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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Every letter I sent you.』

   

좋은 음악에는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좋은 목소리, 좋은 이야기, 좋은 연주, 좋은 구성, 그리고도 수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물론 아티스트와 관련한 이야기, 음악이 가지는 시대성과 영향력 등의 요소 역시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음악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제외하는 게 적합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음악의 범주에서, 김윤하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을 ‘무용하게 만드는 음악’이 존재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이러한 요소를 모두 만족하는 음악이 아닐까? 가령, 좋은 음악의 요소를 모두 만족하는 작품은 그것의 감상에 있어 청자를 그저 감각과 감성에 기대게 만들듯 말이다. 그리고 작년 그 모든 것을 무용하게 만들었던 백예린의 『Our love is great』에 이어 지난 연말 발매된 『Every letter I sent you.』 역시 그와 같은 범주의 음악이라면, 이 역시 좋은 음악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동시에 모든 것을 무용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결국 좋은 음악이 아닐까? 

『Every letter I sent you.』가 함의하고 있는, 그리고 그것이 이룩한 기록들을 모두 말하고자 한다면 꽤나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백예린이 자신의 기획사 ‘블루 바이닐 (Blue Vinyl)’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 거의 모든 곡이 영어로 작사되었으나 전곡이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린 앨범, 국내 음원차트에서 국내 가수가 전부 영어로 작사된 트랙을 불러 최초로 1위를 차지한 「Square (2017)」가 수록된 앨범 등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것이 이룩한 기록은 그동안 백예린이 쌓아온 위치를 증명함과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9 개의 트랙이 2 CD로 나뉘어, 총 18개의 트랙이 담긴 『Every letter I sent you.』는 백예린이 음악 활동을 이어온 지난 수 년의 세월 중 19세부터 23세까지의 기억과 생각을 수록한 음반이고, 또한 그것을 한 데 묶어 청자에게 부친 편지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백예린은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써 내려간 진심 어린 편지를 부쳤고, 그것은 결국 4년의 시간에 걸쳐 우리에게 다다랐다.

그리고 두 파트로 나뉜 『Every letter I sent you.』은 「Datoom」을 제외한 모든 트랙이 영어로 작사되었다. 그러나 언어의 힘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그보다 더욱 큰 힘을 가진 백예린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편안한 분위기의 「Popo (How deep is our love?)」에서도, 슬픈 이야기를 전하는 「lovelovelove」에서도, 더욱 애절한 「0310」과 보다 상쾌한 「Bunny」, 「Square」에서도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백예린의 음악은 목소리로부터 힘을 얻어 우리에게 달려온다. 좋은 목소리의 힘은 거대하다. 우리는 대중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가령, 간결하면서도 순수함이 묻어 나오는 유재하의 목소리는 수십 년째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으며, 그것은 목소리로부터 함축된 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깊은 감상을 남긴다. 만약 유재하가 1990년대의 목소리 중 한 축을 담당했다면, 2010년대를 책임졌던 목소리 중 하나는 분명 백예린일 것이다. 백예린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또 그 안에는 따듯함이 담겨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매번 따듯함이 스며들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의 함의를 굳이 파악하려 들지 않더라도 그로부터 오는 따듯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백예린의 목소리로 전해오는 사랑이 파국으로 다다를 때도([0310]), 혹은 절절한 고백을 내뱉을 때도(「lovelovelove」), 단호한 거절을 이야기하거나(「Not a girl」) 심지어 자신의 우상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를 위한 편지를 전할 때에도(「Amy」, 「True lover」) 우리는 그 목소리 안에 담긴 따듯함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백예린의 음악은 따듯함으로 가득하며, 결국 그 따듯함은 청자에게 돌아온다.

또한, 좋은 목소리만큼이나 좋은 연주와 좋은 소리 역시 큰 힘을 가진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변화하는 백예린의 가창은 분명 작품을 주름잡는 가장 중요한 소리이자 연주일 것이다. 「Rest」의 편안한 보컬과 「Bunny」의 장난기 서린 목소리, 「Newsong2」와 「0310」의 애절한 목소리, 「Square」의 상쾌한 목소리와 「Amy」, 「True lover」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떠오르게 하는 재즈 풍 보컬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며 곡을 이끄는 백예린의 가창은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를 선두하는 가장 힘 있는 소리이다. 또한 여러 악기의 연주 또한 눈에 띄는 요소이다. 메인 프로듀서인 구름과 백예린을 중심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악기는 작품을 구축하는 또 다른 주요한 요소이다. 「True lover」의 분위기를 만드는 먹먹한 기타와 키보드, 「Rest」의 따스한 키보드와 스트링, 「Popo」의 둔탁한 베이스와 브라스, 그리고 백예린의 목소리를 뒷받치는 동시에 그것이 나아가도록 돕는 코러스 보컬까지, 다양한 연주와 이로부터 비롯된 소리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성해낸다.

작품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트랙, 「0310」과 「Square」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공간감이 가득한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0310」은 백예린의 보컬을 중심으로 그 강세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린다. 첫 후렴이 끝난 후 세차면서도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드럼은 곡의 전개를 효과적으로 조직하며, 이후 함께 공간을 메우는 키보드와 일렉트로닉 기타는 곡이 그려내는 이야기와 시공간을 함께 채워나간다. 브릿지에 다다라서는 스트링의 가세와 강렬한 악기 연주로 더욱 극적인 순간을 자아내며, 이와 함께 강하게 뱉어내는 백예린의 보컬은 곡이 ‘전’ 부분을 넘어 ‘결’로 이어지는 지점을 확연하게 짚어낸다. 이후 차분한 분위기로 첫 부분을 반복하는 목소리와 기타를 마지막으로 끝나며 남기는 여운은 모든 음악적 요소의 화합과 백예린의 목소리로 구성된 뛰어난 트랙을 담담하게 마무리한다. 「Square」는 공간감이 가득한 기타와 빈티지한 질감으로 리듬을 이끄는 드럼을 중심으로 나아간다. 보다 정통적인 밴드 세션으로 구성된 「Square」는 이전에 많은 화제가 되었던 백예린의 공연 영상과 같은 분위기를 재현해내며, 이와 동시에 더욱 상쾌하고 선선한 순간을 그려내는 연주와 가창을 통해 청자를 순식간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시킨다. 특히나 「Square」는 그 음악만으로 청자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사하는, 무척이나 강력한 힘을 가진 트랙이다. 좋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좋은 소리와 좋은 이야기는 「Square」를 둘러싼 가장 큰 힘으로서, 그것의 언어와는 상관없이 청자에게 좋은 순간을 선물하는 기분 좋은 편지로 완결된다.

『Every letter I sent you.』는 그것이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힘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나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그리고 거듭 강조해도 손색없는 백예린의 목소리가 무척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좋은 목소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10년대를 대표하는 목소리 중 하나는 백예린의 자리라는 사실을 상기해본다.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도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던 2010년대의 한국과 그 시대의 청(소)년들을 따듯하게 위로한 백예린의 목소리는,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꾸준한 위로의 편지를 전했다. 그리고 단지 본고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찬사만이 가득한 글로 읽힐지라도, 나는 절대로 이러한 의견을 굽힐 수 없다. 분명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국 말미에 남는 것은 목소리이고, 백예린의 목소리가 가진 힘과 그것이 뚜렷하게 작용한 지난 수년간의 발자취는 절대로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의 따듯한 목소리와 함께한 시간을 지울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그에 대한 찬사를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백예린의 목소리에 기대어본다. 그리고 그의 따듯함에 기대어 다시금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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