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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언제부터였을까.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Daft Punk가 발매했던 처음 두 장의 앨범 『Homework(1997)』와 『Discovery(2001)』는 단순히 프랑스를 넘어 그들의 위상을 세계적인 무언가로 올려놓았다. 특히나 후자의 경우 갖가지 신시사이저가 동원된 끝내주는 프렌치 하우스 앨범이었지만, 동시에 끝내주는 뉴디스코 앨범이기도 했던 탓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고는 했었다. 아, 아마 이쯤부터였나보다. 누군가는 그들이 발매한 4번째 정규앨범 『Random Access Memories』를 감상하며 지금까지 하우스를 향했던 그들의 지향점이 창문 밖으로 내던져졌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쎄, 내 생각에는 그들이 순도 높은 신스 팝 혹은 디스코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잠깐, 신시사이저가 있는 걸 뻔히 아는데, 내가 그걸 왜 쓰지 않겠어?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소리라고.”1 「Giorgio By Moroder」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Giorgio Moroder의 소회야말로 적실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이것은 두 명의 로봇이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자그마한 기억장치의 도안을 그려왔는지, 그 도안을 위해서 얼마나 머나먼 여행을 떠났는지 역설하는 것으로서 해석되어야한다. 이쯤 되니 명확해진다. 이들은 언제부터고,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것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이 두 명의 로봇, 그러니까 Thomas Bangalter와 Guy-Manuel de Homem-Christo는 그들의 인내가 본작을 통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음을 천명하려는 듯 우리를 똑바로 마주보고 있다. 「Give Life Back to Music」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이 현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함께 보코더를 이용한 가창을 이어나가는 와중에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Nile Rodgers가 자신의 핑거워크를 선보인다. 「Lose Yourself to Dance」와 「Get Lucky」에서는 2000년대의 흑인 음악에서 가장 커다란 인물 중 하나인 Pharrell Williams를 자신의 무대로 불러내어 전세계의 모든 이들로 하여금 정신 없이 어울리고 놀기를 권유하기도 한다. The Strokes의 보컬리스트 Julian Casablancas가 참여한 「Instant Crush」와 전설적인 송라이터 Paul Williams가 참여한 「Touch」 등에서 소프트 록과의 결합을 선보이는 것 역시 특기할 만한 지점이다. Daft Punk가 데뷔한 이래 이토록 많은 이들의 조력을 업고 자신들의 앨범을 만들었던 적이 있던가. 이 결실의 조각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Daft Punk는 꾸준히 지속되었던 그들의 탐닉이 어떠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시공간의 경계, 그러니까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간극, 그리고 국경과 바다로 나누어진 공간적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광경을 마주했던 모양이고, 그들이 마침내 포화 상태를 맞은 대중문화 속에서 즐거움만이 궁극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어쩌면 본작에 관한 청자의 감상이 나아가는 방향과도 맥락을 함께 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일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나는 노스탤지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배경에 동의하지 않는 편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을 마모시키는 필연적인 위력을 노스탤지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상당 부분 간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본작은 단순히 70년대 사이키델릭 조명이 빛나는 어느 댄스 플로어의 전경만을 묘사한 앨범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전경은 우리가 본작을 통해 Daft Punk가 인도하는 여행에 동참했을 때 만날 수 있을 가장 눈에 띌 장면 정도에 가깝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 순간을 경험하지 못한 누군가는 말 그대로 「Instant Crush」를 경험하곤 한다. “너와는 짧은 시간이 전부였지만, 그거면 충분했지 뭐야.”2 그러한 장면은 우연처럼 스쳐갈 것이기에 쉽게 경험할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그저 낭만적이기도 한 것이다. 노스탤지어를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이 향하는 대상과 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것은 이미 자명하나, 「Give Life Back to Music」이나 「Fragments of Time」과 같은 트랙을 들으면서 낭만과 동경을 느끼지 않기란 그것만큼 또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본작은 이유 모를 감상을 청자에게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건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본작의 발매가 이루어지기 한 달 전부터 「Get Lucky」의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전세계의 사람들이 신나게 춤추는 광경을 목격한 바 있다. 