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헬렌&최솔, 『Pause』

by 조지환

맑게 말렛이 울린다. 우선 처음에는 나긋하게, 두 번째에서는 훨씬 더 부산스럽게, 그러나 두 곳 모두에서 아기자기하게. 말렛을 배경삼아, 신비롭고 유머러스한 음성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신비롭다는 것은, 그 소리를 어떤 글자들로 옮겨 적는 것이 맞을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룸 대랑”이라고 적어야 할지, “빠룽 다란”이라고 적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식으로 받아 적어야 할지. 첫 소절에서부터, 노래는 한국어 또는 영어의 음운인식을 비껴가듯 피해가면서 발음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Oh』가 그랬듯) 『Pause』의 발음법은 유연하고 독특하다.

『Oh』에서는 기타가 리듬의 몸체였다. 그런데 「Lips」의 인트로에서는 드럼비트가 리듬을 잡는다. 곡의 뒷부분에 이르면, 드럼은 이미 주인공이다. 심벌은 곡에 긴장과 역동성을 부여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건반 신스의 역할도 도드라질 것이다. 마지막에 도드라질 장식은 오르간이 맡는다.

『Oh』는 『Rip Chrysalis』(Eartheater, 2015.)와 비슷한 오싹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만큼 겁을 먹이려 들지는 않았고, 또 (특히 리듬에 있어서) 그보다 훨씬 소란스러웠다. 건반과 드럼의 쓰임새를 강조하면서, 「Lips」와 「Dying for」는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자세를 바꾼다. 『Pause』는 『W H O K I L L』(Tune-Yards, 2011.)이나 『What Now』(Sylvan Esso, 2017.), 그리고 『Marry Me』(St. Vincent, 2007.)가 각자 조금씩 더 차분해지고 부드러워진 모양새로 모여들어 이룰 법한 영역으로 몸을 기울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ACE」는 이 앨범 안에서 유별난 곡으로 보인다. 우선 악기의 구성이 간단하고, 뒷부분에서 드럼이 요란해지기 전까지 한동안은 기타가 리듬을 만들고 붙잡는 중심이 된다.)

그러나 「Lips」는 가사창과 노랫소리 사이에 오싹함의 계기를 보존해두고 있다. 네가 날 기억할 수만 있다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다정하고 분연하면서도 어딘지 무서운 구석이 있는 노랫말이 있고, “I don’t mind”를 (들리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곤란을 무릅쓰고 적어보자면) “아룸마이”로 발음하는 목소리가 있다. 저 자유로운 발음 때문에, 시작부터 느리게 움직이며 신스 아르페지오의 볼륨을 굽이치게 하는 LFO 때문에, 그리고 마치 행진곡처럼 곡을 끝내고 있는 관악기의 활기 때문에, 저 노랫말은 가사창을 읽을 때와는 달리 언뜻 장난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도리어 오싹한 점은 그 점이다. 조금은 소름 돋는 가사와 유머러스한 소리 사이의 부조화.

덧붙여 『Pause』는 첫 곡에서부터 보컬의 화성적 측면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ACE」는 그런 노력이 제일 또렷하게 드러나는 곡인데, 이를테면 기타와 드럼이 잠시 조용해져 있는 동안 보컬의 화음이 홀로 저 노래를 채색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사실 이 앨범이 강조하고 있는 것들은 꽤 여러 가지가 있는 셈이다. 수록된 곡의 개수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는 앨범이다.

여기에서 앨범 아트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커버 또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구 작은 사람이 풍채 좋은 사람의 머리를 삼 점 슛 쏘듯 던졌고, 이제 머리-공은 슈터의 손을 떠나 셔츠 깃-골대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 머리가 허공에 떠 있을 때 일시정지가 눌린 것이다. 공이 바닥으로 떨어질지 목 위로 붙을지─물론 머리가 거꾸로 뒤집혀 정수리가 목에 붙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영 엉뚱한 곳으로 솟구칠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슈터가 입고 있는 티셔츠 색은 천진하게도 화사한 주황색이다. 이것은 이미 충분히 그로테스크하다. 청자가 첫 곡을 듣기도 전에, 앨범 아트가 미리 어떤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특별하다. 이제 저들의 중창과 자유로운 발음은 (여전히 익살스런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제의적 분위기마저 풍긴다. 곡의 중앙부에서 번갈아가며 전면으로 내딛고 나오는 관악기 신스와 현악기의 음색, 또 그 가운데 짧게 울리는 공gong소리가 그 신비감을 부풀린다. 노래는 여러 겹의 인상을 층층이 찍어낸다. 한 편으로, 한동안 부지런히 계속되는 아르페지오 위로 변칙적인 리듬의 드럼이 합류하는 때부터, 이 노래는 꽤 복잡해질 것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노래가 끝나갈 무렵이면, 현악 편곡의 우아함과 장중함이 곡을 지배할 것이다. 이같이 다층적인 성격에 힘입어 노래의 분위기는 더더욱 설명하기 힘들게, 마법적이게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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