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

by coloringCYAN
   

“Igor. This is not 『Bastard』. This is not 『Goblin』. This is not 『Wolf』. This is not 『Cherry Bomb』. This is not 『Flower Boy』. This is 『IGOR』.”(이고르, 이건 『Bastard』도, 『Goblin』도, 『Wolf』도, 『Cherry Bomb』도, 『Flower Boy』도 아니야. 이건 『IGOR』야.), Tyler, the Creator(이하 Tyler) 본인이 직접 언급했듯 『IGOR』에는 그간 Tyler가 보여줬던 작품들과 선을 긋는 무언가가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이러한 말은 2017년 Tyler가 『Flower Boy』를 세상에 선보였을 때에도 이미 쓰였을 것이다. Tyler 스스로의 고뇌와 고통, 광기와 괴로움을 정제하지 아니한 상태로 우악스럽게 팽개치던 『Wolf』까지의 여정 이후로 여전히 난잡했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꾀했던 『Cherry Bomb』은 교량이었다. 그 교량을 건너 마주한 『Flower Boy』의 스크린에는 눈에 띄게 달라진 Tyler가 서있었다. 『Flower Boy』에서의 Tyler는 ― 그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린 「YONKERS」의 뮤직비디오와 같이 ― 그가 커리어 내내 쌓아올린 스스로의 광기에 오히려 초연해진 채 자신을 세계의 변두리에 내몰아버렸다. 이 과정은 한층 수려해진 퍼포먼스와 잘 설계된 프로덕션에 힘입어 설득력을 가졌고, 그렇게 완성된 앨범은 Tyler의 음악인생에 있어 전환점이자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Flower Boy』는 그렇게 다른 앨범이 되었다.

어딘가 이상하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에 본 적이 있다. 그렇다. 바로 일전에 내가 작성했던 바 있는 『IGOR』에 대한 리뷰의 서두가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본작, 『CALL ME IF YOU GET LOST』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에 앞서 내가 이미 사용하였던 서두를 다시 한 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IGOR』에 대한 리뷰에는 해당 서두 바로 다음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자리하였을 것이다 : “하지만 『IGOR』는 『Flower Boy』와도 다르다. … 그렇다, 『IGOR』는 『Flower Boy』와도, 그 이전의 모든 Tyler 앨범과도 다르다.” ― 이런 식으로 두 번이나 강조하면서까지. 그러나 본작은 『IGOR』가 아니라 『CALL ME IF YOU GET LOST』이고 ― 이 말은 이미 본작이 Tyler의 커리어에서도 유독 이질적이었던 『IGOR』와 결을 달리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 그렇기에 나는 반드시 다른 수식어를 덧붙여야할 것이다. 가령 나는 이런 말을 본작에 덧붙일 수 있겠다 : “하지만 『CALL ME IF YOU GET LOST』에 이르러 … 그가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다고? 대체 어디서부터? 『Flower Boy』에서부터? 아니면 『Wolf』에서부터? 아니면 그 이전 어딘가? 확신에 찬 상태로 마무리한 문장과 달리 그를 보는 감정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만큼 본작이 어떠한 실종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본작을 바라볼 때, 그 출발선을 Tyler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있는 지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하게 『IGOR』에서 유효한 접근법이었고, 본작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본작에서의 Tyler는 19C 후반 프랑스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TYLER BAUDELAIRE’로 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본작에서의 어떠한 서사나 컨셉츄얼함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령 일필휘지로 노랫말을 휘갈겨 적어 내려가는 Tyler의 모습과도 같이. 하지만 본작은 그런 차원에 있는 앨범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 자신을 ‘TYLER BAUDELAIRE’로 정체화하면서도 본작 전체에서 함께하는 그의 조력자 DJ Drama의 입을 빌려 ‘the Creator’라든지 ‘Bunnyhop’이라든지 하는 이전까지의 그의 자아들 역시 놓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DJ Drama의 입을 통해서 뿐 아니라 Tyler 본인의 발화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 작업이기도하다.

