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coloringCYAN > Track > Domestic > 실리카겔, 「Kyo181」

실리카겔, 「Kyo181」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너무 좋은 트랙을 접하게 되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런 경험. 너무도 소중하여 그 트랙에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조차 민망한 일이 될 것만 같은 그런 경험. 나는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한 트랙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바로 실리카겔의 본 트랙, 「Kyo181」을 통해서이다.

2017년 11월 『SiO2.nH2O』를 발매하고 멤버들의 군입대를 위해 도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2년 6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2년 6개월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훨씬 발전해있었다. 본 트랙의 시작부터 잔뜩 왜곡된 소리가 흘러나오며 긴장감을 주더니, 김한주의 보컬 퍼포먼스와 함께 모든 악기들이 연주를 시작하며 상승되어있던 긴장감을 순식간에 이완시킨다. 김한주의 노랫말은 단순하다. “Kyo”라고 불리는 의문의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데, 그 질문들은 모두 여섯 글자라는 형식 안에서 맴돈다. 그러나 김한주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함께 던져지는 “Kyo야 복수를 꿈꿨니, “Kyo야 사랑을 해봤니, “Kyo야 날 만져보았니와 같은 의미심장한 질문들은 “Kyo”에 대한 우리들의 궁금증을 자극함과 동시에 다시금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본 트랙은 그러한 긴장의 상승과 이완의 반복으로만 구성된 트랙이 아니다. 단출한 노랫말과 그로 인한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을 황홀한 연주가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싸고돈다. 그 덕에 우리는 본 트랙을 감상하면서 긴장된 상태와 넋을 놓은, 한껏 이완된 상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트랙의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나아가는 전개는 본 트랙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보컬이 멈추고 그 자리를 강직한 신스 전자음이 메우며, 기존에 보컬을 싸고돌던 연주의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이윽고 단순한 드럼과 기타만이 남아 소리의 쌓임이 약해지는데, 그러한 약화는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양화의 효과를 줄 것이다. 그 위로 김한주의 목소리가 새겨지고, 이내 본 트랙의 그 어느 순간보다도 강렬한 연주가 우리에게 찾아온다. 다시 김한주의 목소리가 퇴장하고, 김민수의 쨍한 기타 솔로가 다른 모든 연주들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본 트랙 내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갑자기 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든 것이 뒤로 돌아가는 연출이 느껴진다. 그러한 갑작스러움은 우리에게 본 트랙 다음에 나올 본 트랙에 대한 HWI, Lee Suho, 송영남의 리믹스까지 기대하게 할 것이다.

기승전결이 잘 짜인 스토리를 담은 뮤직비디오 역시 본 트랙을 즐길 수 있을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실리카겔의 복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완성도 높은 음악을 복귀작으로 내놓을 줄을 가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 아직까지는 섣부른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 나는 본 트랙, 「Kyo181」을 2020년 올해 최고의 트랙 중 하나로 기억하고 싶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댓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