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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Self-Released, 2019.06

『김일성이 죽던 해』, 실로 무거운 타이틀이면서도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본작에 어떠한 무거운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하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1988년 8월’이라는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앨범 커버에 새겨진 어린 아이와 여성의 모습은 본작에서 자전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자와 후자 둘 다 아니다. 화자의 상처입은 현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첫 트랙 「상처」를 듣고 나면, 본작과 동명의 쓸쓸한 트랙 「김일성이 죽던 해」가 들어선다. 가난했던 엄마를 졸라 샀던 인형이 친구에게 거부당한다는, 저릿한 서사는 김일성이 죽던 해 일어난 일이라고 쓰인다. 천용성은 이 지점에서 인형 사건과 ‘김일성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같은 지평 위에 올린다. 이는 곧 그만큼 천용성에게 있어 「김일성이 죽던 해」에서의 노랫말이 중요했다는 것을 암시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김일성이 죽던 해」의 노랫말은 천용성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그의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노랫말이라고 한다. 자전적인 것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본작의 강점은 그러한 노랫말의 배열들에 있다. 본작의 트랙들은 지극히 자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꼭 그렇게 자전적인 경험들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다만 「대설주의보」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었던 그곳의 맛이 없었던 팥빙수, 옛날 생각나요”와 같은 노랫말이라던지, 「동물원」에서 “동물원에는 끌려온 마음뿐이라”와 같은 노랫말이라던지, 「전역을 앞두고」에서 “먼 곳에서 보낸 2년이란 시간은”과 같은 노랫말들이 그렇듯, 천용성은 구체적 순간들을 호명하며 마치 그것들이 자신의 사적 경험인 것과 같이 구성한다. 사진과 같이 선명한 노랫말들을 모아, 앨범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앨범을 조립해나가는 천용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힘이 없다. 비록 자신이 찍어낸 순간들이 때때로는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하는 광경이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본작에서의 천용성은 마치 스스로에 대해 관조적인 것처럼 보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본작의 화자에 대해 보다 깨끗하게 다가가며 그것을 자전적인 것처럼 인식한다. 참으로 훌륭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 coloringC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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