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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별 결산 – 레드벨벳

 

1. 서론

레드벨벳(Red Velvet)은 현재 케이팝 씬에서 가장 특별한 팀이다. 이를 증명하기에 앞서, 지난번에 작성했던 글을 참조해본다. 나는 지난 글에서 2.5 세대 이후의 케이팝이 가지는 음악적 특성을 정리하며, 그중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로 ‘스토리텔링’, ‘역동성’, ‘보컬 운용’이라는 세 가지의 특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이들을 부각한 이유에는, (특히) 2.5 세대 이후의 케이팝이 음악적 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발표된 작품 내에서 위의 세 가지 요소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그룹과 작품이 더욱 큰 주목과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 근거를 두기도 했다. 그리고 레드벨벳은, 지난 2010년대 중반 케이팝이 급격한 성장을 기록한 이후의 시기에서 그 어떤 그룹보다도 위의 세 요소를 가장 잘, 그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한 팀이다. 먼저, 그들은 커리어의 시작에 있어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로 분리되는 음악적 특색을 선보이겠다는 그룹 본연의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부착함으로써, 독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의 콘셉트 전개를 선보인 바 있다. 또한 그렇게 분화된 그들의 콘셉트에는 각각 ‘역동성’과 ‘보컬 운용’이 담겨있었는데, 강렬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레드’ 콘셉트에는 ‘역동성’이, 부드럽고 섬세한 알앤비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벨벳’ 콘셉트에는 보다 다채로운 ‘보컬 운용’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그들의 콘셉트를, 곧 ‘레드’와 ‘벨벳’으로 분화된, 그리고 이후의 커리어에서 융합하기도 하는 그들의 콘셉트에 더욱 집중해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레드벨벳은 데뷔에 앞서 스스로의 커리어를 전개하는 방식이 ‘레드’와 ‘벨벳’ 콘셉트로 나누어져 나아갈 것임을 공표했고, 이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의 선택이었다. “강렬하고 매혹적인 컬러 ‘레드’와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의 이미지를 각 작품에 적용하여 선보이겠다는 그들의 선언은 이후의 작품에서 확실하게 적용되며 그 효과를 인지시켰다. 가령 그들의 본격적인 콘셉트 전개가 시작되었던 앨범 『Ice Cream Cake』에 수록된 「Ice Cream Cake」와 「Automatic」은 각각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의 기틀을 탄탄하게 다지며 이후에 펼쳐질 각 콘셉트의 성격을 확실하게 선보인 작품이 되었다. 또한 이들의 이전에 있었던 데뷔곡 「행복 (Happiness)」과 리메이크 곡 「Be Natural」역시 각각 ‘레드’와 ‘벨벳’ 콘셉트의 기본적인 특색을 담아내어 데뷔에서부터 그들의 콘셉트 전개가 진행될 방향을 확연하게 지시했다. 그리고 이후 펼쳐진 그들의 커리어에서는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를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과 「피카부 (Peek-A-Boo)」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렇듯 레드벨벳은 ‘레드’ 와 ‘벨벳’이라는 상반되는, 아니, 어쩌면 서로 공통점을 가진 두 콘셉트를 중심으로 그들의 커리어를 전개해 나갔다. 그렇다면 그들의 두 콘셉트는 각각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특성으로 분리되거나 묶일 수 있을까?

