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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flow, 『FOUNDER』

   

나는 이전에 Deepflow의 『양화』를 2010년대 최고의 국내 음반 중 하나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양화』를 2010년대 최고의 국내 음반 중 하나로 소개한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 『양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한국힙합의 짙은 스테레오타입, 그리고 현재 Deepflow가 스스로 그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위치로 이행했다는 사실이 직접 보여주는 양가적 감상의 가능성, 그로 인해 『양화』로부터 도출되는 2010년대 한국힙합 장르의 역사에 대한 반영. 일단 예전부터 여러 번 강조했듯이, 나는 현재까지도 몇몇 한국힙합 아티스트나 리스너들이 고압적으로 주장하는 한국힙합의 ‘진짜’다움, 달리 말해 과거 한국힙합이 구사하던 ‘Real’과 ‘Fake’의 엄격한 구분과 ‘Real’에 대한 추구 ― 또한 그에 수반되는 ‘Fake’에 대한 배척 ― 를 별로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그렇기에 현재 한국힙합이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융화하며 과거 그들의 행보와는 배반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대해 몇몇 한국힙합 아티스트나 리스너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것과 달리 나는 그러한 사실을 부정적으로 적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그들이 가하는 비판에 대해서도 나는 이해한다). Deepflow의 변화한 태도는 과거와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커리어를 논할 때 반드시 경유되어야 할 요소일 것이고,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께서 본고를 읽음에 있어 앞서 논한 바 있는 한국힙합의 이행에 대한 나의 그러한 입장을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잡설을 조금만 더 덧대면, 내가 Deepflow(를 비롯한 ‘변절했다’고 평가받는 다른 한국힙합 아티스트들까지)의 변화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과 달리 어쨌든 그가 자신의 변화로 인해 동료 아티스트 및 한국힙합 리스너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Don Malik과 JUSTHIS가 그를 상대로 벌였던 디스전은 대표적인 예시다. 그들은 Deepflow를 향한 디스곡에 이런저런 말들을 보탰지만, 어찌되었건 디스의 요지는 간단하다. Don Malik이 「old wave」에서 적은 그리고 VMC는 씨발 언더그라운드인 척 그만해라는 라인, JUSTHIS가 UV Cypher에서 뱉은 근데 언더라곤 안 뱉는데 even Huckleberry P?”라는 라인이 그 요지에 대한 적실한 요약이다. 한편 Deepflow가 JUSTHIS에 대응하며 적었던 니들이 남길 원하는 피터팬은 컸어라는 라인은 그의 입장을 대표한다. 2015년의 『양화』에서 2020년의 본작, 『FOUNDER』로의 이행은 어쩌면 그 라인의 기나긴 연장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조건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하였고, 그렇게 변화한 조건들 사이에서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따라서 본작은 누군가에게는 기막힌 성장 드라마와 같이 읽힐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변절자의 치졸한 변명의 연속과도 같이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Deepflow의 그러한 선택 자체에 대해선 비교적 중립적인 시선을 견지한다. 그렇기에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단지 그가 본작에 써내린 각본이 얼마나 그럴듯한가에 대해서이다.

『FOUNDER』라는 본작의 제목, 그리고 본작의 첫 트랙 「Panorama」는 Deepflow의 기획을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다. 『양화』라는 제목의 모티브로 사용된 ‘양화대교’가 언더그라운드에 충실했던 과거 그의 행적을 대표한다면, 창립자라는 뜻을 가진 『FOUNDER』는 현재 그의 위치를 대변한다. VMC의 창립자이자 그를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VMC의 멤버들이 그의 어깨 위에 있는 이상 더는 그의 개인적 신념만으로 그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Deepflow는 본작의 제목에서부터 직접 선언한다. 첫 트랙 「Panorama」도 그렇다. 처연한 플루트 소리와 발을 맞추는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 위로 적힌 그가 처음 한국힙합에 입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그리는 노랫말은 마지막에 이르러 『양화』의 첫 트랙 「열반」의 노랫말을 차용하며 『양화』의 기억마저 그의 파노라마 중 한 컷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파노라마라는 낱말은 그 자체로 굴곡 깊은 이야기와 변화무쌍함을 담지하며, 이 순간부터 청자들은 더 이상 『양화』에서의 Deepflow를 본작에 직접 투영할 수 없게 된다. 본작에 서린 Deepflow의 기획의 첫 발자국으로서 상당히 영리한 장치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가 한국힙합-씬 내에서도 고평가 받는 리리시스트임을 기억해내게 된다.

