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Donda』

by XENITH
   

골든 에라의 끝자락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시카고 출신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가방끈이 긴 래퍼, 야망 있는 대중예술가, 조증의 미치광이 혹은 완벽주의 아티스트, 신실한 기독교인, 미국 대통령 후보자 등 Kanye West를 수식할 법한 어구는 차고 넘친다. 그에 관한 정보와 이력 등을 여기서 서술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한 관계로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 의도했든 혹은 그렇지 않았든, 근 몇 년간 『Donda』만큼이나 길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앨범 발매의 사가가 있었나 싶다. 2019년 이후 Kanye의 행보도 그렇지만 그의 팬들은 별 것 아닌 트윗 한 줄에도 요란스럽게 반응했고, 앨범이 발매되지 않은 날이면 마치 무인도에 갇힌 이가 표류 기간을 기록하듯 하루하루 그 기간을 세었다. 유출본이라며 올라온 트랙들은 그 출처조차 명확하지 않음에도 정보의 바다를 떠돌았고, 온갖 루머와 예측, 거짓 정보들을 양산했다. 그것을 1년여를 반복했다. 2021년 7월이 되어 본작의 타이틀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가 자신이 출생했던 도시 애틀랜타의 Mercedes-Benz Stadium에 스튜디오를 차렸다는 사실과 대여 기간이 알려진 후에는 그 기간이 만료되면 본작이 발매될 것이라고 환호성을 질러댔다. 물론 단순히 그 기간에 예정된 경기가 없었고, 그 기간이 지나면 Atlanta Utd FC의 MLS 홈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워줘야 했던 것일 뿐 확실한 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어떠한 방식으로든 발매 전후가 시끄럽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어떤 때는 기자와 평단에 의해서, 어떤 때는 열성과 극성을 오가는 팬들에 의해서 시끄러웠다. 다만 이번 경우는 약간 결이 다른 게, Kanye가 저들을 이용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듯 보인다는 것이다. 만일 Kanye가 이러한 양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그 역시 당연하게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앨범을 발매하는 일 자체가 이미 사건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의 계산에는 지나친 면이 있고, 그에 따른 반응이 때로는 우스워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을 부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면 이 일련의 사건들이 아티스트가 앨범을 발매하는 행위에 주어지는 가치를 최대한으로 보존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그 역시 레이블과의 계약 같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녹음뿐 아니라 본작의 발매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주체가 되어 군림했다. 트랙의 녹음, 리스닝 파티로 위장한 마켓 테스팅, 피처링 아티스트의 초대부터 심지어는 발매의 연기, 유랑 등 거의 모든 절차에서 말이다.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에는 Def Jam과의 타협, 그리고 Kanye의 이름값과 재력 등의 지분도 상당하겠지만, 일단 그는 앨범 그 자체의 가치를 보존하고 부풀리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이 역시,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발매된 본작은 27개의 트랙, 1시간 48분 길이의 분량을 자랑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수많은 이들의 이름으로 앨범 크레딧이 가득 채워져 있고, Kanye 본인 나름의 사색과 야망이 여실히 묻어나오고는 한다. 본작의 타이틀은 이미 알려져 있듯이 그의 어머니에게서 빌려왔다. 그에 걸맞게 본작의 몇몇 구간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Kanye의 그리움과 감사, 사랑의 표식이 숨겨져 있다. 「Jesus Lord」에서는 자신의 삶에 있어 중심, 그리고 활력으로서의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을 직접 서술하고, 「Come to Life」에서는 그러한 상실감을 신실한 믿음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음을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위에서의 진중한 가사를 통해 진술한다. 그 외에도 어머니의 이름이 들어간 몇 개의 트랙들도 그러한 점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쉽게도 그뿐이다. Kanye가 진정으로 어머니를 부르는 트랙이 본작의 성격을 온전히 대변하기엔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낮다.