먼저 ‘레드’ 콘셉트의 경우 그들이 언급했듯 ‘강렬하고 매혹적인 컬러’라는 설명에 부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레드’ 콘셉트는 대체로 다양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데, 특히나 강렬한 리듬이나 다채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는 장르와 사운드를 활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바 있다. 반대로, ‘벨벳’ 콘셉트의 경우에는 ‘부드러움’이라는 그들의 설명과 같이, 보다 섬세하고 간결한 사운드와 구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R&B 장르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벨벳’ 콘셉트는 ‘레드’ 콘셉트에 비해 비교적 간결한 리듬, 무겁고 어두운 실제 악기 연주 등의 활용으로 ‘레드’ 콘셉트와의 차별점을 둔다. 그리고 이러한 두 콘셉트에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가령 앞서 언급한 리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레드’ 콘셉트는 대부분의 곡에서 강렬하고 독특한 리듬을 활용하여 그 성격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가령 ‘레드’ 콘셉트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라 볼 수 있는 「Ice Cream Cake」의 경우에는 (특히 후렴 부분에 있어) 강렬하게 달려나가는 드럼 리듬을 활용하고 있으며, 「Rookie」에서는 보다 빠른 박자를 중심으로 더욱 복잡한 리듬을 생성하기도 한다. 반면, R&B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벨벳’ 콘셉경우에는 보다 간결한 리듬이 두드러지는데, 「Automatic」에서는 간결하게 반복되는 리듬이 특기할만한 변화 없이 이어지며 다른 선율적 요소를 받쳐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7월 7일 (One Of These Nights)」의 초반부에서는 리듬 요소가 거의 모습을 감춘 채 곡 특유의 화려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각 콘셉트가 가지는 사운드적 특징은 그 무엇보다 두 콘셉트를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레드’ 콘셉트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다채로운 일렉트로닉 장르를 차용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에 따라 해당 콘셉트에서는 전자음을, 특히나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자주 활용된다. 매번 각 작품의 콘셉트에 맞게 변모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레드’ 콘셉트의 주된 사운드적 특징으로, 매 작품마다 곡의 주요한 자리를 꿰차며 해당 작품이 ‘레드’ 콘셉트임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반면, ‘벨벳’ 콘셉트에서는 R&B 기반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실제 악기를 활용한 무겁고 서정적인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운드는 ‘벨벳’ 콘셉트 특유의 선율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데에 큰 힘을 쓰는데, 물론 ‘벨벳’ 콘셉트에도 전자음들이 활용되는 경우가 잦으나, 스트링부터 피아노 등 다채로운 실제 악기 소리들은 해당 콘셉트의 곡이 가지는 선율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여기서 집중해볼 점은 사운드와 비슷한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보컬 활용법에 있다. 먼저, 앞서 설명한 ‘레드’ 콘셉트의 사운드가 가지는 특징에는 강렬함과 난잡함이 있다. 복잡한 드럼 리듬과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로 만들어내는 ‘레드’ 콘셉트의 난잡함에 맞춰, 멤버들의 보컬 역시 보다 화려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결합하여 등장하곤 하는데, 특히 ‘레드’ 콘셉트에서는 다채로운 화성과 보컬 합성 등의 방식을 통해 더욱 커다랗고 가득 찬 공간감을 선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벨벳’ 콘셉트의 경우에는 해당 콘셉트 특유의 부드럽고 간결한 사운드에 걸맞게, 보다 멤버 개개인의 음색과 개성을 살리는 보컬 활용이 두드러진다. 물론 ‘벨벳’ 콘셉트에서도 화성과 결합 등의 보컬 합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멤버 개인의 음색을 부각하는 방식과, 특히 화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돋보이게 하는 멤버들의 가창 방식이 두드러진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를 토대로 하여 돌아 보았을 때, 나는 ‘레드’ 콘셉트의 가장 중요한 사운드적 특성을 ‘정신없음’, 곧 ‘난잡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으며, ‘벨벳’ 콘셉트의 주요한 사운드적 특성을 ‘부드러움,’ 혹은 ‘간결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각 콘셉트를 장식하는 가사 역시 차별점이 되기도 한다. ‘레드’ 콘셉트의 경우 난잡하고 강렬한 사운드에 걸맞게 키치하고 엉뚱한 가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잦은데, 가령 데뷔곡 「행복 (Happiness)」의 경우 “아침에 난 잠을 깨 엄마께 사랑한다고 말해 / 어휴 착한 내 딸아”와 같은, 마치 같은 소속사의 선배 그룹인 f(x)의 작법을 연상케 하는 가사가 자주 포착되곤 한다. 