그럼에도 본작의 감상에 있어 우리는 여전히 『양화』를 언급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본작이 진정 『양화』의 시-퀄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양화』의 형식을 계승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본작의 트랙 각각의 소리의 면면이 『양화』의 그것들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을지라도(단적으로 말하자면 본작의 소리들은 『양화』의 소리들에서 드러난 거침이 상당히 중화된 형태로 드러난다), 둔탁한 드럼을 사운드의 중심으로 내세우며 거기에 여러 가지 소리들을 덧대고 그 위를 빽빽한 노랫말로 채우는 형식 자체는 전형적인 스토리텔러-MC의 앨범 형식이자 『양화』의 그것이기도 하다. 노랫말과 소리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현대 대중음악에 참여함에 있어서(즉, 그것을 창작함과 감상/비평함 양 측에게 있어서 모두)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Deepflow와 같이 스토리텔러-MC의 길을 걷는 아티스트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노랫말에 대한 독해가 우선되는 가운데 그를 받쳐주는 소리와의 상호작용을 꾀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화』에서는 「작두」와 같은 트랙에서 그러한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진 반면에 본작에서는 그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포착이 미약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500」을 들으며 「양화」를 떠올릴 수도 있고, 「품질보증」을 들으며 「가족의 탄생」의 연장선을 떠올릴 수 있는 등 결국 본작과 『양화』에 대한 비교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양화』에서 전/중/후반부를 나누며 양면적으로 드러났던 Deepflow의 이야기가 본작에서는 일관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아티스트이자 사업가 Deepflow’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본작을 기막힌 성장 드라마도 변절자의 치졸한 변명의 연속도 아닌 그저 한국힙합 아티스트이자 VMC의 사장인 사업가가 그려내는 한 편의 ‘웃픈’ 코미디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500」에서 힘들게 얻어낸 500만원이라는 돈을 다음 트랙 「Low Budget」의 첫 라인에서 다 써버렸다고 말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며, 「BEP」, 「Dead Stock」, 「VAT」로 이어지는 경제 용어들이 그 속에 담긴 Deepflow의 이야기를 사업과 돈으로서 귀결되게 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독해 방식을 채택할 때 본작에서 가장 돋보이면서도 재미있는 트랙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일 것이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Deepflow가 VMC라는 이름을 기획사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블랙-코미디다. ‘콘진원’이라 불리는 콘텐츠진흥원에 이름조차 생소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면허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국가의 요상한 행정을 욕하고 궁시렁대는 듯한 Deepflow의 Verse는 그의 맥락을 아는 사람이라면 웃음이 터져나올만한 요소이고, 두 번째 훅 이후 면허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열변하는 Deepflow의 모습과 예전 n빵한 페이를 송금했던 기록 덕분에 나를 증명함에 성공했어 / 결국 내 커리어는 노 쓸모지 whatever”와 같은 라인의 대비는 묘하게 Deepflow의 (소위 ‘변하기 전’) 과거를 투영하며 동시에 그의 현재에 대한 아이러니를 가중시킨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과는 또 달리 주목해야 할 트랙은 「Dead Stock」일 것이다. 「Dead Stock」에서 드러나는 스타거나 Dead Stock”이라는 라인은 기존 한국힙합에 뿌리내렸던 소위 ‘상업성’과 ‘예술성’의 대립을 ‘다시 한 번’ 또 다른 차원으로 이행시킨다. 과거 ‘상업적’이라 불렸던 아티스트들은 스스로를 대중과 미디어에 어필하기를 원했고, 그렇지 않은 상태로 그들을 비판했던 아티스트들은 과거부터 그들과 함께했던 ‘언더그라운드’의 이름 아래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을 지하로 파고들어갔다. 하지만 Deepflow의 스타거나 Dead Stock”이라는 라인은 그러한 구분을 무위로 돌린다. 한국힙합에는 돈을 버는 것을 원하는 아티스트와 원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아닌, 그저 ‘잘 팔린’ 아티스트와 ‘팔리지 못한 재고’ 아티스트의 구분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으로 볼 때 ‘언더그라운드’를 ‘Real’함으로 추대하며 그러한 태도를 고수하는 아티스트들은 그저 자신들이 안 팔린 것에 ‘정신승리’할 뿐인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의 파괴는 이전에 XXX의 김심야가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구사한 적이 있었지만(이것이 내가 앞서 ‘다시 한 번’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이다), Deepflow는 그러한 파괴에 자신만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덧대며 그를 새로운 이행으로 읽히게 한다. 속되게 말하면, Deepflow는 그 라인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변절’이라 욕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엿을 날린 것이다.

“힙하지 못한 내 힙합은 위험해”라고 말하는 「36 Dangers」에서 “각자 다 달랐던 약속의 장소에 만약 내가 못 닿아도”라고 말하는 마지막 트랙 「Blueprint」로의 전개는 Deepflow 자신의 이야기를 갈무리하면서 스스로의 변화와, 그로 인한 비판적 시선들을 긍정하며 새로운 청사진을 그린다. 많은 이들이, 특히 현재의 그를 비판하는 이들이 그리워할 옛날의 Deepflow는 이제 없을지라도, 이제 그의 어깨 위에는 그가 책임져야 할 많은 ‘가족’들이 있기에, 그는 기꺼이 변화하여 ‘아티스트이자 사업가’의 길을 걷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그의 번뜩이는 노랫말 작사와 랩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본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본작에서 그가 써내린 각본은 그럴듯하다. 이제 본고의 마지막이다. 나는 본고의 마지막에서 본작의 제목, 『FOUNDER』라는 이름에 대해 한 마디 보태고자 한다(이것은 어쩌면 변해버린 그의 현재에 대한 사심 없는 변호다). 과거 「잘 어울려」와 같은 트랙을 통해 ‘상업적’이라 불리던 아티스트들을 비판하며 한국힙합의 마초성을 대변하던 그는 어쩌면 다른 많은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이 그러했듯이, 한국힙합의 ‘Real’함에 대한 지조를 지키는 방법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한 그는 어쩌면 그가 발견했다 믿었던 방법이 실패했다 생각했을 것이고, 그의 노력에 비례하게 변해버린 여러 조건들과 그의 책임감은 결국 그를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이 지점에서 『FOUNDER』는 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비춘다. VMC의 ‘창립자’(FOUNDER)이자 한국힙합의 지조를 ‘발견했던/찾았던 자’(FOUND-ER), 여러 번 강조했듯 한국 음악계에 불어 닥친 불가항력(VIS-MAJOR)으로 인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변해버린 한국힙합의 현재를 보는 우리에게, 본작은 우리의 이해와 변화를 바라며 그렇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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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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