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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선,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 1000 Rockets, 2018.12

다시 한 번 본작,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에 대해 다뤄야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본작의 제목에서부터 다시금 그에 대한 감상을 써 내린다. 본작은 그 제목,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이 의미하듯, 장명선의 고백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고백의 시작은 항상 조심스럽고, 망설여진다. 첫 트랙 「틈」에서 단순하게 진행되는 신시사이저와 군데군데 섞이는 노이즈를 시작으로 소리들의 층은 점점 쌓여가며, 이는 중반부부터 합류하는 장명선의 코러스마저 어딘가의 소리쯤으로 밀어낸다. 본작에서의 장명선의 고백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본격적인 위화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바라는 일」에서의 불분명한 신시사이저, 「일기장」에서 전자음에 침잠하는 장명선의 목소리, 「네 모든 것」에서의 붕 뜨는 신시사이저와 노이즈, 책장 넘기는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로 대표되는 글리치가 장명선의 고백을 그 자체로 들을 수 없게 한다.

그런 와중에 등장하는 「숲」은 우리에게 당혹감을 선사한다. 견고한 층을 형성하며 울리던 전자음들이 모조리 제거된 채 피아노와 현악 세션이 장명선의 목소리를 그 자체로 깨끗하게 드러낸다. 그러다 후반부에 차분하게 진행되던 트랙의 전개를 어그러뜨리며 등장하는 중후한 전자 기타는 장명선의 고백이 급작스럽게, 그 자체로 우리의 가슴에 꽂히게 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등장하는 트랙 「흐름」은 전자음과 글리치, 신시사이저, 장명선의 코러스가 켜켜이 쌓이며 다시금 우리를 장명선의 고백에서부터 멀찍이 떨어트린다. 「흐름」으로부터 시작된 행선지를 모르는 흐름에 정처 없이 떠내려가다 만나는 마지막 트랙 「이다음에는」에서, “모든 것은 다 잊고” 라는 노랫말과 함께 “하나, 둘, 셋, 넷” 이라는 반복적인 주문에 취해 최면에 빠진다. 앨범의 끝, 정적이 흐르고, 우리는 그저 되묻게 된다. 이다음에는? 우리가 마주한 장명선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 coloringCYAN

* 2019년 3월 6일, 저희 웹진 <온음>은 웹진 <weiv>로부터 전대한 비평가의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 리뷰와의 유사성이 있다는 의혹 제기를 받고, coloringCYAN 필자의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 리뷰를 삭제 조치한 바 있습니다. 본고는 당시 삭제 조치한 리뷰와 유사한 논조로 쓰인 바, 해당 사실을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공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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