반대로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벨벳’ 콘셉트에서는 ‘레드’ 콘셉트에 비해 진중하고 섬세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특히나 장르 특성상 진중한 사랑 이야기를 주요한 요소로 두는 R&B와 흡사하게 ‘벨벳’ 콘셉트의 대표적 예시라 할 수 있는 「Be Natural」, 「Automatic」에서는 보다 서정적이고 섬세한 사랑을 읊조리는 가사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요소들에 따라, 나는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가 각각 가지는 특성과 차별점을 짚어보았다. 그리고 다음 문단에서는 이렇게 상반된 면모를 가지는 두 콘셉트가 레드벨벳의 커리어 전개에 따라 확실하게 분화되는 지점이 존재함을, 또한 역설적이게도 두 콘셉트가 확연하게 융합하는 지점 역시 자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레드벨벳의 연대기적 계보와 커리어 전개에 따른 콘셉트 변화

앞서 나는 레드벨벳이 커리어의 시작에서 공표한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가 가지는 특징에 대해 정리했다. 그렇게 서로 상반되는 면모를 가진 두 콘셉트를 중심으로 전개된 레드벨벳의 커리어는 각 콘셉트의 특성에 따라 확연하게 분별되는 작품으로 꾸며지는 듯했다. 먼저 ‘레드’ 콘셉트의 경우 그들의 데뷔곡인 「행복 (Happiness)」을 시작으로 전개되었다. 독특하고 엉뚱한 가사와 아프리칸 드럼 비트를 중심으로 나아가는 「행복」을 통해 레드벨벳은 그들만의 ‘레드’ 콘셉트의 기틀을 다졌고 이는 이후 2015년에 들어 두 가지의 분파로 나누어지는 듯했다. 먼저 「Ice Cream Cake」는 보다 본격적인 ‘레드’ 콘셉트의 시작점으로, ‘레드’ 콘셉트가 가지는 보다 확연한 특성들을 포함한 곡이다. 보다 복잡해진 리듬, 다양한 사운드 소스 활용, 독특하고 예측 불가능한 곡의 전개 방식, (앞선 문단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레드’ 콘셉트에서 종종 활용되는) 호러틱한 소스 활용 등의 특성은 이후에도 등장하는 ‘레드’ 콘셉트의 주요한 요소들로. 해당 작품이 ‘레드’ 콘셉트 내에서의 중요한 지표를 차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발매된 「Dumb Dumb」은 「Ice Cream Cake」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트랙이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두 트랙이 가지는 주요한 차이점은 「Dumb Dumb」의 강박적 반복에 있다. 「Dumb Dumb」은 「Ice Cream Cake」에 비해 간결한 구성과 전개를 선보이고 있으나, 보다 강박적인 반복을 통해, 가령 “Dumb”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그리고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어 반복하는 방식을 통해 「Ice Cream Cake」과는 또다른 형식의 ‘레드’ 콘셉트를 구현해냈다 (특정 단어의 강박적 반복은 이후의 ‘레드’ 콘셉트에서도 두드러지는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벨벳’ 콘셉트의 경우는 어떠할까. 먼저 S.E.S의 곡을 리메이크 한 「Be Natural」은 네오소울 장르를 기반으로 ‘벨벳’ 콘셉트가 가지는 특색을 선보였는데, 가령 간결한 구성과 멤버들의 개성을 살리는 보컬 활용을 중심으로 곡을 전개하는 특징이 주요하게 자리했다. 그리고 다음 해 발매된 「Automatic」은 보다 뚜렷한 ‘벨벳’ 콘셉트만의 특성을 내포했는데, 「Be Natural」보다도 짙어진 서정성과 더욱 화려한 멜로디의 활용은 ‘벨벳’ 콘셉트가 가지는 특성을 부각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더욱 다채로운 멤버들의 보컬 활용 역시 눈에 띄는 지점으로 남았다. 그렇게 전개되던 ‘벨벳’ 콘셉트는 다음 해 발매된 「7월 7일 (One Of These Nights)」에서 또 다른 면모를 선보이게 되었는데, 보다 느린 템포와 리듬 요소의 역할 축소, 화려한 사운드 구성과 서정적인 멜로디 전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발라드 풍의 곡 「7월 7일」은 ‘벨벳’ 콘셉트가 가지는 서정성과 선율을 더욱 강조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리고 레드벨벳의 커리어에서 2016년을 반드시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이라는 트랙에 있다. 「러시안 룰렛」은 그들의 커리어에서 최초로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의 융합을 꾀한 트랙이며, 이를 꽤나 효과적인 방식으로 완성해 낸 트랙이다. 「러시안 룰렛」은 ‘레드’ 콘셉트의 요소라고 볼 수 있는 밝고 쾌활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중심으로 곡이 전개되며, 후렴과 훅 파트에서 특정 어구를 반복하여 중독성을 만들어내고,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를 활용하여 곡의 재미를 더하는 등 기존의 ‘레드’ 콘셉트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간결한 사운드 구성과 리듬,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보컬 활용, 화려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 사운드 등의 ‘벨벳’ 콘셉트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렇듯 「러시안 룰렛」’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결합해내며, 그 균형을 안정적으로 맞춰낸 곡이기에 그들의 커리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지점으로 남게 된다.

