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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곡예사」

   

뜨거운 논쟁을 보았다. 조광일, 그의 랩은 과연 속된 말로 ‘구린’ 것인가, 아니면 그의 랩은 엄청난 기술적 역량을 내재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한 논쟁은 그가 본 트랙, 「곡예사」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샤라웃을 받으며 순간적으로 엄청난 인지도를 얻었을 때부터 있어왔을 것이다. 사실 흔히들 ‘속사포랩’이라 불리는 조광일의 랩 스타일은 그렇게 특별하거나 새롭다 할 것도 또 아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면 우리는 Outsider나 배치기의 TakTak36, Basick과 같은 이름들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고, 또 요새는 굳이 ‘속사포 래퍼’라는 구분이 없이 JUSTHIS와 같은 자신의 기술적 역량에 자신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가끔씩 속사포 랩을 선보이기도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만일 사람들이 조광일에게 어떠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 그와 같이 ‘속사포 랩’ 일변도로 트랙을 이끌어나가는 래퍼가 실로 오랜만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과연 어떤 랩이 좋은 랩인가에 대한 논쟁은 한국힙합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떻게 라임 배치를 해야 하는지, 박자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플로우는 어떻게 타야 하는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좋은 랩’을 위한 논쟁이 플레이어 뿐 아니라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있어왔고, 내가 봤을 때 지금은 모두가 어느 정도 ‘좋은 랩’에 대한 합의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러한 기준이 랩의 스타일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면, 조광일의 랩은 많은 이들이 그를 ‘속사포 래퍼’로 평가하는 것과는 달리 ‘좋은 속사포 랩’에 대한 기준에는 결격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속사포 랩’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화려한 텅-트위스팅을 바탕으로 한 빠른 랩을 보여주면서도 완급조절이 뛰어나 청자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선사하여야 하고, 그 딕션이 정확하여 무슨 메시지를 랩으로 던지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Outsider와 같은 경우, 무시무시하게 빠른 랩을 보여주면서도 그 딕션이 마치 아나운서 급이라 하여 많은 화제가 되었었고, 그 외에 내가 예시로 들었던 ‘속사포 래퍼’들 모두가 완급조절을 적극적으로 하여 퍼포먼스가 빠르기에만 치우치는 일이 없이 딱딱 떨어지는 박자에 그럴듯한 딕션까지 가지고 있던, ‘좋은 속사포 랩’을 선보이는 퍼포머였다.

그러나 조광일은 그러한 선배 ‘속사포 래퍼’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본 트랙, 「곡예사」를 예시로 들어볼까. 파열음과 같은 각진 소리를 위시로 한 라이밍에 더해 그러한 소리들을 강조하며 침 튀기는 래핑을 선보이고, 그러한 랩은 선배 ‘속사포 래퍼’들의 것처럼 정돈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마치 날 것과 같이 다가오게 된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이제 내 앞에 상승곡선은 네 엄마 등골보다 휘어서 폭등이 돼라는 라인에서, 등골보다 휘어서라는 부분을 조광일은 과연 어떻게 처리하는가? 그 이전에 시기 다른 래퍼들의 반대편을 바라보던 랩퍼들의 배포 그건 백프로라는 첫 라인은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들리는가? 바로 그러한 점이 조광일이 비판 받는 지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거칠게 발음을 내뱉는 그의 랩은 듣는 청자 뿐 아니라 그가 타고 있는 박자마저도 아슬아슬하게 하고, 그것이 ‘기본기의 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청자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람들은 조광일보다 선배인 속사포 래퍼들을 예시로 들며 그들에 비해 조광일이 부족한 딕션, 플로우, 완급조절 등을 언급하며, 그러한 비판은 그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을 때 조광일의 랩을 기존의 ‘좋은 속사포 랩’이라는 기준으로 재단하려 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조광일의 랩, 특히 「곡예사」에서 드러나는 조광일의 랩은 ‘속사포 랩’의 기준과는 조금 떨어져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조광일 랩의 방향성은 다름 아닌 ‘한국식 멈블’이다. 사운드클라우드-랩, 그 중에서도 트랩 비트 위에서 랩-싱잉/싱잉-랩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된, 그러면서도 멈블 기법 역시도 종종 사용되는 한국힙합의 현재를 생각해보자. 그러한 현재는 엄연히 미국의 것으로, 한국의 멈블은 오히려 영어와 한글의 발음상의 차이에 관한 문제, 마약의 불법/합법 여부에 관한 문제(나는 마약으로 인한 high함을 멈블-랩의 요점 중 하나로 여긴다) 등으로 인해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그 와중에 조광일은 본 트랙, 「곡예사」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조광일의 랩을 멈블이라고 주장하는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논쟁적일 수 있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조광일의 랩은 그러한 양가적임(속사포-멈블)과 그로 인한 새로움에 맞닿아있다. 울리는 국악 풍의 소리 위로 수놓아지는 조광일의 빠른 랩. 하지만 그가 파열음, 마찰음과 같은 한글의 각진 소리들로 침을 튀길 때마다 우리는 마치 그가 웅얼거린다고 여기게 될 정도로 노랫말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전달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웅얼거림 뒤에 숨겨진 메시지는 그를 담은 거친 발음처럼 한국힙합에 대한 공격적인 관점을 제시하는데, “TV 나가려면 파우더 찍어 발라야지, 좀이라도 이쁘장하게 찍어 담아야지와 같은 라인이 그렇다. 그러한 공격적인 관점의 제시는 기존의 멈블-랩들이 무엇을 소재로 그들의 노랫말을 적어내려갔는가를, 그리고 공격적인 관점을 견지한 랩들이 대부분 ‘정석적’이라 불리는 래퍼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을 ―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This is mumble-rap extermination”이라고 외쳤던 Joey Bada$$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 떠올린다면 조광일의 ‘빠르게 웅얼거리는’ 랩이 단순히 그의 기본기 부족으로 인한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로 하여금 가지게 할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그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 것이라 나는 믿는데, 그러한 비-의도적인 결과물이 청자들에게 논쟁거리가, 나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재밌다.

그렇다면 앞서 열거한 「곡예사」의 양가적인 요소들은 과연 기존의 ‘좋은 랩’의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오히려 우리는 조광일의 랩이 기존에 재단되었던 ‘좋은 속사포 랩’ 내지는 ‘좋은 랩’의 기준을 얼마나 뒤흔들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좋은 속사포 랩’의 조건들을 떠올리면, 오히려 그는 그의 랩이 ‘속사포 랩’처럼 보이게 하는 빠르기를 바탕으로 그러한 조건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모양새다. 그리고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금기와도 같았던 속사포 랩과 멈블링을 교차시키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힙합의 현재에 대한 공격적인 관점까지 쌓아올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조광일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양가적임과 함께 그 양가적임이 새로워 보임에 있을 것이다. 한국-전통을 흉내내는 비트 위에서 찾는 새로운 가능성, 「곡예사」의 탄생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조광일을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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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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