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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믹과 밈은 힙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기믹/밈. 두 단어는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그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단어를 통해 누군가는 흥하고 누군가는 망한다. 이 글을 통해 힙합에서 기믹과 밈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먼저 기믹(Gimmick)이란 (사전상의 정의로)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 혹은 장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렇듯, 이는 사용자들에 의해 변화하였다. 고로, 현 음악계에서 ‘기믹’이란‘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한 아티스트의 상징적인 장치라던지, 캐릭터 등으로 이해하면 쉽다.

힙합에서 기믹은 양날의 검과 같다. 기믹을 잘 사용하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기믹의 허위성이 입증된다면 이는 비난의 원인으로 돌변한다. 진실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힙합 문화에서 ‘허위성’이 등장하는 순간 이는 아티스트 본인을 공격하는 무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 마미손 인스타그램

기믹을 잘 사용한 예로 쇼미더머니 777의 진히로인 ‘마미손(Mommy Son)’을 들 수 있다. 본인은 부정하고 있다지만, 과거 소울컴퍼니 소속이었던 모 래퍼가 마미손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진리로 취급된다. 모 래퍼(편의를 위해 모 래퍼는 ‘매드클라운(Mad Clown)’이라는 임의의 이름으로 칭하겠다.)는 자신의 또다른 자아인 마미손을 탄생시키고, 매드클라운 본인은 새로운 자아의 존재를 부정하는 독특한 기믹을 설정하였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업로드 하던 마미손은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해 인지도를 얻은 후 「소년점프」라는 곡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결국 매드클라운은 자신이 설정한 기믹을 통해 또 다른 자아와 실제 자아, 둘 모두 관심을 받아내며 목적을 달성했다.

또한 근시일 내에 한국 힙합에서 기믹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 바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이다. 외국힙합에서나 볼 법한 마약, 총기, 범죄를 언급하며 동시에 돈, 여자 얘기를 누워서 떡먹듯이 하는 국내 래퍼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떠나 질타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이 기믹을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일까?

ⓒ 힙합플레이야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밈(Meme)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은 꽤나 알려진 단어지만 정의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리처드 도킨스(Richatd Dawkins)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제시한 학술적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밈은 스스로를 복제하며 세대를 이어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인간의‘유전자(Gene)’처럼,말과 문자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 보존, 전파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밈 역시 현재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의미의 밈은 미국에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라는 뜻으로 재탄생했다. 대담한 사람들이 나오는 비디오에 선글라스를 씌운 후 닥터드레(Dr. Dre)「The Next Episode」를 틀고 “Thug Life”라는 자막을 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보고 우리나라의 ‘짤방’이라는 단어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그와 달리 밈은 사진/동영상 뿐만이 아닌 유행어, 유행하는 문구 등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와 차이를 보인다. (이후 글에 등장하는 ‘밈’은 후자의 뜻을 가진 ‘밈’임을 명시한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르, 특히 현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인 힙합에 대한 밈이 넘쳐난다. 밈의 대가 에미넴(Eminem)부터 테이크오프(Takeoff), 오프셋(Offset)등 멤버 대부분이 밈을 만들어낸 미고스(Migos), 최근에는 솔쟈 보이(Soulja Boy)까지 많은 인기래퍼들이 밈을 통해 유머를 이끌어내고,또 무명 래퍼가 밈을 통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음악에서 밈의 생성은 아티스트의 기믹에서 기인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앞서 말한 솔쟈 보이의 경우 그의 당돌한 모습이 일종의 기믹으로 정착되었고, 이가 그의 행실과 결합해 하나의 밈으로 탄생했다. 결국 아티스트는 기믹을 만들고, 리스너들이 이 기믹을 통해 밈을 만드는 체계가 완성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전부터 다양한 ‘밈’들이 존재해왔다. 단적인 예로,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거나 국제적인 자리에서 업적을 세운 사람들을 모아놓고 “두 유 노 ~”라고 부르는 사진이라던지, 래퍼 스윙스(Swings)가 대학 축제 중 말한 ‘우사인 볼트’ 발언 등은 대중에게도 꽤나 회자되었다.

하지만 국내에 ‘밈’이란 단어가 크게 보급되지 못한 탓인지, 이는 잠깐의 관심을 받은 후 식기 마련이었다. 이는 미국에서도 ‘밈’이란 단어가 대중화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영미권 커뮤니티와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독립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위터와 일부 커뮤니티를 필두로 밈이라는 단어가 보급되었고, 곧 이는 인터넷 전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밈이 한국과 한국의 음악 시장에 보급될 무렵, 국내 힙합에 등장한 ‘밈 양산기’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다. 그는 대단한 랩 실력이라던지 외모, 비트메이킹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기믹 하나만으로 마르지 않는 샘의 원천을 만들어냈다.

