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 Staples, 『Vince Staples』

by XENITH
   

캘리포니아 롱 비치 출신의 래퍼 Vince Staples(이하 Vince)는 명실상부한 랩 스타다. 이름만 대도 모두가 아는 레코드 레이블과의 거대한 계약을 맺기 이전에도 그는 꾸준히 힙스터들의 시야 안에 머물러 있었고, 데뷔 정규 앨범 『Summertime ‘06(2015)』는 Kendrick Lamar만이 걸작―『To Pimp A Butterfly(2015)』―을 만들어낸 로스엔젤레스 출신 래퍼가 아니라는 평과 함께 지금까지도 여러 방식으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후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돈을 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그는 『Big Fish Theory(2017)』라는 충격적인 결과물을 내놓았고, 2018년의 영화계 가장 큰 히트 상품 중 하나였던 『Black Panther』의 OST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물론 당시 Vince 특유의, 속된 말로 싹수없는 가사와 냉소적인 태도, 그리고 “힙합이 나에게 해준 건 정말 없어.1”와 같은 가사로 대표되는 그의 몇 가지 생각들은 적지 않은 안티팬들을 양성해 냈지만, 적어도 그의 기량과 작가주의적 면모에 흠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더 많았으면 많았을 일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2021년이다. Vince를 상징하는 트랙 중 하나인 「Norf Norf」가 RIAA로부터 골드 레코드 인증을 받고도 3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고, 그의 이름을 내건 신보 『Vince Staples(이하 본작)』가 발매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실 본작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FM!(2018, 이하 전작)』과의 비교다. 우리가 Kanye West의 『Yeezus(2013)』를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와 비교했듯이, 혹은 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를 『good kid, m.A.A.d. city(2012)』와 비교했듯이, 이것은 꽤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똑같은 22분의 러닝 타임, Kenny Beats가 높은 지분을 가져가는 프로듀싱 크레딧이라는 몇 가지 공통점들부터가 본작이 전작과 비교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내린 셈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예시와 같은 비교가 얼마나 유효할지 그 여부와는 별개로, 몇 가지 공통점들로부터 예상하던 것과 상당 부분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면 그 감상은 완전히 새로운 판국을 맞이하고는 했다. 지난 추수감사절 생각 외로 가볍게 시작되어 성탄절 결실을 본 이 두 사람의 또 다른 동행 역시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모양새가 된 듯 보인다.

Vince의 생각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가 맞겠다. 그는 여전히 특이한 위치에 있는 듯 보인다. 앞서 그가 명실상부한 랩 스타라고 말도 했고, 실제로 그는 유명 음료 브랜드 Sprite가 런칭한 캠페인의 얼굴이자 Netflix와의 계약을 따낸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재 그의 위치를 특이하다고 여겨지게 만드는 요인은, 그가 꾸준히 롱 비치에서의 희망이 없는 삶에 관한 가사를 써왔다는 사실과 그의 기억 한 편에 자리한 어두운 기억들 그 자체다. 여러 측면에서 그를 서술함에 불가분일 수밖에 없는 이 인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꾸준히 그를 괴롭힌 듯 보이고, 본작에 쓰인 가사는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내 공허함을 채우지 못할 거면 차라리 통장 잔고나 채워.2” “너도 나처럼 괜찮을 것 같아? 등 간수나 잘하라고.3” 본작을 여는 Intro 「ARE YOU WITH THAT?」에서의 의미심장한 가사부터가 그렇다. “너는 이 좆같은 상황에 얽혀선 안 돼.4” Vince의 삶이 더는 어두워서는 안 될 것이라 조언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담긴 「LAKEWOOD MALL」에서의 메시지와 샘플로 표현된 왜곡된 메아리 역시 그러한 지점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Vince가 그 어떤 영역에서도 온전하게 편안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특이한 위치에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팬들을 만날 때, 난 그들의 손을 마주하기가 두려워.5” “난 내 총 없이 바닷가―혹은 롱 비치―에 갈 수도 없어.6” 사실 이와 같은 모순의 대비는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관통하는 수식어구였지만, 그는 지금까지 매번, 그것을 자신의 재치와 웃음으로 포장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본작에서는 그 빛깔이 심히 어둡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재미―전작의 「FUN!」―를 위해 한다던 그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난 죽기 싫지만, 언젠가 그러겠지. 네가 약을 먹는 것처럼, 나는 자존심을 삼키는걸.7” 지금까지 그가 웃음으로 포장해왔던, 인생에 관한 초연함은 우리에게 모종의 위화감을 남기는 와중에 우리가 너털웃음을 짓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날것에 가까운 표현 그 자체가 우리에게 전과 비슷한 인상을 안기면서도 그 어떤 재미도 자리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Vince를 어떠한 사람으로 인식했든 그 여부와 관계없이, 그가 써 내려간 가사가 그를 수식하던 수사들의 자리를 치워버리는 셈이다.

