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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tellusboutyourself』

   

다시금 이전 글에 썼던 좋은 음악의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은 목소리, 좋은 이야기, 좋은 연주, 좋은 구성, 그리고도 많은 요소가 있을 것이고, 또 그러한 요소를 만족하는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견해에 따르면 백예린의 『Every letter i sent you.』는 좋은 음악임이 분명했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보컬이 등장하고, 좋은 연주와 구성으로 이루어진 소리들이 어우러지며, 좋은 이야기를 담은 노랫말이 자리한다. 물론 그것이 이룩한 다양한 기록들과 많은 이들로부터 받았던 관심과 사랑 역시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으나, 단지 작품이 가지는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Every letter i sent you.』는 좋은 음악이었고, 그렇게 백예린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은 내게 좋은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Every letter I sent you.』를 좋은 음악으로 남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있다면, 역시나 백예린의 목소리에 있을 것이다. 백예린의 목소리는 그의 데뷔부터, 혹은 첫 솔로 데뷔작인 『FRANK』에서부터 계속하여 나에게 좋은 목소리로 자리했고, 그것은 현재에 들어 『tellusboutyourself』에서도 마찬가지로 매번 좋은 감상을 제공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한번 백예린의 목소리에 집중해본다.

좋은 목소리라는 것, 혹은 무언가에 ‘좋다’라는 판단이 부여되는 과정에는 무척이나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견해가 주요하게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전 글에 언급된 ‘모든 것을 무용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듯,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목소리 역시도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백예린의 목소리는 분명 그 하나의 예시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좋은 목소리는 단지 목소리가 가지는 힘과 음색 등에만 국한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소리로부터 느낄 수 있는, 혹은 목소리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상에는 단순히 가창력, 음색, 보컬의 음고 등의 요소로는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감상이 존재하며, 백예린의 목소리에는 단지 어떠한 요소만으로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Every letter I sent you.』에서는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존재했던 따듯함에서 비롯되었다면, 『tellusboutyourself』에서는 보다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는 목소리의 다채로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tellusboutyourself』에서 엿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프로듀싱에 관련할 것이다. 백예린이 직접 밝혔듯 세션 연주를 통한 사운드가 눈에 띄었던 지난 작품과 달리, 『tellusboutyourself』에서는 미디 프로그래밍을 통한 사운드 메이킹과 프로듀싱이 보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작품에서는 주로 모던 록의 성향이 짙은, 가령 섬세한 튠의 기타와 빈티지한 드럼 사운드 등의 소리, 혹은 보다 재즈/소울의 영향이 짙은 관악기의 사용이 주가 되었던 반면, 『tellusboutyourself』의 경우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사운드 프로그래밍의 활용으로 때로는 모던 록을, 때로는 고전적인 알앤비와 팝 발라드의 느낌을 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일렉트로닉적인 사운드를 차용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품고 있는 『tellusboutyourself』에서 역시, 우리는 백예린의 목소리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령 「i am not your ocean anymore」에서는 보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알앤비, 혹은 팝 발라드의 소리들이 연주되는데, 이는 색소폰 등의 악기뿐만이 아니라 빈티지한 질감의 드럼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리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백예린의 목소리는 이전의 많은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보컬, 가령 두터운 화성을 쌓아올린다거나, 곡의 클라이맥스 등의 구간에서 보다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사운드를 마치 익숙한 듯 이끌어간다. 혹은 또 다른 스타일의 「”HOMESWEETHOME”」을 살펴보자. 보다 간결한 신디사이저가 울려 퍼지고, 그것의 곁에서 다른 소리들이 침입하기도 하며, 후렴에서 변주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보다 일렉트로닉적인 소리와 구성이 이어지는 곡 내에서 백예린의 보컬은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형태로 구현된다. 혹은 더욱 일렉트로닉한 「Bubbles&Mushrooms」에서는 보글거리는 신디사이저와 보다 강렬한 드럼 사운드 사이에서 앳된 목소리와 능숙한 목소리를 넘나들며 무척 다양하게 변주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걸맞는 보컬을 선보인다. 물론 「Hall&Oates」, 「I’m in love」등의 트랙에서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보다 따듯함을 품은 목소리를 내어 보다 편안한 질감의 소리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tellusboutyourself』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백예린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에서 그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모던 록부터 팝 발라드, 알앤비, 하우스 등의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곡의 색채에 어우러지는 백예린의 목소리는 그의 보컬이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의 변모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백예린이 꾀한 다양화는 단지 목소리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tellusboutyourself』의 다채로움은 백예린의 목소리와 프로듀싱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가 써 내려간 노랫말에서 역시 찾을 수 있다. 가령 「Lovegame」의 경우, “you think you could change them so you really care ‘bout ‘em but they’ll leave at the worst moments”라는 직설적인 가사와 함께 “you deserve something better”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Hate you」에서는 “’cause a person like me writes better songs after people like you”라는 거센 노랫말을 보다 강단 있는 목소리로 내뱉기도 한다. 물론 모든 가사가 직설적인 말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I’m in love」에서는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담은 사랑 고백을 절절히 늘어놓기도 하고, 「Ms. Delicate」에서는 1절과 2절의 가사가 완전히 다른 목적지를 향한 채 사랑에 상처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목소리를 통해 구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tellusboutyourself』에서 백예린이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을 때에 맞는 목소리로 구현해내어 확실한 이야기의 전달을 완성해낸다.

그렇게 백예린이 우리에게 선물했던 편지는, 이제 일기장으로 변모했다. 특정한 대상에게 보내는 편지와 달리, 오롯이 혼자서만 간직하는 일기장에는 더욱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적나라하기도 하며, 더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물론 그러한 이야기는 역시나 백예린의 목소리라는 좋은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애절하기도, 때로는 간결하기도 하며 매번 이야기에 어울리는 모습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따듯함이 있었으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많은 위로와 공감의 여지가 담겨 있었음에 나는 백예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tellusboutyourself』는 백예린이라는 아티스트가, 아니 백예린이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전하고 싶은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작품이고, 그 감정은 노랫말과 그의 목소리를 통해서, 혹은 다양한 사운드와 프로듀싱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달된 다채로운 감정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 감정을 전달하는 목소리와 사운드의 사이에서 나는 다시금 백예린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채로움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백예린의 작품은, 말 그대로 계속해서 그가 다양한 방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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