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XENITH > Abroad > Bon Iver, 『22, A Million』

Bon Iver, 『22, A Million』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Bon Iver의 『22, A Million(이하 본작)』은 해석이 가능한 영역, 그리고 해석이 불가한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선 위에서 양쪽 모두의 영역에 걸쳐있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본작을 감상하는 우리 역시 그 경계선 위에 있고, 양쪽 모두의 영역에 손을 내밀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계선 너머의 불가해는 그 방향으로 뻗은 우리의 손을 통해 호기심의 이식을 시도한다. 호기심의 이식이 가능할 여건은 다름 아닌 불가해-성(性)을 파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혹은 그에 대한 열의 정도가 되리라. 본고의 감상에 앞서 그 여건이 충족되었으며, 호기심의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도록 하자. 그렇게 이식된 호기심은 양쪽 영역 모두를 휘감으며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Justin Vernon(Bon Iver의 프론트맨, 이하 Justin)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와 같은 다소 클리셰적일 수 있는 질문들부터 “본작의 타이틀, 트랙들에 등장하는 숫자는 어떠한 기능을 갖는가?” 혹은 “본작을 통해 구사한 새로운 방법론은 무엇에서 기인하는가?”와 같은 질문들까지, 호기심이 선사하는 질문들이 가지는 경우의 수는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질문들 하나하나를 “해석의 여지”라고 부를 것이다. 호기심을 통해 어딘가의 영역에서 끄집어내는 하나하나의 질문들 모두가 해석이 불가한 것일지도 모르는 본작을 “해석의 여지”의 영역으로 옮긴다. 하지만 그 질문들을 무차별적으로 끄집어내어 그에 대한 해답들을 나열하다 보면, “해석의 여지”들이 제 자리를 잃은 채 꼬이고 꼬여 그 자체로 불가해 의미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질문들에도 순서가 필요하다. 그 순서 가장 처음에 자리할 질문들은 해석이 가능한 영역에 닻줄을 내리고 있어야 할 것이다. 본 필자도, 불가해를 마주한 채 본작을 해석할 수 있을 최소한의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임의로 질문들의 순서를 정해보았다. 가장 첫 번째 순서가 될 질문은 “Justin은 누구인가?” “그의 세계관에서, 봄과 여름 사이에 해당하는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1?”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직관적일 수 있는, 또는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서술이 선행되어야 회로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리는 바이다.

말해보자. “Justin은 누구인가?” 2006년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을 동굴 속에 가두었던 유랑자.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답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서문이 될 것이다. 20대 중반이 된 그가 음악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극심한 괴리에 빠져 있을 때, 폐렴을 시작으로 급성 단핵증, 간염 등을 앓으면서 신체적으로도 피폐해졌고, 연인과의 결별, DeYarmond Edison이라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밴드의 내홍에 휩싸여 쫓겨나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었다. 결국, 그가 음악적 커리어를 위해 이주했던 North Carolina에서 유배 보내지듯 Wisconsin으로 1년여 만에 돌아오게 된다. 그런 그가 찾아갔던 곳은 아버지의 오두막이었다. Justin이 2006년 11월에 그 오두막에 도착하고 나서, 그는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식생활을 위해 사냥과 채집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홀로 맥주를 마시며 TV를 시청하고, 문자 그대로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경제적인 지출을 최소화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게으름에 싫증이 날 때 즈음, 몇 개의 기타와 마이크, 그리고 오래된 Macintosh 한 대만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나온 앨범이 바로 『For Emma, Forever Ago(2007)』이다. 그는 『For Emma, Forever Ago』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선보여왔던 작법을 모두 폐기한다. 대신 그만이 가질 수 있었던 고독과 슬픔을 자신만의 가사와 팔세토를 통해 노래하고, 오토튠을 통해 목소리를 겹겹이 쌓아 그것에서 드러나는 불안정함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It’s a “Bon hiver2”.” 물론 한 개체로서의 인간이 경험하는 신체적 및 정신적 고립과 피폐함이 단기간에 개선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Justin은 결국에 자신의 음악이 그것에서 벗어나게 할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시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추운 겨울에 돌입하며, Justin만의 새로운 사계절이 순환하는, 그만의 평행세계관이 시작된다.

