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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

   

솔직히 말하자면, 본 필자는 Fiona Apple(이하 Fiona)의 신보 『Fetch The Bolt Cutters(이하 본작)』가 발매되자마자 감상을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냐 묻는다면 글쎄, 본 필자는 Fiona가 누군지도 알고 있었고, 본작이 발매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며, 그 외에도 단순히 감상할 음악이 필요했었다는 식상한 답변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본작에 관한 첫인상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서술해보려 한다. 앨범 타이틀 『Fetch The Bolt Cutters』. 볼트 커터로 무엇을 하려는 건가. 궁금하다. 그리고 시작된 Intro 「I Want You To Love Me」.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나도 좋다. 후렴구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떨림은 신비롭다. 「Fetch The Bolt Cutters」에서 들리는 퍼커션. 아주 드럼인 것 같지만은 않다. 마치 주방의 식기들을 꺼내놓고 두들기는 느낌이다. 「Relay」. “악은 릴레이 스포츠야1.” 맞는 말인 것 같다. 「Newspaper」에서 들리는 강아지의 소리. 녹음 중에 사고로 삽입된 소리인가 아니면 계산된 삽입인가. 어찌 되었든 중요하게 다뤄질 의문은 아닌 것 같다. Outro 「On I Go」. 가만 들어보니 똑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 뭔가 어지럽다. 이렇게 앨범을 한 번 들어본 본 필자는 왠지 모를 매력을 느꼈고, 감상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전작 『The Idler Wheel2(2012)』과 함께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앨범 발매 후 50분이, 그러니까 본 필자의 감상이 끝나자마자 상황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Pitchfork가 본작을 두고 만점을 부여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탓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발매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17개의 매체가 제각각의 이유로 본작에 만점에 달하는 점수를 부여했고, 말 그대로 본작과 Fiona는 장안의 화제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본작을 둘러싼 상황이 본 필자의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이유는 소위 “하이프”와 그것이 만들어 낸 반응들인 셈인데, 그에 대한 설명이 조금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본 필자는 본작을 두고 세간의 평가가 그렇듯 만점을 부여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꽤 높은 점수를 매긴 상태이다. 그 점수를 잠시 차치해두고 “다른 방향”에 관해 이해하기를 시도해본다면, Pitchfork가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여한 만점이 다소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없는 작품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본작을 몇 번 통째로 들을 시간도 주지 않고 너무나 신속하게 높은 점수로 합의를 끝마친 모양새에 대한 반발심의 표출일 수도 있다. 물론 두 번째 이유 같은 경우에는 Fiona가 발매 직전 프로모션 파일을 각 매체에 전달한 점이 참고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으나, 본작에 관한 좋지 않은 평가 중에 1차원적인 서술에서 나아간 형태의 그것을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은 본 필자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평가가 난립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공통적인 특질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수많은 평가 중 대부분은 본작에서 드러나는 미덕의 부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이 미덕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그 미덕이 뭐냐 하면,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요소” 정도면 동의어 내지는 유사어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대중의 요구는 대략적으로 이러할 것이다. 기괴하지 않고 명징하게 들리는 멜로디, 드럼으로 대표되는 친숙한 박자감의 표현, 아티스트의 친절한 가사와 태도. 후술하겠지만, 본작은 확실히 이러한 부분에서 결여된 사항이 각 트랙마다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지점에서 단언할 수 있는 말은, 본 필자는 그러한 미덕의 부재가 단점이라는 시각은 존중할 수 있으나, 그 단점 때문에 본작에 낙제점을 부여하거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다양한 주관에 의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진의를 저버려서는 아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두고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하자면, 본 필자는 본작이 분명 미덕의 부재와 함께 전개되고 있지만, 단순히 그 부재를 공백으로 남겨두지 않고 다른 무언가로 채워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다른 무언가는 생동에 대한 관찰과 표현일 것이다. 생동. 생기 있게 살아 움직임. 그것에 대한 관찰과 표현. 우리가 그동안 대중음악을 바라보면서 지나치게 간과한 감이 있는 부분일 것이다. 아티스트들도 결국에는 우리와 똑같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인간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우리는 이 아티스트들에게 날 것 그대로의 것을 배제하고 정제된 소리와 정갈한 구성만을 우리에게 내놓을 것을 강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무키무키만만수의 『2012(2012)』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생각해보라. 이러한 아티스트들은 대개 그렇다. 우리의 삶이 불확실하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듯, 날 것 그대로의 소리가 갖는 비정형성에 생동의 흔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대중음악사를 관류하는 대중의 요구를 배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그러한 미덕을 온전히 품을 것을 정중히 사양하지만, 기존에도 선보여왔던 어쿠스틱한 악기들의 소리와 정제되지 않은 일상의 소리, 그리고 본인만의 목소리와 생각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꽤 멋들어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상세하게 음악적 구성에 중점을 둔 서술을 하기 전에, Sebastian Steinberg(본작의 작업을 함께한 베이시스트)의 말을 빌려본다. “우린 아이들이 노는 것처럼 연주했고, 새들이 지저귀는 것처럼 노래했어. 벽을, 바닥을, 그녀의 집을 두들기곤 했지.” 그의 전언대로 본작의 크레딧에는 드럼과 퍼커션 이외에도 급수탑, 의자와 같이 일반적으로 악기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심지어 Fiona가 기르는 강아지들의 이름으로 보이는 것들―중에는 친구인 Cara Delevingne의 강아지들도 있지만―역시 크레딧에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이들이 생동의 흔적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악기의 오케스트라”라는 표현이 다소 적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Fetch The Bolt Cutters」나 「Relay」, 「Newspaper」와 같은 트랙들을 보라. 적절하지 않은가? 물론 언제나 그랬듯 그 오케스트라 위에는 그간 Fiona와 함께했던 피아노나 베이스도 함께하고 있다. 굳이 Joni Mitchell이나 Nina Simone과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Fiona와 그 밴드는 충분히 인상적인 재즈풍의 연주를 선보인다. 시종일관 우리의 귀를 짓누르는 베이스는 물론이고, 「I Want You To Love Me」나 「Shameika」와 같은 트랙에서 들리듯, Fiona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피아노의 연주, 그리고 지금까지 언급한 타악기의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비정형성은 모두 재즈 특유의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연주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본작을 구성하는 목소리들은 어떠한가. Fiona는 마치 단 한 번도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일 생각이 없던 것처럼 자기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고, 흐느끼기까지 한다. 「Newspaper」에서의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녀를 도와 백그라운드 보컬로써 목소리를 보태는 그녀의 친구들 역시 그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태도로 작업에 임한다는 점에서 피차일반이다.