「Lose Yourself to Dance」도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일테고, 「Giorgio By Moroder」의 후반부 역시 불가항력으로 우리의 감흥을 한껏 드높인다. 이미 이 시점에서 본작을 향한 호오는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본작을 감상함으로 하여금 디스코와 록을 둘러싼 오랜 갈등의 역사 역시 누그러지는 광경이 보이는 것만 같고, Michael Jackson의 『Thriller(1982)』를 들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이들 역시 이번 행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그들이 주조한 디스코 특유의 박자 감각은 그만큼이나 직관적이고 취향을 불문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화합이고 대중음악이 갖춰야할 미덕 중에 제일가는 것일 테다. “네가 나에게 보여주려는 게 사랑이라면, 우린 이미 그걸 보고 있을 거야.”3 세대 차이, 문화적 차이, 선호하는 장르와 같은 수사들은 본작 앞에서 그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내가 앞서 Daft Punk가 본작을 통해 추구하려던 바가 우리의 감상이 나아가는 방향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서술한 것이다. 즐거움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로 향하기 위해 그들이 들였던 노력은 실로 귀중하고 빛나는 무언가이고, 그 노력은 마땅히 칭송받아야하는 무언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면이 대단하지 않느냐하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당연히 아니다. Electric Lady Studio는 New York에서 문을 연 이래 위대한 앨범들을 수도 없이 쏟아낸 일종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다―이들이 참여한 바 있는 Kanye West의 『Yeezus(2013)』 역시 이곳을 거쳐간 바 있다. 그 수많은 앨범들 한가운데에서도 이 밀레니얼을 『Discovery』라는 불세출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앨범으로 보냈던 두 로봇의 움직임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하나의 작은 기억장치로서 영합해내었다는 위대한 발걸음으로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길이가 9분에 달하는 대곡 「Giorgio By Moroder」는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 중 하나로, 이 Pink Floyd를 위시한 듯한 프로그레시브 팝 트랙은 자신들의 여행이 시작된 지점을 향해 보내는 최상급의 헌사이며, 진행되는 내내 뚜렷한 전개와 뛰어난 미감을 선보이며 가장 긍정적인 표식을 남긴다. 본작에서 가장 다양한 소리를 한꺼번에 들려주는 「Give Life Back to Music」에서는 이들의 뛰어난 조율 덕에 소리가 저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없이 조화롭게 들려오고, 본작을 마무리하는 「Contact」 역시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로, 긴장감이 필요한 구간에서나 혹은 반대로 감화력이 필요한 구간에서나 그들의 요구가 적절하게 투영된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Lose Yourself to Dance」나 「Get Lucky」에서의 균형에 관해서는 내가 굳이 말을 덧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나는 누군가가 레코드 샵에서 음질을 시험해보는 용도로 Michael Jackson의 『Thriller』를 애용한다는 일화를 떠올렸는데, 내가 레코드 샵을 자주 가는 이가 아니기에 상상에 부쳐보자면, 어쩌면 본작 역시 그러한 용도로 적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없는 것은 아니지만―가령 본작 중반부의 트랙 리스트가 조금 아쉽다는 것과 같이―본고에서 그것에 관해 굳이 낱낱이 서술하지는 않고자 한다(왜 굳이 생략하는지 그 이유를 본고를 읽는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렉트로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선구자가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선구자로서의 면모”와 같은 다소 과장된 수사를 붙일 생각은 없으며, 동시에 일렉트로닉과 흑인 음악 사이의 연관성을 짚어보며 그것의 산물인 본작의 가치를 무리하게 가늠해보고자 할 생각 역시 없다. 본작이 Daft Punk만의 독창성과 개인적인 추억에 빚을 진 앨범이라는 것이 그 이유가 되겠다. 이 두 명의 로봇은 자신들이 선보이는 이 기억장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느꼈던 일종의 즐거움이 청자에게도 그대로 이식되기를 원했을 것이고, 그 결과로 서로가 서로의 기억장치를 공유하며 일으키는 거대한 시너지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작은 성공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 이 기억장치는 그 크기가 작을지 몰라도, 이것의 복수형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그 기억들을 안고, 우리는 나아가며, 그 기억들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서 맥동하고 있다.

   
  1. “Wait a second, I know the synthesizer. Why don’t I use the synthesizer witch is the sound of the future.” – 「 Giorgio By Moroder」 中
  2. “A little time with you is all that I get. That’s all we need because it’s all we can take.” – 「Instant Crush」 中
  3. “Hold on, if love is the answer, you’re home.” – 「Touch」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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