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XENITH > Abroad > Oneohtrix Point Never, 『Magic Oneohtrix Point Never』

Oneohtrix Point Never, 『Magic Oneohtrix Point Never』

   

Oneohtrix Point Never(이하 OPN)라는 예명으로도 알려져 있을 Daniel Lopatin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아티스트인데, 그가 짧은 프로모션 기간을 걸쳐 발매한 본작 『Magic Oneohtrix Point Never(이하 본작)』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2010년대에 발매한 다섯 장의 앨범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들이 통칭 “R Series1”라고 알려진 세 장의 앨범과 그 이후의 두 장의 앨범으로 콘셉트와 관련해 확연하게 나눌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전자는 미국인의 특정한 모습을 현대 전자음악의 기법 즉, 극히 작위적인 과정을 거쳐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후자는 그러한 전자에서 보여주었던 소리를 가지고 당시의 자신의 상념을 표현하는 것이 그의 작품들 한가운데를 꿰뚫고 있다―그런 면에서 후자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자전적 성격을 가지며 청자의 관점에서 직관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저 “미국인의 특정한 모습”이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음악을 듣기 위해 라디오의 주파수를 심혈을 기울여 조정하던 이들의 모습”이다. 『R Plus Seven(2013)』의 몇 가지 트랙들―「Americans」나 「Zebra」―에서의 이 라디오의 주파수를 조정하며 자연히 여러 곳에서 소리가 송출되던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나, 『Replica(2011)』에서 라디오의 영향력이 대중문화 내에서 실로 대단하던 시절의 기억을 무의식 저 깊은 곳에 처박아버렸다는 듯 무겁고 짙은 앰비언트 속으로 샘플을 깊게 묻어버리는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이 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앞서 “미국인의 특정한 모습”을 설명하는 수사를 과거형으로 상정했듯이, 현재 대중음악―혹은 문화―의 시류가 라디오 혹은 TV와 같이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와는 일정 수준 이상 멀어진 상태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새로운 음악을 찾기 위해 라디오 앞에서 심혈을 기울인다거나 몇 남지 않은 음악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TV를 찾고 잡지사의 정기 구독 회원이 되는가 하는 수고를 굳이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이들이 인터넷을 접하게 되었고, 2020년 현재에 와서는 음악을 즐기려는 대부분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탐닉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대중음악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서만 그러하겠는가. 음반의 판매량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그러한 판매량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 유통사는 음반의 구성을―속칭 피지컬이 아닌 다른 형태로―재고하기에 이르렀으며, 한편으로는 음반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키기를―한정 발매라는 방법으로서―반쯤 포기하고 인터넷 시장으로 눈을 돌려 자신들의 음악을 다루는 음원과 영상의 노출 횟수를 높이려는 방법들―리믹스 트랙, 디럭스 앨범의 발매,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종합해보면 그러한 인터넷의 영향력으로 짐작건대 현재가 정보와 콘텐츠를 접하기에 훨씬 쉽다는 것은―수용자의 수동적인 태도나 정보의 신빙성과 관련된 문제와는 별개로―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심지어는 아날로그 매체의 영향력이 이전의 그것에 비교했을 때 사멸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라 이러한 세태를 보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릴 수 없다고까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생각했을 때, OPN의 음악에서 과거를 향한 동경과 그것에 관해 반사적으로 향수를 느끼는 것 즉, 노스탤지어―Nostalgia―라는 요소가 중추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애당초 노스탤지어라는 것이 작위적인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좋은 말들이 있으니 그것을 인용해보려 한다. 과거 OPN은 『Replica』를 발매하며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기에 지식은 감퇴하고,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 미스터리의 복사본을 만들었다.2”라고 이야기했으며, 양소하 역시 일전에 기고한 글에서 “그 의미를 다시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던 바 있다. 본작의 발매 직전 발행된 인터뷰에서의 OPN의 말은 결정적이다. “내가 아티스트로서 진정으로 보람을 느낀 건 그 노스탤지어를 거짓으로 여겼을 때다. 노스탤지어는 잠깐이나마 우리에게 유희를 던져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현실로 돌아가야 하므로 일시적일 것이고 끝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노스탤지어는 그저 가공된 기억들일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인용한 말들이 노스탤지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기억의 전승, 혹은 그와 비슷한 무언가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각기 갖는 함의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본작에서의 노스탤지어라고 여겨지는 특정한 요소가 어디에서 기원했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3.

