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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모래내판타지』, 아시아레코즈, 2019.06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 앨범들은 그 노곤함에 있어서 한결같다. 그들은 물론 춤출 수 있는 연주를 한다. 그러나 춤추기를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몰아치며 당장에 활활 타오르는 그런 연주는 아니다. 이들의 연주는 (라이브에서보다는 레코드에서 특히나) 조금 맥이 풀린 듯하며, 조웅의 목소리는 그보다도 더 노곤하게 들린다. 첫 앨범의 첫 곡 「뽀뽀」에서부터 그랬다. 그 와중에도 흥을 달구는 것이 구남의 고유한 솜씨다. 구남의 연주가 열어젖히는 춤판은, 약불로 은근히 달구는 그런 춤판이다.

그렇다면 『모래내판타지』는 어떤가? 빠르지 않은 연주에 살짝 전자음을 첨가하는 방식은 일관적이다. 달라진 점으로는, 진하던 공간계 이펙터의 맛이 줄고, 소리들이 더 또렷하게 구분되게 되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더 축 늘어졌다. 특히나 「무지개」의 소리는, 나른하다기보다, 지쳐 있는 듯 들린다. 가사도 전보다 더욱 진이 빠져 있다. 나라는 나라대로 망하고, 길은 길대로 잃어버렸단다. 한참을 지나 「여름밤」에서야 앨범은 끓는점에 닿는다. 시원하게 뻗어가는 신스와 함께할 때에야 조웅은 “엄청나게 좋구나”하고 노래한다.

마지막 트랙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재개발」은 헐고 쫓아내는 일에 익숙해진 도시에 대한 애가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앨범의 표제와 커버의 무대가 된 가재울에 대한 애가일 것이다. 「도시 생활」과 「남쪽으로 간다」에서 도시 바깥을 동경하던 구남은 이제 헐리기 전의 도시를 그리워한다. 느릿한 드럼 비트 사이로, 역시나 느릿한, 그래서 더 힘없이 들리는 외침이 새어 나온다. 그 목소리가 「망한 나라」와 「지워진 자국」을 다시 읽고 다시 듣게 한다. 이 트랙들이, 그리고 이 앨범이 왜 그토록 진 빠진 듯 들렸는지에 대해, 「재개발」은 앨범의 마지막에서 그 이유를 덧붙인다. 그렇게 들을 때 이 앨범은 새로이 완결된 구조를 갖출 것이다. – 조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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