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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GLOW(에버글로우), 「LA DI DA」

   

정확한 시기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작년 말 위켄드(The Weeknd)의 「Blinding Lights」가 발매되고, 얼마 뒤 두아 리파(Dua Lipa)의 「Physical」까지 등장한 이후로는 흐름의 본격적인 발단을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신스 웨이브와 신스팝 등의 복고적 요소를 등에 업은 음악이 팝 시장에, 그리고 국내 음악 시장에 도래했음은 아도이(ADOY) 등의 아티스트와 몇 해 전부터 눈에 띄게 인지도가 격상한 시티 팝 계열 음악의 부흥으로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음악 사이의 ‘복고’에도 차이는 있었지만 이것이 점차 레트로와 뉴트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시장에 도달하는 순간을 직접 목도할 수 있었는데, 가령 신디사이저의 음색과 그 사용법, 무엇보다도 드럼의 질감과 배치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방황하던 복고는 이제 케이팝에까지 손을 뻗쳤다.

이전에도 케이팝에 복고가 도입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을 테지만, 2020년의 레트로가 케이팝에 도입될 양상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다. 물론 돌이켜본다면, 케이팝이란 본래 다양한 장르의 융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동시에 이를 효과적으로 이루어내고, 또 다른 방향성을 가진 채 특정 장르를 그 본질까지 파고들어 정통의 음악을 보여주는 장르이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Blinding Lights」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케이팝에 들어와 어떻게 변주할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이는 그것이 가진 레트로함에서 오는 익숙함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피로감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했으며, ‘퍼포먼스’라는 중점적 요소와의 융화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미비한 식견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 결국 등장했고, 그 장본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에버글로우(EVERGLOW)라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에버글로우는 그들만의 뚜렷한 특징을 가진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Adios」와 「DUN DUN」에서는 「봉봉쇼콜라 (Bon Bon Chocolat)」의 정신없음을 배제한 채 무거운 분위기로 곡을 전개하고, 후렴 전에 등장하는 이런의 매력적인 중얼거림과 이후 터져 나오는 강렬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곡이 흘러가며, 이를 그들의 시그니처로 완전히 내세웠다. 또한 트랩을 필두로 나아감과 동시에, 변질된 브라스가 두드러지는 점 역시도 에버글로우 특유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현재의 「LA DI DA」로 중심이 넘어오면서 그러한 특징들은 유지되기도, 도태되기도 하였으며, 이는 그룹에게 꽤나 큰 도전임과 동시에 매력적인 요소를 새롭게 만들어낸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여전히 후렴 이전에 자리하는 이런의 파트는 존재하나 그것은 중얼거림이라기보다 자기암시나 사기를 북돋는 주문에 가까웠고, 그 이후에 터져 나오는 것 역시 두텁고 강렬한 베이스에서 얇고 멀리 퍼져나가는 신디사이저로 변화했다. 또한 훅이 멤버들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점, 보다 화려한 곡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트랩 파트가 존재감을 더욱 크게 드러내는 점 역시도 커다란 변화의 일부이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게 커다란 변화를 채택한 장본인인 에버글로우는 꽤나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나 신스 웨이브라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익숙해져 있고 혹여 피로감을 조성할 수 있을 법한 형식을 케이팝의 방법론으로, 가령 커다란 낙차와 다이나믹한 전개, 하모니와 다채로운 매력을 중심으로 변주해 낸 결과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을 남긴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러 장르의 융합이든 특정 장르의 정통성이든 간에, 어떠한 음악이 케이팝이라는 장르에 들어와 흥미로운 결과물로 창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매번 그것을 예측할 수 없음에 좌절과 재미를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LA DI DA」역시 그러한 경험의 재현으로서 나의 예상을 한껏 벗어났음에 더욱 큰 좌절감과 흥미를 제공했다. 이로써 나는 에버글로우가, 그리고 케이팝이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나는 이러한 예측 불가함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튀어나오는 재미가 더욱 큰 법 아닌가? 그러니 이러한 예측 불가함의 재미가 곳곳에서 쏟아지는 케이팝의 무더기 아래에 놓인 나의 입장은, 더욱 무력하게 이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들 사이에서 더욱 열심히 재미있는 요소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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