요는 형태이다. “과거에 우리가 사유하던 대중음악”이라는 한 줄의 키워드로 인해 모든 것들이 파편화되고 뒤섞이며 끝내 우리는 그것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본작을 가로지르는 “Cross Talk”의 존재는 그러한 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OPN은 자신이 본작을 제작하기에 앞서 흥미롭게 여겼던 과거의 요소들을 연대별로 나누어―예컨대 60년대에는 히피음악, 70년대에는 탈-히피음악, 80년대에는 이지-리스닝 음악으로서의 이미지 탈피를 모색하던 발로라고―묘사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과거”라는 한 단어에 의해 뭉뚱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고, 어쩌면 그것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Age Of(2018)』에서 그랬듯 본작을 네 단락으로 나누는 제각각의 “Cross Talk”에서, 사용되는 샘플에 녹아들어 있는 과거의 말들은 또 다른 과거의 표상을 겨냥하는 것일 테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그것이 무엇을 겨냥하는 것인지 그 형태를 우리가 짐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급하게 라디오 수신을 잡는 것으로 시작되는 「Cross Talk I」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이것이 아침의 소리야. 네가 있어야 할 곳이지4.”라는 말이 흘러나오지만, 라디오 앞에 있는 이는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양 「Auto & Allo」로 넘어가 계속해서 주파수를 이리저리 옮긴다. 이것은 OPN이 우리에게 던지는 초대장과도 같다. 시작부터 난잡한 신스와 함께 라디오 샘플, 유려한 효과음을 흩뿌리는 모습, 그것들의 형태를 온전히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소리들의 집합은 우리가 그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에 앞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구성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알아5.”라며 우리 앞에 갑자기 나타나 스트링 연주를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빌드업을 쌓더니, 우리를 전작 덕에 익숙해진 OPN식 팝의 전개를 바탕으로 한 바로크 팝 트랙 「Long Road Home」으로 안내한다. 다만 조금 수상한 면이 있다. Caroline Polachek의 목소리가 곡의 진행에 따라 서서히 조각의 크기가 작아지며 우리의 주위를 맴도는 것은 『R Plus Seven』에서 내세우던 방법론이었고, 그녀의 목소리가 곡이 진행될수록 과격해지고 그것이 끝내 사이키델릭한 연주 위에 수 놓이는 것은 『Garden Of Delete』에서 위시한 것이었다. 심지어 본작의 발매 전 공개한6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을 때 “누구도 우리 둘을 묶어내지 못할 것7”이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하게 읽히며 우리의 신경을 거스르기도 한다. 조금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기 무섭게 두 번째 단락으로 넘어간다. 「Cross Talk II」는 그 자체로 첫 번째 단락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끄는 변곡점이다. 화자는 우리가 자라면서 들었던 음악들이 우리의 꿈 혹은 우리가 마주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며 “다 컸으니 우리가 선택하자,”라는 요지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선택지는 매우 다양하다. 「I Don’t Love Me Anymore」같이 그런지 록에서 영향받은 듯한―『Garden Of Delete』에서도 엿볼 수 있는―OPN식 락이라고도 생각되는 자칭 사이버그런지 트랙도 있고, 「Bow Ecco」같은 사운드콜라주와 프리재즈를 결합한 트랙도 있으며, 그가 줄곧 사용해온 Roland Juno-60 신시사이저를 내세운 전형적인 OPN식 트랙인 「The Whether Channel」이나 조금 다른 방법으로의 운용을 선보이며 The Weeknd와의 협업을 모색한 트랙 「No Nightmares」도 있다.

