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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이럴수가, 이건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될 것이 분명하다. 첫 트랙 「undo」에서 강렬한 연주와 함께 “여봐라”라고 외치는 추다혜의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국악이 양악과 퓨전하여(혹은 양악의 반주에 민요풍의 보컬이 덧대어져) 활약한 것은 당연하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작년에는 잠비나이의 『ONDA』가 있었고, 블랙 스트링의 『Karma』, 두번째 달의 『팔도유람』, 신박서클의 『Topology』, 한승석의 『한승석의 창작소리3 <그런 새봄>』 등등 수많은 크로스오버 작품들이 있었고, 2020년 올해에도 역시 이날치의 『수궁가』, 오방신과의 『오방神과』 등의 작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씽씽 출신의 소리꾼 추다혜를 중심으로 다양한 밴드에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시문, 김재호, 김다빈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 ‘추다혜차지스’의 음악은 각종 양악의 장르들과의 차별점을 두길 바라는 국악-크로스오버 음악들과도 다른 길을 나아간다.

가령 올해 가장 핫한 국악-크로스오버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을 이날치의 『수궁가』를 가지고 와볼까. 그들은 ‘수궁가’라는 기존에 있던 판소리 마당에 양악을 조합해 현대적인 스타일로 바꾸어 우리에게 선보인다. 분명 『수궁가』는 멋진 앨범이고, 올해 국악-크로스오버의 중요한 성취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울 것 까진 없다.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두번째 달이 ‘춘향가’라는 판소리 마당을 이끌고 온 『판소리춘향가』라는 앨범이 있었고, 지금도 대다수의 국악-크로스오버 아티스트들이 판소리를 소재, 형식으로 차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추다혜차지스의 본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크로스오버를 하면서도 다른 시도를 한다. 그것은 바로 무당들이 굿판을 벌일 때 사용하던 무속 음악이다. 앨범의 제목부터 그렇다.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령이 깃들었다 믿어지는 수호수(守戶樹)이며, 동시에 굿판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하다. 추다혜차지스는 「undo」에서부터 그 강렬함으로 우리를 ‘당산나무’ 밑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undo」의 강렬함은 쉬이 잊을 수 없는 차원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놀라움은 단지 예고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다음 트랙 「비나수+」에서는 무당의 방울소리 이후 사이키델릭한 연주가 어우러지며, 그 위를 추다혜의 한껏 꺾어내리는 콧소리가 덮는다. 리드머의 강일권은 “「비나수+」가 원전으로 삼은 평안도의 사령굿 중 하나인 다리굿은 서도 창법으로만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고 썼다. 이는 추다혜의 보컬 퍼포먼스가 무드 조성에 얼마나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지를 알려주는 서술일 것이다. 거기에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서대문구 연희동 로그스튜디오로”, “굿패키지로다 디릴적에 이놀이 정성을 받으시고”와 같은 노랫말은 과거의 평안도 다리굿과 2020년의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러다 후반부에 이르러 문득 소리의 무드가 뒤바뀌며 추다혜는 “부귀공명 열어주구 아리질병 근심우환걱정 다 시기눌제”라고 말한다. 추다혜가 본 트랙에서 과거의 평안도 다리굿과 2020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엮었듯, 어쩌면 그녀 역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의식하여, 모든 것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썼을지 모르겠다.

「비나수+」의 무드를 이어받는 듯한 전개를 보여주는 「오늘날에야」를 지나 등장하는 「사는새」는 단언컨대 내가 생각하는 본작 최고의 하이라이트이다. 「오늘날에야」의 마지막에서 추다혜가 “부정이 많다 부정을 씻자 새도림으로 부정을 씻자”라고 예고했듯, 「사는새」의 모티브는 제주 굿 ‘새도림’이다. 「사는새」에서 그녀는 재지한 연주에 맞춰 새들의 이름을 부르고, 연주는 재지함을 넘어 점차 그녀의 보컬의 간드러진 그루브에 맞춰 펑키해져간다. 트랙의 러닝타임이 지나면서,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어간다. 고조되던 분위기가 폭발하는 시점은 추다혜가 자신의 굿을 끝마쳤을 때이다. “주어라 훨쭉 훨쭉 훨짱”이라는 외침을 신호로 김오키의 색소폰이 연주에 합류하고, 고조되는 분위기는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자유롭고 빠르게, 공기저항을 이겨내며 끝없이 상승해가는 연주는 청자들의 가슴을 새의 부리가 나무를 쪼는 것과 같이 후벼 판다. 이렇게 마음속이 격렬해지는 감상을 선사하는 트랙은 또 오랜만이다. 실로 엄청난 트랙이다.

