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coloringCYAN > Track > Domestic > Lim Kim, 「MAGO」

Lim Kim, 「MAGO」

   

마고할미, 당신이 처음 만든 세상은 어땠나요. 하늘도 없고 땅도 없어 그 무엇의 이름도 없을 때 당신은 잠결의 움직임으로 하늘과 땅을 만들었고, 잠에서 일어나 우리를 비춰줄 해와 달을, 우리를 살게 할 산과 강을 만드셨잖아요. 마고할미, 이곳은 당신이 만드신 세상이잖아요. 그간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는지요? 고얀 남성들은 이 세상을 만든 당신의 이름을 지우려고 해왔잖아요. 그들은 자신들의 남근을 한껏 꼿꼿이 세우고는, 위대하신 자기들이 발 딛는 세상이 여성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싫어라했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의 이름을 불태우려 했죠. 어리석게 그려지는 설문대할망이니, 악한 심성을 가진 서구할미니 하는 다른 이름들을 당신에게 덧씌우며 당신의 위대함을 왜곡하려고 했어요. 마고할미, 남성들이 세운 유교적 이념의 횡포가 당신에 대한 기억을 뒤틀고, 지워버렸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할미, 아직 이 세상에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마고할미, 여기 이 사람은 Lim Kim이라고 해요. 그녀는 세계 여성의 날에 당신의 이름을 기리는 트랙 「MAGO」를 발매했어요. 그녀는 누가 이 세계를 세웠는지 기억해라면서 보잘 것 없는 이름으로 격하되었던 당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선포하고 있어요. 맞아요. 누가 이 세계를 세웠겠어요. 이 세상을 창조한 당신의 이름을 깎아내린 가부장적 이념에 맞서 그녀는 당신의 업적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마고할미, 당신이 여성이기에 당신이 세운 세상은 여성들의 것이어야 마땅하고, 여성들에게는 당신으로부터 비롯된 강건함과 지혜가 있어요. 그녀는 그 사실을 노랫말로 적어 울림이 있는 노래로 만들었답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당신을 기억하며 세계의 여성들을 예찬하는데 있어 과잉되게 트랙을 꾸미지 않았어요. 타악기의 소리가 반복되며 긴장감을 주지만 그것은 또한 한껏 절제되어 적정선을 지키고, 아쟁과 같은 전통 악기의 사용은 당신의 이름이 저 먼 과거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듯해요. 시작부터 끝까지 숨죽인 채 몰입하면서 들을 수 있는 그런 트랙이에요.

「MAGO」에서 Lim Kim의 퍼포먼스는 과한 외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껏 위축된 읊조림도 아니에요. 강단 있으면서도 결의에 찬, 단단한 목소리가 바로 그녀의 것이에요. 그러다 그녀는 마지막에 이르러 땅을 흔들어라고 조용히 속삭이듯 말해요. 결연한 목소리로 여성들을 불러 모으고는, 이내 속삭임으로 대화하며 그녀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구성이 재밌어요. 마고할미,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바쳐지는 트랙이랍니다. 생각해보면 할미가 당해왔듯, 여성들 역시 할미가 나누어주신 강건함과 지혜를 남성들에게 억압받아왔어요. 세계를 다시 세우자는 그녀의 울림 있는 목소리는 그러한 억압으로부터 해방됨을 꿈꾸는 것이겠죠. 마고할미, 그리고 그녀들은 해낼 거예요. 그녀가 노래했듯, 여성들은 당신과 같이, 당신을 닮아 태어났으니까요.

   

* 본고는 구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저의 의도는 구전 설화를 읊는 듯한 문체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았을지 모를 전설인 ‘마고할미’를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본고는 또한 다음과 같은 리스크를 가집니다 : 첫째, 구어적 문체를 통해 민족적 신화를 문제제기 없이 재현하는 것은 민족적 신화들이 여성억압을 정당화하는 수사적 장치였다는 것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 / 둘째 : 그것이 여성주의적 실천을 민족적 신화에 순응시키는 결과를 자아내어 여성주의적 실천의 전복적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점. 위와 같은 사항을 인지하시고 다시 본고를 읽어주신다면 본고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2 thoughts on “Lim Kim, 「MAGO」

답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