이후 2017년에는 보다 ‘레드’ 콘셉트의 작품이 부각되었던 해이다. 당해 발매된「Rookie」는 「Dumb Dumb」의 특성을 이어받아, “Rookie”라는 단어의 보다 강박적인 반복으로 구성되어 더욱 복잡한 사운드의 결을 만들어냈다. 또한 레드벨벳의 그 어떤 곡보다도 빠른 BPM을 선보이며 보다 난잡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Rookie」는 후렴에서 등장하는 어휘의 난잡한 반복, 신디사이저, 베이스, 기타 등의 화려한 사운드의 구성 등을 중심으로 곡의 ‘레드’ 콘셉트적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2017년에 등장한 ‘레드’ 콘셉트의 또 다른 지점을 주목해본다면, 그것은 레드벨벳의 최대 히트곡이자 썸머송의 시작격인 「빨간 맛 (Red Flavor)」에 있을 것이다. ‘레드’ 콘셉트적인 요소를, 가령 독특한 반복과 시원하고 쾌활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중점적으로 표방하는 「빨간 맛」은 해당 작품이 가지는 분위기와 계절감을 확실하게 매치시키며 그들이 이후 전개할 여름 특선 작품의 좋은 선례로 남았다. 그리고 2017년은 레드벨벳의 커리어에 존재하는 또 다른 특이점인 「피카부 (Peek-A-Boo)」가 발매된 해이기도 하다. 이전 「러시안 룰렛」이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를 융합함에 있어 보다 ‘레드’ 콘셉트적인 요소에 더욱 집중한 채, 매끈한 전개와 구성 등으로 듣기 편한 팝의 분위기를 풍긴 곡이라면, 「피카부」는 두 콘셉트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벨벳’ 콘셉트의 요소를 더욱 강조하며 두 콘셉트의 보다 효과적인 결합을 이루어낸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레드’ 콘셉트에서 주로 활용되었던 전자음들은 ‘벨벳’ 콘셉트 특유의 무겁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구현해냈으며, 간결한 리듬, 보다 다채로운 선율의 활용,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보컬 활용 등의 지점에서 「피카부」는 보다 ‘벨벳’ 콘셉트스러운 표상을 띄게 되었다. 허나, 동시에 독특한 콘셉트를 지닌 가사, 곡의 전면에 자리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화려한 보컬 합성 등의 요소는 해당 곡이 ‘레드’ 콘셉트적인 특징을 빼놓지 않았음을 인지하게 만든다. 이렇게 「피카부」라는 곡은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의 보다 정석적인 융합의 예시로서 존재하며, 또한 이들이 이후 두 콘셉트를 결합하여 커리어를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것이 나아갈 길을 확실하게 제시한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피카부」가 발매된 이후, 2018년 발매된 「Bad Boy」와 「RBB」는 「피카부」의 콘셉트를 이어받은 시리즈의 면모를 가지면서도, 각각 「피카부」가 가졌던 두 콘셉트의 융합을 보다 ‘벨벳’적으로(「Bad Boy」), 그리고 보다 ‘레드’ 적으로(「RBB」) 선보였다. 먼저 「Bad Boy」는 보다 느린 템포를 차용하면서도 트랩 비트 특유의 간결한 리듬으로 곡을 전개해나간다. 특히 섬세한 보컬의 활용과 보다 진중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사, 화려한 멜로디의 활용 등을 통해 ‘벨벳’ 콘셉트 특유의 특성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곡의 메인 멜로디를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로 꾸며냈으며, 또한 멤버들의 보컬을 보다 화려하게 결합시키는 방식을 통해 여전히 ‘레드’ 콘셉트의 요소를 배제하지 않았다. 반대로 「RBB」는 곡의 시작부터 비명 소리라는 독특한 소스를 활용하며 이후 등장하는 복잡한 리듬과 예측 불가한 전개 방식 등을 통해 ‘레드’ 콘셉트 특유의 요소들을 강조해서 활용한다. 특히 「피카부」에 존재했던 호러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독특한 반복과 가사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레드’ 콘셉트의 것과 닮아 있다. 하지만 기존의 ‘레드’ 콘셉트보다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사운드 구성 등의 요소에서 ‘벨벳’ 콘셉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이후 몇 파트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의 음색이 두드러지는 보컬 역시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힘을 보탠다. 이렇듯 「피카부」에서 「Bad Boy」, 「RBB」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레드벨벳은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해보며 그들이 두 콘셉트를 단지 분화시키는 방법만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하는 듯했다. 

