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elvet, 『Queendom』

by coloringCYAN
   

여름은 전통적으로 Red Velvet의 계절이었다. 2017년 「빨간 맛 (Red Flavor)」, 2018년 「Power Up」, 2019년 「음파음파 (Umpah Umpah)」에 이르기까지의 결과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 트랙들은 모두 높은 정도의 흥행몰이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까지 담보하며 어째서 Red Velvet이 ‘서머 퀸 (Summer Queen)’이라는 이명으로도 통하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증거가 되었다. 그렇다면 긴 공백기를 깨는 컴백의 시기가 여름이 되는 것 역시 합당한 선택이겠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획득한 이명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내고자 우리의 앞에 섰다.

1년 8개월,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 동안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격변을 겪었다. 나는 Red Velvet이 Pre-COVID-19의 마지막 끝에서 『‘The ReVe Festival’ Finale』를 통해 그녀들이 개최한 축제의 피날레를 알렸던 시기를 기억한다. 그녀들이 내외적으로 여러 사건과 난항에 부딪히며 대중 앞에 설 수 있을 시간이 지연되는 사이에 우리는 마스크를 쓰게 되었고, COVID-19의 위협 아래 숨죽이는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Red Velvet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있어 그녀들의 컴백은 그 자체로 어떠한 노스탤지어와 같이 느껴질 것이다. 벌써 COVID-19와 함께한지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탄식과 함께. 아득해지는 기억과 함께 Red Velvet의 본작 『Queendom』은 말을 건넨다. Red Velvet과 함께하던 시간들이 그립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한 가지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본작과 동명의 타이틀 트랙 「Queendom」이 보존하고 있는 힘이다. 「Queendom」은 청자로 하여금 어떠한 벅차오름을 유도하는 트랙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그것이 내세우는 전략은 명백하면서 노골적이다. 첫 Verse에서 “Hey”라고 반복적으로 우리를 호명하는 외침은 청자들에게 「Queendom」의 메시지가 그 누구도 아닌 청자 자신들과 맞닿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훅의 시작에서 “’Cause we are Queens and Kings”라고 말하며 기존의 호명 체계를 뒤바꾸어 “Queens”를 먼저 소환하는 것은 「Queendom」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 또한 이것은 트랙의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사실이다. 모두 다른 색깔로 완성한 Rainbow”라는 라인과 “Ladida-do Ba-badida”라는 따라 부르기 좋은 캐치함이 담긴 스캣은 「Queendom」이 퀴어-베이팅의 맥을 짚음과 동시에 그것이 모두의 입에서 울려 퍼지는 퍼레이드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끔 한다. 군데군데에 이러한 요소들이 자리하니 나로서는 「Queendom」이란 트랙 자체가 그러한 감상을 ‘노리고 만들어진’ 트랙이 아닐지 궁금해지는 따름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했을 때 「Queendom」이 내세우는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할 수 있다. 만일 「Queendom」이 퀴어 퍼레이드와 같은 현장에서 행진가로 불리는 날이 오게 된다면 ― 마치 이전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민중가요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에 그랬듯 ― 트랙이 보존하고 있던 힘은 사람들과 교통되어 더욱 그 위세를 떨치게 될 것이다. 그것의 힘이 온전히 트랙을 작사한 조윤경의 감각에 있는 것만이 아닌 트랙을 듣고, 사용하는 청자들로부터 발휘될 수 있으리라는 점은 필히 특기해야만 할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비록 「Queendom」이 그러한 가능성과 힘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를 제하고 생각했을 때 「Queendom」에는 여러 아쉬움이 착종되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Queendom」은 기존까지 Red Velvet이 선보였던 콘셉트와 그를 바탕으로 한 여러 기예들을 전면에서 배반하는 트랙이다. 분명히 해둘 것은 「Peek-A-Boo」를 기점으로 Red 콘셉트와 Velvet 콘셉트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매우 명백하게도 Red Velvet은 Red 콘셉트와 Velvet 콘셉트의 분리를 추구함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장 직전작이었던 ‘The ReVe Festival’ 시리즈만 떠올려 봐도 Red 콘셉트가 두드러지는 「짐살라빔」, Velvet 콘셉트가 두드러지는 「Psycho」라는 걸출한 트랙들이 포진하고 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Queendom」은 Red와 Velvet 모두에게서 등을 돌린다. 「Queendom」은 Red의 난장스러운 기예들과 Velvet의 고혹적인 무드 그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채 부유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들의 새로운 시도라고 하기엔 트랙 자체가 너무나 무난한 댄스-팝에서 그쳐버리고 만다. Red Velvet의 여름 트랙 특유의 청량함은 미약하게나마 남아있을지라도 그 역시 감상을 반전시키기는 어렵다. 물론 그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트랙을 청취하기에는 적당하겠다. 1년 8개월이라는 긴 공백기의 끝에서 SM은 대중성이라는 안전함에 주차하기 위해 그녀들이 가장 잘하는 무기 대신 그녀들이 다룰 수 있을 가장 닳아빠진 날을 골랐다. Red Velvet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무난함을 가장한 밋밋함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순간이다.

타이틀 트랙 「Queendom」뿐 아니라 본작에 수록된 다른 트랙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공유한다. 쫄깃한 베이스로부터 시작해서 페이즈를 나누어 배치된 듯한 소리들의 변화에 주목할 수 있을 「Pose」의 경우는 그나마 긍정적이다 ― 그러나 「Queendom」과 비슷한 방향의 메시지를 차용하면서도 그 낱말들이 지닌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약점은 문제적이다. 하지만 「Pose」를 지나 「Knock On Wood」에 이르러서부터 앨범의 힘은 다시 약해진다. 타이틀 트랙 뿐 아니라 수록 트랙들의 다채로움 또한 긍정적이었던 『Perfect Velvet』이나 『‘The ReVe Festival’ Finale』와 같은 앨범들을 떠올려본다면 본작의 소리들은 어떤 인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다. 또 그렇다고 각 트랙의 완성도가 그러한 무난함 그 이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저 본작의 수록 트랙들 역시 「Queendom」과 비슷하게 안전함을 향해 깨금발을 딛고 조심스럽게 움직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오롯이 제 몫 그 이상을 다해주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은 높이 사야 마땅하겠다. 그녀들의 역량이 있었기에 본작은 Red Velvet의 앨범이라는 정체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가 본작에 실망한 결정적인 이유는 지레 겁을 집어먹은 듯한 SM의 프로덕션에 있다. 그들은 Red Velvet이 어떠한 기예에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지를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그녀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그저 그녀들이 다룰 수 있을 가장 닳아빠진 날일뿐이다. 이는 1년 8개월 동안 그녀들을 기다려온 이들의 기대에도 어긋나는 결정일 것이다. Red Velvet은 돌아왔지만 그녀들이 있어야할 『Queendom』에 Red Velvet은 없었다. 여름이라는 ‘서머 퀸’의 계절에서, 그녀들의 결과물에 흡족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래, 가을이었다.

   

1 comment

2021년 8월 20일 - 4:01 오전

레드벨벳 폼이 많이 죽은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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