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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Querencia』

   

『Querencia』의 소개글을 작성한 DJ Soulscape가 너무도 멋들어진 글로써 많은 청자들을 매료시켰기에, 내가 여기서 더 무슨 말을 보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또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들이 나에게 이 글을 적게 한다. DJ Soulscape의 글부터 보자. 그는 글의 서두부터 한국에서 ‘디바’라 불리었던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청하를 그 대열에 합류시킨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아무래도 그가 적은 글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겠다. “지난 몇 년간 그룹 단위로 재정립된 아이돌 시장에서 드물게도 청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대중을 사로잡는 퍼포머로서, 매혹적인 보이스의 보컬리스트로서 솔로 가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그 잠재력을 커리어로 증명해왔다. 아이돌부터 R&B, 힙합 아티스트들, 88rising의 Rich Bria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씬과 장르에 소속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 경계를 넓히고 진화해온 청하 …”라고 그가 적은 것처럼, 지금까지 청하가 우리에게 증명해온 커리어들은 DJ Soulscape가 “K-Pop 씬에서 그 계보를 이어나갈 디바”의 이름으로 청하를 호명하는 데에 어떠한 거부감도 들지 않게 한다. 그저 ‘그래, 그녀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말이다.

21트랙이라는 시류에 맞지 않는 방대한 구성은 어쩌면 정상을 향한 청하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21트랙이라는 방대한 구성 속에서 그녀는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이전에 이야기한 DJ Soulscape의 글에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앨범의 콘셉트에 관한 부분일 텐데, 확실히 앨범은 「SIDE A {NOBLE}」, 「SIDE B {SAVAGE}」, 「SIDE C {UNKNOWN}」, 「SIDE D {PLEASURES}」라는 네 가지의 챕터로 나누어져 각각의 콘셉트를 충실하게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Side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들을 포함하여 각 Side의 트랙들은 어떠한 내러티브적인 방향의 연속을 그리며 일관적으로 콘셉트에 충실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본작에서 철저하게 갖춰진 것으로 보이는 콘셉트는 사실 허울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본작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A&R의 말과 앨범의 방향이 다르게 정향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큰 상관을 쓸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그들의 의도와 결과물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본작의 아쉬움을 우선 지적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21트랙이라는 방대한 구성 때문에 앨범 청취에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따위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작은 SIDE C의 「PLAY」에서 정점을 찍고 차츰차츰 내려오는 구성을 채택하면서 청취의 피로감을 줄이는데 나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내려오는 과정에 있다. 애초에 팬-송으로 기획된 일종의 발라드 트랙 「별하랑 (160504 + 170607)」은 SIDE C의 마지막에서 별안간 등장하는데, 이전까지 우리들은 신나게, 혹은 들뜨게 하게끔 진행되어온 소리들의 흐름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붕 뜨는 감이 있어 혼란스러움을 야기한다. 나는 어쩌면 그 트랙이 사실상 Outro의 시작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했는데, SIDE D의 트랙들이 다른 SIDE들에 비해 다소 힘을 뺀 전개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쩐지 다른 SIDE에 비해 검정치마의 터치가 물씬 묻어나는 「X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를 제외하고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가령 그녀가 종종 선보였던 백예린/구름과의 협업 중 가장 그녀의 색이 옅게 드러나는 「All Night Long」이라든지, 무난하고 평범하여 그 이상의 감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발라드 트랙 「솔직히 지친다」 같은 트랙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본작이 지닌 강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SIDE A의 「Bicycle」은 대단한 트랙이라 말할 수 있다. 「Bicycle」은 ―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 어째서 DJ Soulscape가 청하를 지금의 디바로 꼽았는지에 대한 가장 거대한 증거가 된다. 도입부에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거는 듯 강렬한 기타 소리는 트랙이 가진 힘이 어떠한 것일지를 어림짐작하게 해주고, 트랩을 녹여낸 소리 위로 청하는 속도를 높이며 질주한다. 보컬과 랩 모두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며 “Get out of my way-ah!”라고 소리치는 그녀의 모습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감을 뽐낸다. 트랙의 제목이 「Bicycle」인 것을 기억해보자. 자전거 한 대로 마치 최고급 오토바이를 모는 것과 같은 Swag를 어느 누가 쉬이 선보일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함부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긍정적 감흥을 더하는 또 다른 트랙으로 나는 SIDE C의 「PLAY」를 꼽겠다. 그 트랙의 청하는 훅에서 점점 아찔해져가는 춤을 원해 더라고 외치며 밝고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창모의 강렬한 랩은 청하가 더욱 빛이 나도록 돕는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미 선공개되어 충분히 긍정적인 감상을 이끌어냈던 트랙이지만, 앨범 내에 배치되어서도 그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외에도 「SIDE C {UNKNOWN}」의 경우 정신없고 난잡한 전자음들이 트랙을 이끌어가다가 일순간 시크하게 그 흐름을 집어던져버리고는 건반이 들어서며 전혀 다른 감상을 유도하는 트랙으로서, 모든 SIDE의 오프닝 트랙 중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Masquerade」, 「Luce Sicut Stellae」, 「Demente」와 같은 라틴-팝 트랙들 역시 ― 전술한 바 있는 「PLAY」를 포함하여 ―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며, 특히 「Demente」와 같이 스페인어로 노랫말이 짜인 트랙에서도 청하의 역량은 빛이 난다(어쩌면 본작의 제목이 『Querencia』인 것도 본작 내 적소에 배치되어있는 라틴-팝 트랙들을 상기시키는 것일지 모르겠다). 또한 훅에서의 통통 튀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R3HAB과의 콜라보레이션 트랙 「Dream of You」, 수민이 작사하여 특유의 재치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노랫말에 그것을 표현해내는 청하의 역량이 빛나는 「짜증 나게 만들어」, 객원 아티스트로 참여한 Colde와 함께 듣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Lemon」과 같은 트랙들까지 본작에는 충분히 멋진 트랙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그렇기에 21트랙이나 되는 방대한 구성의 본작을 접함에 있어서도 그 규모에 피로함을 느끼기보다는 마치 안식처(Querencia)에서 즐거운 휴일을 보내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술했듯 청하는 본작을 통해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고, 그것은 그녀의 본작이 충분히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K-Pop 씬에서 그 계보를 이어나갈 디바”의 이름에 청하가 들어섰다는 DJ Soulscape가 말에 더욱 강하게 동의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K-Pop 여성 솔로 아티스트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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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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