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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예(DAMYE), 『The Sandwich Artist』

   

흥미로운 이야기로 청자를 유혹하는 작품은 많다. 특히나 그것이 작가의 개인적인 삶과 관련된 경우, 혹은 대다수의 청자를 공감시킬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큰 효과를 낸다. 가까운 예시로, 담예(DAMYE)의 『The Sandwich Artist』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The Sandwich Artist』는 담예의 자기소개로 시작하여 이것이 자연스레 이력서 작성으로, 이후 면접과 첫 근무 교육, 근무 중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퇴근,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이어간다. 또한 이를 내뱉는 화자의 말투는 자조적이기도 하나 곳곳에 유머를 심어놓아 작품이 재생되는 내내 유쾌한 느낌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작년 『LIFE’S A LOOP』라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린 담예는 대부분의 트랙을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점에 더해 재미있는 래핑과 가사로 자신의 데뷔작을 완성도 있게 마무리했다. 그렇게 약 1 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는 첫 앨범과 꽤나 닮은 듯 다른 모습이 비친다. 두 작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랩과 싱잉이 효과적으로 혼합하는 순간이다. 물론 『LIFE’S A LOOP』에서는 랩이, 『The Sandwich Artist』에서는 싱잉의 비중이 더 크게 자리하지만, 두 가지가 혼합하는 과정과 결과는 분명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또한 이들의 공통점에는 화자의 자조적 말투 또한 존재한다. 물론 전작의 「Talented」에서 “말한 김에 보여줄게 내 재능에 관해”와 같이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지점 역시 존재하지만 많은 순간에, 특히 『The Sandwich Artist』 대부분의 트랙에서 화자는 스스로를 비관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자신을 계속해서 깎아내리는 화자의 말이 지속됨에도 청자가 이를 불쾌하지 않게끔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화자 스스로가 이를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데에서도 기인할 것이며, 그것들이 어떠한 인과관계를 가진 채 점진적으로 결과를 나타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두 작품에는 차이점 역시 존재한다. 가장 뚜렷한 차이라면 작품이 다루는 이야기가 지닌 시간에 관한 것이다. 『LIFE’S A LOOP』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담예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와 그동안 쌓아온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The Sandwich Artist』는 그보다 훨씬 짧을 아르바이트 구직에서부터 단기간 근무를 이어온 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허나 그 기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 시기 내에 이루어진 이야기와 이를 뱉어내는 화자의 말솜씨가 유머러스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기에 담예의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The Sandwich Artist』는 초반부에서부터 청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술했듯 자신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구인구직」에서는 청자가 흥미를 느낄법한 이야기들, 가령 그의 기본적인 정보나 (스스로 말했듯)꽤나 화려한 학력, 빈지노를1 레퍼런스 한 라인과 여러 사정으로 구직에 실패했던 경험 등을 자조적으로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는 가스펠을 위시한 다양한 요소와 어우러지며 분위기가 자칫 암울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예방한다. 이후 「feat. 점장님」은 많은 이들이 아는 특정 샌드위치 샵을 떠오르게 하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 동시에 그 뒷면에서 아른하게 위치하는 여러 소리들이 이어지고, 그렇게 흘러가듯 존재하던 소리가 전면에 나서며 이후 트랙의 알람음으로 이어지는 순간은 작품의 유기적인 전개와 시간의 순차적인 흐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로 전환된다.

계속해서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The Sandwich Artist』에는 셀프 프로듀싱, 효과적인 전개 방식 등 수많은 강점이 존재함에도, 담예가 풀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그 어떤 강점보다도 강력한 매력으로 작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다. 그리고 이후 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테이블 닦이」 – 「영업종료」 – 「암낫욜쏜」에서는 아르바이트의 희로애락이 담긴,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계속된다. 근무 중 실수로 (그의 말을 빌리자면) 좌천당하고, 이러한 자신의 입지를 자조적으로 풀어내는 「테이블 닦이」와 조금 더 느리고 편안한 템포 위에서 근무 중 싹튼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업종료」, 보다 신나고 유쾌한 분위기로 아르바이트 도중 충분히 겪어볼 만한 짜증 나는 상황에서의 울분을 쏟아내는 「암낫욜쏜」까지의 트랙은 그 이야기의 재미를 강점으로 앨범의 중심을 잡아낸다. 특히 타이틀곡과 선공개 싱글인 「영업종료」와 「암낫욜쏜」에서는 담예의 보컬이 두각을 드러낸다. 담백한 말투로 감정을 드러내는 「영업종료」에서는 보다 간결한 소리들과 함께 이와 어울리는 담담한 방식의 가창으로 공간을 채우는가 하면, 자신의 짜증 나는 감정을 토해내는 「암낫욜쏜」에서는 보다 정신없게, 다양한 보컬 소스와 소리들로 공간을 채우는 동시에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나 「암낫욜쏜」에서 “니가 내 아빠면 용돈 좀 주시죠”, “실제로 침은 안 뱉었어도 눈으로 뱉었잖오” 등의 재밌는 표현은 우리가 그의 짜증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퇴근길」, 「세 가족」, 「샌드위치 드림」은 여운을 남기며 화자의 퇴장을 그려낸다. 스킷 형태의 「퇴근길」에 이어 등장하는 「세 가족」은 우리는 알 수 없을 한 가족의 일화를 화자의 입장에서 풀어낸다. 화자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사건, 아니 오랜 기간에 걸친 고통을 무심한 듯 풀어내는 트랙임에도 화사한 기타 톤과 패드 사운드, 차임 소리 등의 요소는 「세 가족」이 그 이야기의 무게감과는 다르게 이를 밝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마지막 트랙인 「샌드위치 드림」은 첫 트랙과 유사한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너”라는 특정 청자를 향해 이야기를 전한다. 그 청자는 어쩌면 「영업종료」에서 감정을 전한 동료일지도, 「세 가족」에 등장한 가족 일지도, 혹은 작품을 듣고 있는 청자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며 애를 쓰지만, 결국은 현재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추후 더욱 나은 모습으로 만나자는 화자의 말은 지난 여덟 개의 트랙을 지나오며 그의 이야기를 들은 청자에게 깔끔한 마무리이자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인사로 자리한다.

음악에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고 그것의 경중을 따지는 데에는 분명 무리가 있겠으나, 음악을 도구로 삼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분명히 효과적이고, 이를 듣는 청자에게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The Sandwich Artist』는 담예라는 사람의 자전적 이야기 묶음이면서도,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하나의 재미있는 대화와도 같다. 특히 청자는 스스로를 “샌드위치 메이커”로 칭하던 화자가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로 칭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그 한 단어의 차이를 인식하는 동시에 화자에 대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지난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더욱 재미있는 주제로 청자에게 찾아온 담예가 앨범에서 풀어낸 이야기는 모두가 그에게 집중하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으며, 그래서 우리는 앨범의 마지막에서 건넨 그의 인사처럼 분명 담예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또한, 그렇기에 나 역시도 그에게 기분 좋은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다음에 또 올게요”.

   
  1. 빈지노는 이후 「테이블 닦이」에서 화자의 롤모델로서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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