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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돈숨』

   

「카누」에서 「돈숨」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돈숨』의 하이라이트를 단박에 가져온다. 동시에 두 트랙은 본작이 가진 정서를 대표하기도 한다. 「카누」에서는 “남의 시선 신경 쓰지 말란 말, 멋지게 늘어놨지만 너희가 내 걸 들어줘야 벌잖아”라는 안타까운 회포가 그렇고, 「돈숨」에서는 “Three job hustle, 쪽팔려 나도 새끼야”라는 자조가 그렇다. 전자의 경우 힙합음악의 주요 애티튜드가 생존을 위한 돈벌이 ― 결국엔 먹고 살 수 있어야 ‘힙합’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와 양립-불가능함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 대다수 씬의 주목받지 못한(알려지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QM이 스스로의 현재를 통해 직접 전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라인일 것이다. 또한 「카누」에서는 객원 아티스트로 참여한 BiBi의 활약이 인상 깊다. “살든가 죽든가 결국엔 존나게 저어야 해 노”라고 노래하는 BiBi는 그 노랫말로써 본작이 가진 주제의식의 심층부를 파고들며, 그 능청스러운 보컬-퍼포먼스로써 트랙의 무드에 잘 녹아나는, 앨범에 초대된 객원 아티스트 중에서도 베스트라고 할 만한 활약을 선보인다. 한편 「돈숨」의 경우 그는 QM이 쉬이 선보이지 않았던 트랩 비트 위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랩이 매우 훌륭하여 특기할만한 지점이 될 것이다. 중반부 이후 반전되는 비트 위에서의 활약상도 마찬가지다.

QM의 내러티브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그 애티튜드는 꽤나 상당한 갈망으로 본작 전체에서 일관된다. 그러니까 QM의 애티튜드는 마치 한 섬에 표류한 생존자와 같다. 첫 트랙 「은」에서 “나 빼고 모두 북극 사나 다들 보는 얼음”이라는 라인은 물질적으로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세상(어쩌면 이를 ‘육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섬들이 바로 QM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본작의 배경을 묘사하는 적실한 라인이 된다. QM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섬에서 자신의 노랫말을 적는다. 단절된 자의 글은 필히 단절의 너머로 이행하고 싶다는 갈망을 수반한다. 「뒷자리」에서 그의 어린 시절 기억을 동원하여 “이 씬 버스 자린 중간 그러니 바로잡아버려야지 내 뒷자리까지 뚫어 간선”이라며 씬의 주목받는 위치를 ‘뒷자리’로 비유한 라인은, 적어도 그가 한 버스 내에 동승해있다는 점에서 단절의 너머에 있다. 갈망의 밑바탕에는 단절에 대한 자각이 있다. “Mic 없인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체감하는 「36.5」 같은 트랙이 그렇고,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Island Phobia」 같은 트랙에선 「카누」를 타고 단절된 무인도에서의 탈출을 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sland Phobia」에서의 탈출이 끝내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본작을 통해 목격했다. 따라서 또한 본작에 서린 것은 섬에 대한 미움, 일종의 자기혐오다.

Freddi Casso, Buggy, Van Ruther와 같은 VMC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본작의 사운드는 비교적 무난한 붐뱁으로 일관했던 QM의 전작들에 비해 훨씬 다채롭다. 상술한 바 있는 트랩과 붐뱁을 섞은 「돈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일 것이고,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은」이나 공격적인 전자음이 두각을 드러내는 「Island Phobia」, 육중한 베이스의 무게감이 인상적인 「만남조건」과 같은 트랙이 그렇다. 전작들에 비해 많은 객원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것 역시 특기할만하다. 그러나 화지, BiBi나 Jerd와 같이 훅을 담당하여 무드 조성에 동참한 아티스트와 달리 넉살, Tiger JK, Khundi Panda와 같이 Verse를 써 내린 아티스트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들의 퍼포먼스가 나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본작의 내러티브가 오롯이 QM 자신에게로 향해있는 탓에 ― 이것은 본작이 QM의 전작들인 『WAS』나 『HANNAH』와 같은 작품들을 상당부분 오마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그 흐름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뜨린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날씨 험해도 배 띄워 섬보다 낫겠지 뭐”라고 말하며 단절의 너머로 나아가고자 했던 그는 여정의 와중에 돈과 사랑, 그리고 그의 신념과 현재 입지와 같은 것들로 세워진 암초들에 부닥치며 「다시 섬」으로 돌아온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으로 만들어진 섬에서 그는 어쩌면 다시 탈출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섬에서의 그가 얼마나 갈망하고 절실한지를 알았다. 그렇다면 그의 섬으로 구조대는 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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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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