사실 우리의 감상이 여기까지 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테지만 이쯤에서 눈치를 채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본작에는 진정으로 아날로그 시대를 대변할 트랙이 없다는―「No Nightmare」가 아날로그 신스 팝을 표방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보컬 운용에 관한 방법론이 기존과는 선연히 다르다는―점, 그리고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의 트랙들을 통해 과거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일 느꼈다면 OPN의 말마따나 그것은 거짓된 무언가일 가능성이 크다. 라디오의 주파수를 조정하는 것을 연상시키고, 그 속에서 과거의 소리가 등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1차원적인 수준의 심상을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를 자처하는 장치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본작은 OPN이 들려준 지금까지의 음악을 재생산한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이야기했듯 과거의 기억은 시간이라는 촉매를 지나며 모두 파편화되고 그것의 형체를 잃어버린 상태이고, 그것을 조잡하게나마 이어 붙여보려는 시도가 다름 아닌 노스탤지어일 것이다. OPN은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내내 노스탤지어라는 것은 허황되고 황량하며, 작위적이며 정돈되지 않은, 그러한 어쩌면 비합리적일 과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해왔다(『Replica』의 앨범 커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R Plus Seven』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의미가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2020년 현재에도 다르지 않고, 도리어 어느 때보다 그 점을 그는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기도 하다. OPN은 언젠가처럼 이번에도 그러한 미스터리의 복사본을 제작했을 뿐, “이것이 과거의 소리였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의중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세 번째 단락으로 넘어간다. 「Cross Talk III」에서도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된 탓에 심히 거슬리기까지 한다. 앨범 내의 장치와 연결하자면 전파의 움직임이 노브를 돌린다는 인간의 물리적인 힘으로 제어될 수 있을 수준은 한참 넘어간 것일 테고, 그런 면에서 노스탤지어의 작위적인 면마저 OPN이 들려주는 소리의 갈피를 잡기 위해 도움을 주기란 역부족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런 고로 이번 단락에서는 무슨 말이 들리든 그것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아예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앰비언트 트랙 「Tales From The Trash Stratum」, 샘플과 효과음, 우리의 청각을 날카롭게 공격하는 단발적인 소스들이 난잡하게 등장하는 「Answering Machine」, 『Replica』의 「Nassau」를 연상시키는 키치적인 도입부와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한 빌드업을 전개하는 「Imago」. 이쯤 되니 OPN이 본작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기만적이라고까지 느껴진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앞서 이야기했듯 자신의 트랙을 통해 청자들이 노스탤지어를 느꼈다면 그것이 작위적인 무언가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노스탤지어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로 이미 상정한 상태에서 알게 모르게 “너희들은 함정에 빠졌다.”라며 너무 대놓고 비웃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세 번째 단락은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없을 미스터리의 인공적인 전시 그 자체이며 일종의 사케이즘―Sarcasm―이기도 할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단락이다. 「Cross Talk IV」에서는 그의 비웃음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것은 심히 도발적이기도 하다. 여기서 들리는 라디오 샘플들은 전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요가 극도로 줄어든 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방송국들이 문을 닫고 다른 곳에 자리를 내어주는 순간을 담고 있다. 컨트리 음악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절대 죽지 않지,”라며 비꼬는 듯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8, 새로운 방송국이 자신들의 자리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아마 틀린 말일걸,”이라며 냉소적으로 받아치는 한 남성의 목소리9. 그야말로 OPN의 조소 그 자체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노스탤지어의 작위적인 면 때문에 하나로 뭉뚱그려진 일종의 몽상이 자가적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도발하기까지 한다10.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순간부터의 OPN은 자신이 들려주는 소리가 과거의 소리일 것이라며 기만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이것이 과거의 소리일지 현재의 소리일지 구분해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Lost But Never Alone」은 언뜻 보기에는 80년대 고스-락과 메탈, 그리고 인더스트리얼 기법의 혼종적인 면이 돋보이는 트랙이지만 실상은 『Garden Of Delete』에서 위시한 OPN의 접근법이 그보다 우선하는 트랙이고, Arca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한 「Shifting」과 「Wave Idea」는 전형적인 OPN의 앰비언트이기도 하지만 아니, 이것은 그가 우리를 기만하려 했던 시점에서 들려준 소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혼란스럽지 않을 리가 만무했다. 그의 태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만적이고 능수능란했다. 만일 OPN이 과거와 현재의 물리적인 시간으로서 표현될 격차를 비합리적임과 동시에 작위적인 면에 이끌려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노스탤지어, 그리고 레트로 혹은 뉴트로 따위의 단어들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런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은 우리의 폐부를 겨눌 것이다. “특별한 건 없다고―「Nothing’s Spacial」.”