이렇듯,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대중의 요구를 감히 배반하면서까지 미덕의 부재를 손수 까발리고, 비정형성의 발현을 주된 음악적 컨셉으로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Fetch The Bolt Cutters』. 드라마 The Fall의 대사 중 하나인데, 극 중 인물이 성범죄 현장에 노출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문을 열게 할 “Bolt Cutter”를 가지고 오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Fiona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Bolt Cutter”를 가져오는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Fiona는 이렇게 말한다. “나, 당신, 청자들, 그리고 모두. 뭐랄까, 해방의 도구를 가져오라는 그런 의미야.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하라는 거지.” 이 말로 미루어보건대, 대 COVID-19 시대에 가택연금에 비견되며 꽤 걸맞은 작업방식으로 보이던 그녀의 홈-레코딩은 어쩌면 어려서부터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던 소녀에게 내재한, 표출될 수 없는 자유를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3. 그녀의 방식이 단순히 폭력으로 난무하는 광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와중에 해방의 도구를 음악으로써 찾아냈고, 폭력으로 뒤덮인 세상에 신물이 났다는 듯 보이는, 그녀의 작업방식과 본작에서 드러나는 음악적 구성은 그것의 산물일 것이다. 또한, 본작의 타이틀이 갖는 의미는 그녀의 가사를 역시 관통한다. “내가 하게 내버려 둔 게, 나의 재미를 빼앗아갔어4.” 폭력에 의해 자존감이 낮아졌을지언정, 그녀는 환란 속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정말로, 이것은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관한 내용이야.” 실제로 그녀는 자신을 해방하는 것은 그녀 자신의 자유로운 발화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테이블 아래에서 날 열심히 걷어 차봐. 나는 닥치지 않을 거야5.” Fiona는 말한다.