2018년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두 번째 써머 송 「Power Up」은 이전의 「빨간 맛」에 비해 보다 레드벨벳스러운 면모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Power Up」은 ‘레드’ 콘셉트 특유의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는데 훅 파트에 등장하는 “Banana”라는 단어의 반복적 활용과 함께, 강렬하게 달려나가는 드럼 리듬,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밝고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칩튠의 활용 등의 요소는 「Power Up」이 가지는 썸머송 특유의 시원한 분위기를 부각시키면서도 레드벨벳 특유의 강렬하고 복잡한 사운드적 특성을 살려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썸머송은 이듬해인 2019년 「음파음파 (Umpah Umpah)」를 따라 그 궤를 이어갔다. ‘The ReVe Festival’이라는 시리즈 앨범의 두 번째에 자리하는 「음파음파」는 공식적으로 썸머송의 계보를 잇는다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발매된 시기와 특유의 시원한 사운드, 가사 등을 토대로 썸머송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특히 곡의 전면에 등장하는 강렬하고 신나는 리듬과 ‘수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가사, 시원하고 가벼운 느낌의 신디사이저 등은 해당 곡이 가지는 ‘레드’ 콘셉트적인 느낌과 썸머송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데에 적격이었다. 

그리고 2019년에 발매된 ‘The ReVe Festival’의 첫 번째 주자인 「짐살라빔 (Zimzalabim)」은 이전까지 존재했던 ‘레드’ 콘셉트의 모든 요소를 결합해내면서도 그것을 무척이나 난잡하고 화려하게 풀어낸, 마치 ‘레드’ 콘셉트의 대표격인 곡으로 남았다. 「짐살라빔」에서 두드러지는 “Zimzalabim”이라는 단어의 공격적인 반복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도 해당 작품에서 강조해야 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곡의 전개에 있다. 내가 이전에 작성한 글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라는 감상을 남겼을 만큼, 「짐살라빔」은 그것이 가지는 난잡한 구성과 전개를 통해 무척이나 정신없는 순간을 주조해낸다. 가령 기존의 많은 음악이 가지는 통상적인 전개 방식을 뒤틀어버리는 곡의 전개의 경우가 그러한데, 대부분의 케이팝 트랙이 [인트로 – 벌스 1 – 프리 코러스 – 코러스 – 훅 – 벌스 2 – 프리 코러스 – 코러스 – 훅 – 브릿지 – 코러스 – 훅 – 아웃트로]와 같은 구성을 가진다고 했을 때, 「짐살라빔」은 [인트로 – 벌스 1 – 프리코러스 – 훅 – 벌스 2 – 벌스 3 – 프리코러스 – 훅 – 브릿지 – 훅 – 아웃트로]와 같은 구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독특한 전개 방식과 다채로운 사운드의 활용, 강박적 반복 등 ‘레드’ 콘셉트의 다채로운 특성을 모두 내포한 「짐살라빔」은 가히 ‘레드’ 콘셉트의 대표격인 트랙으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드’ 콘셉트가 가지는 난잡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선보인 트랙으로써 남게 된다. 그리고 같은 해 발매된 ‘The ReVe Festival’의 마지막 순서에 놓인 「Psycho」는 이전의 「Bad Boy」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가령 트랩 비트 기반의 리듬과 섬세한 보컬 활용 등 「Bad Boy」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요소들이 「Psycho」에서 마찬가지로 등장하며 해당 트랙이「Bad Boy」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제시한다. 하지만 「Psycho」는 단지 이전의 것에 안주하지 않은 채 발전을 이루고자하는데, 스트링 피치카토, 아르페지오 신디사이저 등 독특한 사운드의 활용 등을 통해 이전의 곡과 차별점을 두면서도, 무엇보다 웬디와 슬기가 가창하는 프리 코러스 파트의 매혹적인 멜로디 등을 통해 보다 인상적인 지점을 남기는 점이 그러하다. 이렇듯 「Psycho」는 ‘벨벳’ 콘셉트 특유의 화려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두면서도, 「Bad Boy」와 흡사한 방법으로 ‘레드’ 콘셉트의 특성을 흡수하여 레드벨벳만의 매끄러운 팝 트랙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레드벨벳의 커리어를 살펴봤다. 지난 6년간의 커리어에서 레드벨벳은 두 갈래로 분류된 그들의 콘셉트를 서로 분리하여 전개하다가도, 이를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트랙을 주조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특성을 만들어낸 레드벨벳은 다채로운 작품과 스타일을 선보이며 케이팝 시장에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고, 또한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분위기의 트랙을 선보인 레드벨벳의 각 트랙은 다음 문단에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3. 트랙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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