그렇기에 본작은 그가 이전까지 발매해왔던 여러 작품들의 얼굴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모양새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우리가 『CALL ME IF YOU GET LOST』를 보며 어느 면에서는 『Flower Boy』를 떠올릴 수 있겠고, 어느 면에서는 『Wolf』를 떠올릴 수도 있겠으며, 또 어느 면에서는 『IGOR』를 떠올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여기서는 마지막, 『IGOR』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본작과 『IGOR』의 관계가 본작이 놓여있는 어떠한 실종 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적실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IGOR』가 2019 GRAMMY AWARDS에서 <BEST RAP ALBUM> 부문을 수상했을 때, Tyler는 『IGOR』가 ‘BEST POP’ 부문으로 선정되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쉬워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리스너들이 『IGOR』가 ‘랩 앨범’인지 아닌지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일까, Tyler는 본작에서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방식은 바로 그가 만들어낼 작품이 ‘랩 앨범’임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 같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본작을 수놓은 수많은 객원 아티스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DJ Drama이다. 본작의 군데군데, 각 트랙의 도입부와 후반부 등 적재적소에 깔리는 DJ Drama의 목소리는 일전에 그가 주도했던 ‘Gangsta Grillz’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어떠한 상징성을 가지게 되기도 하는 장치가 된다.

가령 「CORSO」와 같은 트랙을 보자. 트랙의 후반부에 Tyler는 “드라마, 난 당신이 필요해, 이 소리 좀 더 키워줄 수 있겠어?”1라고 말하며 DJ Drama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합창과도 같이 꾸며지는 이 연출은 다소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트랙의 랩과 노랫말과 어우러지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이룩한다. 그리고 실제로, 「CORSO」를 비롯한 초반부 트랙들은 더 정제된 『Wolf』와 더 세련된 『Cherry Bomb』 사이 그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랩 트랙들로 빼곡하다. 어딘지 음산한 건반과 현악의 연주 위로 『Flower Boy』와도, 『IGOR』와도 다른 자기과시성 노랫말들을 채우며 ‘TYLER BAUDELAIRE’로서의 자아를 명확히 하는 첫 트랙 「SIR BAUDELAIRE」부터 시작하여 앞서 서술한 바 있는 DJ Drama와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드라마틱한 랩 트랙 「CORSO」, “너 지금, 지금 ‘팬데믹’이라고했냐? 너 ‘진짜 팬데믹’이 뭔지 봐야겠냐?”2라고 외치는 DJ Drama의 인트로가 인상적이면서 자기과시로 점철되어 으스대는 랩을 선보이는 「LEMONHEAD」, Domo Genesis와 멋진 합을 선보이며 #BLM(#BlackLivesMatter)과 같은 흑인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거 자신의 행적과 평판들과 관련된)을 담은 트랙 「MANIFESTO」, Lil Uzi Vert, Pharrell Williams의 빼어난 퍼포먼스와 함께 좋은 합을 선보이는 강렬한 뱅어 「JUGGERNAUT」 등이 그렇다.

Lil Uzi Vert와 Pharrell Williams 이야기가 나왔으니 객원 아티스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란 어려운 일이겠다. 전작이었던 『IGOR』와 비교했을 때, 『IGOR』에서는 「EARFQUAKE」에서의 Playboi Carti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객원 아티스트들이 Tyler의 뒤에서 조력하는 역할에 충실했던 반면, 이번 앨범에서는 객원 아티스트들이 보다 전면에 나서 Tyler와 함께한다. 「LEMONHEAD」에서 화끈하게 자신의 포문을 열어젖히는 42 Dugg부터 각각 매력적인 싱잉-랩과 랩-싱잉을 선보이는 「WUSYANAME」에서의 Young Boy Never Broke Again과 Ty Dollar $ign, 본작이 공개된 직후에 이미 전성기 이상의 기량을 선보인 것 아니냐는 열광과 찬사를 들었던 「HOT WIND BLOWS」에서의 Lil Wayne, 『Wolf』 이후로 간만에 Tyler와 멋진 합을 선보인 「MANIFESTO」에서의 Domo Genesis, 등장과 함께 멋들어진 현악이 곁들여지며 간드러지는 분위기를 직조하는 「RISE!」에서의 여성 보컬리스트 DAISY WORLD 등의 참여가 그렇다. 가히 본작의 하이라이트 중 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할 수 있을 「JUGGERNAUT」에서의 Lil Uzi Vert와 Pharrell Williams는 상술한 바 있지만 굳이 한 번 더 언급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본작 최고의, 그리고 본작을 본작으로 있게 하는 객원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DJ Drama였을 것이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전반적으로 ‘랩 앨범’을 표방하고 있기에 본작의 프로덕션 역시 그에 발맞추어 Tyler가 그의 기량을 잘 선보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CORSO」, 「LEMONHEAD」, 「LUMBERJACK」, 「MANIFESTO」, 「JUGGERNAUT」와 같은 트랙들은 그에 대한 적실한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또한 이전에 선보였던 바 있는 그의 장점들을 잊지 않았다. 가령 나는 프로덕션에서의 그의 강점이 ― 이는 『Flower Boy』 이후로 특히나 두드러지는 강점인데 ― 보다 재치있는 사운드의 운용이라고 생각했다. 가령 『IGOR』를 보자. 『IGOR』의 첫 트랙 「IGOR`S THEME」는 불길한 전자음이 낮게 깔리고, 둔탁하면서 강한 드럼이 들어서며 찾아오는 긴장감이 Lil Uzi Vert의 반복적인 주문, 한 순간 기괴하게 변조되는 Solange의 목소리를 거치며 풍부해지는 사운드 층 위로 하늘 끝까지 치솟는 트랙이었다. 말 그대로 난장판, 이다음에는 무엇이 찾아올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이전까지의 모든 긴장을 다 허물어버리는 피아노와 90년대 스타일 신시사이저가 등장하는 「EARFQUAKE」였다. 그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 그런 것이 Tyler의 강점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WUSYANAME」과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를 본작에서 그러한 강점이 드러난 장면으로 제시할 수 있다.