OPN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항상 나에게는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안겨주었고, 본작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본작에 사용할 샘플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인터넷상의 아카이브를 찾아다녔다는 일화에서 엿보이는 학구열과 『Age Of』를 전후로 기량이 내림세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타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앨범을 통해 기우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맛 좋은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실력 있는 바텐더를 보는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다만 그런 와중에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아마 두 번째 단락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것 같다. 너무 길다. 『After Hours(2020)』에도 참여했던 그가 The Weeknd와의 기념비적일 협업을 보다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청자가 두 번째 단락과 그다음 단락들에서 느낄 감정의 격차를 극대화하려고 일부러 노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트랙 간의 연계를 고려하는 것은 좋은 태도일 수 있으나 그것이 과도한 면이 드러나 듣다가 제풀에 지치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콕 집어 말해보자면 아무리 곱씹어봐도 「The Whether Channel」이 다른 트랙들보다 압도적으로 긴 러닝타임인 6분의 시간을 가져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시작부터 들리는 미니멀한 신스의 연주가 3분가량 진행되다가 급작스럽게 샘플과 노이즈가 겹쳐지고 날카로운 하이햇이 등장하는 구성은 썩 마음에 드는 조합은 아니다. 「No Nightmares」까지 합치면 두 트랙이 대략 1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갖는데, 앞서 이야기한 대로 두 번째 단락이 OPN이 청자를 기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면 두 트랙에서 조금 시간을 떼어내 다른 트랙을 하나 만들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본작을 하나의 익스페리멘탈-일렉트로니카 앨범으로서 만족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본작에 담아낸 OPN의 생각이 2020년―뿐만은 아닐 것이지만―대중음악의 시류와 정면으로 대치한다고 판단한다. 모두가 현재 통용되는 아날로그 신스를 활용하는 방법론과 샘플을 트랙 내에서 운용하는 방식이 과거의 유산에 닻을 내리고 있다고 여겨왔고, 심지어 본작마저 표면적으로는 과거의 유행이 변화하는 과정을 더듬어보는 것이 주된 요소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현대적이고 OPN 본인의 자의적인 해석과 접근법으로 색칠되어 있었고, 디스코그래피 내내 보여준 현대 전자음악의 기법과 곳곳에 숨겨둔 메타포들을 본작을 통해 전시하고 있던 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갖는 힘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 건 베이퍼웨이브라는 키치적이고 컬트적인 취향의 태동기를―본인이 얼마나 흥미를 느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끌었던 그 시기에도, “R Series”를 통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내가 본작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모두 빠삭하게 이해해야 한다거나, OPN의 팬이라면 모두가 어렵지 않게 본작의 진의를 알아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OPN이 꾸준히 노스탤지어라는 말이 갖는 맹점과 모순점을 말로써, 그리고 자신의 음악으로써 이야기해왔기에 본작을 감상하기 이전에 한 번쯤은 되새겨볼 일이라는 말쯤은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만일 당신이 본작을 들으며 그의 태도가 기만적이라고 느꼈다면, 앞선 경험이 그러한 지점을 통해 본작을 이해함에 있어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 지점이 어쩌면 바로 OPN의 음악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유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기에 그렇다.

   
  1. 세 앨범 『Returnal(2010)』 – 『Replica(2011)』 – 『R Plus Seven(2013)』의 연작.
  2. 나는 OPN이 말한 미스터리를 “기억의 감퇴가 향수로 둔갑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독해한다.
  3. 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본작을 해석한 네임밸류의 글을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갖는 힘을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나와 다르게 네임밸류는 그의 논지를 과거의 음악 산업이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 역시 참고하길 바란다.
  4. “This is the sound of morning. This is where you should be.” – 「Cross Talk I』 中
  5. “I know the place to go” – 「Auto & Allo」 中
  6. OPN은 첫 번째 단락을 『Drive Time Suite』라는 타이틀로, 그리고 두 번째 단락을 『Midday Suite』라는 타이틀로 선공개했는데, 『Drive Time Suite』를 공개하고 몇 주 뒤 「Long Road Home」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7. “No one to rally us both,” – 「Long Road Home」 中
  8. “There’ll only be a memory of the music you’ve heard over the years, but the country will not die, NEVER GONNA DIE.” – 「Cross Talk IV」 中
  9. “It’ll just have a new home, and I’m sure that home will give us space to grow, PROBABLY WRONG.” – 「Cross Talk IV」 中
  10. 이것이 도발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샘플의 출처에 있을 것이다. 이 샘플은 2008년부터 10년간 운영된 100.3 FM, “The Sound”라는 락 음악을 다뤄왔던 Los Angeles의 지역 방송국이 폐지되고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 순간을 담고 있다.

5 thoughts on “Oneohtrix Point Never, 『Magic Oneohtrix Point Never』

    1. 안녕하세요 <온음>의 필진 XENITH입니다.

      늦게나마 저희 <온음>의 활동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저희가 앞으로 좋은 글로 독자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서 이번 연말 따뜻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 opn은 이상한 것이 업적은 에펙인데 또 그렇게 쳐주자니 거부감이 드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온다 온다 하다가 이제서야 와 보는군요. 낮에 먹었던 것도 잊어버리는지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온음>의 필진 XENITH입니다.

      글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서 이번 연말 따뜻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