그리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 봄이 찾아오듯, 그에게도 나름의 봄이 찾아올 것이다. 여기서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그의 세계관에서, 봄과 여름 사이에 해당하는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물론 본 문단의 첫 문장과는 대조적으로, 『Bon Iver, Bon Iver(2011)3』의 시작은 그의 절친한 친구와도 같았던 Heath Ledger의 사망이었지만4, 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직전에 발매했던 EP 『Woods(2009)』의 발매를 전후로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Justin은 2007년 유명 레이블 Jagjaguwar와의 계약을 체결했고, 2008년 『Bon Iver, Bon Iver』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의 작업에도 참여하게 되는 등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음악 외적으로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의 앨범에 등장하는 지역명이, 정확히는 지금까지의 그의 발자취가 북미 전역에 걸쳐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도5 앨범은 이미 그 자체로 “Welcome To Wisconsin”이라는 인사말이 되었다. 또한 「Holocene」은 당시 Billboard 차트에 입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진행된 54회 Grammy Awards의 제너럴필드에 당당히 노미네이트 되어 Billboard 1위를 달성한 여러 트랙과 자웅을 겨루기도 했으며, 당시 시상식에서 Best New Artist 부문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Bon Iver, Bon Iver』는 Justin에게 그 자체로 봄의 시작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Justin은 이렇게 회고한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마냥 즐겁지는 않았어. 그 상황들을 잘 다루지도 못했지.” “부끄럽진 않은데, 알잖아. 그동안 내 작품들에서는 슬픔을 노래했잖아. 그런 것들로 내가 치유를 얻기도 했고. 솔직히 지금은 괜찮거든. 그래서 내가 계속 슬픔을 노래하는, 그런 작품들을 계속 만든다는 것이, 내 생각에는 지루했던 거 같아.” “새로운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아6.”

Justin의 말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Justin이 『Bon Iver, Bon Iver』 발매 이후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새로운 단락을 맞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혼란을 겪고 있었으며, 『For Emma, Forever Ago』 이전에 그랬듯, 혼란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새로운 것을 탐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랑과 탐닉의 끝에 도달했을 때, 여름이 시작되었다. 탐닉의 반영에 있어 가장 서두에 자리하는 요소는 샘플의 활용이다. Justin이 Bon Iver의 이름으로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앨범에는 샘플 크레딧이 존재하지 않지만, 최소한 본작에서는 존재한다. Mahalia Jackson의 「How I Got Over(1951)」를 샘플링한 「22(OVER S∞∞N)」이나 Paolo Nutini의 「Iron Sky(2014)」를 샘플링한 「33 “GOD”」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외에 「10 d E A T h b R E a s T ⚄ ⚄」 같은 트랙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샘플의 조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Kanye West와의 작업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본 필자의 생각이다. 앞서 본 필자는 Justin이 새로운 것을 탐닉하고 있다고 했고, 본인 역시 새로운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덧붙여 Justin은 이렇게 말했다. “매번 똑같은 기타를 가지고 똑같은 코드워킹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는 샘플링이 엄청나다고 생각해. 되게 좋은 소리가 있고, 그걸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사용한다는 게 100% 합법이라니7.” 이 때문에 샘플의 활용은 Justin이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일어났을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Teenage Engineering 사의 OP-1을 구매하는 일 역시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든 필연적으로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OP-1은 신시사이저, 시퀀서, 샘플러를 동시에 지원하는 기기이다. 이 중에서도 Justin은 샘플러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715 – CR∑∑KS」는 2009년 발표한 EP 『Blood Blank』의 「Woods」에서 그랬듯 별다른 기악의 구성 없이 자신의 목소리와 보코더, 그리고 OP-1의 샘플러 기능만을 이용하여 만들어졌고, 「33 “GOD”」의 초반부에서도 크레딧에 실리지 않은 샘플의 이용이 OP-1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마주한다. 이전의 섬세하고 어쿠스틱한 악기들의 연주가 전자음악의 기법으로 인해, 어딘가 지저분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10 d E A T h b R E a s T ⚄ ⚄」의 공격적이고 짓뭉개진 드럼 패턴이나 「21 M◊◊N WATER」의 마지막 70초가 그렇듯이, 그런 노이즈나 글리치의 삽입이 이루어지며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었다는 점을 말이다.

