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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BLACK OUT』

   

정전. 불이 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지직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다가 점차 소리가 가까워져온다. 그리고 들리는 환청. “I forgot everything”,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기억 안 나 나의 모습 yuh”라고 말하면서도 환청처럼 들리는 목소리는 과거에 골방에 틀어박혔던 자신의 모습, 자신이 재단하는 현재의 맥락과 기준들, 그리고 그 맥락과 기준들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까지 또렷이 드러난다. 하지만 노랫말이 담은 내용의 또렷함은 환청과 같은 연출에 의해 가려진다. 정전 속에서 의식을 잃고, 마치 그는 다 잊었다 말하면서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다. 우원재의 본작, 『BLACK OUT』은 그렇게 시작한다.

트랙 별로 편차가 있는 앨범이다. 가령 나는 「Do Not Disturb」나 「CANADA」와 같은 트랙을 높이 산다. 전자의 경우 나른한 황소윤의 목소리와 붕 뜨는 사운드와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Verse 초반부의 목소리를 변조시키거나, 후반부에서 마치 흡연을 하다 기침을 하는 것 같은 연출 다음 방해금지라 말하는 구성이 재밌다. 후자의 경우 캐나다라는 공간적 배경을 잘 뒷받침하는 몽환적인 연주와 편지 형식의 노랫말, 그리고 변조된 채로 늘어지는 우원재의 퍼포먼스가 매력적이다. 반면 「칙칙폭폭 Freestyle」에서부터 「징기스칸」까지의 흐름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해당 트랙들이 완성도 면에서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해당 트랙들은 모두 단순히 트랙만 놓고 봤을 때에는 훌륭한 지점들이 있는 트랙들이다. 「칙칙폭폭 Freestyle」의 경우 이미 BewhY, Son Simba, C JAMM과 함께한 트랙 「어디로」에서 절정의 폼을 과시한 바 있는 Jvcki Wai가 입에 찰싹 달라붙는 매력적인 훅을 선보이며, 우원재 역시 그에 뒤지지 않겠다는 듯 기술적으로 잘 짜인 랩을 선보인다. 「JOB」의 경우도 역시 Tiger JK의 멋진 훅과 우원재, 김아일의 Verse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 좋은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칙칙폭폭 Freestyle」에서부터 「징기스칸」까지의 흐름을 본작의 아쉬움으로 남기는가?