이러한 발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나머지, 본작 내에서 개개의 트랙들은 하나의 공통된 내러티브 아래에 편성되어 있다기보다 그러한 면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산문집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물론 앞서 음악적 구성이 그렇듯 그녀의 발화가 대중의 요구에 아주 순응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Rack Of His」와 「For Her」같은 트랙이 공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 시간을 너에게 쓴 유일한 이유는 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야6.” “좋은 아침이야. 넌 네 딸이 태어난 그 침대에서 나를 강간했었지7.”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개의 트랙이 하나의 앨범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혹자에게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괴리가 심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선술했듯 「Under The Table」에서는 자신이 발화할 권리를 빼앗아가지 말라며 강력하게 주장하는 한편, “악은 릴레이 스포츠야.”라며 혐오로 뒤덮인 사회를 비판하는 「Relay」와 같은 트랙도 있다. 동시에 「Relay」에서 하나 더 특기할만한 지점이 있다면 “네가 네 인생을 좆같은 프로파간다 선전물처럼 보여주는 게 짜증나8.”라는 지점일 것인데, 이 가사가 SNS 사회의 역기능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적인 시선에서 순기능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가릴 것 없이 모두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대중의 요구를 배반함과 동시에 문제적일 것이다. 이런 탓인지 Fiona 본인은 “앨범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앨범”을 만들었다며 걱정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돈되지 않은 발화의 모음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공통적 특질을 지니기에 이른다.

그러한 산만함 속에서도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간혹 보이는데, 이 부분에 관해 설명하기에 앞서 본 필자의 견해를 조금은 말해보려 한다. 일단 본 필자는 일부 평단이 이러한 서사를 다루며 본작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 있다. 물론 Pitchfork가 제시한 “FIona의 말들은 미투 운동 이후의 페미니즘-적 관점과 합치한다.”라는 해석을 아주 부정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어쨌든 이를 서술하기 위해 우리는 Fiona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꾸준히 그릇된 성 관념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2000년의 D’Angelo를 포함한―모든 이들을, 그리고 “이 세상은 병신같아.”라고 말하던 Fiona에게 당시 평단이 보였던 반응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D’Angelo에 관한 얘기는 워낙 유명한 바 굳이 본고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녀의 두 번째 앨범 『When The Pawn…9(1997)』을 다루는 리뷰에서 Rolling Stone은 그녀의 작품을 Korn과 Limp Bizkit의 그것에 비유하며 “이들이 알고 있는 삶, 혹은 인생을 바라보는 방법은 청소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라고 비꼬았다. 심지어 Spin의 관점은 더욱 충격적인데, 『Tidal(1996)』에서의 Fiona의 퍼포먼스를 두고 “음악이 아니라 음악 외적인 부분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어보려는 모습”이라고 폄하하려는 시도가 그렇다. 이들은 모두 무슨 이유에서인지 본작을 다루는 리뷰에서 여성 중심의 서사에 주목하면서도 1차원적인 해석 그 이상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1차원적인 해석을 자신들의 높은 점수에 대한 이유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본 필자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성폭력 피해자, 그리고 그로 인한 우울감과 복잡한 심리 상태를 표현함에 대해 무례하게 평하던 집단이―태도를 바꾸었다 보기도 애매하지만―본작의 서사를 바라보며 이제야 비로소 친절해졌다며 예찬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진정으로 무엇을, 누구를 위해 싸우는 것인지 알게 된 것 같다.”라고 말하는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식의 변화―혹은 당연스럽게도 각 글을 모두 같은 사람이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를 수 밖에 없다―라고 단정하기에는, 평단의 무례함이 Fiona가 받은 폭력의 단적인 예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이상, 그리고 그 무례함이 여전히 없지 않은 이상 달갑게 볼 수 없는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것이 본 필자가 평단의 높은 점수에 전적인 동의를 보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Fiona가 본작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전부 사회, 혹은 개인의 그릇된 관념과 그에 기반한 행동들을 겨냥하는 비판적 태도의 산물이며, 그녀의 방식을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한 가지 형태로써 독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를 짚어보며 이야기해보자. 여성들이 등장하는 트랙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역시 Brett Kavanaugh10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For Her」일 텐데, “아내를 손님보다도 박하게 대하고, 자신의 딸이 자기가 버린 쓰레기를 치우게 하지11.”라며 수위 높은 어조로 남성성을 비판함은 물론이고, “그렇잖아, 넌 알았어야 했지만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했지12.”라는 어구를 통해 은연중에 가해졌던 폭력에 대해 냉소를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노래로 부른다는 것은 불편하고 터부시되고 있지만, Fiona는 오히려 자신의 노래를 똑똑히 듣기를 원하는 듯 보이며 노래를 통해 이러한 것을 고발한다. 그리고 외친다. “숙녀 여러분13!” 뿐만이 아니다. 「On I Go」에서 “그저 움직이기 위해 움직여14.”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Heavy Balloon」에서 퍼지고 기어오른다는 것이15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굳이 익살스럽게 외칠 수 있는 이유는 왜인가. 그녀는 이미 「Fetch The Bolt Cutters」를 통해 무엇이 자신의 자존감을 빼앗아갔는지, 본작의 타이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술회한 바 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담대함일 것이다. 이 담대함 덕분에 그녀는 자유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었고, 기성의 의식에 도전할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앞서 언급한 담대함이 무색하게 「I Want You To Love Me」에서 들리는 Fiona의 목소리와 가사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사실 담대함은 그녀의 오랜 친구와도 같았지만, 『The Idler Wheel』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듯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어16.”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불확실한 삶에 허무함을 느끼는 듯 노래한다. “결국, 이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17.” 그런 그녀를 각성시키는 것은 「Shameika」라는 기억이다. “Shameika는 나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그랬어18.” 그 잠재력은 그녀에게 2010년대 말미 어느 날의 선물로 담대함과의 재회를 주선했고, 그 담대함은 다시 그녀의 표출되지 못하고 있던 자유를 해방시켜 주었다. 그렇게 “Bolt Cutter”는 담대함의 상징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본작은 “담대해지라,”는 주문이 되었다. Fiona는 본작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자신만의 자유를 묘사하고 우리에게 선보인다. 중구난방인 듯 보이지만 그녀가 무엇에 도전하는지는 대략적으로나마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Fiona는 대중음악사 전체에 걸쳐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던 대중의 요구에 도전하고, 자신을 옭아매었던 사회와 개인의 그릇된 인식에 도전했으며,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도전했다. 그렇기에 본작은 감상할 가치가 있다. 평단의 하이프에 걸었던 기대만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은 나의 부탁이기도, Fiona의 부탁이기도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한 번쯤 마주해보라. 대중음악이 가져야 할 미덕의 부재를. 그 공백을 채운 우리 삶의 친숙한 풍경을. 그리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화를. 여느 작품이 그렇듯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다. 이것은 Fiona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David Garza가 자신한다. “그녀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하려 했어요. 그녀에게 기본적인 것은 리듬이죠.” 리듬. 우리가 음악에서 가장 즐겁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아니던가. 본 필자도 알고 있다. 소위 이지-리스닝이 가능한 작품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필자는, 물론 여느 평단처럼 만점을 매기지는 않겠지만, 대중음악과 사회의 공식에 지친 당신에게 본작을 자신 있게 권한다.

