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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 『FLOWER 9』

   

MC몽, 그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가요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음악 위로 얹히는 랩은 화려하진 않아도 그나마 들어줄만 하였고, 사랑 아니면 이별이라는 지극히 가요적인 노랫말을 주로 적으면서도 이따금씩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그를 새로이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또한 그러면서도 중독성 있고 찰진 훅-메이킹으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기도 하였던 그런 재주꾼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개인적으로 「I Love U Oh Thank U」, 「아이스크림」, 「서커스」, 「Indian Boy」, 「죽을만큼 아파서」와 같은 트랙들을 종종 듣고는 했었다. 그랬던 그가 병역 기피 논란을 겪고, 2009년부터 5년간의 공백기를 가지는 동안 대중음악의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2014년에 발매된 그의 복귀작 『Miss Me Or Diss Me』가 MC몽이라는 이름값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에도 그의 음악은 여전히 그가 ‘잘 먹혔던’ 과거의 것으로 머물러있었다. 그래도 그의 변하지 않은 음악적 색깔이 전혀 반갑지 않았냐 하면 그건 한 2% 정도 그렇지는 않았다 할 수 있겠으나(가령 나는 해당 앨범의 「죽을만큼 아파서 Part.2」 같은 경우는 그럭저럭 괜찮게 들었다), 전반적으로 저열하고 조악했던 앨범의 퀄리티가 그 2% 마저도 식어버리게 했다. 그 이후의 행보도 마찬가지이다. 『U.F.O』와 『CHANNEL 8』과 같은 앨범들 역시 인맥 자랑 수준의 피처링 군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자가복제의 결과물들이었다. 복귀 이후 그의 음악들에 대한 평가들로는 김도헌, 한동윤글들참조하라.

그리고 그의 9번째 정규 앨범 『FLOWER 9』가 나왔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그는 변화를 꾀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역시나 빼곡하게 채워진 피처링 군단에 어떠한 혁신적인 변화도 없이 과거에 먹혔고 복귀 이후에도 써먹었던 방법론으로 트랙들을 풀어나간다. 첫 트랙 「물망초」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잔잔한 소리 위로 도입부를 풀어나가는 MC몽의 랩은 기초적인 라임부터가 엉망인지라 그저 읊조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들리고, 현악 연주가 얹히는 순간에는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실소가 새어나온다. 신용재가 훅에서 노래를 참 잘하는 것이 그에게는 다행이겠지만, 거기까지다. 사실 이것은 비단 신용재뿐 아니라 본작에 참여한 모든 피처링 군단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죽을만큼 아파서」의 n번째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좋은 이별이 있을 리가 없잖아」에서의 조현아라던가, 그나마 랩-메이킹에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역시나 그 퍼포먼스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쉴 곳」에서의 김영흠, 본래 다비치에게 줬던 트랙을 리메이크했지만 어째 본인이 만든 곡임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거북이」에서의 효린 등 모두에게 그렇다. 예외가 있다면 그건 「STAR」에서의 D.Ark. 이 가련한 어린 재능은 무슨 이유에선지 평소와는 다른 너무나도 아쉬운 퍼포먼스로 MC몽의 랩을 전혀 보좌해주지 못한 채 같이 침몰해갈 뿐이었다.

피처링이 참여하지 않은 트랙들을 살펴보아도 ― 애초에 단 두 트랙밖에 없긴 하지만 ― 왜 그가 앨범을 피처링 군단을 동원하여 도배를 했는지 이해가 갈 뿐이다. 「좋은 이별이 있을 리가 없잖아」와 같이 더블 타이틀 트랙인 「눈이 멀었다」에서는 애초에 수준 이하였던 랩과 수준급은 했었으나 기량이 폭락해버린 훅-메이킹이 어우러져 어이가 없을 뿐이다. 눈앞이 깜깜 깜깜해라고 나름 힘을 주는 훅에서는 도리어 그를 듣는 이의 눈앞이 깜깜해진다. 나름 마지막 트랙에 「눈이 멀었다 (Inst.)」까지 수록할 정도로 비트에 자신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실상은 정체불명의 신시사이저와 피리, 비트가 정신없이 따로 노는 판국에 ‘귀가 멀었다’고 말하고 싶다. 객원 아티스트의 참여가 없는 또 다른 트랙 「화병」은 첫 두 마디 훅이 들어설 때부터 내가 다 화병이 날 지경이기에 말을 생략하겠다. 너무 부정적인 평가만 했던 것 같으니 그나마 긍정적인 지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앞서 내가 「좋은 이별이 있을 리가 없잖아」에 대해 ‘「죽을만큼 아파서」의 n번째 복제품’이라고 평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고백하자면, 내가 「죽을만큼 아파서」를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트랙이라고 생각하기에 ― 「죽을만큼 아파서 Part.2」 역시도 그랬고 ― 「좋은 이별이 있을 리가 없잖아」는 그나마 본작에서 들어줄 만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도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좋은 이별이 있을 리가 없잖아」는 「죽을만큼 아파서」나 「죽을만큼 아파서 Part.2」의 두 단계는 다운그레이드된 버전이라는 것을 말이다.

두 번째 문단 첫 머리에 ‘과연 이번에야말로 그는 변화를 꾀했을까?’라고 썼던 이유는, 내가 그의 이번 앨범을 듣기 전에 그에게, 나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뭐, 보시다시피. 역시 그의 음악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 결과물은 역시나 안타까울 정도였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어느덧 9번째 정규앨범이고, 6번째 앨범 이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환호를 받았던 그의 음악이었기에, 그 역시 그의 스타일을 내려놓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아티스트의 경우, 그 결론은 그 스타일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남던가, 고인물과 같이 썩어버리던가의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MC몽의 경우, 이렇게나 조악하고 저열한 본작의 퀄리티를 볼 때 후자로 귀속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물음을 던지며 본작을 들었던 것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미약한 믿음이라도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불행하게도 그렇게 나는 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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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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