그 이유는 본작에서 우원재가 적어낸 이야기의 흐름이 자기 자신을 본작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장중한 서사를 가진 것으로 우리로 하여금 이해할 것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는 첫 트랙 「BLACK OUT」을 기억해낼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그에 녹아있는 우원재의 고뇌 역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쇼미더머니 6’ 이전에 골방에 박혀있던 과거의 자신, 그리고 ‘쇼미더머니 6’에서 성공한 이후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고 그를 의식하던 과거의 자신. 「BLACK OUT」에서의 고뇌는 바로 그러한 차원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작을 독해하기 시작한다면 「R.I.P.」는 우원재가 「BLACK OUT」에서의 고뇌를 끊어내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다고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나는 뒤졌고 I got the devil’s kiss”, 과거의 자신을 죽여버린 채 현재의 자신에 집중하며, 현재의 자신이 이룬 물질적인 성공을 마음껏 누린다. 물질적 성공은 곧 정신의 치유가 되어, 자기혐오에서 벗어난 채 hater들을 비난하며 스스로의 정신에 대한 약물치료도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만든다. “Making masterpiece with no fucking pills, 이젠 I don’t need tho Xans 나는 좋아 기분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거 ‘쇼미더머니 6’에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알약 두 봉지’ 라인을 떠올려본다면 그러한 라인은 곧 과거의 자신에 대한 완전한 배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내 곧 「USED TO」와 「Do Not Disturb」가 본작의 중심과도 같이 다가오는데, 「USED TO」의 경우 “Uh uh you can’t understand”라고 말하며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불가해성을 hater(그러나 어쩌면 모든 이들)들에게 선언하면서, 과거 성공하기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대비한다. 그런데 분명히 과거의 우원재 자신은 「R.I.P.」에서 죽은 바 있고, 그렇기에 「USED TO」에서의 부활은 미심쩍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확실히 「USED TO」는 겨누는 대상이 명확한 트랙이다. “Uh fuck your 속단 fuck your 댓 그래 걍 fuck your IP”라고 말하는 것은 우원재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일 테지만, 옥탑방 편의점 알바 밀린 요금, 연남 철길 4시간 걸은 이유와 같은 구체적인 라인들, 그리고 성급했던 「R.I.P.」로의 전회, 어쩌면 우원재는 「USED TO」에서 과거의 우원재가 현재의 우원재에게 하는 말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BLACK OUT」에서의 고뇌의 결과로 현재에 주목하고자 했던 「R.I.P.」를 거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되묻는 우원재의 모습이 「USED TO」에서 보이는 것이다. “Ye I did it for myself understand?”라고 그가 묻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Do Not Disturb」는 우원재의 반복되는 고뇌를 담는다. 표면적으로는 어떠한 사람에게(아마도 사랑했던 관계로 추정되는) 전하는 말의 형식을 담지만, 보다 핵심적인 라인은 “So what you want? Ah. What you wanna do?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전까지는 무리야, 그리고 방해금지 난 나밖에 안 보여일 것이다. 변조되었던 목소리가 원래 목소리로 돌아오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우원재는 다시 한 번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구분지으며 그에 괴리감을 느낀다. 분명 우원재는 「USED TO」에서 자신은 스스로를 위해 움직였다고 말했지만, 「Do Not Disturb」에서는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아직 되지 못했음을 확인해버린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구분 지으며 그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고뇌, 우리는 이 지점에서 그러한 고뇌가 본작의 핵심적 주제일 것이라 믿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칙칙폭폭 Freestyle」에서부터 「징기스칸」까지의 흐름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칙칙폭폭 Freestyle」은 「Do Not Disturb」까지 쌓여왔던 청자들의 믿음이 갑작스럽게 뒤엎어지는 지점인지라 더욱 그렇다. 분명 세 트랙 모두 우원재부터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티스트들까지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BLACK OUT」에서 「Do Not Disturb」까지 이어진 흐름과는 배반된다. 가령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원재가 「Do Not Disturb」에서 “Uhm I wanna cash, I wanna Benz ya”라고 말하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그렸고, 또 동시에 “난 워낙 이기적”이라고 했으니 그가 다시금 현재의 성공을 누리는 방향에 집중했으리라 말이다. 그러나 「칙칙폭폭 Freestyle」, 「징기스칸」에서의 과잉된 자기과시, 「JOB」에서의 타인에 대한 비판은 지금까지 본작의 흐름으로 미루어 봐도, 그의 작품들을 구성해오던 우원재라는 인간의 맥락에 기대어 봐도 다소 붕 뜬 느낌이 든다. 물론 우원재가 그러한 스타일의 노랫말을 쓰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 나는 「MOVE」에서 “그래 근데 쟤는 랩은 하는데 생각이 또 없네요”라는 인상적인 라인을 기억한다. ― 위 세 트랙의 노랫말들은 그것과는 또 다르다. 가령 나는 「징기스칸」의 한 라인을 예시로 들고 싶은데, “난 안 멈추지 번식 스쿼트 on my bed 좀 덥지? 누나 잠시 미안 있어 나 천식. 겉옷만 걸침 돼, 우리 사인 뭘까 고민돼”와 같은 라인이 그렇다. 일전에 김동현은 자신이 본작에 대해 쓴 글에서 「칙칙폭폭 Freestyle」을 두고 “앨범을 두고 큰 의미가 있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러한 ‘의미 없음’이 우원재의 노골적으로 달라진 노랫말들과 겹치며, 그리고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눈부신 활약과 겹치며 세 트랙을 본작의 중심과는 동떨어진 트랙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칙칙폭폭 Freestyle」에서부터 「징기스칸」까지의 흐름이 아쉽다.

그나마 「징기스칸」이 좀 나은 이유는, 「징기스칸」에서 우원재가 투어로 세계를 돌며 자기과시를 하는 흐름이 「CANADA」로 향하는 교량이 되기 때문이다. 「CANADA」에서 성공한 현재를 누리던 우원재는 과거의 자신과 태림과 같은 과거에 함께했던 친구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야 생각이 나 처음 작업했던 작업실도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고뇌를 지나, 우원재는 끝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이 종합됨을 느낀다. 그 결과물이 바로 마지막 트랙 「FEVER」일 것이다. 핵심은 마지막 Verse에 있다. “I got fever”라고 말했던 초반부의 전개는 마지막 Verse에 이르러 “We all got a fever”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모두가 머리를 비운 채 숫자(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를 꿈꾼다. 그렇다면 이젠 널 기어코 기억 못 해라는 되풀이는 여러 의미를 가질 것이다. 기억할 수 없는 대상은 어쩌면 과거의 우원재 자신일 수도 있고, 현재의 우원재 자신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열(fever)을 가진 모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 못된 사람은 안 못되길 빌어. 너랑 쟤는 많이 달러, 달러랑 틀려는 달러 그걸 알길 나는 빌어. 세상은 빨라 우린 다 달려 넘어지지 않길 빌어.” 그러한 우원재의 소망은 기억할 수 없는 대상이 열을 가진 모두에게 닿아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스스로의 고뇌, 그리고 그를 지나오면서 모두가 열로 인해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숫자 대신에 이름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 우원재가 본작을 통해 보여준 고뇌는 어쩌면 비슷한 고뇌를 가진 이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바로 본작의 이야기, 그리고 본작이 담은 멋진 소리들을 담은 트랙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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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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