“이건 네가 생각하던 게 아니야.8” Vince의 말마따나 본작은 어떤 면에서는 누구의 예상과도 같지 않은 듯 보인다. 소재는 같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공정이 다르고, 사람은 그대로지만 동행하는 그림자가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점은 Kenny Beats의 프로덕션도 매한가지다. 본작의 프로덕션은 전작과도, Denzel Curry와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은 『UNLOCKED(2020)』와도 다르다. Vince가 본작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그렇듯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를 동반하고, 좀처럼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LOW OF AVERAGES」에서의 칩멍크 기법이 James Blake나 Bon Iver, Kanye West와 같은 이름을 떠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무난하다. 「ARE YOU WITH THAT?」과 「MHM」에서의 간헐적인 보컬 샘플의 활용, 「THE SHINING」과 「TAKE ME HOME」에서의 로파이한 후처리 등 꼭 Kenny Beats가 아니더라도 힙합 씬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들은 우리가 본작을 여느 힙합 앨범처럼 감상할 수 있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본작을 전작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감상할 때, 본작이 전작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지점이 단 하나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본작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22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전작은 특정한 컨셉트 아래에서 짜였고,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를 자랑하며, 결정적으로, Vince와 Kenny Beats 둘 다 자신의 재치를 유머러스한 감각을 자랑하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본작은,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삶을 다룬다는 구심점은 역시나 공통분모로서 존재하지만, 22분의 시간 동안 어떤 감흥을 가져가기에 비교적 느린 템포의 진행은 효과적이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모나지 않은 둘의 퍼포먼스는 심심함을 넘어 지루함을 가져오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 지루함이 찾아오자마자 반전을 맞이할 틈도 없이 본작은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Vince의 작품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특별하고 훌륭한 결과물이었지만, 본작에서만큼은 그 어떤 특별함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은 있는 사람들이기에 평균, 혹은 그 이상의 기량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Vince에게 본작과 같은 결과물을 기대한 것이라면, 그 기대치가 너무나도 낮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비교적 긍정적이지 않은 서술들이 이어졌지만, Vince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관한 진지한 고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이 무겁고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물론 그는 아주 무거워지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런 면에서 본작이 Vince의 경력에 흠을 남길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가 자신이 가진 많은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본작의 완성과 발매가 약 7개월의 간격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가 곧 발매하겠다고 했던 어떤 이름의 작품 역시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 그 시점에서도 여전히, 특정하진 않지만 어떠한 기대를 품은 채 그 작품을 들어보겠으나, 그 작품만큼은 본작과 같아서는 곤란할 일일 것 같다. 본작은, 본작의 아트워크가 그렇듯, 채도가 없는 빛깔로서 남은 듯 보인다.

   

  1. “Hip-Hop ain’t really did shit for me.” – GTA, 『Good Time Ahead』, 「Little Bit Of This(2016)」 中
  2. “Fill my voids or fill my bank.” – 「ARE YOU WITH THAT?」 中
  3. “Are you with that like I’m with that? Hope you watching your back.” – 「ARE YOU WITH THAT?」 中
  4. “You gotta separate yourself from this bullshit.” – 「LAKEWOOD MALL」 中
  5. “When I see my fans, I’m too paranoid to shake they hands.” – 「SUNDOWN TOWN」 中
  6. “Can’t even hit the beach without my heat, it’s in my trunks.” – 「TAKING TRIPS」 中
  7. “I don’t wanna die, but I will for the cause. Swallowing my pride, like them pills y’all be on.” – 「TAKE ME HOME」 中
  8. “It’s not what you think.” – 「THE SHINING」 中

3 comments

dontknow 2021년 8월 18일 - 1:58 오전

디스코그래피에 이렇게 잔잔하고 완성도 있고 단단한 앨범 하나 쯤은 있을 법 하죠.

음…이 전 앨범과의 비교로 비유하는 법은 공감을 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게… 그 비교법이 항시 알맞진 않다고 생각하네요.. JIK가 ye와 비교되지 않고 4:44가 마그나 카르타와 비교되나요? 가장 최신 앨범과 그 이전 작을 생각해야지 줄 지어서 씬에 큰 영향을 준 앨범이 연이어 나온 것으로 이 앨범에 대해 평가 기준을 잡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봅니다.

물론 평론에 이의는 크게 없지만 매우 엄한 잣대를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케니와 빈스가 좋은 케미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케니가 이렇게 잔잔하고 감미로운 프로듀싱을 보여준게 놀랍고 빈스가 너무 잘 어울려 놀라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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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NITH 2021년 8월 18일 - 4:42 오전

안녕하세요 <온음>의 필진 XENITH입니다.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함을 먼저 표합니다.

다만 댓글에서 “가장 최신 앨범과 그 이전 작을 생각해야지 줄 지어서 씬에 큰 영향을 준 앨범이 연이어 나온 것으로 이 앨범에 대해 평가 기준을 잡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봅니다.”라고 말씀해주신 부분은 저 역시 공감이 조금은 어렵네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도 있구요. Yeezus와 TPAB을 전작과 비교하면서 듣는 방식은 그 둘이 미친 영향력이 미처 감지되기 이전에도(그러니까 각각 2013년 여름, 2015년 여름 당시) 유효하게 작동했습니다. 만일 어떠한 앨범을 다룰 때, 글과 앨범의 발매가 물리적으로 몇 주, 몇 달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하면, 그 사이에 영향력이라고 부르는 무언가가 자리할 여지는 현저히 줄어드는 이유로, 제가 Vince의 본작을 전작과의 비교로서 감상하던 방법은 영향력을 완전히 차치한 상태에서의 감상일 것입니다(동시에 저는 영향력이라는 기준을 감상에 크게 유념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간과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제가 제시한 방식이 엄한 잣대라고도 생각하지 않구요.

제가 글을 작성하고 게시하는 목적 중에 “공감을 얻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백 명이 감상한다면 응당 백 가지의 감상평이 나와야한다는 게 제 생각인지라, 그저 의견을 개진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으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것은 저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에요. DONTKNOW님께서도 이 점만큼은 알아주셨으면은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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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년 8월 18일 - 2:02 오전

드르렁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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