그의 기믹은 효과적으로 설정되었다. 힙합의 탄생이유와 관련된 외국 래퍼들이 삶에서 겪는 고난,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범죄 이력, 마약 복용 등에 대한 국내 리스너들의 관심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되었다. 이런 대다수의 관심사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곧잘 파고든 것인데, 이는 초반에 큰 질타를 받게 되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돈벌라가야대」가 관심을 받을 무렵,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기믹에 대한 비난이 난무했다. “이제 할 게 없어서 외국 힙합 컨셉이냐.”, “가사가 진짜면 무대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이 계속해서 달렸다. 하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이에 굴하지 않고 SNS와 음악을 통해 기믹을 꾸준히 어필했고, 이는 결국 리스너들을 굴복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영리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현재 시장의 흐름과 블루오션을 꿰뚫고, 자신의 곤조를 끝까지 지킨 그는 인기를 얻게되었다. 이는 자신의 기믹에 대한 자신감과 기믹 설정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의 영리함 덕분이다. 결국 그의 기믹과 이를 통해 생성된 밈은 이를 처음 접했을 지 모를 국내 리스너들에게 묘한 희열을 주었다.

의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언에듀케이티드가 보여주는 기믹과 밈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는 그를 차세대 랩스타로 발돋움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힙합씬에는 무수히 많은 래퍼들이 등장하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달려든다. 하지만 이런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법.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믹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고, 밈을 양산해내며 인터넷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성공을 거뒀다.


ⓒ 마미손 인스타그램 /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인스타그램

레드오션이 된 음악 시장에서 밈과 기믹이 활성화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내기만 하면 성공하는 현 상황은 여러 흐름을 거쳐 생성된 새로운 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많은 리스너와 플레이어의 참여로 만들어진 현상이다. 이 현상이 꾸준히 유지되어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되어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고,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생성되면 씬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은 분명하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한국 힙합씬의 기반이 부족한 탓이라 비난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듯 하다. 물론 현 한국 힙합 시장이 비교적 진지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현재 한국 힙합시장에서 쇼미더머니를 빼놓을 수는 없다. 몇 아티스트가 말했듯, 현시점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건 힙합이 아닌 쇼미더머니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힙합을 쇼미더머니와 동일시 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CJ는 힙합 시장에 과다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물론 이는 힙합을 사랑하는 플레이어와 리스너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긍정적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면, 한국 힙합이라는 파이 안의 쇼미더머니라는 물꼬 하나가 힙합 대중화의 물길을 틔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대중들이 쇼미더머니를 비롯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을 접하고, 이를 중심으로 힙합이라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고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대중화의 물꼬가 틔었다면, 이를 더 확장시켜야 한다는 다음 과제에 봉착한다. 필자는 기믹과 밈이 대중화의 확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기믹과 밈은 코믹함을 필두로 한국 힙합씬의 내외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내부에서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외부에서는 대중의 유입을 책임지며 한국 힙합씬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통해 현재 한국 힙합씬은 자신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질 준비 과정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문화에서의 기반은 내부의 발전과 외부의 유입 없이는 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흑인사회에서 태동한 힙합은 시작부터 대중음악의 분위기를 띠지는 않았으나, 현재는 대다수의 대중들이 향유하는 대중음악의 반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국내에 유입되어서 부터는 대중음악의 풍미가 더욱 짙어졌기에, 힙합이 현재 대중음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 대중음악이란 것은 대중의 참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분야이고, 우리는 대중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술에서 진지함이 고착할수록 유입의 문은 닫히기 마련이기에,  음악이란 것이 꼭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중음악의 플레이어에게는 대중의 관심사를 잘 파악하는 법만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 대중 음악의 플레이어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떠나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의 니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중친화적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씬의 허들을 무리하게 높여 유입을 막는 것은 음악시장의 발전을 저지하는 역할밖에 더 하지 못한다.

결국 힙합 팬이라면 먼저 씬의 기반에 대해 따지기보다, 씬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힙합이 메인스트림 대부분을 점령한 미국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에서 힙합씬이 차지하는 위치는 현저히 낮다. 고로 힙합 씬의 기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씬이 더 큰 시장으로 발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플레이어와 리스너의 역할 뿐 아닌, 대중의 역할도 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힙합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힙합 시장의 발전을 위해 대중의 유입을 굳이 막을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이들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도와야한다. 유입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대중의 뇌리에 인식된 힙합의 어려운 이미지 대신, 보다 다가가기 쉽고 친숙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유입을 돕는 것에 기믹과 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모든 발자취는 역사가 되는 법이다. 평이 갈리는 것과 상관 없이 문화에서 플레이어와 리스너가 만들어낸 흐름은 기록되고, 발전한다. 이는 역사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미래를 창조해내는 역할을 맡기 마련이다. 기믹과 밈을 통한 한국 힙합씬의 새로운 현상은 또 다른 흐름을 펼쳐낼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충분하다. 이 현상을 비롯한 여러 흐름들이 한 데 섞여 더욱 단단한 씬의 기반을 만들어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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