그렇게 찾아낸 새로운 것들 위에서 Justin은, 그것을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 중 겪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인적 고뇌를 묘사하기 위해 종교적인 어구를 다수 사용한 바 있는데, 본작 곳곳이, 특히나 「22(OVER S∞∞N)」에서의 Confirmation, 혹은 Station 같은 단어들로 대표되는, 일반적일 수 있는 단어의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중의적 활용도 찾아볼 수 있고, 「33 “GOD”」나 「666 ʇ」 같은 트랙의 제목들은 한층 더 노골적일 것이다. 또한, 선술 했듯이 샘플들 중 일부는 가스펠 트랙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의심이 가는 쓰임새가 있다. 「33 “GOD”」에 등장하는 “Why are you so far from saving me?”이라는 어구는 시편 22편8에서 기인하는데, 화자인 다윗은 믿음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33 “GOD”」에 이용된 샘플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다소 이질적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갖는다. “Justin 역시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서 결국 다윗이 그랬듯 믿음의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아닐까?” 결론적으로 보면 그러하다. 물론 Justin이 전에도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혹은 그 믿음을 끝내 거두게 된 것일지는 알 방법이 없다. 다만 자신의 현재 상태 즉, 고뇌와 혼란을 파훼할 방법이 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시인하는 정도일 것이라 여겨진다. 「00000 Million」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영적 존재를 인식함은 우리에게 식료품을 살 돈도, 역병을 몰아낼 기술도, 아니면 사회 문명을 진보시킬 발견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이다9. 여하간에 그런 이유로 Justin은 본작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영적 존재를 배제한 채 인간으로 한정하고, 본작의 제목을 『22, A Million』이라 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본작 발매 후에 Justin은 22라는 숫자는 그 자신을 상징함과 동시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동시에 A Million은, 자신 외의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10. 그러나 Justin의 생각과는 다르게, A Million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종교는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는 모든 인간이 등장해야 할 자신의 세계관에서 영적 존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할 것이다. 결국, Justin은 자신의 세계관에 어쩔 수 없이 영적 존재를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에 이들을 투영시킨다. 그 자신의 신념 중 가장 큰 부분은 Duality 즉, “이중성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라는 전제이다. 그 전제의 반영은 서로 이어지는 구성을 가진 두 개의 트랙 「666 ʇ」과 「21 M◊◊N WATER」의 제목이 가지는 의미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날 것이다11. 그리고 동시에, 그 Justin의 신념에 의해, 우리는 마침내 본작이 불가해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본작은 Justin이 그동안 겪은 혼란에 대한 회고일 수도 있고, 자신이 혼란을 헤쳐나왔다는 천명일 수도 있으며, 혼란의 답을 찾아낸 것에 대한 브리핑일 수도 있다. 다만 무엇이 되었든, 본작 내에서 이 모든 것들은 결국 Justin만의 언어와 신념에 의해 자신만의 무언가로 재정립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Justin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위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특히나 본작에서는, 지금까지 자신의 작법에 자리하고 있던 연주 기법이나 악기들을 일부 폐기하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론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용했다. 꽤 멋들어진 방법일 수는 있지만, 오직 Justin만의 것이기에 그 누구도 쉽게 본작의 저의에 대해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난해함은 트랙 타이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왜 등장하는지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 불가한 숫자들부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조차 생각해내기 어려운 기호들까지. 심지어 난해함이라는 단어가 트랙 타이틀에만 국한되는 사항은 아니다. 가사들만 봐도 “Fuckified”, “Unorphaned”, “Paramind”, “Astuary” 등 사전에 등장하지 않는, Justin 본인이 만들어낸 단어들이 본작 곳곳이 산재해있고, Bon Iver의 앨범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연주와 함께 이해를 위해 부가적인 캡션이 수도 없이 필요할 것만 같은 아트워크에 이르기까지, Justin은 자신에 대한 것을 쉽게 드러낼 생각이 없는 듯이, 복호화가 불가능할 것만 같을 정도로, 심오하게 암호화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이 모든 것들이 난해함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만큼 명백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커다란 불가해의 표상을 마주하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본작의 러닝타임 안에 재생되고 있을 것이며, 동시에 우리는 Bon Iver의 연주와 Justin의 노랫말을 듣고 있을 것이다. Justin은 본작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금방 끝이 날 거야12.” 다만 무엇이 끝난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Justin의 바람일지도 모르는 혼란의 종결일지, 혹은 그와 대조되게 긍정적인 무언가가 끝이 나버린다는 것인지, 우리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종결의 대상이 무엇인지 찾고 있을 때, Justin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2, 213.” 22라는 숫자가 Justin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서 등장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기에는 논거가 꽤 빈약하다. 그리고 Justin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넌 어떻게 울 거니? 그게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라면14?” 우리는 이 지점에서 깨닫는다. 아, 이것은 덧없는 것이다. Justin의 말들을 무작정 해석이 가능한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은 아주 무의미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이중성, 혹은 양면성을 고려해볼 때, Justin이 말하는 “끝이 나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일 수도, 혹은 부정적인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 그중 무언가라고 특정 짓는 것은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호기심의 발로, 그리고 호기심이 만들어낸 질문들의 고리가 역설적으로 불가해성을 마주하고 녹이 슬기 시작하더니, “덧없음”이라는 단어에 의해 부서지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감상은, 그리고 호기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본작은 「22(OVER S∞∞N)」으로 시작해 「00000 Million」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우리는 「00000 Million」의 영상에서, 「22(OVER S∞∞N)」의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뒤에 비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15. 그 남자가 Justin일지, 혹은 그저 그와 스타일이 비슷한 남자의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트랙 타이틀에 등장하는 숫자의 의미를 고려해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Justin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렇다면 「00000 Million」에 등장하는 지구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이라는 계산이 설 것이다. Justin은 본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암호화하고,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유감없이 뭉개고 일그러뜨린 채 우리 앞으로 내밀지만, 단순히 자신의 그것만을 우리에게 가져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가져온 다른 것은 호기심이 있는 자에게만 건네질 수 있는, 질문이다. “본디 날짜에는 숫자가 없지16.” 날짜라는 개념, 그 이전에도 지구는 자전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그 시간과 날짜가 숫자로써 표현될 수 있음은 문명 즉, 사회가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Justin은 시간과 날짜의 수사적인 표현을 거세함과 동시에 사회 이전에, 개인이라는 개념에 집중해본다. 다시 말해, 사회가 존재함은, 개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그리 하여 Justin은 우리가 가끔은 자신이 그랬듯 사회의 틀 밖으로 나가 몇 가지 질문을 자문해볼 것을 권유한다. “너의 삶이 실로 가치 있는가?” “그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본작에 의해 양산된 호기심이 가지고 온 마지막 질문들이 되리라. Justin은 어쩌면 그 답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을지언정, 대략적으로나마 그려보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대로 그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겪어보기를 요청하지만, 답을 들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 답을 듣는다 하더라도 이해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 답은 본작이 그렇듯 해석이 가능한 영역, 그리고 해석이 불가한 불가해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선 위에서 양쪽 모두의 영역에 걸쳐있는 형태로 존재할 것이니까. Justin 본인부터가 그 답을 한껏 뒤틀어 놓았기에, 그 방법이 숫자와 음악은 아닐지언정, 모두가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그 답을 표현할 것이기에, Justin은 그저 권유만을 할 뿐이다. 그리고 본작을 감상하고 생각하는 우리 역시 Justin의 답을 듣기만 하고, 그가 건넨 권유를 수용하기만 할 것이다.