그렇다면 다른 요소를 찾아보자. 앞서 언급한 「Come to Life」에서도 드러나듯 Kanye는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계속해서 설파한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성서의 욥이나 요나에 투영한 채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을 계속해서 읊는 듯한 인상이다. 「God Breathed」, 「Heaven and Hell」, 「Keep My Spirit Alive」 등 많은 트랙에서 “나의 계획은 주 안에”를 반복해서 되새김질하고, 「New Again」에서는 회개를 부르짖으며, 「No Child Left Behind」에서는 자신을 향해 기적을 행한 주를 향해 찬미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더 살펴보자니 이마저도 함유량이 많지 않아 보인다. 신과의 영접에서 구원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Lord I Need You」에서는 그러한 면보다 Kim Kardashian과의 이혼 그 이후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Off the Grid」는 명확하게 자기 과시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God Breathed」는 힙합의 클리셰 중 하나인 헤이터들을 향한 조롱이 더 우세한 트랙이고, 「Junya」나 「Remote Control」도 역시 그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구심력이 약한 앨범이 본작이다. 1시간 48분에 달하는 본작이 누군가는 영적 영역을 포함하는 거대한 세계가 되기를 원했겠지만, 실상은 그것이 얼마나 멀찍하게 떨어져 있는지 다시금 체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작에는 Kanye의 랩과 가창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오르간과 베이스, 트랩의 가벼운 스네어와 짙지만은 않은 소음, Lauryn Hill과 Sunday Service Choir가 공존하지만, 이들이 한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세계의 광활한 크기와 견주었을 때―비교적 좁은 구역 안에 그저 자리만 잡은 듯 느껴진다. 이는 『The Life Of Pablo(2016)』가 지니던 단점의 반복이다. 크리스천 힙합 앨범을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소수라는 점, 타이틀이 은유나 암시가 아니라 맥거핀이 되어버리는 현상. 20개가 넘어가는 트랙의 수를 고려했을 때 이는 정갈한 다채로움이 아니라 중구난방 어질러진 모양새로 다가온다. 물론 그런 단점을 잠시 걷어내고 보자면 괜찮은 순간들도 꽤 많다. 가령 「Believe What I Say」에서의 포 온 더 플로어와 Lauryn Hill의 목소리는 본작 최고의 지점 중 하나고, 이름에 걸맞게 폴라 리듬의 틀마저 벗어나는 플로우의 「Off The Grid」는 굉장하진 않지만 이만하면 준수한 뱅어다. 「24」, 「Jesus Lord」, 「Come to Life」 등 서정적이면서도 모나지 않은 트랙들 역시 나쁘지 않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아무래도 피처링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Kanye가 자신의 앨범에서 최고의 순간을 다른 이들에게 도둑맞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고, 본작에서도 그러한 점은 매한가지다. 「Off The Grid」의 Playboi Carti나 「Hurricane」의 The Weeknd, 「No Child Left Behind」의 Vory 그리고 「Jail」의 JAY-Z 등 이번만큼은 그 후보도 다양하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흠이 많다. 「Praise God」에서 Baby Keem의 Tame Impala를 이용한 워드플레이는 듣자마자 실소를 자아낼 만한 것이고, 「Tell The Vision」에서 Pop Smoke를 다시금 불러오는 행위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실 「Hurricane」도 The Weeknd의 퍼포먼스가 아니었다면 본작에 실려서는 안 되었을 트랙에 가깝다. 그것에 더해 「No Child Left Behind」 이후의 수많은 pt 2 트랙들이 수록된 것 역시 Kanye의 선택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우리는 그가 『Yeezus(2013)』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응축시키기 위해 3시간이 넘는 분량의 파일을 40분으로 추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벌스를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인지, 혹은 외적 요인에 의해 추릴 시간이 모자랐던 것인지, 어떤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도 그의 결단력에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그런 면에서 「God Breathed」의 마지막 1분 정도도 과감히 잘라낼 필요가 있었다.

Marilyn Manson과 DaBaby, Larry Hoover와 Buju Banton 등의 참여로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들의 참여가 혹자가 제기하듯 Kanye 본인이 사회의 특정 계층을 공격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충분히 문제적이라거나 괴이쩍게 느껴질 수는 있다. Marilyn Manson이 그간 자신의 무대에서 성경책을 거침없이 찢는 등의 반기독교적인 태도를 끊임없이 어필해왔다는 사실이나 DaBaby의 그 발언이 자신의 무대 위에서 벌어진 일임을 생각해 보면 아주 “음악 외적인 일”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나아가 신실한 기독교인을 자처하며 사랑을 외치려 하는 Kanye의 진의와 태도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일정 부분 정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러한 의견과 관계없이 본작은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본작은 결국 빌보드 차트 가장 높은 곳에 그 이름을 새길 것이고, 수만, 혹은 수십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며, Kanye와 본작을 다루는 기사가 다시 한번 쏟아지는 동시에 그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게 될 것이다―글이 게시되는 현재 이것들은 모두 현실이 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어떤 특별함도 본작에서 찾지 못했다. 누군가는 『808s & Heartbreak(2008)』처럼 빛을 발할 날이 있을 것이라 호언장담하지만, 바람만큼 근거가 명확해 보이지는 않는다. 감히 말하건대, 본작은 종교적 색채가 약간, 힙합의 메인스트림 하위 장르의 색채가 약간, Kanye의 이야기가 약간 들어간, 동시에 방법론이 부재한, 트랙 모음집일 뿐이다. 지금은 그저 그 이외에 강조하면서 서술해야 할 것이 더는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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