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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Goblin」, SM Ent., 2019.06

조심스럽게 글을 쓴다. “내 방 숨 쉬는 모든 것 /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 난 여기 있는데”라는 가사는 지금 더욱 안타깝게 읽힌다. ‘고블린’은 고인과 함께 하던 고양이의 이름이라고 한다. 털이 없는 고양이는, 어쩌면 우리가 고양이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그런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고인은 노래한다. 흔히 기대되는 바와 다르다는 것은 두려워할 일도 아니고 잘못으로 여길 일도 아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말도 안 되는 구실로 고인을 비난했고, 언론은 그 비난들을 재생산하고 부추겼다. 그들은 심지어 고인이 떠나가던 때에조차 고인에 대해 무례했다. 모두가 그 비난들을 목격하였다.

여성 아이돌 아티스트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상황들은 숱하게 반복되어 왔다. 그토록 숱하게 반복되어 왔음에도, 고인은 그와 같은 상황을 격심하게 겪어야 했다. 지금까지 여성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을 비난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수단과 힘을 갖출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연예 기획 산업은 그 폭력의 구조에 기생해 왔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폭력에 노출시키며 기사 조회수를 올렸던 언론들과,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외화벌이 산업 역군이라고 상찬하면서 정작 아티스트들을 향한 일방적 폭력을 저지하는 데에는 무관심했던 국가에도 그 기생관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고인을 추모하며, 고인이 남긴 마지막 노래를 듣는다. 글로켄슈필 음색은 맑고 천진한 듯하지만, 곡의 시작에서부터 들리는 콧노래는 조금은 울적하게 들린다. 우리는 이 노래와 더불어 고인에 대해 쓰는 것이 올 한 해 동안의 한국 대중음악 산업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조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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