   

  1. Evil is a relay sport. – 「Relay」 中
  2. 앨범 타이틀이 『The Idler Wheel Is Wiser Than The Driver Of The Screw And Whipping Cords Will Serve You More Than Ropes Will Ever Do』로 굉장히 길다. 편의상 앞 세 단어만 표기한다.
  3. 우리는 Fiona가 현재보다 보수적인 시각이 두드러지던 20세기 말에 약관이 되지 않은 나이로 두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으며, 밀레니엄에 접어들자 그녀의 앨범 발매 주기가 왜 그토록 길어져야만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What I let get done, it stole my fun.” – 「Fetch The Bolt Cutters」 中
  5. Kick me under the table all you want. I won’t shut up. – 「Under The Table」 中
  6. It was because I was loving you so much that’s the only reason I gave my time to you. – 「Rack Of His」 中
  7. Good morning, you raped me in the same bed your daughter was born in. – 「For Her」 中
  8. I resent you for presenting your life, like a fucking propaganda brochure. – 「Relay」 中
  9. 역시 앨범 타이틀이 굉장히 길다. 편의상 앞 세 단어만 표기한다.
  10. 2018년 선임된 미국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 내정자일 당시 대학생 시절의 성폭행 미수 의혹에 휩싸였고, 이를 다뤘던 인준위원회 이후 Fiona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For Her」는 이 일을 포함한 사회의 미소지니를 다루고 있다.
  11. “Treating his wife like less than a guest, getting his girl to clean up his mess.” – 「For Her」 中
  12. “Like you know, you should know, but you don’t know what you did.” – 「For Her」 中
  13. “Ladies!” – 「Ladies」 中
  14. “But now I only move to move.” – 「On I Go」 中
  15. “I spread like strawberries! I climb like peas and beans!” – 「Heavy Balloon」 中
  16. “I’ve waited many years.” – 「I Want You To Love Me」 中
  17. “And I know none of this will matter in the long run.” – 「I Want You To Love Me」 中
  18. “Shameika said I had potential.” – 「Shameika」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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