채 라이브 무대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가수’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질문은 돌고 돌아, aespa와 K-Pop을 넘어 우리에게 도달한다.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aespa와 SM이 던지는 물음 속에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K-Pop 산업, 나아가 흔들리는 토대 위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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