그러나 「사는새」 이후에도 본작은 쉴 새 없이 달린다. 다시금 예고편에 가까운 트랙 「unravel」을 지나, 댄서블한 펑크가 우리를 버선발로 맞아주는 「리츄얼댄스」는 우리로 하여금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요왕 놀면 선왕도 놀고 선왕님 놀며는 여러분도 논다라고 추다혜가 노래하듯, 「리츄얼댄스」는 우리 모두가 왕과 같은 위치에서 신명나게 뛰어놀 것을 권한다. 이어지는 「에허리쑹거야」에서는 레게사운드가 등장한다. 이쯤 되니 앨범의 전개가 느껴진다. 「undo」에서 「오늘날에야」까지는 평안도, 「사는새」에서부터 「리츄얼댄스」까지는 제주도, 「에허리쑹거야」부터는 황해도 굿의 등장이다. 평안도에서는 사이키델릭과 펑크가, 제주도에서는 재즈와 펑크가, 황해도에서는 레게가 우리를 맞이한다. 다음 트랙 「차지S차지」도 그렇다. 변주된 이후에 등장하는 신명나는 레게사운드는 우리를 신나게 춤추게 한다. 하지만 본 트랙은 변주되기 이전의 부분도 역시나 주목해서 보아야할 것이다. 추다혜는 본 트랙에서 다 지나가요 다 지나가요 힘듦 설움 아픔도 다 지나가요라고 말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가 전례 없는 사태와 맞서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추다혜의 위로는 우리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심지어 「차지S차지」는 특정 추임새를 제외하고는 전부 창작된 노랫말로 구성되었기에 더욱 그렇다). 변주 이후, 신나는 소리들과 함께 그녀는 모두의 차지라는 라인을 강조하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여자도, 남자도,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든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바로 그런 희망을.

「에허리쑹거야」의 보컬을 샘플로 활용해 재구성한 마지막 트랙 「복Dub」까지 어느 트랙 하나 빠지는 트랙이 없다. 하나 부끄러운 것은, 이 글을 쓰는 내가 무속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머지 본고를 작성하며 놓친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것이고, 또 본작의 훌륭함에 대해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나는 추다혜가 본작에 접목시킨 무속 음악, ‘무가’에 대해 했던 말을 옮기고자 한다. “무가에는 누군가를 위한 ‘치유’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음악이 개개인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고 그것이 즐거움과 안정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이 예술로서 무가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 치유. 굿은 본래 여러 전통 신들에게 인간의 안녕을 비는 행위였고, 무속 음악에는 당연히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지쳐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일 것이다. 그리고 추다혜차지스는 그들의 앨범을 통해 우리에게 ‘치유’의 손길을 건넨다.

이전까지 있어왔지만, 이전까지는 결코 있지 않았던 음반. 추다혜차지스는 본작을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첫 문단에서도 밝혔듯 전통 음악과 양악을 크로스오버 하는 것은 이전까지 익히 있어왔지만, 그것을 ‘무속 음악’이라는 소재의 선택과 추다혜의 깊이 있는 보컬을 통해 전례 없던 음악으로 바꾸어버린 것은 오롯이 추다혜차지스만의 성과이다. izm의 박수진은 본작을 “코리안 펑키 샤머니즘 뮤직”이라 칭하며 그들이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썼다. 장르에서의 탈-장르와 간-장르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지금, 그들은 너무나도 새로운 탈-장르와 간-장르를 그들의 손으로 구현해내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시도를 꾀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앞에는 반드시 추다혜차지스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고, 추다혜차지스는 자신들이 열어젖힌 문으로 더 깊숙이 가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추다혜차지스의 본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가 2020년대의 초입에서부터 한국 음악계의 2020년대 전체를 꿰뚫는 그런 상징적인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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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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