「WUSYANAME」의 경우 「LEMONHEAD」의 후반부부터 그 징조가 뚜렷한데, 「LEMONHEAD」 중반부까지의 다소 무거운 흐름을 순식간에 배반하는 Frank Ocean의 보컬과 청아한 관악기의 소리가 귀를 벙찌게하고, 일순간 통화 연결음 이후 90년대 스타일의 R&B가 도래하며 급작스러운 변화에 헛웃음을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자아내게 한다. 「WUSYANAME」에서 둔탁한 「LUMBERJACK」으로 회귀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의 경우도 방법론과 효과는 비슷한데, 대신 그 소리가 『IGOR』를 연상케 하는 90년대의 몽롱한 신시사이저에 맞닿으며 투-스텝 소울 발라드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또 차이가 있다. 말이 나온 김에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랩 앨범’을 표방하는 본작에서 가장 보컬의 비중이 높고, 가장 『IGOR』스러운 해당 트랙은 그 이질적인 맛 덕에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나 나는 ‘SWEET’ 파트에서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 파트로 넘어가는 부분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 파트 후반부에서 수놓아지는 Tyler의 랩은 가히 본작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아도 될 정도의 힘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ILSHIRE」는 본작 후반부에 배치되어있는 8분여의 긴 트랙으로, 쪼개지는 비트와 잔잔한 기타가 8분 내내 이어지며 Tyler가 그 위에 랩을 뱉는 단조로운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노랫말의 경우 본작 그 어느 경우에서보다 진지한데, 「WILSHIRE」에서의 Tyler는 그의 성적 지향성에 대한 암시를 남기기도 하며 그가 사회적 통념과 어긋나는 관계에서 겪어왔던 소외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본작의 타이틀, 『CALL ME IF YOU GET LOST』,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길을 잃었다면 나에게 전화해”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본작을 통틀어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말을 나는 「WILSHIRE」의 서사에 기대어, 어쩌면 Tyler가 그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지 모른다고도 해석해본다. 하지만 그런 나 역시 「WILSHIRE」가 본작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해석은 잠시 미뤄둬도 괜찮을 것이다. 그저 우리는 그가 오랜만에 ‘각 잡고’ 만들어낸 멋진 앨범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 될 일일 것이다. 생각해보니 본작의 방향성은 『IGOR』와는 또 정반대에 있다. 『IGOR』가 이전까지의 모든 Tyler의 앨범들과 결별했다면, 본작은 『IGOR』까지의 모든 Tyler의 앨범들을 끌어안는다. 그렇기에 『CALL ME IF YOU GET LOST』는 『Bastard』도, 『Goblin』도, 『Wolf』도, 『Cherry Bomb』도, 『Flower Boy』도, 『IGOR』도 될 수 있는 앨범인 것이다. 길을 잃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럴 때 우리는 본작의 제목과 같이 Tyler의 이름을 찾게 될 것이고, 그는 그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길을 잃었다면 나에게 전화해”라고 말하며.

     
  1. “Drama, I need you, Can you turn the noise up?”
  2. “You say, you say pandemic? Oh, you wanna see a pandemic?”

1 comment

Dukrae 2021년 7월 22일 - 10:43 오후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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