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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오류, 『비정규앨범』

   

“전산스시템오류의 비규정앨범은 비정앨규범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를 형상화 했다. 대사명가 본명이 된 도시는 아프다.” 이런 모호하고 추상적인 앨범 소개글만큼이나 본작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노랫말들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앨범 소개글에서 ‘도시를 형상화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신진과 Credit의 노랫말은 우리들의 도시를 그린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도시는 아프다.’ 그렇기에 어쩌면 그들의 노랫말은 추상적이면서도 또한 병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첫 트랙 「MISSING」에서부터 그렇다. 누군가는 목을 메었어. 그곳에서 나는 악취의 출처는 아마도 다른 공간이지라던가, 허나 너무나도 커다란 칼이 우릴 찌를지 모르는 우리 공간이 나는 겁나는 거지라던가 하는 Credit의 노랫말은 우리에게 일종의 불쾌감과 착잡함을 남긴다. 누군가는 견디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로 인한 악취를 ‘다른 공간’에서 나는 것이라 말하며 배제하려 하나, ‘너무나도 커다란 칼’에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는 다른 공간이 아닌 그들이 숨 쉬는 바로 그 공간에서도 상존한다. 신진의 노랫말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도시의 추악함에 대해 다룬다. “‘의견이 다르다니 완전히 너 XXX’”라는 유행에 미쳐버린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더니, 이내 자기 자신도 그 ‘XXX’라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실제 음원에서도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했고, 어딘가 비속어를 연상케 하는 ‘XXX’는 유행은 가뿐히 잠입해 다른 의견에 공감해 주지 않는 잔혹한 도시에서 그 도시인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와 같을 것이다. 분명 신진은 그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잃어버린 채 말을 삼킨다. 추악하고도 잔혹한 도시가 그에게로 잠입해 들어간 것이다.

다음 트랙인 「Adam’s Apple (WeTalkAbout)」을 살펴보자. 이번엔 Credit은 잠시 뒤로 물러난 채로 신진의 랩이 트랙을 끌어가는 핵심으로 떠오른다. 첫 Verse에서는 어째서 우리가 같은 수용소 화장실에서 만났을까. 다른 목적이 동일한 공간 안 모두가 나를 공감하지만 해가 지니 그걸로 공략하지.”와 같은 라인으로 바로 이전 트랙에서의 공감해 주지 않는 잔혹한 도시의 연장을 그려내지만, 이내 두 번째 Verse에서부터 상대에 대한 거짓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거짓이란 전산시스템오류가 드러내는 도시의 추악함의 또 다른 일면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거짓 역시 도시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가령 신진은 머금고 있던 열매는 더 짙어져가고 달겠지. 삼켰던 게 내 죄였고. 더 미운 건 나랬지.”라는 라인을 덧붙인다. 여기서 도시는 기독교적인 선악과의 비유를 따라간다. 그렇다면 도시의 창조주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누구이던간에, 적어도 그가 모든 도시인들에게 부여한 것은 바로 「MISSING」에서부터 이어진 죄악들이고, 그것이 지금 이 도시가 추악해져버린 이유일 것이다.

달라진 침방울의 무게라고 신진이 「Adam’s Apple (WeTalkAbout)」에서 썼던가, 도시의 거짓말들을 깨달은 전산시스템오류는 「타인의타액」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 시점부터 그들의 태도는 보다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Credit은 가짜들 또한 got a case 쓰레기들을 수납해 이제 sober 선명해지는 시야라던가 내가 어디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어 I just wanna livin, 날 세워놨던 것들의 끝에 이제 해답을 찾네라고 말하며 도시 위에서 스스로를 세우고자 노력할 것이고, 신진은 이미 놈들은 가득 차있어 준비돼있던 작별. 싹 다 버려 내 건 다시 자라나있어라고 말하며 그에 발을 딛고 있는 이 도시와의 작별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다면 작별의 행선지는 어디인가. 놀랍게도 그들이 우주 우주 우주라고 반복적으로 새겼듯, 그들의 행선지는 우주로 나아간다. 「FuckTheSpaceOpera」가 바로 그 전경이다. 그러나 도시를 떠나 달에 도착한 그들은 어딘지 모를 이질감을 느낀다. 여러 부정적인 가치들로 세워진 도시와 달리 우주에는 오직 영원뿐 그 이상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트랙들에서 우리는 이미 「MISSING」에서부터 도시의 추악함과 잔혹함이 신진과 Credit에게로 잠입해 들어간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그들이 ‘전산시스템오류’를 겪는 이유일 것이고, 안식을 찾아 들어간 공간에서 그들이 “Fuck The Space Opera”를 부르짖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겪었을 난파선들의 틈에서, 신진은 계속 미안함을 말하고, 도시의 추악함에서 벗어난 스스로의 혼잡함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택은 단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바로 그들의 추악한 도시로 돌아가는 것.

“도시는 아프다”, 앨범 소개글에도 씌여있는 바로 그 단락이 전산시스템오류가 우리들의 도시에 내리는 진단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와 「JOKER」가 된다. 하지만 신진과 Credit은 그들의 모습을 마치 다른 이를 그리듯 그린다. 그렇게 Verse를 전개하다 특정 부분에서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는데, Credit의 경우 무엇이 진짜 인지도 모르고선 다시 억지로 웃음을 쥐어 짜내. 이게 내 유일한 반항심, 신진의 경우 사랑이여 나를 인도해 주소서 범인은 정의 도망칠 우리 집 주소와 같은 라인이 그렇다. 신진과 Credit 모두 본 트랙에서 「JOKER」를 연기하며, 사실 도시인 모두가 그와 같을 것이라는 사실을 각자 자신을 드러내는 라인에서 탈선을 바라는 것으로써 드러낸다. 유일한 반항심이라는 라인이 트랙의 시작부터 샘플로 사용되어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기에 트랙의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여전히 어딜 가도 고여 있는 악취 속의 나는 목이 막혀. 나의 숨이 막혀가 나를 구원해 줘 부디라고 말한다. 「MISSING」에서부터 도시의 구원을 바랐던 그들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 비극적인 드라마다.

본작에서 신진과 Credit은 최고의 합을 선보인다.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게 그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Credit과, 그에 대비되어 감정이 잔뜩 과잉된 채로 내지르는 신진, 이 둘의 랩 퍼포먼스는 적절한 균형을 찾아 조화를 이룬다(개인적으로 나는 「MISSING」에서의 감정이 과잉되다 못해 펑펑 터져 나오는 신진의 랩을 높이 사고, 그 이전에 그와 대비되게 차분한 랩을 선보인 Credit의 랩과의 조화도 높이 산다). 프로듀서 ian choi의 역량도 빠트릴 수 없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톡톡 두드리는 전자음에 훅 부분에 몽롱한 사운드를 첨가하고,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그 모든 것을 끊어버리는 전개가 당혹스러운 「MISSING」, Credit의 랩의 한 부분을 샘플로 사용하여 트랙의 무드를 짐작 가능케함과 동시에 훅 부분에 묵직한 노이즈를 끼워 넣어 몰입감을 더한 「JOKER」와 같은 트랙이 특히 인상적이다. 전산시스템오류, 바이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나는 언제나 한국힙합에서 이런 인상 깊은 신인이 등장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의 도시는 여전히 아플 테지만, 우리는 그들이 펼쳐놓은 도시의 전경을 보며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다. 참으로 능란한 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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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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