   
  1. 물론 본고를 읽는 2020년의 우리는 바로 직전 해 그의 세계관에서 가을에 해당하는 『i, i』가 발매되었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다만 본 필자는 『i, i』에 대한 서술을 일체 배제한다.
  2. 프랑스어로 “좋은 겨울”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밴드의 이름인 Bon Iver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3. 공식적으로 Self-Titled 앨범이지만 『Bon Iver』, 혹은 『Bon Iver, Bon Iver』 양 표현 모두가 혼용된다. 본 필자는 후자를 택한다.
  4. Joker를 연기했던 배우로 잘 알려진 사람. 2008년 1월 사망했고, 『Bon Iver, Bon Iver』의 Intro 「Perth」가 그와의 추억을 담은 노래이다. 참고로 Heath Ledger는 Australia Perth 출신이다.
  5. 물론 「Perth」는 예외일 것이다.
  6. 앞서 문장들 모두 발매 이후 진행된 Conference에서의 Justin의 말을 인용했다. 구어체의 특성상 의역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본고에 각주로나마 작성하지 못하는 점 양해를 구한다. https://youtu.be/eNqCVfC4oj4
  7. Conference에서의 Justin의 말을 인용하여 일부를 문맥에 맞게 각색했다는 점을 알린다.
  8. 일반적으로 성경의 어구들을 발췌할 때 복음-장-절의 순으로 표기한다. 가령 마가복음 1장 1절과 같은 표현들처럼. 다만 시편은 장이 아닌 편으로 표기한다. 본 어구는 시편 22편 1절에서 발췌되었다.
  9. A word about Gnosis: it ain’t gonna buy the groceries, or middle-out locusts, or weigh to find – 「00000 Million」 中
  10. million에는 숫자 100만의 의미뿐만 아니라, “수많은”이라는 의미도 존재한다.
  11. 666이라는 숫자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악마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반면에 21의 발원이라고 생각되는 777이라는 숫자는 신을 상징한다. 21은 7의 3배수이다. 또한, Moon Water라는 요소는 오컬트에서 다뤄지는 요소인데, 이 오컬트는 과거 중세 시대에 악마적이고 반(反)교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이 두 개의 트랙은 다음 트랙 「8 (circle)」과도 구성 면에서 이어진다.
  12. It might be over soon – 「22(OVER S∞∞N)」 中
  13. 2, 2 – 「22(OVER S∞∞N)」 中
  14. Oh then, how we gonna cry? / Cause it once might not mean something? – 「715 – CR∑∑KS」 中
  15. Bon Iver는 Bon Iver의 이름으로 본작과 『i, i』의 모든 트랙에 대해서 Official Lyric Video를 만들었다. Youtube에서 확인할 수 있다.
  16. Cause the days have no numbers – 「00000 Million」 中

댓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